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2권
18. 불설화리장자문사경(佛說和利長者問事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나난국(那難國)의 파화내수(波和柰樹) 사이를 유행하시면서 대비구 대중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이때 화리(和利) 장자가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와서 발아래 머리를 조아린 후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그대에게 물으리니, 만일 악마가 오거나 악마의 권속이나 무앙수의 여러 외도들이 와서 묻는다면 그때에 마땅히 대답해야 할 것이다. 그대는 마땅히 잘 듣고 이를 잘 생각하라.”
“그러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기꺼이 듣기를 원하옵니다.”
이에 장자는 여러 대중들과 함께 가르침을 받아 경청하였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물으셨다.
“근본이 되는 요소가 무엇인가?”
장자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근본이 되는 요소에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지종(地種)이요,
둘째는 수종(水種)이요,
셋째는 화종(火種)이요,
넷째는 풍종(風種)입니다.
이것이 네 가지 근본 요소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종이란 무엇인가?”
대답하였다.
“지종에는 다섯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것과 단단한 것과 부드럽지 않은 것과 거친 것과 환원될 수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장자여, 모든 지종은 영구히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는가?”
장자가 대답하였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제 몸으로 능히 지종이 없어지면 알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그럼 다시 묻겠다. 수종이란 무엇인가?”
장자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수종에는 다섯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그것은 액체이며, 흐르는 것이며, 부드러운 것이며, 잘게 부서지는 것이며, 형태가 없는 것입니다.
마치 비단 그물처럼, 모든 혈맥에 다 닿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장자여, 그대는 수종이 없어지면 그 장소와 때를 알 수 없다는 것을 아는가?”
장자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세존이시여, 무상으로 돌아가면 다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물으셨다.
“화종이란 무엇인가?”
대답하였다.
“따뜻한 종류로서 사람으로 하여금 열이 있게 하고 소화하는 것이 있으며 능히 타게도 하는 불꽃과 같은 종류를 말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장자여, 능히 화종이 없어진 후 다시 나타나지 않는 것을 아는가?”
장자가 대답하였다.
“무상한 것으로 다하고 나면 다시 나타나지 않는 것을 능히 압니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물으셨다.
“풍종이란 무엇인가?”
장자가 대답하였다.
“풍종에는 다섯 가지 특징이 있는데 차고 시원하며, 가볍거나 빠르게 달리고, 부는 것이 있고, 나가고 들어와서 통하게 되며, 여러 가지 울림의 소리가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그대는 풍종이 홀연히 사라진 다음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가?”
장자가 대답하였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풍종은 자연히 없어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장자여.”
세존께서 다시 물으셨다.
“어찌하여 그 요소[種]의 고요한 소리[寂聲]를 볼 수 없는가?”
장자가 대답하였다.
“그 요소의 소리는 평등하여 저울[稱]과 같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4대 요소는 어디에 있는가?”
대답하였다.
“의욕과 음식과 은애(恩愛)에 있습니다.”
다시 물으셨다.
“그 4대 요소는 무엇에 의지하는가?”
“서로가 서로를 의지합니다.”
다시 물으셨다.
“어디를 향해 나아가는가?”
대답하였다.
“색(色)으로 이루어진 모든 인식기관[入]을 향해 나아갑니다.”
[인식기관[入]: 안(眼)ㆍ이(耳)ㆍ비(鼻)ㆍ설(舌)ㆍ신(身)ㆍ의(意)의 6근(根)을 말한다.]
다시 물으셨다.
“모든 인식기관은 어디로 돌아가는가?”
장자가 대답하였다.
“죄와 번뇌로 돌아갑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물으셨다.
“어떤 인연으로 죄와 번뇌가 있게 되는가?”
장자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그 의식과 몸은 각각 서로 달리 각각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다시 물으셨다.
“수명이 다해서 몸이 부서진 다음에는 어디로 향해 가는가?”
장자가 대답하였다.
“어찌 향해 가는 곳이 있겠습니까?
몸에는 마음과 의식이 없으니 몸과 의식은 각각 별개입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물으셨다.
“장자여, 이미 있었던 의식을 이어서 향해 나아가는 곳으로 돌아가는가, 아니면 다른 의식을 또한 갖게 되는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이미 있었던 의식을 버리지 않고 향해 나아가는 곳으로 돌아갑니다.
이미 있었던 의식을 떠나지 않으며 또한 다른 의식도 없습니다.”
“장자는 법을 어떻게 보는가?”
“세존이시여, 비유하자면 안식(眼識)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며 이식(耳識)과도 달라서 서로 합해 같아지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아서 세존이시여, 생사를 벗어나서 이와 같이 보는 바에 싫증을 내지 않습니다. 이렇게 생명을 이어갑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장자여, 이제 장자는 모든 물음에 합당한 대답을 하였다. 매우 진실 되고 허망한 점이 없도다.
그런데 이것 역시 진실 되지 않은 것인가?”
장자가 대답하였다.
“실답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대성(大聖)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이 세간의 것은 다 진실 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욕심 위에 세워진 법은 다 허망합니다.
세존이시여, 이 세속의 일들은 모두 허망하게 세워져 일찍이 한 법도 있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장자여, 설령 말한 바가 있더라도 세간의 일은 모두 허망하여 모두 일찍이 있는 바가 없느니라.
그것이 곧 여러 부처님들의 말씀이니라. 왜냐 하면 세속의 일들은 다 허망하여 하나라도 진실 된 것이 없으니, 그러므로 세간은 모두 일찍이 있는 바가 없느니라.
이와 같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니, 화리 장자는 가르침을 받고 기뻐하면서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