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저물어 간다. 하루가 가고 한 달이 지나가고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일이 늘 있어오지만 그래도 연말이 되면 내일보다 어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항상 아쉽고 후회되고 미련이 남는 건 굳이 나만의 느낌일까. 마음이 무거운 시절이다.
날씨도 내 마음을 아는지 잔뜩 흐려 숲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고 원경은 구별할 수 없이 뿌연 안갯속에서 희미한 실루엣만 어른거리고 안개도 이슬비도 아닌 는개만 흩날리는 하루였다.
산행은 댓재에서 구부시령까지 대간길을 걷고 예수원으로 하산한다. 경치는 딱히 볼 것이 없으나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걷기 좋은 비교적 쉬운 구간이니 올 한 해 걸었던 대간길도 회상해 보고 앞으로의 산행도 그려보고 내 멍청한 머릿속과 어리석은 삶도 들여다보며 오늘도 또 걸어보자.
댓재(810m) 다른 이름으로 죽령(竹嶺) 죽현, 죽치
대동여지도 등엔 竹嶺으로 표시되어 있다.
단양의 소백산을 넘는 죽령과는 이름이 같다. 근데 대나무가 많았다는 기록은 없네?
우리는 산신께 산행의 안전을 기원했다.
댓재 전망대에서 삼척방향을 전망한다. 딱히 알만한 산은 없고....
전망대를 하늘에서 보면 새가 나는 모양이다. 그러니 조망대다. ㅎㅎ
이정목 뒤 댓재 표지석 뒤에는 시가 있는데 지난 대간 산행기에 이어 다시 올린다.
댓 재
소금장수 등짐 지고 넘던 고개
산새도 고개를 넘자고 울고
저 아래 구릉지로 산비 질러가네
불 같은 진달래 무더기로 피던 능선
바위에 앉아 옷고름 날리던 님은
머슴살이 십 년을 기다려주었네
옛날은 허기져도 칡덜 굴 좋았던 것을
살아온 목숨은 산메아리 되어 숨고
오늘 이 고개를 넘는 사람아
구름도 나그네와 함께 쉬었다 가네
二千八年 戊子 가을
詩 정일남
書 임 규
산행 초입에 대나무는 없어도 조릿대가 대신 자라고 있다.
제법 경사가 있는 오르막을 올라 황장산(975m)에 올랐다.
우선 문경의 황장산과 이름은 같으나 알려진 바가 크게 없어서 그런지 정상석하나 없다.
여기가 1011봉인 듯.
나무틈 사이로 웅장한 산세가 드러나는데 낙동정맥 백병산을 조금 지나 분기하는 육백지맥의 육백산이다.
이곳이 오늘 만찬 장소이다. 후미가 도착하니 선두는 벌써 출발하고 없다. 그래도 식사는 느긋하게... ㅎㅎ
준경묘로 내려가는 등로가 있는데 이용하는 산객들이 있을까?
준경묘는 이성계의 5대조 이양무의 무덤이다. 사설은 생략.
귀네미 마을의 풍력발전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 큰재가 가까워진다.
큰재. 멀리서 풍력 발전기의 커다란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한데 바람소리에 묻혀 아득하다
다시 임도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서부터 귀네미 마을이 시작된다.
귀네미 마을에서 내려다본 동쪽의 모습.
댓재에서 본모습과 흡사하다.
귀네미 마을은 1988년 태백시 식수원인 광동댐을 건설하면서 수몰된 주민들을 이주시켜 만든 마을이다.
안반데기와 매봉산 채소밭과 함께 고랭지 채소밭으로 유명하며 예능프로그램인 1박 2일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져 지금은 관광지로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양배추가 수확도 못하고 얼어 방치되고 있네? 에구에구 안타까워라. 농부의 마음도 얼었겠지...
자암재에서 후미가 숨을 고르고 있다.
자암재는 산제 지내는 바위가 있는 산으로 자암밭매기'라고도 한다.
이전 대간팀이 귀내미 마을 쪽으로 하산했던 곳이다.
이곳에서 환선굴로 내려가는 등로가 있는데 강력 비추천! ㅋㅋ
지각산(환선봉)으로 오르는 경사가 시작된다. 오늘 마지막 힘을 써야 하는 지점이다.
이곳이 지각산인데 환선굴 때문에 환선봉이라 한 것 같고 또 다른 지각산이 근처 광동호 옆에도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람.
바쁜(?) 관계로 정상석만 사진으로 남기고 정상석 뒤 전망대로 향한다.
환선봉 조망처에서 본 귀네미마을과 대이리 동굴지대 입구 환선굴입구 주차장과 모노레일이 보인다.
엄청난 높이의 분지에 있는 귀네미 마을이 마치 신선들이 사는 선계의 마을 같다.
대이리 동굴지대.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에 있는 석회동굴지대. 천연기념물 제178호. 환선굴(幻仙窟)을 중심으로 관음굴·제암풍혈(梯巖風穴)·양터목세굴·큰재세굴·덕발세굴 등의 동굴군을 대이리 동굴지대라고 한다. 동굴은 물이 석회암을 녹이는 용식작용에 의해 만들어졌다. 현재 10개의 동굴이 발견되었으며, 대표적인 동굴인 대금굴, 관음굴, 환선굴이 있다. 관음굴은 갈매굴이라고도 불리며, 동굴길이가 1.2㎞로 장년기 석회암동굴이다. 동굴 안에는 고드름처럼 생긴 종유석과 땅에서 돌출한 석순 등 동굴생성물이 있다. 또한 깊이 1m가 넘는 물이 계속 흘러 수중굴을 연상시킨다. 동굴 깊숙한 곳에는 크고 작은 4개의 동굴폭포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환선굴은 관음굴을 지나 782m 높이의 갈매산 봉우리에 위치한다. 동굴길이는 3.5㎞이고, 여러 개의 텅빈 굴로 이어진 수굴(水窟)이다. 동굴 안에는 동굴의 함몰로 만들어진 골짜기와 높이 10m가 넘는 3개의 폭포가 있다.
|
저 앞이 덕항산이니 부지런히 가자.
이곳 쉼터에서 하산예정이었으나 산행만 생각해서 구부시령까지 가자고 했으니 집행부는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부끄럽고 미안하다.
귀한 2등 삼각점이 (삼척 23) 있는 덕항산 정상이다.
덕항산( 1072.9m 德項山) 일명 덕메기산이다. 덕메기를 한문표현하다 보니 덕항이 되어 버렸나?
흑백 사진처럼 하늘색이나 산이나 바다나 다 같은 회색이다.
구름 걷히고 안개 걷히면 분명 그 속엔 아름답고 멋진 세상이 있겠지.
오늘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그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기다리는 수밖에....
지난 대간 때 아마 이른 봄이었을 것이다. 이곳에 괘불주머니가 흐드러지게 핀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지금도 이 낙엽 속에서 녀석들은 또 그 화려함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저 위 봉우리에는 아무것도 없다 안 올라가도 됨. ㅎㅎ
바로 우틀.
구부시령 직전 봉우리 이정목에 구부시령이라고 되어있다.???
다음 지도에는 구미사봉으로 되어 있는데 구미사봉은 또 뭔가?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뱀인가?
짧은 한문실력으로 내 맘대로 해석을 해 본다. ㅎㅎ
오늘의 대간길은 여기까지다.
안내문에 있는 대로 아홉 명의 서방을 모셨으면 기구 한 건가 아니면 반대로.... ㅎㅎㅎ
참고로 삼척시의 해설은 구비사령이라고 해서 아홉 구비가 있는 고개라는데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이 또 있나?
나도 이 성황당에 무사 산행을 위해 돌멩이 하나를 던지고 간다.
왼쪽은 쉼터 올라가는 등로
송년산행이라는 의미로 어려운 두타. 청옥을 건너뛰고 비교적 쉬운 구간이 선택되었다. 일 년간의 산행을 되돌아보고 그동안의 감회도 느끼는 시간을 갖기 위함인데 산행만 생각하고 구간을 늘리자고 했으니 나의 눈치 없음이 집행부를 고민케 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렀다. 다행히 모든 분들이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사북까지 맛집을 찾아 즐거운 송년 행사를 가졌다.
올 한 해 산행도 토요일마다 비가 오는 좋지 않은 조건에도 아주 큰 사고 없이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그동안 부족했고 아쉬웠던 점은 다 산에서 털어버리고 내년엔 새로운 마음으로 활기차게 산행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첫댓글 '는개: 안개비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라고 하네요.
그날의 날씨와 아주 찰떡입니다. 한 수 배워갑니다.
내년에도 쭉 함산 하십시다요~
당연한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