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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디 이 아이가 잘 커지카양 | ||||||||||||
[김창집 연작소설 '뚜럼 열전']-의녀 홍윤애(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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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날 아적, 홍윤애는 주연 아접씨신디 이녁이 조정철의 시중을 들켄 라둰, 집안팎을 깨깻이 청소연 보난 입성이 시원치 못연, 이녁 오라방 옷 단 입져둰 바농상지 아사단 고망 터진 디 잣앙 서답지 영 입지곡, 읏인 살렴살이라 보리밥에 마농지 가지라도 동그량케 려 안네난, 루가 달르게 사름 서늉이 뒈여갓다. 경주마는 그런 행복도 잠시잠깐. 그걸 어떵사 알아신디 김영수(金永綏) 목사가 타둥걸엇다. 원래 김영수 목산 두린 때 조정철이 친구라나신디 당파가 나 놓고, 또 정조 임금이 제주 목사로 려보내멍 특벨히 부탁연 ‘유배죄인이 그곳에 가장 많아 해이할 염려가 있으니 엄히 다루어 사찰하고, 장사꾼과 잡인들의 출입을 각별히 금지해 잡도리 하라’는 멩령이 려져부난 역불로 반죽여 놓젠엿다. 다산 정약용은 강진에서 18년 동안 귀양 살 때 음냥 책 익으멍 연구연 ‘목민심서(牧民心書)’나 ‘흠흠신서(欽欽新書)’ 은 좋은 책을 하영 씨멍 학문을 완성엿고, 추사 김정희도 제주도에 유배왕 살멍 주벤 사름덜도 르치곡, 붓글씨도 드러 연습연 추사체를 완성여신디, 조정철이 안틴 책도 못 익게 곡 돌아댕기지도 못게 멍 류왓다. 홍윤애가 시집갈 때 씨렌 어멍이 물려준 옷 슴 안, 베리영 붓이영 사주난 시(詩)만 쎳다. 그 때 심정을 읊은 시가 ‘정헌영해처감록(靜軒瀛海處坎錄)’에 전여진다. 夕死朝聞古有言(‘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옛말 있어) 不曾漢世是非喧(한나라 때도 시비를 거는 시끄러움은 없었다네) 方當聖代右文日(바야흐로 태평성대 문장을 숭상하는 시대를 만났는데도) 奚禁謫廬讀魯論(적거지에서 논어 읽는 걸 왜 금하는지) 어떵사 목사가 들어신디사 조정철이가 곤밥 먹언 졋젠 멍, 주연신디영 비장신더레영 그걸 대주는 사름을 잘 평 보고렌 야단이라서, 이젠 홍윤애도 불로 출입기가 어려와졋다. 어떤 때는 목사가 헐마롱 옷으로 변장영 불시에 들어닥치기도 엿다. 경여 놓으난 음식 져댕기는 것도 유롭지 못고, 내왕는 것도 눈치보멍 몰르게 댕길 정도라서 두 사름의 안씨러움은 말이 아니었다. 당 버치문 줴인을 집에 살리는 주연을 불러당 답돌이 멍 리기도 엿다. 조정철신디는 집의 펜지도 못 씨게 곡, 점고(點考)도 점점 심여갓다. 점고는 유배온 사름덜을 도망 못가게 젠 불렁 점검는 제돈디, 삭망점고는 초룰광 보름에 곡, 별점고는 아무 때나 시도 때도 읏이 는 거다. 보통은 아전을 시켱 강 봥 오랜 는디, 대놓고 못 살게 굴젠 주 불러당 모욕을 줫다. 언디 새벡이 나오렌 영 오래 지드리게 곡, 일름만 불렁 줴목 대멍 약올리곡, 얼차례도 시키멍 못 디게 굴엇다. 경수록 두 사름의 만남은 어려와졋고, 어떵당 밤의 만나문 아쉬왕 꼭 안은 채로 참을 싯당 갈라사곡 엿다. 김영수 목사도 다른 일은 바르고 공정게 잘 멍도 정적(政敵)인 조정철이만은 철저게 감시멍 못살게 굴엇다. 조정철이 수 읏이 방안에 앚앙 시만 씨당 보문 다리가 자령 오곰 페우젱 나왕 마당에서 으상으상 걸어댕기멍 혹시 홍윤애나 봐지카부덴 당 망일엉 봐지문 빙색이 웃이멍 음을 다잡는 것이 가지 낙이엇다. 오은 냑때 통시에 오줌 누레 간 오는디, 담고냥에서 무슨 소리가 난 껏디 가보난, 홍윤애가 축시(丑時)에 오켄 연, 지드리단 버쳔 흘뭇이 들어시난, 짹이 완 이불 소곱으로 들어왓다. 반가운지멍에 쏙게 안으난 홍윤애가 조정철의 손을 지단 이녁 배 우터레 만이 댄다. 조정철이 볼록 배를 직으멍 지꺼젼 홍윤애의 귀에다 대고 속닥인다. “임신이로구나. 언제부터인고?” “석 뒈엿수다. 좋수가?” “좋고말고. 저번에 내가 말했다시피 우리 집은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해 사람이 귀하다네. 어린 아들 하나 남았는데,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어. 얼마나 소중한 생명인데.” “경디 이 아이가 잘 커지카양.” “몸조심하고 잘 버티다가 낳으면 당분간 다른 사람이 모르게 해야 할 걸세.” “알앗수다. 멩심영 잘 키우쿠다.” 조정철은 꼼은 불안멍이라도 씩 짓뻔 클락 배를 어름쓸단 이상더레 손이 쏙 빠젼, 거쓴 일을 끝내고 홍윤애를 돌려보냇다. (계속)
입성 : 입을 것, 의복 바농상지 : 반짇고리 서답 : 빨래 동그량케 : 일을 완전하고 야무지고 말끔하게 챙기는 꼴 타둥걸다 : 괜히 간섭하려들다 나다 : 다르다 역불로 : 일부러, 짐짓 반죽이다 : 심하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괴롭히다 슴 : 물건을 만드는 밑바탕이 되는 물질, 감 곤밥 : 쌀로만 지은 흰밥 헐마롱다 : 어느 정도 헐다 답돌이다 : 심문거나 추궁다 언디 : 추운데 자리다 : 신체의 일부에 피가 통하지 않아 쥐가 나다, 저리다 오곰 : 허벅다리나 무릎의 구부리는 안쪽 으상으상 : 목적 없이 이리저리 천천히 돌아다니는 꼴 망일다 : 어떤 일이 다행스럽게 마음 같이 잘 되다, 행운이 일어나다 지꺼지다 : 기뻐하다, 일이 잘 되어 만족한 상태로 있다 씩 : 가벼운 동작으로 움직이는 꼴, 살짝 거쓴 : 선뜻, 잠깐 사이, 얼른
소설가·제주작가회의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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