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교우들의 기도속에
문권사님은 조용히 주무실 수 있었습니다.
춘천시립화장장!
제가 아주 어릴 때부터 존재하는 곳입니다.
이 때만 해도 화장문화가 발달되어 있지 아니한 관계로
연고가 없는 무연고자나
사고사를 당한 험한 죽음이나 화장터로 향하곤 하였던 시절입니다.
암튼 우리 권사님은
떠미는대로 3호실에 입실하였습니다
근래에 생긴 현대식의 가스화장실 같은 경우에는
30분정도이면 재가 되어 나오나
이 시설로는 한시간여 태우고
반시간이상 식혀야 화덕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아침 일곱시 이십여분즈음 3번 화로로 들어 가셨습니다.
슬픔을 표하는 유족들에게 안녕을 고하며...
여덟시 삼십분이 지나
궁금하여 화덕 뒤편의 관계자 출입금지 지역으로 갔습니다.
뒷편에는 화덕지기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1번 화덕에 쇠꼬챙이를 넣어 골고루 탈 수 있도록 뒤적이고 있습니다.
"우리꺼 볼 수 있나요?"
불문곡직하고 3번화덕을 들여다 보니
우리 화덕은 이미 불이 꺼져 깜깜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잘 연소되어진 모양입니다.
"아까는 왜 그리 신경질(?) 부렸어요?"
'안되는 것을 해달라니까 그렇지요~'
"삼사개월전에 분명히 잠깐 예배했는데 뭔말이우?"
'불이 붙으면 온도가 사백도가 넘는데 사고나면 어떡해유?'
"전례가 있었는데 뭔 고집이 그렇게 쎄우? 혼자 일하기에 예민해 졌나?"
'아~ 삼사개월전에 한번 예배한 것이 기억나네요~~~ 그 때도 억지로 해준 거예유~~~'
미안하다는 사과도 받고
괜한 쓸데없는 얘기를 주고 받다가
앞으로 돌아나와 유족들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화장한 뼈만 보아도 화덕쟁이는 망자의 병환을 짐작한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들었습니다
화장된 뼈가 하얀색을 띄면서 고운 색깔이면
건강하다가 운명하신 시신이고
노랗거나 누런색을 띄우면 병고생이 심한 망자의 뼈라고 합니다.
권사님의 뼈는 군데군데 누런 색깔을 띈 모습이었습니다.
말씀은 그리 하지 않으셨지만
당신께서는 무척이나 아프셨을 검니다.
유족의 뜻에 따라
곱게 분쇄시켜 줄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일분정도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새하얀 너무나도 고운색의 가루들로 변모하였습니다.
이제 자기에 들어갈 일만 남았습니다.
모든 뼛가루를 단지에 넣고 하얀 천으로 곱게 싸올렸습니다.
아직은 열이 식지 않아 따끈따끈 합니다.
어제 준비된 집에 권사님의 단지를 고이 넣어 드렸습니다.
단지는 이중으로 실런트처리하여
외부로 부터 들어 갈 수 있는 습기를 애초에 차단하였습니다
묘지의 형태는 유족의 뜻에 따라 평장(坪葬)입니다.
매제 목사님의 주재하에 하관예배가 진행되었습니다.
말씀은 데살로니가전서 4장 말씀
하늘이 유족의 슬픔을 아는지
잠시동안 지나가는 빗방울이 내렸습니다
그리고 집지붕(돌 집)에 실런트를 넉넉하게 발라 삼중의 습기 차단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주위를 편평히 한 다음
떼어 놨던 잔듸를 입혔습니다.
작업시간은 십여분 걸렸을까???
봉분을 하지 않으니
참으로 간결하면서도 단촐한 하관식이었습니다.
평소에 못다한 정을 집사님께서 애통해 하셨습니다.
한달 전에야 처음으로 밥을 만들어 보았다는 집사님!
반찬을 만들기는 커녕 설것이는 제대로 하실 지 걱정이 앞섭니다
빨래는 해 보셨는지... ㅎㅎㅎ
집사님이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에 맞게 현명하게 지내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사랑합니다!!!
첫댓글 장례식에 끝까지 참석 못했는데 마치 장례식에 참석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자세히 잘 묘사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계성근 집사님께 많은 위로가 되었을 겁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