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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2016.10.28 22:43
자화상
ㅡ술값
말 많이 하고 술값 낸 날은
잘난 척한 날이고
말도 안하고 술값도 안낸 날은
비참한 날이고
말 많이 안하고 술값 낸 날은
그중 견딜만한 날이지만
오늘, 말을 많이 하고 술값 안 낸 날은
앨리베이터 거울을
그만 깨트려버리고 싶은 날이다.
......................................................
[내 고향]
ㅡ문상원
굽이진 작은 길은
십리 산길
낮달이 길 비추는
고개 넘으면
뜨엄띄엄 앉은 마을
초가 서너 채
산바람에 맑게 씻긴
물길을 따라
두런두런 사는 이야기
들어가면
돌덤 안에 숨어서
피는 봉숭아
지나가는 흰 구름에
얼굴 붉힌다.
....................................................
[행복 풍경]
ㅡ10월의 풍경
들판을 지나는 바람에 마음이 선선해 집니다
억새의 틈으로 걸어가면 옷깃을 스치는
억새 소리와 발 소리가 귀에 울립니다
오늘은 가만히 억새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 아름다운 가을의 서정을
메일에 담아 당신께 전합니다.
하기 2016.10.18 11:10
[한 그리움]
ㅡ정희성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 볼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의 사랑을 춥게하리.
................
조금 더
나누워야 할 계절을
우리는 겨울이라 부른다
ㅡ글. 이 유 詩人
하기 2016.10.16 22:03
詩로 행복하자 <대구시인協 영남일보 선정 "이주의 詩人">
2016.10.15.영남일보 게재
[장작]
골동품 가득한 토속음식점에 갔다
마당 가에 놓인 소쿠리 비에 젖고 있었다
처마밑 동개동개 쌓은 장작
다 젖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내 마음을 호박넝쿨이 둥굴게 말아 올렸다
반쯤 젖은 장작 어깨 위로 둥근 호박잎
쫘악 몸 펼쳐 젖고 있었다
대신 젖는다는 것은
대신 아파한다는 것이다
아픔도 그리움의 모자를 쓰고 있으면
몸 속 깊은 향이 배여난다며
전골찌개 뚜껑 들썩이며 익어가고 있었다.
ㅡ김호진 시인 = 대구출생 1994.심상 신인상으로 등단
대구시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시집으로[생강나무]가 있다.
하기 2016.10.16 10:24
내,어머님(강옥진<姜玉珍>)께서는
1926.10,3.(음력9월3일) 강릉에서 이 세상에 태어나셨고,
2016.10.7.(음력9월7일) 22시32분 인천에서 이 세상을 따나셨다.
만90세로 운명하셨다.슬하에 3남1녀를 낳아 자식들을 위해 무던히도
모든걸 아끼지 않고 애쓰고 고생을 참 많이 하셨다.4남매와 1924년생으
로 만92세가 되신 아버님(송기문)을 남겨 두시고 넘어져 골반이 골절되
는 아픔속에 6개월을 대학병원ㅡ적십자병원 ㅡ 뿌리요양 병원에서 지내
시다가 이렇게 먼저 저 세상으로 가셨다. 경기도 양평 무궁화공원묘지에
가족묘지를 조성하여 제일 먼저 안장 시켜 드렸다.명복을 진심으로 빌어
드린다.많이도 큰 아픔을 하셨으니 이제는편히 쉬셨으면 한다. 이제는 모
든 걱정일랑 마시고 편히 영면하십시요.아버님 조금 더 편하게 해드리다가
어머님 곁으로 모셔드리겠습니다.어머니.! 고마웠습니다.사랑합니다.ㅡ큰 아들 올림ㅡ
..............................................................................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꽃을 꽂고 산들 뭐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배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을
산들 뭐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하여 온 밤
내 비가 내리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담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더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한 마디
-박인환 作 <얼굴>중
하기 2016.10.16 08:24
새로 나온 詩
[고추를 따면서]
정대구
고추밭에 가보자
섰다 섰어
시뻘겋게 약이 오른 놈이나
아직 새파란 어린놈들이
땅바닥을 향해
빳빳하게 꽂히듯이 꼿꼿이
고추는 여자가 따야지 고추가 좋아해
남자보단 여자가 더 뿌듯하지 않을까
묘한 느낌이 들어 킬킬 웃으며
아내에게 넌지시 농을 거는데
건 뭔 소리 고추나 잘 따
고추도 요령 있게 따야지
아내의 핀잔이
귀 밖에 쨍쨍 쟁쟁
ㅡ정대구 : 1936년 경기 화성 출생 1972년 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2016.10.12. 문화일보 에 게재된 내용임
하기 2016.10.01 15:36
[삼포리 기찻 길]
ㅡ김민정 ㅡ
기찻길 아스라이
한 굽이씩 돌 때마다
아카시아 꽃내음이
그날 처럼 향기롭다
아버지
뒷 모습 같은
휘 굽어진 고향 철길
돌이끼 곱게 갈아
손톱 끝에 물들이고
새로 깔린 자갈밭을
좋아라, 뛰어가면
지금도
내 이름 부르며
아버지가 서 계실까.
................................
[철길]
시. 김리영
말없이 팽팽하게 끌린 둘
서로 거리를 지켜주기에 닿을 수 없다
고갯길 지나도 꼿꼿한 간격
꼬리를 흐리며 돌아서지않고
뒷모습 흐트러뜨리며 멀어지지않는
어느 한 끝도 쏠리지 않는 둘
추호도 겹치지않을 오랜 철길 사이
얼굴 짓무른 자갈 돌들이
손잡고, 땀 흘리고,살을 깍아
찌그러지며 받쳐주고 있다
맞대지 못한 무색함이 힘에 부쳐
질끈 고개반대방향으로 돌려도
조금씩 마모된 그가 지켜보고 있다.
ㅡ 김리영,,,(본명 김윤식) 199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전원생활 10월호 / 이달의 詩]
........................................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ㅡ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봉평.
높은 하늘과 청명한 공기,흐드러진 메밀꽃으로 가을을 맞는다.ㅡ
...........................
[철 길]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앞서지도 뒤서지도 말고 이렇게
나란히 떠나가리
서로 그리워하는 만큼
닿을 수 없는
거리가 있는 우리
늘 이름을 부르며 살아가리
사람이 사는 마을에
도착하는 날까지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
[기찻길]
ㅡ장성환 ㅡ
기약 없도록 깜깜한 터널에서도,
동해남부선 바다에 몰려오는 은빛 비릿함에도,
식어 버린 밤별들이 힘없이 떨어지는 한밤중에도,
우리는 길을 잃지 않고 끝없이 수평비행을 한다
영원한 이별은 아니니, 굳건한 레일에 쏟아 내는
하나 마나 한 동정은 사절하고, 날개 한가득 꽃가루
묻혀 팔랑팔랑 수분(受粉)하는 나비 떼처럼 와서
백 년보다도 길게 우릴 이어 줄 땅끝 완행열차를
기다린다
역사(驛舍) 시간표대로 덜컹 덜커덩 뜨겁게
레일을 달구면, 놓았던 손잡아 당신을 부드럽게
불러 안고,외롭던 평행선의 꿈길을 줄줄이
다시 잇는다
이젠 알겠지, 새벽이슬 눈뜨듯 몸이 차거워지면
다음 열차가 올 때까지만 잠시 안녕,
머지않아 강철 심장에 노을처럼 뿌려질 피가 돌고
기차가 날아들고 꽃이 피고 사랑이 끓고 바람이
밀려오고 가고
☞ [장성환] 2015년 부산카톨리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잡어"동인. 현재 영신대학교 대외교류팀장.
부산,울산,경상,제주,대학홍보협의회 회장.
(한국대학홍보협의회 부회장).
................................
시가 있는 월요일
[ 종착역 ]
ㅡ이덕규
이쯤에서 남은 것이 없으면
반쯤은 성공한 거다
밤을 새워 어둠 속을 달려온 열차가
막다른 벼랑 끝에 내몰린 짐승처럼
길게 한 번 울부짖고
더운 숨을 몰아쉬는 종착역
긴 나무의자에 몸을 깊숙이 구겨넣고
시린 가슴팍에
잔숨결이나 불어넣고 있는
한 사내의 나머지 실패한 쪽으로
등 돌려 누운 선잠 속에서
꼬깃꼬깃 접은 지폐 한 장 툭 떨어지고
그 위로 오늘 날짜
별 내용 없는 조간신문이
조용히 덮이는
다음 역을 묻지 않는
여기서는 그걸 첫차라 부른다.
ㅡ ...(전략)...꼬깃꼬깃한 지폐처럼 지친 삶들이 내일을 기약하며 뿔뿔이
흩어지는 종착역. 그래도 내일이 오면 어김없이 첫차는 떠난다.인생이 늘 그렇듯.
막차가 있으면 첫차가 있다.우리가 살아오면서 경험 했듯이. 세상의 모든 막차는
하기 2016.09.30 07:03
[亭子 3]
ㅡ장석남(1965~ )
연못 속에 쳐박혀 구긴 정자에 들락거리며
구름은, 집달리처럼 구름은
다 불어터진 서글픔들을 조금씩 꺼내다가
노을도 만들고, 잠기면
흩어진 별로도 만들고, 잠기면
지나가는 불빛으로도 만들고, 잠기면
모두 건져
네 귀퉁이 주춧돌만 풀에 덮어놓을 것이다
초인이 오기까지 돌들은 저희끼리 정다울
것이다.
시집<미소는,어디로 가시려는 가>中
☎
세상이 떠들썩하다.썩은 것들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그런 세상일수록 탁 트인 정자가 필요하다. 정자에
있는 연못. 그 물빛을 통해서 서글픔을 꺼내보는 것
도 좋고 별로 만드 것도 좋다.초인이 오기까지 돌들
이 정다운 한때를 보내는 정자. 벽이 없으니 누구나
드나들 수 있어서 가을은 초인의 모습으로 와서 몰
래 빠져 나간다.지붕이 아름다운 정자.노을은 제 저
물어가는 한때를 지붕에서 반추하고 있는지도 모른
다. 이소연 시인 (2014 한경신춘문예당선자)
ㅡ2016.9.26. 월욜. 한국경제신문<이 아침의 시>중에서
하기 2016.09.29 21:29
[진도 바닷길]
ㅡ김희권
(2015. 시민공모작)
사리 조각달에 베인 상처
얼마나 크면
물의 뼈, 저리
환하게 아리도록 깊을까
사랑했던 사람아,
언약없이 너 떠나
여직 아물지 못한 이가슴
저와 같이 짜악 갈라져
눈 못 뜨게 뜨인 길 생긴다면
너 그때, 그리올래?
와선 영영 갇혀버릴래?
............................................
[내 고향]
ㅡ문상원
굽이진 작은 길은
십리 산길
낮달이 길 비추는
고개 넘으면
띄엄띄엄 앉은 마을
초가 서너채
산바람에 맑게 씻긴
물길을 따라
두런두런 사는 이야기
들어가면
돌담안에 숨어서
지나가는 흰 구름에
얼굴 붉힌다.
............................................
삼각대 받쳐 놓고 새를 기다린다
망원렌즈 안으로 흰 구름 모이다 가고
갈대를 휘어져 들어왔다 나간다
갯벌 물골을 타고 먼 바다로 나가는 수평선
빙빙돌아 뭍으로 돌아오던 새들은
군무를 멈추고 황홀히 떠 있다.
나는 숨 돌릴 새 없이 셔터를 누른다
찢어진 구름과 바람소리
빠져나가지 못한 갈대 꽃잎만 잡혀도
가슴에 찍히는 사진 한 장.
詩 스친 사진 속에는 이따금
별동별을 기다리는 소년이 드나든다
ㅡ신대철 作 <사진 한 장>
☎ 노을이 내리는 넓은 갯벌을 바라다 본
일이 있는가?
그 갯가에 서서 철새들의 군무를 바라
보며 떠나간 것들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가? 그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적막한 광경
을 가슴에 담아온 적이 있는가?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는 장면을 묘사한
이 작품은 그 자체로 한 장의 사진 같다.
바다와 철새와 나, 이 세 주인공들이 연
출한 장면은 거대한 의식처럼 숙연하다.
시인은 이 장면을 두고 말한다."가슴에
찍히는 사진 한 장"이라고.
정결하고 허무하고 아름답다.
이번 주말쯤 " 가슴에 찍히는 사진 한
장"을 찾아 바닷가에 나가 볼 일이다.
ㅡ 허연 문화부장(시인)
2016.9.26. 월욜 매일경제신문 오피니언 [시가 있는 월요일]中에서
하기 2016.09.27 15:14
[구월]
꽃지다
다시,
그대의 기억이
꽃 깨우다
[이 가을엔]
ㅡ안복식 좋은만남 발행인겸 편집인
이 가을엔
저 하는 누런 들녘처럼
풍요와 기쁨만 가득하라고
...........
먼저 마음의 창을 열어
찌든 때를 말끔히 닦아 두겠습니다.
당신의 목소리와 그리운 이들의 안부가
가을 햇살 바람처럼 드나들 수 있도록
해묵은 때를 말끔히 닦아 두겠습니다
이 가을엔
코스모스 국화향기 가득한 길을 걸으며
사랑과 행복만 충만하라고
먼저 웃으며 손잡고
따뜻한 목소리로 사랑을 말하겠습니다.
슬픔과 고통이 깃들지 않고
늘 기쁨과 희망이 춤출 수 있도록
먼저 마음의 창을 열어 닦아 두겠습니다.
..............................
[구월에는]
ㅡ 김명숙 시인
바람이 식어져
불현듯 노을 안에 갇히고
길들여진 외로움이
여자를 범하기 전에
그대를 만나야 겠습니다.
..........................................
가슴으로 읽는 시 <조선일보 2016.9.26 월 오피니언 A30면 게재>
[구월(九月)의 시]
하늘 끝없이 멀어지고
물 한없이 차지고
그 여인 고개 숙이고 수심(愁心)지는 구월(九月)
기러기 떼 하늘가에 사라지고
가을 잎 빛 없고
그 여인(女人)의 새하얀 얼굴 더욱 창백하다.
눈물 어리는 구월(九月)
구월(九月)풍경은 애처러운 한 편의 시(詩)
그 여인(女인)은 나의 가슴에 파묻혀 우다.
ㅡ함형수(1914~1946)
ㅡ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거운 비(碑)석 돌을 세우지마라/ 나의 무덤 주
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 - - - -)/ 노오란 해바라
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라고
노래한 함형수 시인의 시 [해바리기의 비명(碑銘)]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늘이 쾌적해지고 높아지고. 흐르는 물이 점차차거워지고,생명의 얼굴이
빛 잃은 잎사귀처럼 창백해지는 구월을 보낼때 마다 이 시가 생각날 듯 하다.
왕성하던 것이 쇠약해지는 것을 볼 때에는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비울 줄도
알았으면 좋겠다. 하모니카를 잘 불었던 함형수 시인. 올려다본 가을 하늘에
서 하모니카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ㅡ문태준 시인
.....................................
*[우리가 간 코스모스 꽃길]*
ㅡ김영래 作 ㅡ
푸른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하늘 향기를 몰고 와 가슴 가득히
그리움과 설렘으로 팽창시켜
가을꽃 코스모스
꽃길이 눈에 아른거려
나를 푸른 초원으로 불러냅니다
오늘과 같이 하늘이 맑은 날 가만히 있으면
가을을 모독하고 인생을 낭비하는 겁니다
기어이 작년에 왔던 이 길을 오고 말았네요
양옆으로 활짝 핀 꽃길이
마치 우리를 위해 피어있듯이
산들거리며 춤을 춥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눈부신 꽃길이 끝도 없이 이어진
꼬부라진 이 길을 걸어가노라면
모든 고민이 단박에 날아가고
밝은 미소에 가슴이 후련하며
괜스레 기분이 좋아집니다
유난히 가을꽃을 좋아하는 마음은
오순도순 한 바퀴 돌고 나면
삶이 한결 윤택해 진 듯
흐뭇한 마음이 넉넉해지고
걸음걸이마다 발길이 가벼워집니다
이래서 휴식 여행이 필요한가 봅니다~~~*
하기 2016.09.19 13:55
초가을
- 詩人 최범영 -
울배기 여름은 옛날로 가고
꽃분이 가을은 미래로 가다
둘이 만나 사귀는 코스모스길
그 벌판에 서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하늘 숨길 수 없는 묵은 정
넌더리 장마에 풀기 가신 가을네 집
한숨과 눈물만 차게 하고
언제 그랬느냐고 여름이 간다
그렇게 여름이 간다
비공개 수선화 http://blog.daum.net/jungkujang Y
9월엔 .....
9월엔 여름 내내 숨차게 뛰던 사람들이 하나 둘 숨고르기에 들어갑니다.
원 없이 미쳐본 정열의 게절을 뒤로 하면서 자구만 돌아보고,돌아보고,또
돌아보게 됩니다.아쉬움이나 미련이라기보다는 후회가 남는 날들입니다.
봄날 밭에 씨를 뿌린 농부가 가을이면 저마다의 수확물을 거둬들이듯
우리도 책임을 져야 하는 시기라고나 할까요. 실컷 놀았으니 후회는
없다고, 열정적으로 미쳐 보았으니 후회는 없다고 말할 사람이 몇이
나 될런지요. 그것이 카드 대금 명세서든,새하얗던 피부 위로 고개를
내민 주근깨든지 간에 제정신을 차리고 나면 후회스러울 따름이지요.
하지만 그 반성하는 마음 하나면 족합니다. 아름드리나무가 열매를
맺듯, 그렇게 우리도 익어가겠지요. 스스로를 안아주셔요. 괜찮아.괜
찮아, 소라 내어서 힘껏!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이.하늘 외엔 없을
테니까...."
ㅡ글쓴이 방랑식객 山堂,임지호 ( 자연요리연구가
"방랑식객" 편에출 연 )
2011.9.30. (금) 하기
하기 2016.09.15 10:01
[秋夕에는 누구나]
ㅡ 全山雨
추석에는 누구나
몸보다 먼저
설레는 마음이
고향으로 달려가서
머무는 동안
못다 한 정이랑
미루었던 그리움이랑
함박웃음으로 꽃피우고
떠날 때는
고향 산천 얼싸안은
이야기보따리
삼태기로 쓸어 담고
돌아와서는
아이 입속 굴리는
달콤한 눈깔사탕처럼
추억을 녹입니다
전산우 시인님! 아름답고 착한 마음을 찾게해줘 고맙습니다.
하기 2016.09.14 21:47
[먼길]
ㅡ문정희 ㅡ
나의 신 속에 신이 있다
이 먼 길을 내가 걸어오다니
어디에도 아는 길은 없었다
그냥 신을 신고 걸어왔을 뿐
처음 걷기를 배운 날부터
지상과 나 사이에는 신이 있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뒤뚱거리며
여기까지 왔을 뿐.
* 운명의 길을 묵묵하게 가는 모습을 노래한 [문정희]시인의
[먼길]은 여성 법조인이었던 전수안 전 대법관이 취임사로
쓸 만큼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
해외에서 주목한 시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유방]이다,
[유방]
ㅡ 문정희
윗옷 모두 벗기운 채
맨살로 차거운 기계를 끌어안는다
찌그러드는 유두 속으로
공포가 독한 에테르 냄새로 파고든다
패잔병처럼 두 팔을 들고
맑은 달 속의 흑점을 찾아
유방암 사진을 찍는다
- - - - - - - - -
맨살로 차거운 기계를 안고 서서
이 유방이 나의 것임을 뼈져리게 느낀다
맑은 달 속의 흑점을 찾아
축 늘어진 슬픈 유방을 촬영하며...
*유방암 사진을 찍으면서 비로서 여자의 몸임을 확인하는 순간을 실감나게
표현한 이 시는[여성의 언어로 여성을 표현한 최고의 시]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기 2016.09.07 13:25
[인생]
사람들이 자주 놀라는 것은
아픈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자주 슬프고 외로운 것도
아픈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아픔을 치유하는 것은
또다른 아픔입니다.
슬픔이 슬픔을 씻어내고
외로움이 외로움을 이겨 내며
상실이 상실을 밀어내고
흔들림이 흔들임을 막아줍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일어나고
그러면서 날마다 걸어가고
그러다가 어느 날은 웃게 됩니다.
ㅡ 글 정용철 (좋은생각 발행인)
하기 2016.09.07 12:54
[산다는 것은]
ㅡ오세영 ㅡ
산다는 것은
눈동자에 영롱한 진주 한 알을
키우는 일이다
땀과 눈물로 일군 하늘 밭에서
별 하나를 따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가슴에 새 한 마리를 안아
기르는 일이다
어느 가장 어두운 날 새벽
미명(未明)의 하늘을 열고 그 새
멀리 보내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손 안에 꽃 한 송이를 남몰래
가꾸는 일이다
그 꽃 시나브로 진 뒤 빈주먹으로
향기만을 가만히 쥐어 보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그래도 산다는 것이다.
하기 2016.09.07 12:45
[사랑을 모르는 사람]
ㅡ전기예ㅡ
그리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외로움이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다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 또한 사랑이다
그리운 것도 보고 싶은 것도
외로운 것도 없다면
그것은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다.
ㅡ전기예 시집 (다아스포라 의 황혼)에 실린 시 [사랑을 모르는 사람] 全文 ㅡ
하기 2016.09.05 15:06
[빗방울길 산책]
시 김기택
비온뒤
빗방울 무늬가 무수히 찍혀 있는 산길을
느릿느릿 올라갔다
물빗자루가 한나절 깨끗이 쓸어놓은 길
발자국으로
비질한 자리가 흐트러질세라
조심조심 디뎌 걸었다
그래도 발바닥 밑에서는
빗방울 무늬들 부서지는 소리가
나직하게 새어나왔다
빗물을 양껏 저장한 나무들이
기둥마다 찰랑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비 그친뒤
더 푸르러지고 무성해진 잎사귀들 속에서
작은 새울음소리가
새로 돋아나고 있었다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빗방울길
돌아보니
눈길처럼 발자국이 따라오고 있었다.
ㅡ 김기택 1957년 경기 안양 출생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당선으로 등단
김수영문학상 미당문학상 상화시인상.수상. 현재 경희사이버대 문창과교수.
하기 2016.08.30 15:01
어른 노릇
사람은
주는 것으로 어른이 된다.
나이가 들어도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뭔가를 줄 수 있다면 여전히 청년이다.
갓난아기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인간은
오직 받는다. 생기 넘치는 만년의 생활자들은
하나같이 베풂을 잊지 않는 사람들이다.
베풂을 잊지 않는 한, 그가 몇 살이든,
몸이 불편하든 마음만은
건강한 장년이다.
- 소노 아야코의《간소한 삶 아름다운 나이듦》중에서 -
* '베푸는 사람'이 곧 어른입니다.
베푸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돈이나 물질,
아니면 시간으로, 손길로, 마음으로 베풀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히고 가슴은 열려야 합니다.
가슴이 열린 만큼 지갑도 열려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하게 어른 노릇도
잘 할 수 있습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
하기 2016.08.29 22:25
[늙어가는 아내에게]
ㅡ황지우 (1952 ~ )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곱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 게야
생각나?
(중략)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評>
한 영화감독이 인터뷰를 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더라고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사랑’ 이라는
것보다 더 맞는 말들이 많아요. 나는 지금 너의 이런 부분이 좋아, 그런데 다음날이 되니까 그게
아니라 다른 점이 좋아….” 사랑이 변하는 거냐며 질질 짜대는 사람들에게 손수건 건네주는 일이
야 마른 김에 밥 싸먹는 일처럼 식은 죽 먹기죠. 식은 죽이라면 버릴라 치는 변덕은 사람이, 그
사람의 말이 부리는 거잖아요. 생선 발라먹다 말고 팝콘 통에 손 넣다 말고 우는 여자의 속눈썹에
입 맞추다 말고 사랑한다, 고백 좀 마세요. 네 손톱에 예쁜 달 떴네, 네 엄지손가락 망치처럼 단단
한 것 좀 봐 못도 박겠어, 네 쫀쫀한 허벅지 보면 말이 형님 하겠는걸, 눈썰미를 수다로 발휘해 보
세요. 결국 사랑은,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 맞는 말을 찾아가는 여정 아닐까요. <김민정·시인>
▶ [시가 있는 아침] 더 보기
하기 2016.08.27 18:04
실용적인 여행[꿀팁]을 알린다
그 정도 용기도 없으면 평생 못 간다.
일하는 곳에서는 열심히 하는 인재가 돼라.
그리고 나서,
지랄 염병을 해서라도 꼭 여행을 가라.
첫째, 남들 안 갈때 가라.내일 죽을지 모르는데
뭐가 무서워서 몸사리나.
둘째, 여행사 직원들을 사귀어라.여행사 직원
알아둬서 나쁠거 없다.시간 많으니 싼표
나올때 연락해 달라고 해 놓으면 탐색 비용
줄일 수 있다.
셋째, 일단 여행 갔으면 쓰고 오라.
돈 아까워서 못 갔다 오면 후회한다.
ㅡ 어느여행사 대표가 한 말 ㅡ
하기 2016.08.27 17:51
[8월]
뜨거운 여름도
한때
굵은 빗줄기도
한때
우리는
한 여름 밤 빛나는 별
밤기차 소리의 여운과
가시지 않는
열정으로
지금 행복합니다.
하기 2016.08.13 11:19
["열"받으면 지는 겁니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고 하는데
사실은 화내면 지는 겁니다.
"이 멍청이 바보야!" 같은 욕설을 들었을 때
화를 내는 까닦은 자신이 실제로 바보 멍청이
일지라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프랑스
사상가 파스칼이 말했습니다.
섭씨35도에 이르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온 나라가 폭염겨보가 내려진 오늘입니다.
밤에도 잠자리가 뜨거워 선뜻 잠이 오지 않습니다.
사소한 일에도 열이 납니다.
그렇다고 자연(自然)이 하는 일에 화를 낼 수 있나요,
화내면 지는 겁니다.
ㅡ조선일보 주간메거진 탐장 [이한수]의 매거진 레터 ㅡ
하기 2016.08.07 18:31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저무는 날
지나갈 여름인 것을- - -.
찌는 듯 무더운 날이
길기도 무던 길다
고냥 앉은 채로
즈긋이 배겨보자
끝내는 제가 못 견디어
그만 지고 마누나.
詩人 조은 [덥고 긴 날]
............................................................................
[늙어가는 아내에게]
ㅡ황지우 (1952 ~ )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곱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 게야
생각나?
(중략)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評>
한 영화감독이 인터뷰를 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더라고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사랑’ 이라는
것보다 더 맞는 말들이 많아요. 나는 지금 너의 이런 부분이 좋아, 그런데 다음날이 되니까 그게
아니라 다른 점이 좋아….” 사랑이 변하는 거냐며 질질 짜대는 사람들에게 손수건 건네주는 일이
야 마른 김에 밥 싸먹는 일처럼 식은 죽 먹기죠. 식은 죽이라면 버릴라 치는 변덕은 사람이, 그
사람의 말이 부리는 거잖아요. 생선 발라먹다 말고 팝콘 통에 손 넣다 말고 우는 여자의 속눈썹에
입 맞추다 말고 사랑한다, 고백 좀 마세요. 네 손톱에 예쁜 달 떴네, 네 엄지손가락 망치처럼 단단
한 것 좀 봐 못도 박겠어, 네 쫀쫀한 허벅지 보면 말이 형님 하겠는걸, 눈썰미를 수다로 발휘해 보
세요. 결국 사랑은,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 맞는 말을 찾아가는 여정 아닐까요. <김민정·시인>
▶ [시가 있는 아침] 더 보기
하기 2016.08.06 15:56
[김수환 추기경 말씀]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된다고.....
가슴 아파하지도 말고
나누며 살다 가자
버리고 비우면
또 채워지는 것이 있으리니
나누며 살다 가자.
내 마음이 <예수님, 부처님> 마음이면
상대도 <예수, 부처>로
보이는 것을...
누구를 미워도
누구를 원망도 하지 말자.
많이 가졌다고 행복한 것도
적게 가졌다고 불행한 것도 아닌
세상살이...
재물 부자이면
걱정이 한짐이요~
마음 부자이면
행복이 한짐인 것을~
죽을 때 가지고 가는 것은
마음 닦은 것과
복 지은 것뿐이라오.
누군가를 사랑하며
살아갈 날도
많지 않은데....
누군가에게 감사 하며
살아갈 날도
많지 않은데....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된다고
가슴 아파하며 살지 말자.
버리고 비우면
또 채워지는 것이 있으니
사랑하는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다 갑시다.
사랑하시라.
소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오.
진정한 사랑은
이해, 관용, 포용, 용서,
자기 낮춤이
선행된다오.
내가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칠십 년 걸렸다오.
ㅡ김 수환 추기경 ㅡ
하기 2016.08.06 15:50
[서해]
ㅡ 이성복 (1952~ )
아직 서해엔 가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거기 계실지 모르겠기에
그곳 바다인들 여느 바다와 다를까요
검은 개펄에 작은 게들이 구멍 속을 들락거리고
언제나 바다는 멀리서 진펄에 몸을 뒤척이겠지요
당신이 계실 자리를 위해
가보지 않은 곳을 남겨두워야 할까봅니다
내 다 가보면 당신 계실 곳이 남지 않을 것이기에
내 가보지 않은 한쪽 바다는
늘 마음속에서나 파도치고 있습니다.
ㅡ남들은 다 놀고 있는데 나만 일한다면 속상하다.그 마음을 어루만지려고
이 사랑꾼은 속삭인다.유럽의 고성,대륙의 협곡, 태평양의 에메랄드빛 바다
우리는 못 가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안 가는 것이다. 바로 사랑했던 그 사람
이 거기 있을까 봐, 내 사랑만은 그곳에 있으라고.ㅡ나민애 <문학평론가>ㅡ
하기님 안녕하시죠?
대구는 특히나 더울텐데 어디 피서라도 다녀오셨는지요?
다름아니고 지난 번에 제가 김태완 거사님 법회에 대해 말씀드렸지요?
하기님과 함께 고민해보면 어떨까하고 도움을 청한 것이었는데
괜히 실례를 한 것 같아요.
제가 한 2개월에 걸쳐 그 분의 법문을 듣고 참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법회도 한 번 가봤는데 그날 제가 너무 피곤해서 계속 졸기만 했거든요.
그 분의 법문을 들으면 참 마음이 편합니다.
강의를 참 잘하는 분이라 법을 설명하는 것이 다른 스님들에 비해 현대적이면서도 조리가 있고
간단하게 설명을 하기 때문에 너무 자유롭다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 속에 자꾸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뭔가?하고 계속 고민하다가
그분이 성철스님의 오매일여(자나깨나 늘 한결같음)에 대한 의견을 내어 놓더군요.
또 한참 혼란스러운 가운데 계속 들으면서 고민을 하다가
그 분이 어떤 나름대로의 공부경계를 체득한 사람은 맞지만
완전히 깊이 있게 깨달은 사람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거기에서 오는 많은 오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품이 워낙 부드럽고 공부를 많이 하신 분이라
거기에서 나오는 편안함때문에
수행게을리 하고 싶은 저의 게으름이 합쳐져서 잠시 판단이 흐려졌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가까이서 배울 수 있는 스승을 찾다가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냥
법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도반정도로 받아들이고 듣는다면
별 탈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른 스님들의 말씀을 빌리자면
자신의 체험에 머물러 있는 단계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더 많이 고민하고 하기님께 소개해 드렸어야 했는데
하기님과 함께 금강경 공부한 기쁨이 커서 조금은 경솔했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더운 날씨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비밀댓글]
하기 2016.08.05 21:44
언제나 고맙습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하시지요.
포근하게 감싸주신 배려가 언제나 나의 가슴에서 이렇게 크게 자리 잡고있습니다.
그제는 아침일찍 상경하여 요양원과 요양병원에 계신 부모님 뵙고 저녁에 집에 와
참 많은 걸 생각했습니다. 길게 가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최선을 다 하지
못하는 지금이 그냥 아쉽기만 했습니다.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는 두 분을 보면서
두 손만 꼭 쥐고 있다가 왔습니다.구십과 구십 두해를 넘기신 두분이 정말 행복했었는데...
이제는 그게 아닌 것도 같드라구요,그런게 인생이라는 것인가 하고 철든 생각을 했습니다.
혼자 바쁘게 움직였고,아직은 믿음이 약해 좋은 안내도 기억 못했던게 사실입니다.
잘 매듭짓고 평정을 찾으면 조용한 山寺를 찿아 나서고 싶습니다. 스님도 만나고 싶고요.
어려웠던 법문 다시 읽겠습니다. 못했던 국내여행도,외국여행도 하겠습니다...如明님! 고맙습니다.
[비밀댓글]
얼마나 복을 많이 지으신 분들이면 구십을 넘게 해로하실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정말 행복하신거지요.
그쪽으로 촛점을 맞운다면 감사하는 마음이 크실거라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다음 생에도 그 다음 생애도 두 분은 다시 만나 더 나은 삶을 이루어가면서 점차 성불해 가실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
크게 보면 정말 희망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 부모님 일때문에 정신이 없으실테지만
저는 벌써 겪은 일이라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돌아가시고 난 뒤 제 경우에는 5년까지도 정신이 예전 같지 않았고
제가 좋아하던 취미가 뭐였던지 까맣게 잊을 정도였으니까요.
불법에 의지하여 그 힘든 경험들을 지나온 것 같습니다.
자주 자주 모든 마음을 놓아버리시고
될대로 되라 하고 편안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사실 어머니 돌아가시고 너무 불효한 것들이 많아 학생들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여
가르치는 일을 완전히 접고 다른 직장을 다닐 정도였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저를 벌 주었던 것 같아요.
7여년이 지난 지금에야 자신과 타협을 하고
요즘에는 다시 시작하고 있지만
이제는 너무 늦어서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수업 한시간 한시간 하고 있습니다.
곧 못하게 되겠지만 말이죠.
하기님 늘 마음으로 인생 선배님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모님들께서 조금이라도 더 편안한 마지막을 맞아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비밀댓글]
하기 2016.08.04 21:32
[눈]
ㅡ이종문
신축
공사장의
모닥불에 내리는 눈
그것이 불인 줄을 꿈에도 모른 채로
무심코 내린다는 게
그만 거기
내리는
눈
신축
공사장의
모닥불에 내리는 눈
그것이 불인 줄을 번연히 알면서도
어,어, 어 하는 사이에
피치 못해
내리는
눈.
ㅡ시작 메모ㅡ
운명의 신이 나무 뒤에 숨어 있다가 우리들의 뒷통수를
내리칠 지 우리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시퍼렇게 날 선 칼
이 배속으로 들어올까 속수무책으로 긴장하고 있다가 정
말 뜻밖에도 달리는 트럭에서 툭, 떨어져 온 몸에 어혈이
들고 졸지에 뇌수가 터져버린 수박처럼! ㅡ(이종문 시인) ㅡ
하기 2016.08.02 22:40
[각축]
ㅡ 시인 문인수
어미와 새끼 염소 세 마리가 장날 나왔습니다.
따로 따로 팔려갈지도 모를 일이지요. 젖을 땐 것 같은 어미는 말뚝에 묶여있고
새까맣게 어린 새끼들은 아직 어미 반경 안에서만 놉니다.
2월, 상사화 잎싹만한 뿔을 맞대며 톡,탁,
골 때리며 풀 리그로
끊임없는 티격태격입니다.저러면 참, 나중 나중에라도 서로 잘 알아볼 수 있겠
네요.
지금, 세밀하고도 야무진 각인 중에 있습니다.
..........................................
이 친구 둘이 나이10살에 만나서 반 백년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똑같은 길을 함께 걸어 여기까지 왔다
모두들 정말 거짖말 같다고 해도 하여튼 숙명처럼, 이곳에 내가 있으면 네가 오고, 네가 저곳에있으면
내가 또 가고... 우리는 이제 고향산천을 다른 친구들에게 맡기고는 이곳에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것
이다. 둘이는 종종 이런얘기를 하곤 피안대소를 한다. 우리 부모님과 형이, 너와 내가 베트남 전선에
참전 했을때 송금된 전투수당 뫃아놓곤 왜 그 논밭마지기 그 대지 사두지 못했을까?... 그럼 지금 누구
처럼 떵떵거리는 건데, 하고.....지난 옛날 얘기을 하며 못난이들 처럼 또 한 바탕 웃어 제낄 수 있었다
....................................
하기 2016.08.01 12:49
[여행의 방식]
꽉 차게 흐르다 잠시 멈추면?
같은 일로 콩 볶다가 갑자기 며칠 주어진다면?
일단 벗어나자!
딴짓 한번 해보자!
무릇 일탈이란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것
가는 시간 잡아둘 수는 없지만
부러 돌아앉아 본체만체할 자유는 있지 않은가
당장 밥벌이를 그만둘 수는 없어도
한 며칠쯤 한눈팔 정도는 되지않은가
익숙한 것은 접자
낯선 것을 만나자
꽁꽁 묶인 나를 풀어
한동안 제멋대로 가도록 놔~두~자!
ㅡ전원생활 8월호 [여행의방식]편집자 글
............................................
오.매 단풍 들것네
- 김 영 랑
「오.매 단풍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닙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니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졍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보아라
「오.매 단풍들것네」
ㅡ [原文]임 ㅡ
※ 사투리가 주는 정감과 누이와의 교감이 물씬 느껴지는 고운시 “오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은 열 네 살의 어린 나이로 결혼을 했다가 1년 만에 상처를 한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런 그였기에 어린 누이에 대한 감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김영랑 (김윤식) :1903년 1월 16일, 전라남도 강진 生 - 1950년 9월 29일 卒
어린 누이가 장독대에 무언가를 가지러 나갔다가 무심코 떨어지는 붉은 감잎을 보고
아름다움에 놀라 “오매 단풍 들것네”라고 말하자 그런 누이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하는
오빠의 장난이 재미있게 녹아있는 한장의 그림이자 아름다운 詩이다.
詩를 훔쳐가는 사람
- 이 생 진
´○○ 시인님
시 한 편 훔쳐갑니다
어디다 쓰냐구요?
제 집에 걸어두려고요´
얼마나 귀여운 말인가
시 쓰는 사람도
시 읽는 사람도
원래는 도둑놈이었다
세상에 이런 도둑놈들만 들끓어도
걱정을 않겠는데
시를 훔치는 도둑놈은 없고
엉뚱한 도둑놈들이 들끓어 탈이다
내 시도 많이 훔쳐가라
하지만 돈 받고 팔지는 마라
세상은 돈 때문에 망했지
시 때문에 망하지는 않았다
도둑맞은 詩
- 이 생 진
나는
우연히 café.daum.net를 클릭하다가
내 ‘詩를 훔쳐가는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 나를 보고 머리 숙이는데
나는 훔쳐가는 그 시를
다시 훔쳐 읽었다
시는 서로 훔치는 것
나는 그 시를 어디서 훔쳤더라
답글
하기 2016.07.16 15:40
[물수제비에서 배우다]
ㅡ최동희
작은 돌멩이가
물 위를 통통 튀어나가면서
가까운 순서대로
커다란 원이 점점 퍼지다가 사라지고
조금 작은 원이 퍼지면서 사라지고
더 작고 희미한 원이 퍼지는 듯 사라지고
사는 것도 그럴 것이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큰 원으로 다가왔다가
제 풀에 다 풀어져
흔들리던 지름이 없어진
잔잔한 강으로 흐르는 것이리라
조금만 멀리 보라
잠깐만 기다려 보라
크기조차 버린 평화가
고요한 강으로 돌아온다.
☎ 최동희 - - 서강대학교 졸업
1996년(시대문학)으로 등단
국제펜클럽 힌국지부 회원
현재 서울 선일여자고등학교 교감
ㅡ 전원생활 7월호 이달의 시 ㅡ
하기 2016.07.13 22:54
[여유로운 나만의 행복한 시간]
나만의 하루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어떤 것을 하고 싶으세요?
당신만의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으세요?
무엇을 하든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이기에,
당신만의 시간이기에 더 소중하고, 더 달콤할 것입니다.
달콤한 그 시간동안 당신의 입가에 미소가 머물길 바랍니다.
.......................................
[능 소 화]
시/ 나 태 주
누가 보아 주거나 말거나
커다란 입술 벌리고 피었다가
뚝 떨어지는 어여쁜 꽃
슬픔의 입술 을 본다
그것도 비오는 이른 아침
마디마디 또 일어서는
어리디 어린 슬픔의 누이들을 본다
하기 2016.07.03 22:42
[여름날]
ㅡ김사인
풀들이 시드렁거드렁 자랍니다.
제 오래비 시누 올케에다
시어미 당숙 조카 생질 두루 어우러져
여름 한낮 한가합니다
봉숭화 채송화 분꽃에 양아욱
산나리 고추가 핍니다
언니 아우 함께 핍니다
암닭은 고질고질한
병아리 두엇 데리고
동네 한 바퀴 의젓합니다
나도 삐악거리는 내 새끼 하나하고
그 속에 앉아
어쩌다 비 개인 여름 한나절
시드렁거드렁 그것들 봅니다.
긴 듯도 해서 긴 듯도해서 눈이 십니다.
ㅡ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창비>중에서
......................................
하기 2016.06.03 11:27
구부러진 길이 좋다
들꽃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ㅡ광화문 교보빌딩 여름글판에 게재된
이준관 시인의 [구부러진 길] 中 ㅡ
............................................
하기 2016.07.03 22:26
[밤기차]
ㅡ안상학 作
칠흑 같은 밤 그대에게 가는 길
이마에 불 밝히고 달리는 것은
길을 몰라서가 아니라
멀리서 기다리는 너에게
쓸쓸하지 말라고
쓸쓸하지 말라고
내 사랑 별빛으로 먼저 보내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밤기차는 이마에 불을 달고 달린다.
그저 자기 앞길을 밝히려고 불을 단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란다.
멀리서 기다리는 사람에게 빛이라도 먼저 도착하라고 이마에 빛을
단 것이란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서 였구나 그래서 낮을 달리는
기차보다 밤을 달리는 기차가 더 숙연하게 다가왔구나,이제야 알겠다.
시인의 인식이 참 따뜻하다. 밤기차는 언제 보아도 남다르게 다가온다.
기다림, 그리움, 고향, 가족 - - -. 이런 단어들이 함께 생각난다.그래서
밤기차는 늘 예사롭지 않은가 보다.짧은 시 한 편으로 길다란 기차를 전
부 묘사하고도 남는다. 가슴에 훌쩍 다가오는 시다.
ㅡ매일경제신문 허연 문화부장(시인)
..............
혹시 바쁘고 신경쓰이는 일이 많으신데
번거롭게 해드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지만
꼭 전할 말씀이 있어서요.
얼마전 불교티비에서 달마혈맥론을 김태완 이라는 법사님의 법문으로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뭔가 저의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 강해서
계속 법문을 들어보았는데요.
하기님께도 추천드리고 싶어서요.
인터넷 창에 무심선원이라고 치시면
법문들이 나오고요.
법회가 부산과 서울에서 번갈아가며 열리고 있더라구요.
저는 한달 정도 혼자 집에서 법문을 매일 듣다고
지난 일요일 서울 동국대에서 법회에 참석했습니다.
앞으로 계속 참석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무심선원 홈페이지에서 부산에서 열리는 법회 안내를 자세하게 해 놓았더군요.
법회는 누구나에게 무료로 개방되어있구요.
모든 사람들에게 모두 다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 법문이어서
하기님께는 어떠실지 모르지만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길이 어찌 한 길 뿐이겠습니까.
그냥 소개라도 해야 제가 의무를 다 하는 것 같아서요.
부담은 가지시지 마세요.
늘 편안하시기 바랍니다. [비밀댓글]
하기 2016.06.19 02:12
[ 유월 ]
ㅡ이상국 (1946~ )
내가 아는 유월은 오월과 칠월 사이에 숨어 지내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고 그냥 지나간다.
유월에는 보라색 칡꽃이 손톱만 하게 피고 은어들도
강물에 집을 짓는다.허공은 하늘로 가득해서 더 올라가
구름은 치자꽃보다 희다.
물소리가 종일 심심해서 제 이름을 부르며 산을
내려오고 세상이 새 둥지인 양 오묵하고 조용하니까
나는 또 빈집처럼 살고 싶어서 - - - - -.
시집<달은 아직 그달이다>(참비)中.
ㅡ유월은 초여름으로 흘러들어가는 입구다. 그런 날에는 앵두가 빨갛게 익어가고
구름은 치자꽃보다 희다.물소리도 제 이름을 부르고 논다. 오월과 칠월 사이에 숨어지내는 유월.
그 오목하고 조용한 세상을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다. 오월은 꽃, 칠월은 바다. 그러나 유월은 그
어떤 것으로도 가려지지 않는다.쓸데없는 것들이 은근슬쩍 제 기품을 드러낸 까닭이다.
토종개구리의 빛깔이 가장 예쁜 것도 유월이다.
작물들이 꽃을 걸고 줄기를 세워 잎을 넓히고 뿌리를 곱게 잡는 시간이 유월이라 했다.
만물이 슬그머니 평화를 짓는 시간을 유월이라고 부르고 싶다.
ㅡ 이소연 시인(2014한경청년신춘문예당선자)
.......................................
하기 2016.06.01 14:58
[유월]
내가 아는 유월은 오월과 칠월 사이에 숨어 지내는데 사람들은 잘 모
르고 그냥 지나 간다.유월에는 보라색 칡꽃이 손톱만 하게 피고 은어
들도 강물에 집을 짓는다. 허공은 하늘로 가득해서 더 올라가 구름은
치자꽃보다 희다. 물소리가 종일 심심해서 제 이름을 부르며 산을 내
려오고 세상이 새 둥지인 양 오목하고 조용하니까 나는 또 빈집처럼
살고 싶어서 - - - -
ㅡ이상국(1946 ~ )
☎ 유월이다. 시인은 유월을 산야에 숨어사는 사람에 빗댄다. 숨어 살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눈치 못 채게 쑥 지나간다고 말한다. 유월은
포근하게 감싸 안기듯 오목한 새의 둥지같고 도 수선스럽지 않고
조용조용하다. 다가오는 유월에는 "풀과 벌레의 이름을 불러주"고,
"환한 물소리에 몸을 씻" 고 싶다. 살구와 자두의 알이 굵어지고, 채
반에 들밥을 이고 가는 이의 마음이 바빠 걸음도 빨라지는 달이[유월]이다.
ㅡ문태준 시인 ㅡ
2016.5.31. 조선일보 오피니언[가슴으로 읽는 시] 중에서 옮겨 타이핑
하기 2016.06.01 13:15
누군가를 업는다는 것은 심장 두 개를
나란히 겹치는 일이라지요.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모든 것을 다 받아주고
모든것을 다 내어준다는 것이라지요.
박서영 시인의 시 [업어준다는 것]입니다.
...................,.........
(전략)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희고 눈부신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
그의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든다는 것
서로를 찌르지 않고 받아준다는 것
쿵쿵거리는 그의 심장에
등줄기가 청진기처럼 닿는다는 것
누군가를 업어 준다는 것은
약국의 흐릿한 창문을 닦듯
서로의 눈동자 속에 낀 슬픔을 닦아주는 일
흩어진 영혼을 자루에 담아주는 일.
(후략)
2016.6.1. Travel News紙 에서옮김 하기
하기 2016.06.01 14:58
[유월]
내가 아는 유월은 오월과 칠월 사이에 숨어 지내는데 사람들은 잘 모
르고 그냥 지나 간다.유월에는 보라색 칡꽃이 손톱만 하게 피고 은어
들도 강물에 집을 짓는다. 허공은 하늘로 가득해서 더 올라가 구름은
치자꽃보다 희다. 물소리가 종일 심심해서 제 이름을 부르며 산을 내
려오고 세상이 새 둥지인 양 오목하고 조용하니까 나는 또 빈집처럼
살고 싶어서 - - - -
ㅡ이상국(1946 ~ )
☎ 유월이다. 시인은 유월을 산야에 숨어사는 사람에 빗댄다. 숨어 살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눈치 못 채게 쑥 지나간다고 말한다. 유월은
포근하게 감싸 안기듯 오목한 새의 둥지같고 도 수선스럽지 않고
조용조용하다. 다가오는 유월에는 "풀과 벌레의 이름을 불러주"고,
"환한 물소리에 몸을 씻" 고 싶다. 살구와 자두의 알이 굵어지고, 채
반에 들밥을 이고 가는 이의 마음이 바빠 걸음도 빨라지는 달이[유월]이다.
ㅡ문태준 시인 ㅡ
2016.5.31. 조선일보 오피니언[가슴으로 읽는 시] 중에서 옮겨 타이핑
하기 2016.06.01 13:15
누군가를 업는다는 것은 심장 두 개를
나란히 겹치는 일이라지요.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모든 것을 다 받아주고
모든것을 다 내어준다는 것이라지요.
박서영 시인의 시 [업어준다는 것]입니다.
...................,.........
(전략)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희고 눈부신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
그의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든다는 것
서로를 찌르지 않고 받아준다는 것
쿵쿵거리는 그의 심장에
등줄기가 청진기처럼 닿는다는 것
누군가를 업어 준다는 것은
약국의 흐릿한 창문을 닦듯
서로의 눈동자 속에 낀 슬픔을 닦아주는 일
흩어진 영혼을 자루에 담아주는 일.
(후략)
2016.6.1. Travel News紙 에서옮김 하기
하기 2016.05.31 15:18
[유월의 아침]
하늘빛과 물빛이 맞닿아 하나가 되었고
풀섶과 그 그늘이 하나가 되어 빛나는
곳에서
유유히 물살을 가르며 노니는 청둥오
리를 만났다
싱그러운 유월의 아침이다.
ㅡ김준권ㅡ
...........................
[다시 유월에]
ㅡ 정재숙ㅡ
사랑은
가슴에
꽃 한 송이 품는 일일 거다
사랑은
가슴에 품은
꽃 한 송이 네게 건네는 일일 거다
그러고 보니
온 천지에
꽃이 가득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
유월은
구름의 그림자도 꽃으로 피어나는,
당신의 붉은 가슴이 열려
나도 꽃이 되는 한때다.
하기 2016.05.31 12:52
이번 여름에는 내 마음에도
물 한번 흠뻑 뿌려야겠습니다..
평생 착하다는 말에 갇혀 있던 나를 위해
평생 역할에 갇혀 있던 나를 위해
평생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은 나를 위해
평생 지나고 후회만 하는 나를 위해
이번 여름에는 내 마음에도
물 한번 흠뻑 뿌려야겠습니다
내가 먼저 흠뻑 젖어 길을 나설 때
세상도 나를 따라 올테니까요.
여름이 저만치 오고 있습니다.
여행가방에 사진기 넣고 이웃나라
여행을 다녀오려는 계획을 세워 봅니다.
兄께서 손을 잡아준다면 더 좋겠습니다.
오월 끝날 하기
하기 2016.05.28 17:09
[마음]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기졌는가
ㅡ함석헌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
모내기를 막 끝낸 유월 농촌은 적막강산입니다.
시간은 멈췄고, 오뉴월 땡볕만이 쏟아붓습니다.
엄마 아빠는 들로 밭으로 일하러 갔나 봅니다.
한낮에 이르자 아이들이 보채기 시작합니다.
이윽고 할머니는 갓 돌 지난 막내 손자를 업고
큰 길로 나섰습니다.
쌍둥이 손자 손녀는 할머니 양쪽 바지 끝을
꼭 붙들었습니다.
붉은 황톳길도 신작로도 아닌 요즘 시골길은
옛 정취는 없어 보이지만,
오늘 할머니와 손자들의 마실길은
정겹고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올 여름에는 당신의 그늘 아래서
한번 푸근히 누웠다가 가고 싶습니다.
그 품에 그 등에 기대고 싶습니다.
하기 2016.05.22 17:20
그랬다지요
― 김용택(1948∼ )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봄은 왔다가 간다. 행복한 사람에게도, 불행한 사람에게도 봄은 왔다가 간다. 지금은 봄과 여름 사이,
봄을 바라기엔 늦었고 여름을 만끽하기엔 조금 이르다. 김용택 시인의 ‘그랬다지요’는 이런 때에 읽는 시다.
봄이 왔고, 봄이 가는 이야기. 이 시는 딱 지금 계절을 담고 있다.
시의 중심에는 “사는 게 이게 아닌데”라는 탄식이 있다. 바라는 삶을 그림처럼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게 아닌데’ 하면서 아침을 맞고, ‘내가 바라던 삶은 이게 아닌데’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이 탄식이란 무척 지겹고 답답한 표현인 셈이다.
그런데 시인은 탄식을 못났다고 타박하지 않고 마치 봄날의 꽃잎처럼 흩날리는 것으로 그렸다.
‘이게 아닌데’ 흔들리는 사이에 인생의 봄날은 왔고, ‘이게 아닌데’ 좌절하는 사이에 인생의 봄날은 갔다.
나만 그랬을까. 우리도 그랬다. 우리만 그랬을까. 그들도 그랬다.
탄식이 꽃잎처럼 쌓이면서 시간은 지나가고 인생은 만들어졌다.
산 사람의 하루는 소중한 것이지만, 매일이 의미로 채워지기는 어렵다. 사람의 생명은 고귀한 것이지만,
그 인생이 온통 반짝이기는 힘들다. 반짝이지 않는다고 해서 삶은 가치 없을까. 이 시는 ‘이게 아닌데’의
삶을 두둔한다. 그 이유는 완벽하지 못한 삶, 이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삶도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일은 다르게 살고 싶다는 그 마음 또한 소중하기 때문이다.
온 우주가 진심으로 나만 미워하는 것 같을 때, 이 시를 읽자. 내 인생은 어쩜 이렇게도 가여울까 싶을 때,
남들만 행복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는 대신 가는 봄날을 바라보자. ‘이게 아닌데’를 말한다고 해서
내 인생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봄은 왔다가 간다. 그리고 간 봄은 다시 올 것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ㅡ2016.5.20. 금욜 동아일보 A34 오피니언 [나민애이시사 깃든 삶] ㅡ
하기 2016.05.22 11:00
사월의 귀밑머리가 젖어있다
밤새 봄비가 다녀가신 모양이다
연한 초록
잠깐 당신을 생각했다.
떨어지는 꽃잎과
새로나온 잎파리가
비교적 잘 헤어지고 있다
접이우산 접고
정오를 건너가는데
봄비 그친 세상속으로
오월의 라이락 향기가 한 켠 더 밝아진다.
미간이 순해진다
멀리 있던 것들이 어느새 가까이 와 있다.
저녁까지 혼자 걸어도
유월의 맨 앞까지 혼자 걸어도
오른켠이 허전하지 않을 것 같다.
당신의 오른켠도 연일 안녕하실 것이다.
ㅡ이문재 시인이 쓴 [봄편지]
하기 2016.05.14 16:05
경산 [반곡지]예찬
봄꽃 하르르
퍼붓듯 쏟아지는
4월도 마다하고,
산천 온통 달아
내통한 듯 타는
10월도 마다하고,
꽃도 벗고 잎도 벗고
또 한 겹 삶의 허물도
헐벗어 추운
동지섣달 막 지낸 새벽,
새날 맞으러
새살 돋으러
새꿈 비추러
숨겨둔 손거울 같은
아껴둔 햇덩이 같은
연못으로 간다.
한 번 보아도
눈에 가슴에 담길
내 마음의 장독대 위
정화수 한 그릇,
반곡지로 긴다.
ㅡ마을에 서리가 많이 내려 반곡지라고 불렀다.
오늘 다녀가셨네요.
금강경 공부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많이 힘드시지 않은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모든 일을 객관적으로 놓고 보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건강하세요. [비밀댓글]
하기 2016.05.14 15:05
석탄일을 맞아 조용한 암자라도 다녀 오셨는지요.
항상 고맙습니다. 덕분에 여유찾아 순응하며 지켜가고 있습니다.
길게야 가지 않겠지요, 그게 삶이라고들 하더라구요.그렇게 볼 수 있는
여유 갖겠습니다. [비밀댓글]
하기 2016.05.22 00:02
너무 아파하는 엄니를 지켜보다가
아예 전담간병인에게 돌봄을 넘기고 왔습니다.
곁에서 뭐 어찌해야할 것을 찾지 못할바에야 차라리
그렇게 하는게 훨씬 좋을것같아 결정을했습니다.
그렇게 강했던 울 엄니였는데 곁에가도 기운이 없다고하네요.
여지껏 구십과 구십둘을 넘긴 부모님이 계신다는게 복이 있는건지
복이 없는건지 도통 모르겠습니다.그냥 이제 어른이 된것만 같습니다.
그냥 최선을 다할겁니다.긴병에에는 효자 효부 없다고 하더라구요. 불효한건가요?
지금을 솔직히 표현했습니다.답답했던 울컥하는 마음 가볍게하고 왔습니다.건강하십시요. [비밀댓글]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글입니다.
오래 아파하시니 어쩌면 좋을까요?
병원에서 물론 적절한 진통제 처방을 해주었겠지요?
전담간병인이 더 잘 돌봐주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큰일 치르고 계시네요.
구순을 넘긴 부모님들이 적당히 정을 떼고 가시려나봅니다.
너무 갑자기 가셔도 충격이 크니까요.
최선을 다하신다니 은혜를 잘 갚고 계신거지요.
힘드시지만
그냥 자주 자주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마지막 길을 가시는 부모님들 곁에 계셔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길에 좀 더 마음 편하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을텐데
시나 음악이나 법문이나 뭐 평소 좋아하시던 것이 있다면
아들과 함께 하고 싶어하시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뭐가 있을까요?
부모님 돌아가신 후 그래도 조금 스스로 위안이 될 수 있는 방법이 말이죠.
등록 취소
비공개 如明 [비밀댓글]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글입니다.
불교티비(BTN)에 정목스님의 나무아래 앉아서 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이 있고 비구니스님의 푸근한 음성이 매우 좋고
좋은 내용들로 가득찬데 불교적인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사는 이야기로 진행을 하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더라구요
스마트폰으로도 볼 수 있는데
다시보기로 보여드릴 수 있다면
좀 더 마음 편안해하실까요?
너무 고통스럽다면 어떤 것도 들리거나 보이지 않겠지요?
그냥 인터넷에 나무아래 앉아서 라고 치면 방송을 보실 수 있습니다.
등록 취소
비공개 如明 [비밀댓글]
하기 2016.05.06 13:11
[가재미]
ㅡ 문태준 ㅡ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보내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 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 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재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ㅡ[가장 좋은 시]로 선정된 [가재미]는 지난해(2004년)현대시학 9월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느낀 처연한 연민을 그렸다.이 시에서 그는 임종을 앞둔 "그녀"를
다른 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고통을 그렸다.그녀에 대해선 "어머니 다음으로 좋아했던,
살붙이나 다름없는 분"이라고 말했다.나중에 그는 큰어머니라고 밝혔다. "이 시를 쓰고 난 뒤
탈진한 정도였어요.한 번에 써내려갔지만,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할 때 오랫동안 망설여지고 힘
들었습니다". 한쪽 눈이 다른 쪽으로 옮겨 붙어 한쪽 밖에 볼 수 없는 가자미처럼 "그녀는 죽
음만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아야만 하는" 고통 때문이었다.
지난해(2004년)에 이어 올해도 문인들이 추천한 "가장좋은 시인"으로 선정된 문태준(당시35세,
불교방송 PD ㅡ현재46세) 시인. 그의 시 [가재미]와 시집[맨발]도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ㅡ이 시는 2005년 3월10일 목요일 [동아일보]에 게재된 내용이다.
스크랲해 두었던 신문 쪽지를 오늘 펼쳐 옮겨 타이핑 쳤다.그러니까 꼭 11년을 보관했다가
오늘 내 방명록에 타이핑 한것이다. 2016.5.6. 하기
94~ 100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