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트레킹 15일차 (하일랜드) 스코틀랜드 .스카이섬
일 자 : 2026년 8월 10일
구 간 : 포토리 ~ (버스이용)~하일랜드 ~,글래스고~(택시) ~파크숙박 ~(버스6시간20분 소요 )
포토리 에서 출발버스 6시간20분소요
스카이섬 에서 ~ 글래스고 로
버스를 갈아타고~~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도착
택시를 타고 ~글래스고. 숙박
스카이섬
오늘은 아침 8시에 포트리(Portree)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134km를 달려 그래스고(Glasgow)로 복귀하는 날이다. 29개 정거장을 모두 거치는 완행버스라 6시간 20분이나 걸리는 긴 여정이다. 화창하게 갠 날씨 속에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미지(Midge, 흡혈 파리)들이 얼굴 주변을 맴돌며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넨다.
며칠 전 묵었던 ‘Hillview B&B’에서 아침 일찍 연락이 왔다. 주차장에서 일행 중 한 분이 분실한 휴대폰을 찾았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버스는 8시 50분에 브로드포드(Broadford) 우체국 정류장에 정차할 예정이었다. 새벽부터 수차례 통화하며 장소와 시간을 정해 휴대폰을 전달받기로 약속을 마쳤다. 그런데 버스는 예정보다 빠른 8시 42분에 도착했고, 초조하게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전달자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버스 기사가 차량 정비 문제로 누군가와 협의하느라 출발이 4분가량 지연되었다. 마음이 애타서 Hillview B&B로 다시 전화를 걸어보니 5분 전에 출발했으니 곧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8시 47분이 되자 한 중년 여성이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려 다가왔다. 분실한 휴대폰이 맞는지 확인한 뒤 건네주기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따뜻하게 포옹을 나누었다. 감사의 뜻으로 100파운드를 건넸으나 그녀는 극구 사양하였다. 세상은 아직도 이렇듯 따뜻한 심성을 가진 ‘선한 사마리아인’들이 있기에 아름다운 모양이다. 지난 3일간 나를 괴롭혔던 휴대폰 분실과의 전쟁이 마침내 끝나고, 나는 마치 승전가를 부르며 돌아오는 개선장군이 된 기분이었다.
버스는 스카이섬(Isle of Skye)을 뒤로하고 포트윌리엄(Fort William)에 도착했다.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후, 그래스고로 향하는 버스로 갈아탔다. 지난 5일 동안 단단한 두 발로 땀 흘려 걸었던 그 산길을 버스는 역주행하며 내려갔다.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West Highland Way) 트레일에서 느꼈던 감동과 짜릿한 환희가 다시금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스코틀랜드의 독립 영웅 로버트 브루스(Robert the Bruce)가 피신했다는 로몬드호(Loch Lomond)는 잔잔한 수면을 유지한 채 말이 없었다. 위대한 영웅의 존재는 시대를 넘어 국민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 준다. 유난히 맑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스코틀랜드 국기(Saltire)가 바람에 차분히 펄럭였다.
그래스고의 숙소는 인덕션과 주방 시설이 완비된 게스트하우스다. 고기를 구워 먹어도 되는지 문의한 뒤, 주인이 추천해 준 고급 정육점으로 향했다. 소고기 등심 2kg, 돼지고기 1kg, 그리고 소시지 4팩을 100파운드에 구매했다. 이어서 테스코(Tesco) 슈퍼마켓에 들러 시금치, 감자, 토마토, 오이, 양파, 당근과 즉석 샐러드를 60파운드어치 샀다. 포도주 4병과 맥주 1팩은 휴대폰을 되찾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행운을 기념하며 휴대폰을 찾은 일행이 한턱을 냈다.
선홍빛 핏물이 잔잔하게 도는 등심구이와 푸짐한 샐러드를 차려놓고, 길고도 험난했던 스코틀랜드 일정을 마감하는 축배를 들었다. 가벼운 부상마저 견뎌내며 끝까지 전 일정에 최선을 다해준 동료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한다.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침착하고 냉정하게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포도 향이 가득한 잔을 높이 들어 남은 여정 또한 모두의 평화와 안녕을 빌어본다. 그래스고의 밤은 깊어가고, 우리가 함께 새긴 트레일의 추억은 가슴속에 자랑스러운 훈장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