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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경요집 제4권
5. 패찬부(唄讃部)
[여기에 네 가지 연이 있음〕
5.1. 술의연(述意緣)
대개 표창[褒]을 기술하는 뜻은 노래를 읊는 글에 붙여지고, 노래를 읊는 글은 소리에 의지한다. 그러므로 노래를 읊는 것이 교묘하면 표창을 기술하는 뜻이 펼쳐지고 소리가 절묘하면 노래를 읊는 글이 화창[暢]하나니 말과 글이 소리를 기다리는 것은 서로 돕는 이치 때문이다.
서방(西方)의 범패(梵唄)를 살펴 보면 동국(東國)에 있는 찬(讃)과 같다. 찬이란 글을 따라 문장을 읽는 것이요, 패라는 것은 짧은 게(偈)로써 송(頌)을 펴는 것이다. 그 일과 뜻을 비교하면 이름은 다르지만 실상은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경전에서 말하였다.
“미묘한 음성으로써 부처님의 덕을 노래하여 찬탄한다.”
이렇게 말한 것이 바로 그 뜻이다.
옛날에 석존(釋尊)께서 선정에 드시자 거문고 소리와 노래 소리가 석실(石室)을 진동하였고, 바제(婆提)가 패(唄)를 드날리자 맑은 메아리가 정거(淨居:하늘)에 사무쳤으니, 세상을 깨달으신 지극한 음성을 진실로 다 칭송할 수 없다.
말법 시대에 이르러서는 이것을 닦고 익힘에 지극히 밝은 징험이 드러났다.
그런 까닭에 진사(陳思:陳思王 曺植)의 정밀한 생각은 어산(魚山)의 범창(梵唱)을 감득했고 백교(帛橋:人名)의 서원(誓願)은 대사(大士)의 미묘한 음성을 통달하였으며, 약련(藥練)의 부지런한 행동은 유기(幽祇)에서 법운(法韻)을 받았고 문선(文宣)의 힘쓰는 정성은 재실(齋室)에서 몽향(夢響)을 발하였다.
이것은 다 천궁(天宮)의 기운을 모사(模寫)하고 정찰(淨刹)의 소리를 본뜬 것으로서 사계(詞契)를 누르고 높이며 절문(節文)을 토해내고 받아들인 것이니, 이 또한 신응(神應)의 드러난 징조요 학자(學者)의 명백한 모범인 것이다.
저 경전의 음성을 본보기 [懿]로 삼으니 그 절묘함은 자연에서 나오고, 만들어 사용함에 닦고 연마하니 그 메아리는 익혀서 되는 것이 아니다.
대개 도의 소리를 찬란하게 발하여 세속의 소리[聽]로 바꾼 까닭은 마땅히 그것으로 하여금 맑으면서도 약하지 않고 웅장하면서도 사납지 않으며, 흐르면서도 넘치지 않고 엉기면서도 막히지 않아, 그 취지가 기취(祇鷲)의 풍도를 발휘하고 그 운치가 소한(霄漢)의 기운을 맺어 멀리서 들으면 왕양(汪洋)하여 높고 맑으며 가까이 붙으면 종용(從容)하여 화목하고 엄숙하게 하기 위해서이니, 이것이 그 큰 취지이다.
경전은 깊고도 고원하여 우레 소리라고 한 말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또한 칭찬하고 찬탄하며 계속해서 재(齋)들 올린다면 대중들이 많이 모여 영원할 것이다. 밤이 너무 깊고 오래되어 향불이 사라지고 춧불이 꺼지면, 졸음의 덮개 [睡蓋]가 저 육정(六情)을 덮을 것이요, 게으름의 번뇌 [嬾結]는 그 사체(四體)를 얽어맬 것이다.
이에 묘한 메아리를 선택하여 법좌에 오트고 훌륭한 소리를 가려내어 경전을 열면 궁(宮)과 상(商)의 노랫소리는 옥과 금을 진동시켜 도리어 사비(四飛)를 꺽고 칠중(七衆)을 슬프게도 하고 기쁘게도 할 것이다.
그것은 가릉빈가(迦陵頻伽)의 소리와 같고 신란(神鸞)의 메아리와 같아서 능히 잠의 혼을 다시 깨우고 게으름의 정(情)을 도로 엄숙하게 함으로써 방 안에 가득한 사람들의 귀를 놀라게 하고 참석해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할 것이니, 그러한 때에 당면하면 비로소 경성(經聲)의 귀함을 알게 될 것이다.
5.2. 인증연(引證緣)
『장아함경(長阿含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음성에 다섯 가지 맑고 깨끗함이 있어야 비로소 범성(梵聲)이라고 말한다.
어떤 것을 그 다섯 가지라고 하는가?
첫째는 그 음성이 정직한 것이요,
둘째는 그 음성이 화목하고 맑은 것이며,
셋째는 그 음성이 깨끗하게 통하는 것이요,
넷째는 그 음성이 깊고 가득한 것이며,
다섯째는 그 음성이 두루하고 멀리까지 들리는 것이니,
이 다섯 가지를 갖추어야 비로소 범음(梵音)이라고 말한다.”
또 『범마유경(梵摩喩經)』에서 말하였다.
“여래께서 설법하시는 음성에는 여덟 가지가 있다.
첫째는 가장 좋은 음성이요,
둘째는 쉽게 깨달을 수 있는 음성이며,
셋째는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음성이요,
넷째는 온화하고 고른 음성이며,
다섯째는 존귀하고 슬기로운 음성이요,
여섯째는 잘못 말하지 않는 음성이며,
일곱째는 심오하고 절묘한 음성이요,
여덟째는 여자의 음성과 같지 않은 것이니,
그 말에 새 어나가거나 빠짐이 없어서 그 단점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또 『십송률(十誦律)』에서 말하였다.
“모든 하늘이 범패 소리를 듣고 마음으로 기뻐하기 때문에 개패성(開唄聲)이라고 한다.”
또 『비니모경(毘尼母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에게 범패를 허락한다. 범패라는 것은 언설의 말씀이니라.’
‘아무리 그 언설을 들어도 무슨 법을 설명하시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ㆍ’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다라(修多羅)에서부터 나아가 우바제사(優婆提舍)에 이르기까지 마음대로 설명한 십이부(十二部) 경전에 대하여 또한 의심하는 사람이 있어서 만약 차례 차례 그 글을 설명하자면, 글이 너무도 많아져서 싫증을 내게 될까 염려스럽다.
만약 좋은 말만 간략하게 추려 모아서 그 이치를 바로 나타내 보이면 어떨지 모르겠다.’
이러한 인연으로써 세존께 갖추어 아뢰자, 부처님께서 곧 허락하셨다
그러자 여러 비구들은 경전 중에서 중요한 말씀과 절묘한 글을 인용하여 그 뜻을 바르게 나타내었다.
그 때 어떤 마구가 부처님과 거리가 그러 멀지 않은 곳에서 높은 소리로 노래를 지어 경전을 외웠다.
부처님께서 그 소리를 들으시며 허락하지 않으시고 말씀하셨다.
‘이 음성으로 경전을 외우는데에는 다섯 가지 허물이 있나니, 그것은 마치 외도를이 노래의 음성으로 법을 설하는 것과 같다.
첫째는 스스로 지닌 것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이요,
둘째는 청중들에게 맞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모든 하늘들이 기뻐하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말이 바르지 않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며,
다섯째는 말이 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뜻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니,
이것을 다섯 가지 허물이라고 말하느니라.”
또 『현우경(賢愚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바사닉왕(波斯匿王)이 군사들과 함께 기원정사(祇洹精舍) 곁을 지나가다가 한 비구의 청아하면서도 좋은 범패 소리를 들었고 군대들도 서서 들었는데 전혀 싫증이 나지 않았다. 코끼리와 말들까지도 귀를 종끗 세우고 머물러 선 채 가기를 거부했다.
왕은 군사들과 함께 곧바로 절에 들어가 보았다. 그리고 범패를 하는 비구를 보았더니 그 형모(形貌)가 말할 수 없이 누추하고 키는 난쟁이와 같아서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왕이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지금 이 비구는 과거에 무슨 업을 지였기에 이런 과보(果報)를 받습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지나간 과거 세상에 어떤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는데 그 명호는 가섭(迦葉)이었습니다. 그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기리비왕(機里毘王)이 그 사리를 거두어 가지고 탑을 세우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네 용왕(龍王)이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그 왕에게로 와서 탑 세우는 일에 대하여 물었습니다.
〈보배로 만드시려고 합니까? 아니면 흙으로 만드시려고 합니까?〉
왕은 곧 대답하였습니다.
〈큰 탑을 만들어볼까 하는데 보물이 많지 않다. 그래서 지금 흙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그 탑은 사방이 오리(五里)요 높이는 이십오 리이다.〉
용이 왕에게 말하였습니다.
〈내가 바로 용왕인데 일부러 와서 물어본 것입니다. 만약 보물을 사용하시려면 제가 반드시 도와드리겠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습니다.
용왕이 다시 왕에게 말하였다.
〈네 성문 밖에 네 개의 샘물이 있습니다.
동쪽 문에 있는 샘물을 떠다가 해자[塹]를 만드는데 쓰면 그것이 유리(琉璃)로 변할 것이요,
남쪽 문에 있는 샘물을 떠다가 해자를 만드는데 쓰면 그것은 황금으로 변할 것이며,
서쪽 문에 있는 샘물을 떠다가 해자를 만드는데 쓰면 그것은 백은(白銀)으로 변할 것이요,
북쪽 문에 있는 샘물을 떠다가 해자를 만드는데 쓰면 백옥(白玉)으로 변할 것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기쁨이 배나 더하여 곧바로 네 명의 감독관을 세워 각각 한 가지 일씩 맡게 하였습니다.
그 중 세 감독관은 곧 일을 시작하여 거의 이루게 되었으나 한 감옥관은 게으름을 피워 유독 일을 성취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자 왕이 그곳에 가서 보고 그 사람을 이치로 꾸짖었고, 그 사람은 원망을 품고서 왕에게 아뢰었습니다.
〈이렇게 큰 탑을 언제 다 만들겠습니까?〉
왕이 공인들에게 칙명을 내려 밤낮으로 부지런히 짓기 시작하여 한꺼번에 다 마쳤다. 탑은 매우 높았고 온갖 보배로 장엄되어 있어 아주 특이하고 장관이었다.
그 감독관은 이 탑을 보고 나서 환희용약(歡喜踊躍)하며 지난 잘못을 참회하고 한 개의 금방울을 가져다가 탑 꼭대기에 달고는 소원하는 말을 하였다.
‘나로 하여금 태어나는 곳마다 음성이 매우 아름다워서 일제 중생들로 하여금 듣기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게 하소서.
또 장래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실텐데 그 명호는 석가모니라고 하실 것입니다. 그 때엔 저로 하여금 만나 뵙게 하고 생사를 벗어나게 하소서.’
옛날에 탑이 큰 것을 혐오했기 때문에 태어나면 얼굴이 항상 못나고 더러웠고, 금방울을 가져다가 탑 꼭대기에 달고 부처님 만나 뵙기를 소원하였기 때문에 그 뒤로 오백 생 동안 음성(音聲)이 매우 아름다웠으며, 지금은 또한 부처님을 만나 출가하여 도를 닦아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습니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일제 중생들은 다른 사람이 복을 짓는 것을 보거든 마땅히 혈뜯고 비방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중에 나쁜 과보를 얻으면 후회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5.3. 탄덕연(歎德緣)
『보살본행경(菩薩本行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생각해보니 옛날 한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나오셨으니, 그 명호는 불사(佛沙) 다타아가도(多陀阿伽度)ㆍ아하라(阿羅呵)ㆍ삼약삼불타(三藐三佛陀)였느니라. 그때 그 부처님께서는 잡보굴(雜寶窟) 안에 계셨다.
나는 그 부처님을 뵙고 다음에 기쁨이 생겨 열 손가락을 합하여 합장하고 한 발을 든 채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이 게송을 가지고 그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그 게송은 이러했다.
천상 전하의 부처님 같은 이 없고
시방 세계에도 견줄 이 없네.
세간의 모든 것을 나는 다 보았지만
일체의 어느 것도 부처님 같은 이 없네.
아난아, 내가 이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고 나서 이와 같은 서원을 내자, 그 부처님께서 자기를 모시고 있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이 사람은 아흔네 겁(劫)이 지나간 뒤에 틀림없이 부처가 될 터이니, 그 명호를 석가모니라고 하리라.〉
나는 그 때 이런 기별을 받은 뒤로는 정진(精進)을 버리지 않고 공덕을 증장시켜 한량없이 많은 세상에서 범천(梵天)ㆍ제석천 (帝釋天)ㆍ전륜성왕(輔輪聖王)이 되었었다.
이 선업(善業)의 인연의 힘 때문에 나는 네 가지 변재 (辯才)를 얻어 다 원만하게 갖추었으므로 나와 논쟁을 벌여 나를 굴복사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나는 또 아뇩보리(阿耨菩提)를 증득하였고, 나아가 마침내는 위없는 법륜(法輪) 을굴렸느니라.’
또 「열반경』에서 말하였다.
“그 때 가섭보살이 부처님의 앞에서 다음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이 세간을 불쌍하게 여기시는 큰 의왕(醫王)께서는
몸과 지혜가 모두 적정(寂靜)하시며
나[我]라는 것이 없는 법 가운데 참 나가 있나니
그러므로 나는 위없는 어르신께 경례합니다.
발심(發心)과 필경(畢竟), 이 두 가지는 다르지 않건만
이와 같은 두 마음 중 먼저 마음이 어렵다네.
스스로는 구제되지 못했지만 남을 먼저 제도하나니
그러므로 나는 처음으로 마음 내신 분께 예배합니다.”
또 『발보리심론(發菩提心論)』의 논주(論主)가 설한 부처님을 찬탄한 게송에서 말하였다.
가이[邊] 없으신 부처님께 예배합니다.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부처님과
허공과 동등하신 부동지 (不動智)이시며
세상을 구원하시는 대비존(大悲尊)께 경례합니다.
우리 스승이신 천중천(天中天)의 양행게(兩行偈)[『보요경(普曜經)』에 나옴]와 어떻게 오래 살 수 있는가의 양행게[『열반경(涅槃經)』에 나옴]와 여래의 묘한 색신의 양행게 [승만경 『(勝鬘經)』에 나옴]와 세간에 사는 것이 허공과 같다는 양행게[『초월명경(超月明經)』에 나옴]는 이러하다.
큰 사랑으로 모든 중생을 가없이 여기시되
번뇌에 덮이고 눈이 어두운 사람들 위해
보지 못하는 장님의 눈을 뜨게 하여 보게 하시고
듣지 못하는 이를 교화하여 도로써 밝게 하시네.
세상에 사는 것이 허공과 같고
마치 저 연꽃이 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청정하여 저것들을 벗어났으니
머리를 조아려 위없는 어르선께 예배합니다.
[自述] 당시 한지(漢地)의 유행(流行)은 깎고 줄이기[刪補]를 좋아했다. 그런 까닭에 대중들 속에 있으면서 범패(梵唄)를 지을 때 반게(半偈)를 많이 지었다.
그러므로 『비니모론(毘尼母論)』에서 말하였다.
“반패(半唄)를 짓지 마라. 그것은 돌길라좌(突吉羅罪)를 짓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범패의 사음(詞音)은 서방의 어떤 것에 의한 것인지 어떤 전고(典誥)에서 나온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답] 다만 성인이 범패 짓는 것을 허락했을 뿐이니, 경전의 찬게(讃偈)에 의해 그것을 취해 쓰는 것은 해롭지 않다.
그러나 관내(關內)와 관외(關外)의 오(吳)나라와 촉(蜀)나라의 패사(唄詞)는 각기 그 좋아함을 따르므로 패찬(唄讃)에 여러 가지가 있다.
다만 한범(漢梵)이 이미 다르므로 음운(音韻)을 호용(互用)할 수 없다.
송조(宋朝)에 이르러서는 강승회(康僧會)법사가 있었는데 그는 강거국(康居國)사람이었다. 학문이 넓고 말재주가 있어서 경전을 많이 번역해 내었으며, 또한 범음(梵音)도 잘해 니원패(泥洹唄)를 전하였는데, 소리가 슬프고 고상하여 그 아름다움이 세상에서 뛰어났으므로 음성의 학문을 연마하는데는 모두 그것을 취하여 법으로 삼있다.
또 옛날 진(晋)나라 때의 도안(道安)법사는 세 가지 과(科)를 모아 지어서 상경(上經)ㆍ상강(上講)ㆍ포살(布薩) 등 과거 현인(賢人)이 세운 제도를 땅에 떨어뜨리지 않았으므로 천하의 법칙으로서 사람들이 모두 익히고 시행하였다.
또 위(魏)나라 때 진사왕(陳思王) 조식(曺植, 192∼232)은 자(字)를 자건(子建)이라 하였으며, 위나라 무제(武帝)의 넷째 아들이었다. 어릴 때부터 규장을 머금어[含珪璋:출중함]일곱 살 때에 글을 지었고 붓을 들면 곧 문장을 이루어 조금도 개정(改定)하지 않았으며 세간의 예술을 잘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한단(邯鄲)의 순우(淳于)는 그를 보고 놀라고 감복하여 천인(天人)이라고 말하였다.
조식은 늘 불경(佛經) 을 읽으면서 문득 감탄하여 눈물을 흘리며 도의 종극(宗極)에 이르렀다고 말하였다. 그리하여 전독칠성(轉讀七聲)을 지으니, 올라가고 내려오는 곡절(曲折)의 메아리를 세상 사람들이 풍송(諷頌)하면서 다 그것으로 헌장(憲章)을 삼있다.
일찍이 어느 때에는 어산(魚山)에서 놀다가 갑자기 공중에서 범천(梵天)의 메아리를 들었다. 청아(淸雅)하면서도 슬프고 아름다운 그 소리가 마음을 감동시켰다. 그래서 혼자서 한참 동안 들었는데 시종들도 다 같이 들었다.
조식은 신비한 이치를 깊히 느끼고 법의 감응을 더더욱 깨달있다. 이에 그 성절(聲節)을 본따 베껴서 범패(梵唄)를 만든 뒤에 글을 짓고 소리를 만들어 후세에 법으로 전하니, 범성(梵聲)이 세상에 나타난 것이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그가 전해준 범패에는 대체로 여섯 가지 계(契)가 였다.
또 『백연경(百緣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적에 사위성(舍衛城)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인민들이 각각 스스로 장엄하게 창(唱)을 짓고 음악을 연주하면서 성을 나가 유람하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성문에 이르러 부처님과 승가 대중이 성으로 들어가 걸식을 하려는 것을 보았다. 모든 사람들은 부처님을 뵙고 환희하여 예배하고 곧 음악을 연주하여 부처님과 승가대중을 공양하고 발원한 뒤에 떠나갔다. 부처님께서는 미소를 지으시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모든 사람들은 음악을 연주하여 부처님과 승가 대중을 공양하였기 때문에 이 공덕을 인연하여 미래 세계에 일백 겁 동안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천상과 인간에서는 늘 쾌락을 받을 것이다. 그 일백 겁을 지낸 뒤에 벽지불(辟支佛)이 되어 모두 통일한 이름으로 묘성(妙聲)이라고 부르게 되리라.
이런 인연 때문에 만약 어떤 사람이 음악을 연주하여 삼보(三寶)에게 공양한다면 얻어지는 공덕이 한량없고 끝이 없어서 불가사의(不可思議) 할 것이다.’
그러므로 『법화경(法華經)』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만약 사람을 시켜 음악을 연주하게 하되
북을 두드리고 각패(角貝:나팔)를 불며
퉁소ㆍ피라ㆍ거문고ㆍ공후(箜篌)며
비파(琵琶)ㆍ징ㆍ구리로 만든 바라 등
이와 같이 갖가지 미묘한 소리를
모두 가져다가 공양을 올리면
그들은 모두 부처님의 도를 이루리라.
또 『보살처태경(菩薩處胎經)』에서 말하였다.
“긴나라(緊那羅)는 수미산(須彌山) 북쪽에 머물고 있고, 소철위산(小鐵圍山)을 지나면 대흑산(大黑山)이 있는데 거기에도 살고 있으며, 또 열 개의 보산(寶山)에도 살고 있다.
거기에는 부처님 법이나 해와 달, 그리고 별들도 없지만 옛날에 보시한 힘으로 말미암아 지금은 칠보(七寶)의 궁전에 살고 있으며 그 수명도 매우 길다.
이 왕(긴나라왕)이 본래 인간 세계에 있을 적에 어떤 큰 장자(長者)가 불탑(佛塔)을 만들었다. 이 긴나라는 하나의 찰주(刹柱)를 보시하여 그 절[寺廟]을 완성하였고, 또 깨끗한 음식으로써 그 절을 짓는 공인들에게 보시한 적이 있있다. 그래서 목숨을 마친 뒤에는 흉억신(胸臆神)이 되어 두 산 사이에 살고 있있다.
전생에 인간 세상에 있었을 때에는 큰 장자가 되어 재산이 한량없이 많았있다.
그 때 걸식하는 어떤 사문이 있었는데 그의 부인이 그 사문에게 음식을 보시하자 곧 크게 진노(瞋怒)하여 말하였다.
‘어떤 걸인(乞人)이기에 내 아내를 넘보느냐? 당장 이 사람의 손과 발을 끊어버려라.’
그 장자는 목숨을 마친 뒤에 이렇게 추한 몸을 받아 여든네 겁 동안 항상 손과 발이 없었다.”
여러 하늘에서 잔치가 있을 때마다 그 음식을 모두 건달바(乾闥婆)에게 주었고, 번갈아 하늘을 오르내리며 음악을 연주하려고 하다가 그 겨드랑이 아래에서 땀이 흐르면 곧 하늘로 올라가곤 하였다.
한 긴나라(緊那羅)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두루마(頭婁磨)였다. 그는 모든 법의 실상(實相)에 대하여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하여 세존(世尊)을 찬탄하였다.
그 때 수미산과 여러 숲의 나무들까지 모두 진동(震動)하였으니,
가섭(迦葉)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스스로 편안치가 못했고 오백 선인(仙人)은 마치고 취한 듯한 마음이 생겨 그 신족(神足)을 잃어버렸다.
또 『대수긴나라왕소문경(大樹緊那羅王所問經)』에서 말하였다.
“그 때 대수긴나라왕은 자신이 타는 유리 거문고를 염부단금(閻浮檀金) 꽃잎으로 장엄하였으니, 그것은 훌륭하고 깨끗한 업보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는 여래의 앞에 있으면서 스스로 거문고와 그 밖에 팔만 사천 가지 악기를 잘 다루었다. 이 대수왕(大樹王)이 이 거문고를 타고 갖가지 악기를 연주할 때에 그 소리가 이 삼천대천세계에까지 널리 들렸다.
이 거문고 소리와 절묘한 노래 소리는 욕계(欲界)여러 하늘의 음악소리를 다 뒤덮어 버리고 모든 산의 약초(藥草)와 우거진 숲들도 두루 다 진동시켰다.
그것은 마치 매우 취한 사람이 나가거나 물러가거나 간에 자꾸만 넘어지는 것과 같아서 수미산이 부서져 솟아났다 빠져들곤 하면서 안정을 찾지 못했고,
오직 불퇴전(不退轉)의 보살을 제외한 모든 범성(梵聲)들과 그 밖에 이 거문고 소리와 여러 가지 악기 소리를 듣는 온갖 것들은 저마다 스스로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모두 일어나서 춤을 추었다.
일체 성문들도 다 위의를 잃고 실없이 방일하게 즐기는 것이 마치 어린아이들이 춤추고 놀면서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것과 같있다.
그 때 천관(天冠)보살이 성문 대가섭(大迦葉) 등에게 말하였다.
‘그대들 모든 대덕들은 이마 번뇌를 여의고 여덟 가지 해탈을 얻었거늘, 왜 지금 각각 위의를 잃고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온몸을 움직이며 춤을 추는가?’
그 때 대덕인 여러 성문들이 대답하였다.
‘선남자(善男子)여,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자재(自在)로울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돌개바람에 나부끼는 나무들이 스스로 버틸 힘이 없는 것처럼, 그것은 본심으로 즐기려 해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그 때 천관보살이 대가섭에게 말하였다.
‘당신들은 지금 이 불퇴전 보살의 위덕(威德)과 세력을 보라.
누가 이와 같은 모습을 보고 무상정진보리도(無上正眞菩提道)의 마음을 내지 않겠는가?’
거문고 소리의 위력으로 온갖 법의 소러를 설하여 팔천 보살이 무생인(無生忍:無生法忍)을 증득하였다.”
게송을 말한다.
현묘한 소리는 맑은 기운 토하고
신비한 메아리는 깊은 귀머거리 트이게 한다.
누대에 올라 봄 노래 부르니
높은 흥취는 보가드문 자취 피하네.
허공에 올라 느낀 신령스런 깨달음
어산(魚山)에서 생각하는 아이를 흔드네.
하늘 노래인 범패(梵唄)를 모사(模寫)하면서
법의 소리 펴는 것과 같아지가 바라네.
슬프고도 아름답기 때문에 내려오지 못하고
여러 길[仞]허공 속으로 날아 오르네.
비구들은 노래 소리로 찬탄하고
사람과 점승들은 마음의 종소리 떨치네.
이것은 현묘한 글귀를 통했기 때문이니
곧 기러기가 허공에 노님을 느끼네.
정신은 아침에 전오(筌悟)를 발휘하니
훤하게 탁 트여 스스로 영통(靈通)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