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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본행경 제4권
18. 도보칭품(度寶稱品)
오랜 한량없는 겁으로부터
착한 근본을 쌓아 얻었는지라
옛날 원하던 것을 성취하였고
먼저 다섯 비구를 제도하셨네.
마치 불을 섬기고 제사함에
타락[酥]을 얻으면 더욱 빛나듯
부처님의 불꽃은 그보다 나아서
광명이 두루 비추지 않음이 없었네.
이미 5도의 못에서 나와
드디어 다섯 비구를 제도하여
비로소 다섯 사문을 만드니
덕력(德力)이 다섯 뿌리[五根]를 이겼네.
부처님은 둥근 달이 나타나듯
여러 제자들과 같이 있으니
마치 다섯 개 샛별이
달과 더불어 함께 놀듯 하였네.
그때 바라나성(波羅奈城)에
큰 장자의 아들이 있었으니
천성이 인자하고 민첩하여서
그 이름을 보칭(寶稱)이라 하였네.
사는 집이 천궁(天宮)과 같으며
시녀(侍女)들도 하늘의 옥녀 같은데
기악이 조금도 멈추지 않았네.
보칭과 여러 시녀들은 잠에 들었네.
전세에 닦은 복이 다가오므로
응당 감로약을 마시려 하였네.
전세에 죽은 시체를 보고
자비로운 생각이 잠깐 나는 동안
숙선(宿善)이 쫓아온 까닭에
슬퍼하며 곧 잠에서 깨어나
모든 여자들을 보자 시체와 같고
사는 집이 마치 무덤 같았었네.
그의 마음이 슬프고 귀찮스러워
손을 들고 슬피 탄식해 하는 말이
“나는 지금 큰 액난을 만났으며
큰 괴로움과 근심 가운데 있도다.”
자연히 착한 마음 생겨나고
오직 함이 없이 편안함을 즐겨
욕락이란 오래 가기 어렵고
환락이란 잠깐이라 생각하였네.
당장 어떤 길로 도망치지 않고
어찌 스스로 숨어 있으랴.
무상한 불을 만나지 않고
두려움이 없는 곳을 찾아야지.
누구라 세상을 믿을 것인가.
내 어찌 무엇을 믿는단 말인가.
어떻게 해야만 애욕의
깊은 진흙 구덩이에서 빠져 나가랴.
그리고 나서 애욕을 버리고
천천히 금 보배 침상에서 내려
문득 보배의 가죽신을 신었으니
그 값은 백천금이 되었네.
사는 집과 성문과 창호가
모두 밤중에 제대로 열렸고
밝기가 대낮과 같았으므로
그의 마음에 의심이 생겼네.
그때 천왕이 허공에서
자비롭게 일러 그를 기쁘게 했네.
“그대는 뜻을 세워 빨리 나가고
뒤돌아보며 게으르게 지체하지 말라.
세간의 성사(聖師)인 부처님께서
여기서 멀지 않은 데 계시네.”
멈춰선 채 서로 바라보자
송아지가 어미 소를 찾음 같았네.
“그대는 꼭 오늘이야말로
끝이 없는 큰 이익을 얻을 때다.
음욕(婬欲)이란 뭇 고기들이 미혹해
돌아치는 물결에서 노는 것과 같으니라.
최상으로 정진하는
굳은 떼배를 타고서
모든 괴로움의 바다를 건너되
반드시 오늘 곧 시행하라.”
그러자 동자 보칭은
걸어가며 눈물을 흘리고
멀리 손을 들어 부처님을 바라보며
슬픈 소리로 찬탄해 말하였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늙고 병들고 죽음의 괴로움에 빠졌사오니
원컨대 세존은 귀의처가 되시고
저의 이런 괴로움의 걱정을 건져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멀리서
범천의 부드럽고 깨끗한 소리로
“이곳에는 편안하고 고요하며
괴롭고 근심이 없는 곳이 있도다.
여덟 가지 성인의 길이 있어
적멸하고 매우 청정하거니
어서 내가 있는 곳으로 오라.
너의 귀의할 곳을 만들어 주리라.”
보칭은 이 가르침을 듣고
기뻐 뛰노는 마음이 넘쳐
마치 가물고 더운 데 제대로
청정한 못을 만난 듯하였네.
소리를 따라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절했네.
비유하면 묘한 꽃나무가
바람에 불려 세운 듯하였네.
몸에 입은 영락과 옷은
마음에 단연히 입고 싶지 않아
전세의 복업이 이제 돌아오므로
마침내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었네.
부처님께서는 보칭의 마음을 알고
속으로 영락을 부끄러워하므로
사문의 일을 갖추게 하고
그에게 일러 말씀하셨네.
“형용을 꾸며도 속이 순전히 착하면
제일 뛰어난 모든 기관이라
이것은 나의 법을 이룸에 있어
겉의 옷을 의탁함이 아니로다.
그 속마음에 단정함이 있어
안팎이 서로 응해 따르면
도의 문이 열리는 것이라
헛된 복식에 의지치 않는다네.
보칭의 공덕에 인연하여
착한 벗 넷이 득도했으니
만성(滿成)과 무호(無怙)
우치(牛齝)와 선여(善與)이네.
그때 50의 벗인 동자들도
모든 괴로움을 벗어났으므로
세존을 비롯하여 그들과 함께
60명의 아라한이 세상에 있었네.
그때 부처님 범천의 목소리로
여러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네.
“너희들은 이 괴로움을 벗었으므로
확연히 청량하고 편안하도다.
중생들은 애욕에 빠져
괴로움을 받음은 불쌍하나니
너희들은 마땅히 자비로운 마음으로
여러 곳에 나가 교화함이 옳도다.”
제자들을 나누어 보낸 뒤에
부처님께서는 홀로 노닐고 걸으시며
야상택(野象澤)에 이르러서
머무르실 곳을 찾으셨네.
신비로운 광명을 밝게 나타내어
악독하고 흉한 용도 항복시켰네.
갖가지 기묘하고 좋은
신족(神足)의 변화를 나타내셨네.
부처님께서는 교만함이 이미 다하여
다시 모든 교만함을 교화하시니
야상택에 사는 사람으로
제일 가섭(迦葉)을 제도하셨네.
그러고 나서 차례차례로
가섭의 두 형제도 제도시켰네.
이 세 형제의 문도(門徒)들
천 명도 다 물듦이 없음을 이루었네.
부처님과 이 세 가섭은
공덕이 크고 매우 드높아
법칙이며 또 지혜, 보시와
계율과 위의도 매우 좋아해
천 여 명의 제자들을 거느렸으니
뭇 스승의 스승이라 떠받들었으며
마가다 국왕을 어여삐 여기므로
왕사성(王舍城)으로 나아가셨네.
일찍이 숙덕(宿德)이 있는 사람이라
마갈타국 경계 안을 다스리고
왕위에 잘 있으므로
덕이 어질어 중생보다 뛰어났네.
부처님 대성존(大聖尊)께서
나라 안에 들어오심을 들었네.
그 말을 듣자 마음으로 기뻐 뛰놀며
위의를 엄하게 갖추어 나아가 부처님을 맞았네.
왕은 몸소 수레타고 스스로 나오되
크게 네 가지 군사를 이끌었네.
병사왕(甁沙王)의 용모도 묘하여
모든 왕들 가운데 가장 뛰어났네.
마치 제석천왕이 모든 하늘들을 데리고
함께 그 천궁에서 나와
위의를 장엄한 호위들과
범천왕을 뵈려 함과 같았네.
여러 중신(重臣)들이 권속들과 같이
비로소 성으로부터 나오자
바로 전륜성왕이 성에서 나와
유람하는 위의와 방불하여
모든 신보(神寶)의 신하들이
앞뒤에 함께 호위하였네.
세상에 제일가게 장엄하고 꾸며
특수하고 묘함이 비길 데 없으며
코끼리ㆍ말의 수레며, 사람들이 뒤따라
그 소리는 구름 속의 우레 같았네.
부녀자들은 길에 나와 구경하되
화장하고 단장함이 번개가 빛나는 양
모든 성문에서 각각 나와
네거리 길목마다 가득 메웠네.
마치 여러 산골짜기에서
가을비의 폭포가 쏟아지듯
모든 왕 가운데 용맹한 영웅이
부처님 앞에 가까이 이르자
부처님께서는 금빛의 광명을 놓아서
모든 숲 나무 사이를 비추셨네.
부처님의 커다란 신력은
빛나는 광명을 금빛 되게 하였네.
왕은 놀라고 크게 기뻐서
곁의 신하를 돌아보고 일렀네.
“소리를 듣고 그 빛을 보니
예절과 위의가 매우 상응하네.
내가 자세히 본 것으로는
참으로 진실하고 묘한 보배 그릇이네.
지혜의 큰 바다이시며
온갖 착함의 보배 창고로세.”
멀리서 그 상호를 우러러보자
부처님께서는 자비의 상을 나타내시매
왕은 크게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선뜻 보배 수레에서 내렸네.
해가 새벽 구름 속에서 나와
서쪽 산 너머로 사라지듯이
왕은 다섯 가지 위의를 버리고
걸어서 부처님 처소에 나아갔네.
5체(體)를 던져 부처님 발에 정례하며
마음을 다하여 겸손하고 공경스레
합장하고 부처님을 우러러보되
매우 묘한 생각에 싫은 줄 모르네.
기쁘고 공경하는 마음이 끝없어
몸의 털이 다 일어났네.
예를 마치고 자리에 앉자
형용이 더욱 뛰어나고 묘하였네.
한마음으로 자세히 부처님을 보자
마치 그 위덕이 수미산과 같아서
스스로 세 번 명호를 일컫고 나서
세존에게 아뢰어 말씀하였네.
“지금 세존님 용안을 뵈오니
마음에 싫음이 없어라.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심은 기특한 일이라
삼계의 귀의가 되어지이다.
오늘 뛸 듯이 크게 기뻐
정이 넘친 마음을 걷잡을 수 없어라.
밝은 진리 미리 보고 헤아리셔서
성왕의 왕위를 쾌히 버리셨으니
천상과 인간들에게 공경 받음은
그 진실로 마땅한 일이로다.
몸을 건지시어 편안한 곳에 이르시고
중생의 소원도 채워 주셨네.
이제 세존님 발에 정례하고
몸과 목숨을 부처님께 귀의하여이다.”
왕은 부처님 앞에 앉자
스스로 의관을 정돈하고서
눈동자가 부처님께 매인 듯이
자세히 보며 마음을 움직이지 않네.
한마음으로 뜻을 지키되
꿀벌이 꽃나무에 나아감 같았네.
겸하여 더욱 겸손하고 삼가하면서
목마르게 부처님 말씀을 듣고자 하였네.
부처님께서는 여덟 가지 소리로
왕을 위해 널리 법을 설하시되
“모든 근[諸根]과 마음과 뜻[心意]의
여섯 가지 정(情)은 색(色)에서 일어나고
일어나고 사라짐이 쉴 새 없어
마치 물 가운데 거품과 같습니다.
모든 근(根)이 생기고 멸함을
왕은 응당 이렇게 깨달아 아십시오.
씨앗을 땅속에 심으면
반드시 싹이 터 나옴과 같이
싹은 씨앗이 아니요 씨앗은 싹이 아님을
왕은 마땅히 살피어 아십시오.
근본이 아니면 근본을 떠나지 못하듯
모든 정과 뜻도 이러합니다.
나고 죽음의 전도됨은
서로 인연하므로 나고 없어집니다.”
왕은 이 깊은 법을 듣고
마음이 송연하며
곧 나고 죽음의 못을 건너고
지혜의 눈이 맑아짐을 얻었네.
시종들 1만 2천 명들도
모두 함께 해탈을 얻었네.
위로 모든 하늘 8만들도
감로의 약을 얻었네.
그때 부처님 성사(聖師)께서는
죽림원(竹林園)에 노니시며 머무르셨네.
중생들을 사랑하고 어여삐 여기므로
밤낮으로 광명을 놓으셨네.
마승(馬勝)이라는 한 비구가 있었는데
위의에 따라 일찍 일어나
세존에게 아뢰어 말하였네.
“지금 성안 저자에 가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이르시되 “지금 나가다가
만약 외도(外道)를 만나거든
4제(諦)의 게송으로써
차례대로 해설해 주어라.”
그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어
공손히 받아 받들어 가지고
그 4대(大)를 위한 까닭에
왕사성으로 들어가 거닐었네.
고요히 마음을 쉬고 가므로
눈으로 보며 앞을 떠나지 않았네.
어떤 외도가 매우 총명한데
그의 이름을 수훈(受訓)이라 하였네.
위의가 묘하고 다름을 보자
공경하는 마음으로 가서 물었네.
“위의가 매우 적멸(寂滅)하여 보이니
오직 그 뜻을 일러 보여라.
이 어떤 기이한 보배산인가.
그대는 누구를 가장 위의 스승[最上師]으로 삼았는가.
그대는 이 어떤 보배 덩이기에
어느 산으로부터 나왔는가.
이 어떤 지혜의 나무이기에
깨끗하고 고운 꽃을 이고 있는가.
어느 스승의 해로부터 나왔기에
그대의 광명이 솟아났는가.
이 어떤 지혜의 맑은 못이기에
이에 연꽃이 생겨났는가.
그대의 스승은 무엇을 가르치며
누구인지 내게 일러 달라.”
“감자왕의 옛 종족으로서
석가족 정반왕의 태자가 있으니
집을 떠나 배워 부처를 이루어
널리 세상을 위하여 성사(聖師)가 되셨네.
그대는 마땅히 우리 스승을 배워라.
천상과 인간 성현의 스승이라
나는 이제 갓 배우는 풋내기
나이도 아직 어리다네.
부처님 법은 넓고 또 깊어
말씀하심이 매우 정미롭다네.”
“성사의 가르치는 말씀
이제 자세히 말씀하기를 청하노라.”
“괴로움과 괴로움이 생기는 근원을 깨달으며
또 괴로움의 멸한 경계와
괴로움을 멸하는 길을 아시나니
성사께서는 이것을 펴신다네.”
그는 이 네 글귀 게송을 듣자
곧 마음에 번거로움 멈추고
우바체(憂婆替)는 즉시
지혜의 눈이 청정함을 얻었네.
뒤이어 외도 목건련(目犍連)을 위하여
두 번 거듭 네 귀를 읊자
곧 도(道)의 자취를 보고 나서
함께 부처님 처소에 나아갔네.
그 5백의 문도들과 함께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께 공경히 절하고
소리를 내어 사문이라 일컫자
사문의 위의가 다 갖추어졌었네.
두 어진 이가 먼저 도를 깨달았고
함께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으므로
한 사람은 지혜가 가장 제일이요
또 한 사람은 신통이 제일이었네.
두 어진 이는 세존을 모시되
마치 왼쪽과 오른쪽 팔과 같이
함께 부처님을 받들었으니
임금 곁의 어진 신하와 같았네.
그때 큰 성(姓)의 아들이 있으니
이름은 약수생(藥樹生)이고
금빛의 묘영(妙英)을 버리고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었네.
저 다자야못[多子野澤]에서
부처님의 본행(本行)의 말함을 보고
“지금 비로소 부처님의
일체지(一切智)인 성자를 뵈옵네.”
손을 합장하여 머리 위에 얹고
부처님을 향해 멀리서 정례하며
“부처님께서는 나의 거룩하신 스승이요
나는 이 부처님의 제자로다.”
부처님께서는 묘한 범천(梵天)의 소리로서
자비로운 마음으로 말씀하셨네.
“잘 오라. 어질고 착한 사람아,
마침 좋은 때를 만났도다.”
부처님께서는 근본행(根本行)에 따라서
깊고 묘한 법을 말씀하셔서
그 번뇌의 모임을 헤치고
곧 아라한과를 증득하셨네.
거룩한 세 제자들과 같이
일체의 지혜를 더욱 빛내
마치 둥근 보름달이
세 샛별과 함께 있는 양 하였네.
그때 사위국(舍衛國)에서 나와
심부름을 받들어 왕사성에 이르러
재물과 보배를 잘 보시했으니
그의 이름은 수달다(須達多)라 했네.
때마침 부처님의 이름을 듣고
한없이 뛸 듯이 기뻐
온 몸의 털이 바로 일어나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였네.
밤중에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마침내 부처님을 뵈옵게 되었네.
오체로 부처님 발에 절하고
크게 기쁨을 품었네.
“너는 법을 사랑하는 까닭에
능히 잠자지 못하고서
밤에도 기쁨으로 나에게 왔으니
반드시 그 착한 과보를 얻으리라.”
보시와 지계 및 지혜로
천상에 나는 안락을 찬탄하고
음욕이란 험집과 더러움이라고
약간의 법을 널리 말씀하셨네.
마치 깨끗하고 희고 좋은 비단에
물을 들이면 그 빛이 곱듯이
장자 수달다는 즉시
열반의 고요한 못에 들어갔네.
오래도록 원을 내어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모든 중생들의 괴로움을 건지고 구하여
서원한 것이 이제 원만히 성취되었네.
생사의 괴로운 액난에서
무수한 중생들을 건지고자
바르고 평탄한 길을 인도하여
열반성에 질러가고자 하였네.
그 본래 서원과 같이
각각 뜻대로 성취하였네.
지난 옛적에 득도한 사람으로
감로의 맛을 다 마시고
모두 안온함을 얻었으며
위태롭지 않은 곳을 찾았네.
듣고 배움을 즐기는 이는
마땅히 열반성에 들어간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