18. 천왕이 사성에게 사성제와 공과 비아를 설법하다
옛날 이리사(伊利沙)라는 어떤 사성(四姓)은 한없는 부자면서 아끼고 탐하여,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은 즐겨하지 않았다.
그때 어떤 가난한 노인은 그와 가까이 살면서 날마다 마음대로 고기를 먹으며 손님이 끊어지지 않았다.
사성은 생각하였다.
‘나는 수없는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도리어 저런 노인보다 못하다.’
그리하여 닭 한 마리를 잡고 한 되의 쌀밥을 지어 수레에 싣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음식을 내려 놓고 막 먹으려 하였다.
그때 제석천왕은 개로 변하여 내려와 그의 눈치를 아래위로 살폈다.
그는 개에게 말하였다.
“만일 네가 공중에 거꾸로 매달리지 못하면 나는 너에게 음식을 주지 않으리라.”
개는 곧 공중에 거꾸로 매달렸다.
그는 ‘하늘은 무엇이 무섭기에 이런 일을 있게 하는가’ 하고 다시 말하였다.
“네가 눈을 빼어 땅에 놓으면 나는 너에게 이 음식을 주리라.”
그러자 개의 두 눈이 빠져 땅에 떨어졌다.
그래서 그는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
제석천왕은 사성의 몸으로 변하여 그에게 말하였다.
“수레를 타고 돌아오라.”
그리고 그의 문지기를 시켜 거짓으로 사성이라고 일컫는 사람이 있거든 때려서 내쫓으라고 하였다.
사성이 늦어서 돌아오자 문지기는 꾸짖으며 내쫓았다.
제석천왕은 그의 재물을 모두 가져다 크게 보시하고 사성은 집에 돌아가지 못하였다.
그리고 재물이 없어졌기 때문에 그만 미쳐 버렸다.
제석천왕은 한 사람으로 변하여 그에게 물었다.
“너는 왜 그리 걱정하는가?”
“내 재물이 모두 없어졌기 때문이다.”
천왕은 말하였다.
“대개 사람은 재물이 많으면 걱정이 많은 법이다. 오가는 기약도 없이 갑자기 오는 것인데, 재물을 쌓아 두고 먹지도 않고 보시도 하지 않으면, 죽어서는 아귀가 되어 언제나 의식이 모자랄 것이요, 혹 아귀를 벗어나 사람이 되더라도 하천한 데 떨어질 것이다.
너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부자면서 아끼고 탐하여 먹지도 않으니, 또 무엇을 바라는가?”
천왕은 그를 위해 네 가지 진리와 괴로움과 공(空)과, 내 몸이 아니라는 법을 설명하였다.
그는 뜻이 풀려 기뻐하였고 천왕은 돌아갔다.
사성은 집에 돌아가서 전에 가졌던 마음을 뉘우치고 널리 보시하여 도의 자취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