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비분다리경 제5권
18. 탄품(歎品)
선남자야, 그 때에 나라의 대사(大師)인 해제 바라문이 보장여래와 건달바와 세간 사람들[世人] 앞에 머무르면서 이와 같은 대비심(大悲心)을 갖춘 5백의 원을 세우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제가 이와 같은 뜻을 만족히 하지 못한다면,
오는 세상의 현겁 가운데 5탁과 번뇌의 얽힘으로 산란한 나쁜 세상의 어둡지 않은 때일지라도 장님인데도 인도해 줄 사람이 없으며,
이끌어 줄 스승이 없어 곤란을 당하고 오래도록 어두운 세상에서 무간지옥의 업을 지을 것이니,
나머지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습니다.
만약 제가 이러한 불사(佛事)와 세운 원을 구족하게 성취하지 못한다면,
저는 마땅히 보리의 원을 버리고서 그 밖의 다른 세계에 선근을 회향하지 않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이 바로 제가 하고 싶은 것입니다.
저는 또한 이 선근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지 않을 것이며,
벽지불승을 구하지 않고, 성문승도 구하지 않으며,
사람이나 하늘의 왕위를 구하지 않고, 5욕락을 모두 갖추어 천상에 태어나는 즐거움을 구하지도 않으며,
또한 건달바ㆍ아수라ㆍ야차ㆍ나찰ㆍ용ㆍ가루라도 구하지 않고,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도 구하지 않으리니,
저는 이와 같은 곳으로 선근을 회향하지 않겠습니다.
세존께서 비록 보시를 하면 큰 부자가 되고, 계율을 지키면 하늘에 태어나며, 많이 들으면 큰 지혜를 얻는다고 말씀하셨지만, 수행하는 것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세존께서 또한 복덕은 선근을 자라게 하고 회향은 뜻에 따라서 한다고 모두에게 말씀하셨지만,
세존이시여, 제가 지은 보시ㆍ지계ㆍ다문(多聞)ㆍ수행 복덕이 만약 제가 이와 같이 원을 세운 뜻을 만족히 하지 못한다면
저는 이 모든 선근을 지옥 중생들에게 회향하겠습니다.
그 어떤 중생이 아비지옥에서 모든 고통을 극심하게 받는다면
이 선근으로 그곳에서 벗어나 이 불국토에 사람으로 태어나서 여래의 법을 만나 아라한을 얻고 열반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저 중생들의 업과(業果)가 다하지 않았다면,
제가 지금 죽어서 아비대지옥에 태어나 저의 한 몸을 나누어 불국토의 티끌 수처럼 많은 몸을 만들되,
하나하나 몸의 크기는 수미산왕(須彌山王)만하며 하나하나의 몸마다 이와 같은 고통을 느끼게 해서 저의 한 몸에서 느끼는 고통처럼 극심하도록 하여,
저의 하나하나의 몸이 불국토의 티끌 수와 같은 지옥의 극심한 고통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또 현재 불국토의 티끌처럼 많은 시방의 그 밖의 다른 세계에 있는 중생들이 무간지옥의 업을 짓고, 나아가 아비지옥에 들어가는 업을 지으며,
또 뒤에 티끌 수 같은 불국토를 지나서 대겁(大劫) 중에 시방 불국토의 티끌처럼 많은 그 밖의 다른 불국토와 이 불국토의 중생들이 무간지옥의 업을 지으면,
저는 마땅히 그 모든 중생들을 위한 까닭에 아비지옥에 머물면서 그들의 죄업을 대신 받고, 그 중생들을 지옥에 떨어지지 않게 하며,
영원히 고통을 떠나 부처님을 만나 뵙고 생사윤회를 건너 열반의 성(城)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마땅히 그곳에서 구원겁의 세월 동안 아비지옥에 머물면서 중생들을 생사윤회에서 벗어나게 하고,
나아가 이와 같이 시방 불국토의 티끌처럼 많은 그 밖의 다른 불국토에서 중생들이 이와 같은 업을 지어 소자지옥(燒炙地獄)에 떨어져야 할 자가 있다면,
나머지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습니다.
이와 같이 대소자(大燒炙)지옥ㆍ제곡(啼哭)지옥ㆍ대제곡(大啼哭)지옥ㆍ도검(刀劍)지옥ㆍ흑승(黑繩)지옥ㆍ환활(還活)지옥 등의 갖가지 지옥과 축생들 가운데서도 이와 같이 말하고,
아귀들 가운데에서도 이와 같이 말하며,
야차와 빈궁한 자들에게도 이렇게 말하고,
이와 같이 구반다ㆍ비사차ㆍ아수라ㆍ가루라에게도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불국토의 티끌처럼 많은 시방의 그 밖의 다른 세계에서 중생들이 이와 같은 업을 지어서 마땅히 사람으로 태어나더라도 귀머거리ㆍ장님ㆍ벙어리ㆍ꼽추 등 온갖 병에 걸리거나 손발이 불구자이며, 마음이 산란하고 더러운 것을 먹으며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나머지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습니다.
저는 마땅히 다시 아비대지옥에 태어나서 알맞은 때에 따라 고통을 벗어나게 해 주고,
중생들이 생사윤회하는 가운데 5음(陰)ㆍ18계(界)ㆍ6입(入)을 받으면
저는 마땅히 그 때에 구원겁의 세월 동안 이와 같이 갖가지 지옥ㆍ축생ㆍ아귀ㆍ야차ㆍ아수라ㆍ나찰, 나아가 사람의 고통 등 모든 고통을 제가 받을 것이니,
그 내용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습니다.
제가 만약 이와 같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뜻을 만족히 하지 못하는 경우와,
설령 다시 제가 이와 같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뜻을 만족히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으니,
시방의 한량없는 아승기의 세계에서 현재 계시면서 설법하시는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저의 이 일을 증명하실 것입니다.
오직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십시오.
저 현겁(賢劫)에서 수명이 120세인 세상 사람들 가운데 저는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 나아가 불세존이 되어 이와 같이 불사(佛事)를 성취하고, 제가 세웠던 서원대로 하겠습니다.’
그때 모든 대중들인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와 모든 세상 사람들은 허공에 있거나 땅에 머물면서,
오직 여래만을 제외하고 그들 모두가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가 없었으며,
모두가 오체투지로 바라문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함께 소리내어 찬탄하며 말하였다.
‘훌륭하시고 훌륭하십니다.
대비심으로 심묘(深妙)한 법을 얻으시고, 중생들을 생각하시어 깊은 대비심을 내시며, 깊은 대원(大願)을 세우셨습니다.
인자(仁者)께서는 원을 세우시어 지극한 마음과 대비심으로 모든 중생들을 감싸주시고, 또 무간지옥의 업을 짓고 불선근(不善根)을 쌓은 자들을 거두어 제도하셨습니다.
이 원력 때문에 인자께서 맨 처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발심하신 줄을 알았으며,
중생들의 좋은 약이 되어 편안히 건너 돌아가도록 하셨고,
중생들을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서 일부러 원(願)을 세우셨습니다.
인자께서는 이와 같은 뜻을 반드시 만족히 하실 것이며,
여래께서는 바로 인자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실 것입니다.’
그때 무량정왕(無量淨王)이 눈물을 비오듯이 흘리며 슬피 울면서 오체투지하여 바라문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합장한 채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기이하며 매우 미묘한 이여,
욕락에 탐착하지 않으신 이여,
중생들을 가엾고 슬프게 여기시어
저희들에게 보배광명 나타내셨네.
그때 관세음보살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자신은 돌보지 않고 중생을 돌보시니
6근을 따라 정식(情識)을 조복시켰도다.
어진 이시여, 모든 근(根)에 자재하니
마땅히 지혜의 창고를 모두 다 간직하리.
그때 대세지보살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이 수억 중생들이
선(善)을 위해 모여서
어진 이의 자비심을 듣고 눈물을 비오듯 흘리니
기이하고 매우 어려운 일이로다.
그때 문수사리보살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맹세코 정진을 견고히 하여
미묘한 지혜 매우 명료(明了)하니
어진 이시여, 바르는 향과
꽃다발로 공양 받으리로다.
그때 허공인보살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어진 이시여, 이와 같이 보시함은
중생들을 크게 가엾어함이로다.
번뇌의 바다를 길이 건네 주시니
서른두 가지 장부상을 갖추리라.
그때 단금강혜조명(斷金剛慧照明)보살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허공이 끝없는 것처럼
어진 이의 애민심 이와 같아
중생들을 건네 주는 나루터가 되어
이제 보리행을 나타내었네.
허공조명(虛空照明)보살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다시 중생들을 가엾어하는 이 없건만
오직 모든 여래만은 제외라네.
어진 이시여, 공덕을 갖추셨으니
미묘한 지혜의 마음 매우 밝으리.
사자향(師子香)보살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내세의 미묘한 국토
어지러운 번뇌의 현겁 가운데서
큰 칭탄과 기림을 얻고
중생들의 고통 벗겨 주시네.
보현(普賢)보살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생사의 험로에서 무진 애쓰고
삿되고 텅 빈 들판에 살며
살코기 먹고 피 마시는 자를
애타는 마음으로 건져 주시네.
아촉(阿閦)보살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무명의 어둠 속에 떨어지고
번뇌의 연못 속에 빠져서
무간지옥의 업 짓는 자를
애타는 마음으로 건져 주시네.
향수(香手)보살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어지신 분 미래의 두려운 일 보되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정법을 비방하는 자를
애타는 마음으로 건져 주시네.
보적(寶積)보살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지혜와 계율 둘 다 갖추시고
가엾이 여김을 영락(瓔珞)으로 삼아,
현성(賢聖)을 비방하는 자를
애타는 마음으로 건져 주시네.
무공외(無恐畏)보살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어지신 분이 내세의 삼계(三界)에서
삿된 도(道)에 따라 정법을 잃고
고통받는 무수한 중생들을 보시고
애타는 마음으로 건져 주시네.
화수(花手)보살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가엾어함ㆍ지혜ㆍ정진은
이 무리에서 최고이시니,
생로병사의 고통에 핍박받는 이를
애타는 마음으로 건져 주시네.
지칭(智稱)보살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온갖 병에 핍박받고
풍병에 고통 받는 이
지혜의 물로 치료하시고
뭇 마군을 항복시키시네.
지인(持印)보살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우리들의 정진력이 견고하지 못해도
혼탁한 번뇌에서 해탈토록 하시니
큰 덕을 갖추신 청정한 스승이시여,
모든 번뇌의 힘을 항복시키시네.
화월(花月)보살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정진하는 힘은 견고하며
덕(德)은 자애로우니
명칭이 삼계에 두루 하여
생사윤회의 속박을 끊으리.
무구왕(無垢王)보살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어지신 분 대비(大悲)를 말씀하시고
보살행을 나타내 보이어 실천하시니
저희들은 중생을 가엾게 여기시고
허물이 없으신 분에게 절합니다.
지대력(持大力)보살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번뇌로 병든 악한 세상에서
어지신 분 보리행을 닦으시어
모든 번뇌의 뿌리를 끊을 것이니
어지신 분의 서원 매우 견고하네.
월만(月鬘)보살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지혜의 창고는 칭찬과 비방에 평등하고
세우신 서원은 청정하여 때가 없어라.
어지신 분 보리행을 닦아 실천하시니
중생들을 치료하는 훌륭한 약이라네.
현력(現力)보살마하살이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울면서 오체투지하여 바라문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합장한 채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미묘하도다, 지혜 밝으신 보살이시여!
모든 번뇌의 병과 더러움 없애고
온갖 덕행을 바다처럼 쌓으시어
중생들의 고통을 벗겨 주셨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