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부를 내어준 사람
부산역
도심 근처 작은 회사에서
상담을 받는 일만 하던 직원이 있었는데
그 남자는 앞을 볼 수 없는
시각 장애인이었습니다
직원들은 하고많은 사람 중에서 왜 하필이면
장애자를 써냐며 불만이 많았지만
묵묵히
응원해 주는 사장님이 계셔
남들보다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었는데요
다들 한가로움을 즐기는 점심시간에도
고객에게 잘 설명하기 위해 녹음
테이프가 닳도록 상담 지식을 외워가며 일한 남자가 있었기 때문인지
회사는 갈수록 매출이 올라가고 그만큼 직원들도 늘어나고 있던 어느 날
"큰일 났대"…."
"왜 왜?"
"무슨 일인데?"
여기저기서
직원들끼리 모여 수군대는 소리가
시각장애인 남자에게 까지 들려오고
있었는데요
"우리 회사가 사활을 걸었던
**전자가 부도가 났대"
"그럼 우리 봉급은?"
"지금 봉급이 문제야
퇴직금이 날아갈 판인데"
화창한 하루가 저녁 어둠에 밀려가듯
결국 늘어난 빚에 허덕이던 회사는
직원들의 밀린 임금도 못 주고 결국 문을 닫게 되던 날
"나도 김 대리 따라 미리 관둘 걸
이 꼴이 뭐야"
"먼저 나간 직원들이 현명했던 거야"
"의리 지키다 쪽박찬 우리 꼴 좀 봐"
믿었던 직원이 제일 먼저 떠나간
아픔이 채 지워지기도 전에
몇 남아있지 않았던 직원마저
떠나버린 회사에 혼자 남아 일하고 있는 남자에게
"자네도 새 직장 구해야지
여기서 뭘 하나…?."
"아직도 전화가 오는 고객이 있어서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자네에게 면목이 없구먼 "
"아닙니다. 사장님…
힘든 건 사장님도 마찬가지 시잖아요"
"자넨 일할 곳을 찾았는가?"
"제 걱정은 마시고 사장님 이거 받으세요"
남자가 내미는
하얀 봉투 하나를 열어본 사장님은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사장님께서 일하게 해준 덕분에 모은 돈입니다"
다른 직원보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적은 봉급을 줬던 사장님은
자신의 이득을 챙기기보다
신의를 지키는 남자의 모습에
마음이 허락한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쥐꼬리만
봉급을 받으면서 악착같이 모은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전부를 내어놓은 모습에
'"자네가 힘들게 모은 돈을…."
앞이 보이질 않는 자신은
저녁에 불을 켤 필요가 없었다며
그렇게 한푼 두푼 모은 돈을 건네받은 사장님은
다시 떠오르기 위해
지는 태양을 올려다보며
다짐을 해 봅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오히려 약점을 장점으로 변화시킨
직원의 모습에
용기를 얻게 되었다며…."
"하지만 자네에게 이걸 받을 자격이
난 없네!"
"용기 잃지 않고 꼭 재기하신다고
약속해 주세요"
회사가
어렵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마자
자신의 이득에 손실이 갈까
새 둥지로 떠난 직원들 사이에서
자신의 전부인 것을 내어놓는 남자를
감싸안으며 잃어버린 용기를
되찾고 있었습니다
자네와 함께
다시 일어서고 싶다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