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영락경 제4권
9. 음향품[2]
[신통과 열반법ㆍ유위법]
그때에 해석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어, 여래께서는 큰 사랑으로 설하신 한량없는 변재로 중생의 견고함을 하나하나 분별하여서 6신통의 불가사의함을 말씀하시오니, 이것은 나한이나 벽지불이 능히 알지 못하는 것이옵나이다.
세존의 말씀대로 6신통은 법행(法行)에 집착이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오히려 의심을 품고 있나이다.
세존의 말씀대로 항상함이 있는 신통은 열반법을 말씀하고, 항상함이 없는 신통은 유위법(有爲法)을 말씀하나이다.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으로 하여금 유위의 신통을 얻게 하오면, 문득 신의(身意)가 곧 멸도(滅度)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느니라.”
해석보살이 여쭈었다.
“일체의 모든 법은 생겨남도 없고 멸함도 없나이다.
오늘 여래의 신식(身識)이 곧 멸도하시면, 어떻게 다시 언교(言敎)가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항상함이 있는 열반을 말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또한 항상함이 없는 신통을 말한 것도 아니다.
다만 나는 신통으로 ‘있음’을 알고 ‘없음’을 아는 까닭에 설하였을 뿐이니라.”
그때에 부처님께서 다시 족성자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항상함이 있는 신통을 얻으면 문득 이름하여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라 할 것이요,
항상함이 없는 신통을 얻으면 이 사람은 성현의 자리에 있거나 범부의 자리에 있음이니,
이것을 두 가지 일이 각각 차별이 있다고 말하느니라.”
[천안과 빛깔]
이때 해석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이미 안식(眼識)의 신통을 얻으시어, 오는 세상ㆍ지나간 세상ㆍ지금 세상의 3세(世) 중생을 다 능히 요달해 볼 수 있으므로 이름하여 신통이라고 말하며,
이식(耳識)의 신통을 얻으시어, 귀로 오는 세상ㆍ지나간 세상ㆍ지금 세상의 무수한 세상의 소리를 듣는다고 하옵나이다.
만일 눈으로 본다면 과거의 색(色)입니까?
과거가 이미 멸하였다면 미래의 색이옵나이까?
아직 형상의 조짐도 있지 않은데 눈이 지금 현재의 법계를 인식한다면 저는 의심하지 않나이다.
오직 원하오니, 부처님이시여. 들은 것 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길이 깨달음을 얻게 하여 주십시오.”
그때에 부처님께서 해석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똑똑히 듣고 자세히 들어서, 잘 생각하고 생각하여라. 내가 그대를 위하여 그 뜻을 마땅히 분별해 주리라.
어떠한가, 족성자야.
어떤 중생이 천안(天眼)을 이미 얻었다면, 온갖 형상 있는 색상(色相)을 두루 보고서 모두 능히 분별하여 의혹이 없으리라.
과거의 색을 생각하면 홀연히 앞에 있어서 모두 다 요달하여 걸림이 없으며,
이식(耳識)의 신통도 또한 마찬가지라서 염(念)하면 또한 앞에 있어서 귀의 장애가 없어 모조리 다 요달하느니라.”
[천안ㆍ천이와 과거ㆍ미래ㆍ현재]
해석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지금 들은 것에 대해서는 의심이 갑절이나 더 납니다.
어떻게 안통(眼通)과 이통(耳通)은 과거의 일을 보고 과거의 소리를 듣나이까?
가령 저의 현재 자기 식(識)의 숙명(宿命)이라면 문득 숙명의 일을 능히 스스로 알 것이오며,
저의 이식이 현재라면 현재의 일을 알 터인데, 어찌 과거나 미래를 알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해석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혹은 안통(眼通)의 안정식(眼定識)이 있기도 하고, 혹은 안통의 안정식 아님이 있으며,
혹은 이통(耳通)의 이정식(耳定識)이 있고, 혹은 이통의 이정식 아님이 있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안식정의 신통과 이식정의 신통을 얻으면,
문득 능히 이것을 처음 형상을 받으면서부터 지금의 후신(後身)에 이르기까지 보면서 크든 작든 그 중간에서 분별하여 정의(定意)의 신통을 잃지 않느니라.
보살마하살도 또한 마찬가지라서 이 정의(定意)에 들어간 이는
한 부처님의 경계를 보고, 다시 이 세계를 부수어서 무수한 찰토를 관하는데,
그 가운데서 5음(陰)을 성취함과 5음을 성취하지 않음을 변하여 나타내는데,
혹은 불의 5음을 나타내며, 혹은 지(地)의 5음을 나타내며, 혹은 물의 5음을 나타내며,
혹은 4천하의 5음을 나타내며, 혹은 보배산의 5음을 나타내며, 혹은 수미산의 5음을 나타내며, 혹은 철위산의 5음을 나타내며, 혹은 큰 철위산 5음을 나타내며,
혹은 인간 세상의 성곽과 촌락의 5음과 유희하고 목욕하며 사는 거처의 5음을 나타내며,
혹은 여러 하늘이 사는 궁전의 5음을 나타내며, 혹은 용궁의 5음을 나타내며, 혹은 8부 귀신의 5음을 나타내며,
혹은 욕계 중생의 형상을 나타내며, 혹은 색계와 색계를 짓는 중생의 형상을 나타내며, 혹은 무색계와 무색을 짓는 형상을 나타내며,
혹은 작은 세계와 작은 세계를 짓는 형상을 나타내며, 혹은 1천세계, 2천세계 내지 3천세계를 나타내며,
혹은 중생이 과보를 받는 것과 과보를 받지 않음을 나타냄으로써,
한 때ㆍ하루ㆍ한 달ㆍ한 해, 이루어지는 겁과 무너지는 겁, 청정함과 혼탁함, 좋음과 추함, 좋은 갈래와 나쁜 갈래, 온갖 부처님의 세상 출현과 보살의 추종 등을 다 능히 분별함이니,
이것을 정안식의 신통, 정이식의 신통이라고 말하느니라.
여래의 신식(神識)을 얻으면 그 감동이 시방의 부처님 국토에 이르러서 모든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면서 공양하고,
다시 여러 보살을 보고 의복ㆍ음식ㆍ침대ㆍ이부자리ㆍ병 치료에 쓰이는 의약을 가져다 공양하며,
다시 부처님 국토의 청정한 것과 청정치 못함을 보며,
다시 중생으로서 범행을 닦는 이와 범행을 닦지 않는 이를 보며,
5도(道:趣)의 중생이 행을 받음이 똑같지 않고 닦는 바가 각각 다름을 보니,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정안식의 신통을 얻고 정이식의 신통을 얻으면 오는 세상ㆍ지나간 세상ㆍ지금 세상의 현재 일을 모두 보아서 잃는 것이 없다고 말하느니라.
다시 다음에 보살마하살이 안식의 신통을 얻으면, 권도(權道)로 나타낸 무수한 중생 경계의 불가사의함이 문득 가지가지의 진기한 보배를 능히 변화시킨다.
어떤 중생들이 가서 진기한 보배를 취하려고 하면 모조리 보시하여 다 만족함을 얻게 하며,
혹은 다시 모든 부처님 나라의 본행(本行)이 청정함을 나타내 보이고서 다 마치고 나면 다시 새로움을 만들지 않음이니,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정식안(定識眼)의 신통을 얻고 정식이(定識耳)의 신통을 얻으면 온갖 뭇 행을 모두 능히 갖춘다고 말하느니라.”
[천안ㆍ천이의 신통과 공양]
그때에 해석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정안식의 신통을 얻고 정이식의 신통을 얻으면,
이들 선남자나 선여인은 어떠한 경지[地]에 있게 되며 몇 때나 부처님께 공양하게 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선남자나 선여인은 정안식의 신통과 정이식의 신통을 받들어 지니고 닦아 익혀서, 지나간 세상에 항하 모래알같이 많은 여러 부처님께 이미 공양하였으며,
총지(摠持)의 불퇴전행을 이미 얻어서 온갖 근(根)이 벌써 갖추어지고 상호를 성취하였으며, 부모가 단정하여 종성을 성취하였느니라.
다시 어떤 보살은 비록 여러 부처님에게 공양하게 되어서 한 부처님 나라에서부터 한 부처님 나라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처님을 받들어 모시면서 예경하지만, 그러나 안식의 신통과 이식의 신통은 얻지 못하느니라.
혹 어떤 보살마하살은 비록 안통은 얻었으나 뭇 행의 근본을 능히 갖추지 못하여서 신족의 힘으로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에 노닐며 여러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느니라.
혹 어떤 보살마하살은 비록 안통과 이통은 얻었으나 정식(定識)을 얻지 못하여, 중생의 생각하는 것을 능히 모조리 알지 못하고 부처님 나라를 청정히 하고 중생을 능히 교화하지 못하느니라.
혹 어떤 보살마하살은 6신통이 청정하고 밝아서 안팎이 걸림이 없으나 네 가지 법문의 행을 능히 갖추지 못하였느니라.
혹은 어떤 보살은 한 불찰(佛刹)에 있으면서 두루 교화하면서도 물들어 집착한 바가 없으나 중생의 근원을 아직 능히 갖추지 못하였느니라.
혹은 어떤 보살은 그의 국토를 스스로 청정하게 해서 음행ㆍ성냄ㆍ어리석음 없는 중생이 그 나라에 태어나나니, 비록 그 나라에 태어났지만 고(苦)의 뿌리는 끊지 못하느니라.
혹은 어떤 보살은 이런 커다란 서원을 발하길
‘만일 내가 멸한 뒤에 나의 나라에 태어나는 이는 나의 나라 사람으로 하여금 3승이란 이름이 없게 하리라’라고 하나,
이 보살들은 정안식의 신통과 정이식의 신통임은 얻지 못하느니라.
다시 어떤 보살은 이런 커다란 서원의 마음을 발하길
‘나의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겠다는 나의 본래 서원은 내 나라 사람으로 하여금 다 동일한 행을 하게하고, 국토를 청정하게 하여 동일한 형상을 하게 하려 함이다’라고 하니,
그의 소원대로라는 것은 이미 의심되지 않지만,
이와 같은 보살도 아직 정안식의 신통과 정이식의 신통은 얻지 못하였느니라.
다시 어떤 보살은 이런 큰 서원의 마음을 발하길
‘내가 나중에 성불할 때에는 온갖 중생 중에서 내 나라에 있는 이는 한 날에 도를 이루어서 모두 멸도(滅度)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하나,
이와 같은 보살마하살도 아직은 정안식의 신통과 정이식의 신통을 얻지 못하였느니라.
다시 어떤 보살은 이런 큰 서원의 마음을 발하길
‘만일 내가 나중에 부처를 이룰 때에는 내 국토의 온갖 중생으로 하여금 똑같은 날에 부처를 이루게 하리라’라고 하니,
이와 같은 보살은 정안식의 신통과 정이식의 신통을 문득 얻느니라.”
[서원과 신통]
그때에 해석보살이 부처님에게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자못 어떤 보살마하살이
‘만일 내가 성불했을 때에 온갖 중생도 모두 똑같은 때에 성불함을 얻을 수 있게 되기를……’ 하고 큰 서원의 마음을 발하면 안 되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나간 세상 무수한 아승기겁에 부처님이 계시었으니, 그 명호는 주무주(住無住) 여래ㆍ지진ㆍ등정각ㆍ명행성위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도법어ㆍ천인사이고 불세존이라 칭하였다. 나라 이름은 법묘(法妙)인데, 사람의 목숨은 3만 세였다.
그때에 주무주 여래의 목숨은 10만 세였는데, 큰 서원의 마음을 발해서 자기 국토의 중생이 같은 날 같은 시(時)에 다 불도를 이루고 바로 그 날에 다 멸도를 취하게 하였느니라.”
해석보살이 다시 부처님에게 여쭈었다.
“자못 어떤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 큰 서원의 마음을 발하여
‘만일 내가 나중에 부처를 지을 때에 나의 시방세계 허공신식(虛空神識)으로 하여금 모두 불도를 얻게 하기를 바랍니다’라고 하는 일은 안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안 되느니라. 왜냐하면 중생의 경계는 불가사의하고 허공의 변제(邊際)는 끝과 바닥이 없으며,
지난 세상의 멸진(滅盡)도 측량할 수 없고, 장래에 오는 세상에 태어나는 것도 또한 한정이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족성자에게 말씀하셨다.
“이 현겁(賢劫) 전 과거의 무수(無數) 아승기겁이란 이 수효를 지나고 나서 다시 무수 아승기겁을 지나서 부처님이 계셨으니, 그 이름은 평등 여래ㆍ지진ㆍ등정각ㆍ명행성위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도법어ㆍ천인사이고 불세존이라 칭하였다.
세상에 출현하실 때 사람의 목숨은 1천 세요, 국토는 청정하였다. 하루 안에 시방의 무수한 온 허공계의 형상 있는 무리를 나타내서 다 동일한 날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모두 이루어 가지고 똑같은 날에 모두 열반에 들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