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산을 출발해 점점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면 나타나는 망선곡은 중국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장소다.
이곳은 고조 유방이 진나라 말기와 한나라 초기의 격동적인 시기에 숨었던 전설적인 곳으로,
유방이 황제가 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도착한 순간, "저거 뭐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불현듯 떠오른 "망선곡" 삼행시.
망-망할
선-선택이
곡-곡소리 나는 건 아닐까?
불행이 예감대로 찾아왔다. 제길.
망선곡을 지나 호텔에 짐을 풀고, 어두워져야 그 진가를 볼 수 있다 하여 잠시 여유를 가졌다.
휴식 후, 다시 망선곡으로 향했다.
우리 뒤로 대형버스들이 몰려들고 있었고, 입구는 벌써 적지 않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뭔가 칙칙하고 을신년스런 느낌이었지만, 불이 켜지니 그럴듯해 보이기 시작했다.
망선곡이란 명칭은 신선을 바라보는 계곡이란 의미로, 이곳에 오면 관광객도 신선이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이곳의 면적은 약 6.1 평방킬로미터에 달하며, 관광, 오락, 레저, 휴양, 탐험, 헬스가 어우러진 종합 관광 명소로 알려져 있다.
'인간선경'이라는 이름 아래 한국 돈으로 5,000억이 넘는 돈을 투자해 만든 곳이다.
황산. 삼청산을 보고 와서인지, 망선곡의 풍경은 "귀곡산장" 같은 느낌이었다.
좋게 말하면, 무협지에 등장하는 어느 무림파의 근거지처럼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니면 무시무시한 산적들이 진을 친 산채?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잔도과 고풍스러운 다리 그리고 인공폭포, 계곡을 가로질러 걸려 있는 다리.
사실 여기는 잔도가 필요없다 산 옆구리 공사를 하고 있는 곳으로 도로가 연결되어 있으므로.
즉, 관광용 잔도라 하겠다. 중간쯤에 유리잔도도 50m 정도 설치되어 있다.
헉헉 거리면 이 사람 저 사람 옷깃을 스치면 올라가니
마을 광장에서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110m 수직 백학절벽 위에 있는 숙박시설과 아기자기한 골목길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룻밤 숙박료가 50만 원 정도라는데, 글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중국의 유명 고성과 같은 곳들이 상술에 물들어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상업화가 진행되면서
고유의 매력이나 전통적인 분위기보다는 관광객을 겨냥한 상점들이 넘쳐나게 되곤 한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분위기와는 달리, 상점보다는 먹거리와 볼거리에 더 중점을 둔 것처럼 보인다.
이곳은 원래 몽환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번쩍번쩍 현란하게 이곳 저곳을 비추는 조명들이 오히려 분위기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조명들이 주변을 휘감으며 번쩍일 때마다,
오히려 고요하고 신비로운 매력을 제대로 느끼기 어려워진다.
마치 현실과 꿈이 뒤섞인 듯한 느낌을 주려는 의도는 있지만,
지나치게 눈에 띄는 조명들이 그 몽환적인 분위기를 방해하며 시각적인 과잉을 초래하는 듯하다.
이렇게 과도한 조명 속에서, 원래의 고요하고 신비로운 매력은 숨겨져 버린 듯한 느낌을 준다.
올라갈 때 못 보았던 폭포가 시원스럽게 물줄기를 내리꽂고 있다.
아마도 시간을 정해 인공폭포를 운영하는 듯.
폐광지역을 재개발해 이 거대한 유원지를 만들어 놓은 것에 경의를 표한다.
마실정회동
첫댓글 휘황찬란한 조명과 레이저 불빛까지......과유불급이였죠.
거기에 많은 사람까지...
놀이동산에서 한참 놀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허무한 것처럼 조금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어요.
망선곡에서는 다음날 아침 숙소 근처를 어슬렁 돌아다닐때가 더 기억에 남는 곳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