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병영체험을 해보니 마음이 놓이구나"
울긋불긋 고운 옷으로 갈아입은 단풍이 손짓하고 있다. 본격적인 단풍 시즌을 맞아 산으로 들로 떠나는
나들이 인파로 붐비는 요즘, 절정인 단풍을 뒤로 하고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군에 보낸 아들을 그리며
나라사랑을 실천한 자리가 있었다.
17보병사단(사단장 김용현) 신병교육대대(대대장 강재구)는 10월 20일 올바른 안보의식 고취 및 역사관
정립을 위해 나라사랑 한마음 캠프를 실시했다. 17사단 신병대대 출신 부모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캠프는
수류탄 공포탄 체험, 병식체험, 군악대공연, 안보특강, 역사관 견학 순으로 진행됐다.
<아들들이 훈련을 받는 종합훈련장에서 병식체험을 하기 위해 줄 지어 있는 부모들>
오전 8시 30분 부산, 광주, 대전 등 전국에서 모인 60명은 사단 율도관에 모였다. 부부가 함께 참가한 팀,
아버지만 온 경우 어머니만 온 경우도 있었다. 17사단 신병대대 부모카페 ‘아름다운 동행’ 회원도 다수였다.
처음 마주하는 얼굴이 대부분이었지만 명찰에 적힌 아들의 기수와 이름을 확인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참석자들은 입영한 아들을 둔 부모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기에 금방 친해졌다.
강재구 대대장은 인사말에서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희 신병교육대는 아들을 군에 보내고 마음
졸이시는 부모님 마음이 되어 최선을 다해 교육하겠습니다. 오늘 행사가 군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소통하는 군이 되겠습니다”라며 일정을 소개했다.
9시 10분 일행은 인근에 있는 종합 훈련장으로 향했다. 병영 현장에도 가을이 와 있었다. 갈대가 흩날리고
단풍이 익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수류탄, 공포탄 투척이라고 해서 두려움이 있었지만 남진남 교관이 일러
주는 설명과 귀마개를 하는 등 세심한 준비와 조교들의 안내를 받으니 안심이 되었다. 3명이 한 조가 되어
던진 공포탄은 호수로 떨어졌다. 헬기 강화훈련장 체험을 하면서는 창공을 바라보며 공군이 된 기분이
들었다.
<전국에서 모인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 60명을 반갑게 맞이하는 강재구 대대장. 명칼럼니스트로 소문난 강 대대장은
지난 3월 청춘예찬에 소개된 바 있다>
이어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들녘에서 점심시간을 가졌다. 두부, 김치, 오징어무침과 소시지를 넣은
된장국이 나왔다. 야전 매트를 밥상 삼아 아들들의 훈련 장소에서 식사를 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반합
뚜껑은 반찬 통으로 몸통은 식기로 먹는 점심은 어느 일류 음식점에서 먹은 음식보다 의미가 있었다.
젓가락을 찾자 여군 출신인 박상준 일병 어머니 이금주 씨는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려고 입대했는데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어 사회생활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속전속결을 원칙으로 하는 군에서는 젓가락이 없이
포크 겸 숟가락 하나 만을 이용하지요. 군의 숟가락 문화는 설거지 거리도 줄어들어 좋습니다”고 귀띔했다.
전국에서 새벽부터 움직인 참석자들을 배려한 점심을 마친 시간은 11시 40분. 20여분 휴식을 하면서 아들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아들의 예의가 발라졌으며, 어른스러워졌다. 입대를 계기로 아들과의 관계가 더
좋아졌다는 등 사연도 가지가지였다.
<수류탄, 공포탄체험에 앞서 남진남교관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귀마개를 준비하는 등 세심한 준비가 돋보였다>
<병영 현장에도 가을이 무르익고 있었다. 가을 소풍 나온 기분으로 한 병식체험은 어느 일류 요리사가 해 준 음식
보다 맛 있었다>
홍성은 이병의 아버지 홍상호 씨는 “오늘 아들이 훈련 받은 부대로 오니 85년 가을 학사 장교로 임관해
동두천 감악산 단풍을 보며 고향을 그리던 생각이 납니다. 남자들은 가을을 많이 탄다고 하지만 절도와
체계를 배울 수 있는 군 생활을 통해 의연히 극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석했습니다. 절도 속에
인간미가 느껴지는 지휘관들을 보니 마음이 놓입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오가 되자 부대 내 숭무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러분의 부대방문을 환영합니다’는 문구가 일행을 반겨
주었다. 사단장님의 안보특강에 앞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악단으로 이름난 17사단군악대의 공연이 있었다.
사회를 맡은 군악대원 장현태 일병은 훤칠한 키와 준수한 외모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알고 보니 KBS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에 나왔던 탤런트였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온 오상덕 상병의 독창과 남성 4중창단의 트로트 멜로디.김복식 중사의 색소폰 연주에 이어 미국 대선에서도 등장한 ‘강남스타일’도 선보였다. 군악대원의 말춤에맞춰 부모님들도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흥겨운 율동과 관람자들의 기호를 고려한 선곡에 박수가 터졌다.
<김용현 사단장의 안보특강은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짚어 보고 안보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지역사회를 위한 공연에 앞장서는 17사단 군악대원이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말춤을 추고 있다>
마지막은 국군방송 위문열차 장병 오디션에서 본선 진출 티켓을 딴 바 있는 이대호 상병의 무대였다.
가을 분위기와 어울리는 임재범의 ‘너를 위하여’로 막을 내리려 하자 앵콜을 외쳤다. 이 상병은 마이웨이로
쏟아지는 환호에 답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용현 사단장은 “보통 군대는 경직되고 소통이 안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합니다. 하루 3번 이상, 30초 이상 웃으면 심장 혈관질환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박장대소 하는 분께 건빵 한 봉지를 선물로 드리겠습니다”라며 환한 미소로 강연을
시작했다.
김 사단장은 “50년 전 국민소득 76달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가 2만 달러에 인구 5천만을 넘는 세계 7번째
나라로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선조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런 역사를 가진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는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줄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마지막 일정인 역사관에는 부대의 역사가 한 눈에 들어왔다. 향토관실에는 부대 인근 도시를 소개하는 코너가 마련
되어 있었다. 군 관 민이 손잡고 병역이 자링스러운 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군악대원의 흥겨운 음악 뒤에 들은 사단장의 안보교육은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이었다. “자유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군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민들의 철저한
안보의식이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지키는 길이다. 본 부대는 침과대적(枕戈待敵 침을 베개 삼아 적에 대적할
각오로 임한다)의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규원 일병 아버지 정영훈 씨는 “사단장님의 강단 있는 강연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안보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들이 생활하는 군대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서 왔는데 사단장님을
비롯해 지휘관들의 열정과 안보태세를 보니 마음이 놓입니다. 요즘 힐링이 대세인데 마음 치유가 됩니다.
주기적으로 이런 캠프를 연다면 군에 대한 거리감이 줄고 나라사랑을 실천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라고
뿌듯해 했다.
<군에 보낸 아들의 병영현장을 체험한 부모님들은 "마음이 놓인다. 힐링이 따로 없다"고 입을 모았다. 나라사랑
한마음 캠프를 마치고 한마음이 되어 찰칵! 맨 오른쪽 군복 입은 오언석 원사는 신병들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자상한 아버지로 통한다>
마지막 일정인 역사관에서는 부대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선진병영 구현을 위한
멘토링 경연, 장병위문공연, 국방대 정신교육단 순회공연 등 여러 문화 활동도 눈에 띄었다. 향토관실에는
인근 도시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전시되어 향토애가 엿보였다.
단체사진 촬영을 끝으로 활기찬 병영, 웃음 넘치는 부대 상경하애(上敬下愛)실천 병영을 모토로
국가의안보를 담당하고 있는 17사단 나라사랑 캠프는 막을 내렸다.
* 다시보기 :명칼럼니스트 17사단 신병대대 강재구 대대장 http://blog.daum.net/mma9090/4943
<취재:최정애 어머니 기자>
첫댓글 멋진 추억 맹글었구먼유우웅.
역시나 멋져부러어어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