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밀린다팡하[Milinda-paṅha, Sūtra on the Questions of King Miliṇḍa, 那先比丘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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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요약]
『밀린다팡하(Milinda-paṅha)란 “밀린다왕의 물음”라는 뜻이다. 기원전 2세기경 서북 인도를 지배한 그리스의 메난드로스(Menandros, Milinda, 彌蘭陀)왕과 인도 고승 나가세나(Nagasena, 那先) 와의 대론서(對論書)이다.
밀린다(Milinda, 彌蘭陀)왕은 서기전 150년경 서북 인도를 지배한 희랍의 메난드로스(Menadros)왕을 가리킨다. 철학적인 소양을 가진 이 그리스왕이 당시의 불교 고승인 나가세나(Nagasena, 那先)에게 불교의 진리에 관해 대론(對論)한 내용이 이 경전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나가세나는 불교철학 전반에 걸친 밀린다왕의 날카로운 질문에 대해 난해한 전문술어를 쓰지 않으면서 풍부한 비유를 활용하여 불교의 근본입장을 명쾌하게 대변하고 있다.
텍스트에서 다루어진 중심 주제는 크게
① 인격적 개체의 구조와 영혼의 문제, 윤회의 주체와 인과응보의 원리,
② 불교의 독자적인 지식론, 심리현상,
③ 불타론을 중심으로 해탈과 열반을 향한 실천수행론 등으로 대별할 수 있다.
실제로 불교의 중심 주제를 거의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
대론서의 특성 때문이겠지만 소위 소승불교 일반의 번쇄한 교학 대신 불교의 실천수행적 특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승불교의 흥기를 앞둔 시대적 특성을 보여주는 논서로 평가된다.
[원전 해설]
『밀린다팡하』는 원래 팔리어 성전에 포함된 것으로서 스리랑카를 위시하여 미얀마, 태국 등 남방불교에서 중시되어온 경전이다. 대체로 스리랑카보다는 미얀마 등지에서 존중되어왔다.
한역의 역자는 미상이나 대략 기원 후 4세기경에 중국에서 한역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역본은 내용상으로 팔리어 본 가운데에서도 오래된 것과 일치한다.
한역본의 경우 어휘의 출입이 다소 있으나 전체 내용상에는 별 차이가 없고, 그것은 팔리어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대체로 인도에서 문헌이 문자로 기록되기 시작한 것을 기원 전후로 본다면 대론 후 100여년이 지난 후에 경전으로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도인들의 남다른 토론문화의 시초는 기원전 8세기 이전으로 거슬러간다. 기원전 1500년경에 힌두쿠시산맥을 넘어 판잡지방을 점령한 아리안 족은 원주민들을 정복하면서 서서히 동진하여 갠지즈강 유역으로 진출한다.
그들이 갠지즈강 중심부를 장악한 것이 기원전 8세기경이고, 이 무렵에 전반적인 사회변동이 일어난다. 그것은 철제 농기구를 사용하면서 생산력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상공업의 발달, 도시의 건설, 정복 전쟁이 이어지는 등 일종의 연쇄반응이었다.
그 가운데 특기할 만한 것은 물질의 풍요와 더불어 금전만능의 풍조가 만연하고, 정복 전쟁으로 인해 왕권이 강화되면서 전사계급인 크샤트리아의 지위가 브라만 계급을 위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베다전통과 함께 브라만 계급의 권위가 약화되면서 자유사상가들이 난립하기 시작했고, 여기에는 부유한 상인들과 귀족, 그리고 크샤트리아 계급의 절대적 후원이 있었다.
왕족이나 귀족들은 자유사상가들에게 토론을 장려했으며, 사상의 자유를 무제한 보장하였다. 이러한 전통이 소위 ‘현자의 대론’의 배경이 된것이다.
기원전 2세기 후반의 그리스인 밀린다왕이 불교에 대한 이해가 없는 그리스인의 입장에서 불교의 난제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하고, 그에 대한 나가세나의 답변은 구체적이고 풍부한 예시를 통해 지극히 명쾌하여서 충분한 공감과 함께 깊은 신뢰감을 심어준다.
또한 그리스적 사유와 인도, 혹은 불교적 사유의 대비라는 점에서 동서사상의 드문 교류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밀린다팡하』는 체계적인 저술이 아니라 대화의 기록이기 때문에 경전성립의 연기를 다루는 부분과 부록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즉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경전의 몸체 부분은 여러 주제들이 구분되지 않고 뒤섞여 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다음 세가지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① 법: 연기 ② 수행 ③ 열반이 그것이다. 즉,
먼저 붓다가 깨달은 진리인 연기의 관점에서 법을 논하고,
둘째, 진리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고,
마지막으로는 진리의 구현자인 붓다를 주제로 열반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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