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사유범천소문경 제6권
[법의 수호와 유포]
이때 승사유범천이 문수사리 법왕자에게 말했다.
“문수사리여, 마땅히 여래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께 이 법문을 옹호하시어 후세나 말세에 여래의 주지력(住持力)에 의해 이 법문이 널리 유포되도록 청하십시오.”
문수사리 법왕자가 말했다.
“범천이여, 당신의 뜻에는 어떠합니까? 당신은 여래께서 이 법문에 대하여 법이 있고 말함이 있고 보여줄 수 있고 수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대답했다.
“아닙니다.”
문수사리가 말했다.
“범천이여, 그런 까닭에 일체의 법은 말함도 없고 보임도 없고 멸함도 없고 수호함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만약 이 법문을 옹호함이 있다면 이는 허공을 옹호하는 것입니다.
범천이여, 만약 보살이 ‘나는 법을 옹호한다’ 이렇게 말한다면
그런 모든 보살의 말은 정설(正說)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법문은 일체의 언어를 초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보살은 쟁송(諍訟)하지 않음을 즐긴다고 합니다.
범천이여, 만약 보살이 이 대중 가운데서 생각으로 말하기를
‘지금 말하는 것이 곧 법이다.’라고 한다면 마
땅히 이 사람은 법을 듣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법을 듣는 것이 없어야 곧 법을 듣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법을 듣는다는 것]
범천이 물었다.
“문수사리여, 무슨 뜻에서 ‘법을 들음이 없는 것이 곧 법을 듣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했다.
“범천이여, 눈ㆍ귀ㆍ코ㆍ혀ㆍ몸ㆍ뜻에 새는 것[漏]이 없어야 이것을 법을 듣는 것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만약 눈 등 안[內]의 6입(入)이 물질ㆍ소리ㆍ향기ㆍ맛ㆍ감촉ㆍ법(法)에 새는 것이 없다면 이것을 법을 듣는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대중 가운데 3만 2천의 천자(天子)와 5백의 비구, 3백의 비구니, 8백의 우바새, 8백의 우바이가 법왕자 문수사리의 이와 같은 말을 듣고서 모두가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무생법인을 얻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하고 그러합니다. 문수사리여, 인자(仁者)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법을 들음이 없는 것이 곧 법을 듣는 것입니다.”
이때 승사유범천이 무생법인을 얻은 보살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어째서 이 법문을 듣지 않았다고 합니까?”
모든 보살이 말했다.
“우리들처럼 듣는다면 듣지 않는 것으로 듣게 됩니다.”
범천이 물었다.
“당신들은 어떻게 이 법문을 압니까?”
대답했다.
“범천이여, 아는 것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범천이 물었다.
“당신들은 무슨 법을 얻었기에 법인을 얻었다고 합니까?”
대답했다.
“범천이여, 일체의 법은 얻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을 이름하여 법인을 얻었다고 합니다.”
범천이 물었다.
“당신들은 어떻게 이 법행(法行)을 따릅니까?”
대답했다.
“범천이여, 행을 따르지 않는 것이 곧 법행을 따르는 것입니다.”
범천이 물었다.
“당신들은 이런 법문을 명료하게 통달했습니까?”
대답했다.
“범천이여, 일체의 법을 우리들은 모두 명료하게 통달했습니다. 남과 나가 없기 때문입니다.”
[수기]
이때 대중 가운데 무구(無垢)라는 이름의 한 천자(天子)가 있었다.
모임 가운데 앉아 있다가 승사유대범천에게 말했다.
“범천이여, 만약 오로지 이 경(經)의 법문만을 들었는데도 여래께서 수기(授記)하지 않으신다면 내가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법문은 인과(因果)를 잃지 않았으며 그리고 일체의 선법(善法)을 출생시키며,
마군과 원적을 파괴할 수 있고, 증오와 사랑을 여의었으며
중생으로 하여금 마음에 청정을 얻게 하고 믿는 자로 하여금 다 환희를 얻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 법문은 모든 성냄과 원한을 없애주며,
이 법문은 일체의 선인(善人)이 수행할 바요,
이 법문은 모든 부처님께서 호념(護念)하시는 바요,
이 법문은 일체 세간의 천인(天人)과 아수라(阿修羅)가 함께 수호하며,
이 법문은 반드시 불퇴전(不退轉)에 이르게 하며,
이 법문은 진실하고 거짓이 없어 도량(道場)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이 법문은 진실하고 전도(顚倒)되지 않아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모든 불법을 얻게 하며,
이 법문은 법륜을 구르게 하며,
이 법문은 의심과 후회를 없애주며,
이 법문은 성도(聖道)를 열어주며,
이 법문은 해탈을 구하는 자에게는 상응하여 잘 들어주며,
이 법문은 만약 다라니를 얻고자 하는 자에게는 응하여 잘 지니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 법문은 복을 구하는 자에게는 응하여 잘 말해주며,
이 법문은 법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응하여 잘 보호해주며,
이 법문은 쾌락을 주어 열반에 이를 수 있게 하며,
이 법문은 만약 마군이나 외도나 얻음이 있는 사람도 능히 끊을 수가 없으며,
이 법문은 공양인을 잘 응수(應受)하여 능히 그의 뜻을 따르며,
이 법문은 재능이 영리한 행자(行者)로 하여금 기뻐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 법문은 참다운 지혜가 있는 자로 하여금 다 환희하게 하며,
이 법문은 사람에게 혜(慧)를 주어 모든 견해를 여의게 하기 때문이며,
이 법문은 사람에게 지(智)를 주어 어리석음을 파괴하기 때문이며,
이 법문은 문장의 말로써 차례대로 잘 설법해주기 때문이며,
이 법문은 구경선교(究竟善巧)로 뜻에 따라 말해주기 때문이며,
이 법문은 이익이 되는 것이 많은 제일의(第一義)를 말해 주며,
이 법문은 법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이 탐내고 아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법문은 지혜 있는 사람은 여읠 수가 없으며,
이 법문은 보시를 행하는 자에게는 큰 보물 창고이며,
이 법문은 불같은 번뇌가 있는 자에게는 청량(淸凉)한 연못이며,
이 법문은 성내는 자와 자애로운 자로 하여금 마음을 다 평등하게 하며,
이 법문은 게으른 자로 하여금 다 정진을 행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 법문은 망령된 생각을 가진 자로 하여금 다 선정(禪定)을 얻게 하며,
이 법문은 어리석은 자에게는 반야의 광명을 주기 때문입니다.
범천이여, 이 법문은 일체의 부처님께서 귀중하게 여기고 계십니다.”
무구 천자가 이 법을 말할 때 이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가지의 종류로 진동하였다.
부처님께서 감탄하시어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무구 천자여, 네가 말한 것과 같도다.”
이때 승사유범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무구 천자는 일찍이 과거의 모든 여래께 이 법문을 들은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무구 천자는 이미 과거 64억 겁에 모든 여래에게 이 법문을 들었고,
다시 4만 2천 겁을 지나 부처가 되어 무구장엄(無垢莊嚴)이라 불렸으니, 국명은 보장엄(寶莊嚴)이었다.
그 중간에 모든 부처님이 그 세간에 나타나 일체를 공양하였고, 그 부처님에게 이 법문을 들었다.
범천아, 이 모든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와 천룡(天龍)ㆍ야차(夜叉)ㆍ건달바(乾闥婆)ㆍ아수라(阿修羅)ㆍ가루라(迦樓羅)ㆍ긴나라(緊那羅)ㆍ마후라가(摩羅伽)ㆍ인비인(人非人) 등이 회중(會中)에 있으면서 법인(法忍)을 얻은 자는 모두 보장엄국에 태어나게 되었다.”
이때 무구 천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보리를 구하지도 않고, 보리를 원하지도 않으며, 보리를 탐착하지도 않으며, 보리를 기뻐하여 즐기지도 않으며, 보리를 생각하지도 않으며, 보리를 분별하지도 않는데
어찌하여 여래께서 저에게 수기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천자여, 만약 초목의 줄기와 가지와 잎을 불 속에 넣으면서 말하기를 ‘타지 마라, 타지 마라.’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타지 않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이와 같이 천자여, 보살 역시 그러하다.
비록 보리를 구하지 않고 보리를 원하지 않고, 보리를 탐착하지 않고 보리를 기뻐하거나 즐기지도 않고 보리를 생각하지도 않고 보리를 분별하지 않는다 해도
마땅히 이 사람은 이미 모든 부처님께서 수기하셨음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만약 모든 보살이 보리를 구하지 않고 보리를 원하지도 않고, 보리를 탐착하지도 않고, 보리를 기뻐하거나 즐기지도 않고, 보리를 생각하지도 않고, 보리를 분별하지 않았다면
모두 부처님에게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때 모임 가운데 5백의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지금은 보리를 구하지 않고, 보리를 원하지도 않으며, 보리에 탐착하지도 않고 보리를 기뻐하고 즐기지도 않으며, 보리를 생각지도 않으며, 보리를 분별하지도 않겠습니다.”
이 말을 마치자 부처님의 신력(神力)으로 즉시 상방(上方)의 8만 4천의 모든 부처님께서 나타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었다.
이때 5백의 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여래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모든 보살이 보리를 구하지 않고, 보리를 원하지도 않고,
보리를 탐착하지도 않고, 보리를 기뻐하거나 즐기지도 않고,
보리를 생각하지도 않고, 보리를 분별함이 없다는 것도 분별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보살을 마땅히 아시고 모든 부처님께서 수기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에게 지금 상방의 8만 4천의 모든 부처님께서 나타나셔서 모두 저희들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셨습니다.”
이때 문수사리 법왕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직 원하건대 세존이시여, 이 법문을 옹호하시어 미래세의 염부제에 오래 머물게 하소서.
또한 대장엄(大莊嚴)의 선남자와 선여인으로 하여금 모두 그것을 듣게 하소서.
설령 모든 마군(魔軍)의 일이 일어나더라도 따르지 않을 것이며,
또한 모든 마군과 마군의 백성도 그 편의(便宜)를 얻지 못하는 것은 이 법문을 수지(受持)했기 때문이며,
그러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