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글쓰기 공포 탈출하기 <33>물결표 뒤쪽을 잘 살피자

[이승채]

글쓰기 공포 탈출하기 <33>물결표 뒤쪽을 잘 살피자

‘동안표’라고도 하는 물결표(~)는 ‘내지(乃至)’의 뜻으로 쓰인다. ‘무엇부터 무엇까지(또는 그 사이)’의 의미다. ‘80~90개’는 80개 내지 90개, 80개에서 90개까지를 뜻한다. ‘6월 2~5일’은 2일에서 5일까지 또는 그 사이, ‘25~45쪽’은 25쪽에서 45쪽까지 또는 그 사이다. 사전에서는 어떤 말의 앞이나 뒤에 들어갈 말 대신에 이 표를 넣는다. ‘운동’이라는 표제어의 용례를 ‘~장, ~화, 선거~, 새마을~’로 제시하는 식이다.

이 두 용법 중 앞의 것이 글 쓰는 이들을 자주 헛갈리게 한다.
　
▶특별히 올해는 건국 60주년을 기념해 8월 5~15일까지 대형 태극기 및 무궁화 이미지를 설치한다. : ‘까지’라는 말은 물결표 속에 이미 녹아 있다. ‘까지’를 빼도 되지만, 그냥 놔두고 물결표를 ‘부터’로 바꾸면 자연스러워진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관계자는 “대체로 명절 연휴기간 직전에 공급된 현금은 명절 이후 10일간 70∼80% 정도가 다시 금융기관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 ‘정도’는 사실상 군더더기다. ‘쯤, 가량, 남짓, 여(餘)’ 또한 그렇다. 물결표를 이미 ‘내지’로 읽는데, 거기에 추정하는 말을 덧붙인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피하자.

▶이스라엘 병사들의 월급은 약 9만~24만원 정도다. : ‘약’도 마찬가지로 불필요하다.

▶내년도 국공립 전문대와 입학생 수가 2000~3000명 이상인 대규모 전문대의 입학 정원이 동결된다. : ‘이상’이 들어가는 바람에 범위가 분명치 않다. 물결표를 빼고 그냥 풀어 쓰자.
　
단위가 헛갈릴 때도 있다. ‘30만~40만원’을 ‘3~40만원(3원에서 40만원까지)’으로 적는 경우가 그렇다. ‘삼사십만원’이라는 입말의 영향 때문이다. 다음은 ‘인수분해’ 문제다. 수량을 나타내는 말을 물결표 앞뒤에 거듭 쓸 것인가, 뒤에만 넣을 것인가? 대부분의 신문에선 뒤에만 넣는다. ‘9월 15일~25일’ ‘10㎝~20㎝’가 아니라 ‘9월 15~25일’ ‘10~2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