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18. 바라문, 슬기로운 사람에게 땅을 파 보게 하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타 죽림에 계실 때였다.
한 비구가 맑은 새벽에 강가에 가서 옷을 벗고 목욕을 한 뒤 언덕 위로 나와서 몸을 말리고 있었다.
그때 어떤 천자가 강 언덕에 광명을 비추면서 비구에게 물었다.
“비구여! 이것은 소굴(巢窟)로서 밤에는 연기가 나오고 낮에는 불이 탑니다.
어떤 바라문이 이 일을 보고서 그 소굴을 깨뜨린 뒤 땅을 파 보았는데, 그때 어떤 슬기로운 사람이 바라문에게 말했습니다.
‘칼로써 땅을 팠더니 거북 한 마리가 보입니다.’
바라문이 말했습니다.
‘그 거북을 잡아 오고 다시 땅을 파 보라.’
슬기로운 사람이 말했습니다.
‘독사 한 마리가 보입니다.’
바라문이 다시 잡아 오게 한 뒤 말했습니다.
‘땅을 또 파 보시오.’
‘살덩이 하나가 보입니다.’
바라문이 끄집어 내게 한 뒤 또 땅을 파 보라고 말했습니다.
‘칼 집[舍] 하나가 보입니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이것은 칼집이니 파서 가져 오라.’
그러고 나서 또 땅을 파 보라고 말했습니다.
‘능지망(楞祗芒)인 독벌레가 보입니다.’
바라문은 파서 가져 오게 한 뒤 말했습니다.
‘또 땅을 파 보라.’
‘두 길이 있는 것이 보입니다.’
바라문은 또 파서 가져오게 한 뒤 말했습니다.
‘다시 땅을 파 보라.’
‘돌무더기가 보입니다.’
바라문은 또 말했습니다.
‘그 돌을 꺼내고서 다시 땅을 파 보라.’
‘용 하나가 보입니다.’
바라문은 말했습니다.
‘용을 괴롭히지 말고 즉시 그 용에게 무릎을 꿇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천자가 비구에게 덧붙였다.
“나의 말을 잊지 말고 부처님께 여쭈셔야 하며, 부처님께 하시는 말씀은 지성껏 기억하셔야 합니다. 왜냐 하면, 나는 하늘이든 악마든 범천이든 그것을 잘 분별하는 이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죠.
부처님이나 성문(聲聞) 제자인 비구를 제외하고는 이런 질문에 대해 설명하질 못합니다.”
그리하여 비구는 부처님 처소에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천인에게 들은 말을 부처님에게 갖추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소굴로서 밤에는 연기가 나오고 낮에는 불이 타는 것이 무엇이며, 바라문은 무엇이고 슬기로운 사람은 무엇이옵니까?
또 칼은 무엇이고 땅을 파는 것은 무엇입니까?
거북은 무엇이고 독사는 무엇이며, 무엇을 살덩이라 말하고 무엇을 칼 집이라 했으며, 무엇을 능지망(楞祗芒)인 독 벌레라고 하였으며, 무엇이 두 길이며, 무엇이 돌 무더기이며, 무엇을 용이라고 말했습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라. 마땅히 너를 위하여 말하겠다.
소굴이라고 한 것은 이른바 몸을 말함이니, 부모의 정기(精氣)를 받아서 네 가지 요소[四大]가 화합하고 의복과 음식으로 오랫동안 기르면 몸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몸은 잠깐 모였다가는 흩어지고 무너지고 부풀어 오르고 벌레가 생겨 문드러지다가 마침내 부서져서 없어진다.
밤에 연기가 난다는 것은 갖가지 보고 지각하는 것을 말함이요,
낮에 불이 탄다는 것은 몸과 입의 업으로부터 널리 짓는 바가 있는 것이다.
바라문은 바로 여래를 말함이요,
슬기로운 이는 모든 성문을 의미함이요,
칼은 지혜를 비유함이요,
땅을 판다는 것은 정진을 비유함이요,
거북은 다섯 덮임[五蓋]을 비유함이요,
독사는 성냄과 괴롭힘과 해치는 것을 비유함이요,
살덩이는 간탐과 질투를 비유함이요,
칼 집은 5욕락을 비유함이요,
능지망인 독 벌레는 어리석음을 비유함이요,
두 길은 의심을 비유함이요,
모든 돌 무더기는 아만(我慢)을 비유함이요,
용은 아라한이 모든 번뇌를 다 없애는 걸 비유한 것이다.”
그리고 나서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소굴은 이 몸을 말함이며
지각하고 보는 것은 저 연기와 같고
조작(造作)하는 것은 불타는 것이요
바라문은 부처님을 말하며
슬기로운 이는 성문을 말하고
칼은 바로 지혜이며
땅을 파는 것은 정진을 비유함이고
다섯 덮임은 거북과 같음이요
성내는 것은 독사와 같으며
간탐과 질투는 살덩이 같고
5욕락은 칼 집과 같고
어리석음은 능지망 벌레이며
의심은 두 길과 같고
나라는 소견은 돌 무더기 같네.
너는 지금 용을 괴롭히지 말아야 하니
용이야말로 진실로 그것은 참아라한이네.
어려운 질문 잘 답변하는 이는
오직 부처이신 세존뿐이라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