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도 남봉암릉 바다산책길
백아도는 3.1㎢의 넓은 면적에 17가구 30여 명이 단촐하게 살아가는 섬이다.
이전에는 큰마을과 작은마을로 나누어져 꽤 융성한 섬으로 학교도 분교가 아닌 본교로 등록되어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끊이지 않는 섬이었다.
지금은 그 많던 아이들은 육지로 떠나가고 학교는 폐교되고 마을은 발전소마을과 보건소마을로 명칭이 바뀌었다.
산을 넘어가야 나오는 발전소마을은 7가구 10여 명이 살아가고 있고 선착장과 붙어있는 보건소마을은 10가구 20여 명이
살고 있다.
이장이 이번 2010년 봄에 노환으로 별세하여 여성이 처음으로 이장으로 선출되었는데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 속하는 분이었다. 이분도 이제는 이장직을 내려놓고 본업에 종사하고 있는 중이다.
백아도는 개펄과 자갈이 혼재된 해변으로 이루어져 훌륭한 해수욕장은 없으나 산이 발달하여 산세가 수려하다. 해안을 끼는 신작로가 없을 때는 큰마을로 넘어가는 산길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져 터벅터벅 걸어갔던 숲길이 이제는 바다를 조망하며 걷는 훌륭한 산책길로 변해있다. 신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 같다. 굴업도는 길고 넓은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있지만 산세는 부족하고 백아도는 훌륭한 해수욕장은 없으나 아름다운 산을 가지고 있다.
서쪽바다는 조수간만의 차이가 크고 수심에 따라 기온이 달라지는 특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설악산이나 점봉산 방태산 등 해발 1,000m 이상에서 보이는 참나물이 섬의 북사면에서 보이는가 하면 남쪽 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두루미천남성과 새우란이 참나물과 함께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순전히 같은 위치에 있어도 높고 낮은 수심차 때문에 일어나는 특이한 현상인 것이다.
▲ 보건소마을 입구는 선착장에서 15분 정도 걸어오면 만날 수 있다.
이 길을 통해야만 마을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 백아도 전 이장댁. 예전에는 큰 배를 가지고 어업을 하였는데 어획량이 점점 고갈되어
이제는 민박집을 운영하면서 작은 배로 가끔 바다로 나간다.
▲ 90년대 초 폐교된 초등학교. 폐교로 들어가는 길목은 개울물로 가로막혀 있고
조그만 다리는 칡넝쿨과 환삼덩굴로 메워져 있어 들어가기가 힘들어
오른쪽 길을 뚫고 들어갔는데 지금은 아쉽게도 헐어버리고 말았다.
▲ 백아도의 해변은 3개가 있는데 자갈과 펄로 이루어져 있어 해수욕은 힘들다.
백아도는 큰마을과 작은마을을 이어주는 숲길보다 더욱 경치가 좋고 깍아 지른 암벽으로 이루어진 산책길을 가지고 있다. 숲길은 8km로 선착장에서부터 산을 타고 발전소마을까지 이어지는데 남봉 암릉은 발전소마을 입구 왼쪽에서 시작된다. 이 길은 주민 외에 올라간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산을 좋아하는 주민 몇 명이 야생으로 풀어놓은 염소들이 지나간 우거진 길을 가시와 풀들을 베어내어 가꾸어놓은 아름다운 산책길이다.
정상인 남봉산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높이를 알 수 없지만 바다 지표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150m는 되지 않을까 싶어 보인다. 산은 암벽이 있어야 더욱 빛나게 보인다. 입구에서 정상까지 1.6km의 거리를 가지고 있는데 거의 전체가 암릉으로 형성되어 있다. 2시간 반이면 돌아올 수 있다고 하여 이른 아침을 먹고 일찍 올랐는데 서해안의 멋진 비경에 흠뻑 취하여 쉬어가다가 무려 1시간을 더 허비하고 말았다. 국내최대의 금붓꽃 자연서식지를 가지고 있는 남봉암릉은 북한산 인수봉에 비해 어떻게 보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안개로 덮인 서해안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을 바라보며 행복에 젖는 일은 북한산에서는 느낄 수 없는 최상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 백아도 주변에서 양식하여 갓 잡아올린 해삼이다.
철이 지나 그냥 먹으면 이빨이 상할 수 있어 살짝 데쳐서 먹어야 한다.
▲ 갓 잡아올린 해삼은 건삼을 만드는 전문가에게 건네져 중국으로 수출을 한다
▲ 건삼 만드는 과정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알맞은 온도에 데치고 시간이 되면 건져 올려서 소금을 뿌려 음지에서 말려야 한다.
이 과정은 숙달되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완성되면 1kg에 30만원으로 수출한다고 한다
백아도는 여행객을 위한 숙박시설과 편의시설이 전무한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관광객을 받아들일만한 준비가 부족하다. 언젠가 한번 산악동호회에서 90명을 데리고 섬에 오겠다고 했으나 여건이 되지 않아 정중하게 사절하였다고 한다. 섬을 알리게 한다면 교회와 파출소를 비롯한 마을회관을 이용하면 모두 수용할 수 있겠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관광객이 들어오게 되면 섬을 망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섬은 해삼도 많이 나고 양식업도 잘되는 편이다. 이 날도 어선 한 척이 해삼을 잡아서 업자에게 무게를 달아 통으로 넘기고 있었는데 100kg이 넘는 해삼통을 300만원에 넘겼다고 한다. 지금 나오는 해삼은 크기가 커 연하지 않고 단단하여 끊는 물에 데쳐서 먹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씹다가 이빨을 상하게 된다고 한다. 건삼은 말리는 기술에서 좌우된다고 한다. 업자는 바다에서 잡아오는 즉시 뜨거운 물에 수분간 데쳐서 소금을 입혀 그늘에서 말려 1kg에 30만원씩 중국으로 수출한다고 하였다. 재주는 곰이 부린다더니 결국 돈을 챙기는 사람은 건삼을 만드는 기술자가 가지고 있었다.
백아도 주민들은 자연보호에 대한 인식은 높은 편인데 이것을 가꾸고 유지하고 보존하기 위한 계획은 주민들로서도 요원하다고 하였다. 먹고 사는 생활이 우선적이어서 계획을 실천하는 일에는 도통 관심이 쏠리지 않는 것이다. 어떤 주민은 말한다. 섬이라는 것이 자녀들을 성공시키기 위해 뭍으로 보내는 것인데 남아있는 사람들은 노인네들이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낙오된 사람들이 들어와 자꾸 인재가뭄에 시달린다고 하였다. 자원은 있지만 사람은 없고 예산은 늘어나지 않고 그나마 줄어들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얼마 전에 해안을 받치고 있는 석축이 두개나 빠져나가 군청에 이야기했는데 예산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2달도 못 버티고 50m가 유실되었는데 이렇게 몇 달 또 지나면 100m, 200m 유실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그만큼 인재도 부족하고 돈도 부족하여 손해가 눈에 보여도 어쩔 수 없이 넘어가는 것이 섬이라고 하였다.
▲ 발전소마을 가는 쪽은 저수지가 하나 있는데 갈매기들의 목욕탕이다.
중간쯤 보이는 길이 마을로 가는 입구이다
▲ 발전소마을 초입에 남봉 암릉으로 가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그 길을 따라 가면 암릉으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바다산책길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 암릉을 따라 가다 보면 굴업도의 토끼섬 해식대 만큼이나 발달된 해식애를 볼 수 있다.
어업에 있어서도 남쪽보다 더 규제를 받는다고 하였다. 백아도 앞바다는 특정해역에 속해 누구나 들어올 수 없는 곳인데도 허가가 있는 큰 배들은 싹쓸이해서 잡아간다고 한다.
덕적도에서 면세유를 1드럼 사서 돌아오면 반드럼이 왕복하면서 소비되고 꽃게를 잡아왔는데도 판로문제가 해결되지 못하여 모두 썩히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큰 배는 팔고 작은 배로 일하다가 고기들이 눈앞에 보여도 허가가 없는 배로 잡다가는 법에 저촉되니 발을 굴려야 한다면서 어업도 살리고 주민들도 살리기 위한다면 덕적도에라도 수협공판장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를 하였단다. 하지만 워낙 소수의 의견이어서 바람에 묻힌다고 한탄한다.
이래저래 섬의 발전은 요원해 보인다. 문제가 보이고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는지 답을 알면서도 손을 쓰지 못하는 답답한 현실이 안타까울 뿐인 것이다.
인천의 섬들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 뿐, 남해의 섬들 못지않게 아름다운 섬들이 많다.
예산을 확보하고 TFT팀을 구성하여 서해바다와 섬들을 한꺼번에 묶어 웰빙섬으로 가꿀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점점 다가오고 있는 서해의 시대를 대비하지 못하였다가는 끝없는 후진의 나락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 발전소마을 전경. 7가구 10여 명이 살아가고 있다
▲ 암릉에서 만난 나비나물
첫댓글 금강송님의 섬이야기 너무 반가워요~^--^
백아도 궁금하고 가보고 싶네요~♬
아름드리님. 뵌지 오래 되었습니다. 잘 계신 것이죠.^^
그럼요~^^잘 지내고 있어요^^
딸린 식구가 생겨서 움직임이 쉽지 않아요^*^건강하시궁 반갑게 뵐 날을 기다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