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집비유왕경 하권
[항가강의 물을 마시지 못하게 하면]
사리불아, 비유를 들어 말하겠다.
봄이 지난 뒤 뜨거운 여름 날 어떤 사람이 큰 항가강에 가서 물을 마시고자 하는데, 한 사람이 가로막고 마시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사리불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저 사람이 주인 없는 큰물을 가로막는다면 그것을 순조롭다고 할 수 있겠느냐?”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사리불아, 거두어들임이 없는 법계와 거두어들임이 없는 모든 부처님과 법 가운데서 대승심을 낸 선남자ㆍ선여인이 믿고 이해하여 목마르게 우러러보는데,
어떤 중생이 대승의 잘못을 말해 주어 그들을 대승에서 떠나게 하고 대승의 마음을 끊어 버리게 한다면,
사리불아, 어떻게 생각하느냐? 저 사람을 순조롭다고 하겠느냐?”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바가바시여. 아닙니다, 수가다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사리불아, 선남자ㆍ선여인은 이 말을 듣고 나서는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내서 정진하려는 욕구를 내고 그에 걸맞게 힘을 써야 한다. 선남자ㆍ선여인은 이 깊은 법 가운데서 지혜로 관찰하여 모든 법에 실체가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쓸모없는 대지와 중생]
사리불아, 비유하면 이 대지 가운데 어떤 부분은 염부주의 모든 사람에게 쓸모가 없는 것과 같다.
어떤 것이 그런 땅인가?
이른바 구덩이ㆍ무너진 언덕ㆍ가시덤불ㆍ높고 험준한 산ㆍ폐허가 된 곳이다.
이와 같이 사리불아, 중생계 가운데서도 모든 중생에게 쓸모 없는 중생들이 있다.
어떤 것이 그런 중생인가?
이른바 성문승과 독각승의 마음을 낸 자이니, 저들은 모든 중생에게 소용이 없는 자들이다.
사리불아, 대지 가운데 염부주 사람들에게 소용이 될 만한 부분이 있다.
어떤 것이 그런 땅인가?
이른바 동산의 숲, 꽃이 피어 있는 연못과 금과 은이 나오는 처소이다. 저들은 염부주 사람들에게 유용한 땅이다.
이와 같이 사리불아, 중생계 가운데 모든 중생에게 소용이 있는 중생이 있는데, 그러나 저들은 적다.
어떤 것이 그런 중생인가?
이른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낸 자들이니, 저들은 모든 중생에게 귀의처가 되며, 그들에게 궁극의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큰 바다의 마니 보배]
사리불아, 비유하면 큰 바다 가운데 값을 계산할 수 없는 모든 마니 보배가 있으나 염부주의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사용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사리불아, 비록 모든 아라한과 성문에게 계ㆍ정ㆍ혜ㆍ해탈ㆍ해탈지견(解脫知見) 등의 끝없는 선근이 있다 해도 저들은 모든 중생에게 쓸모가 없다.
그러나 저 모든 보살마하살이 소유한 계ㆍ정ㆍ혜ㆍ해탈ㆍ해탈지견 등의 선근은 모든 중생들에게 쓸모가 있다.
그러므로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이와 같은 갑옷을 입고
‘만일 모든 중생에게 쓸모가 없다면 궁극적으로 즐거움이 된다 하더라도 나의 선근(善根)이 아니다’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