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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시다. 창가엔 화초와 꼬마나무들이 올망졸망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양이다. 나는 그들 보다 저 멀리 보이는 한라산은 어떤 모습인지 살피는 것이다. 한라산 정상의 하얀 눈과 구름이 손을 잡고 있다. 산허리에 구름이 내려앉으면 비가 온다든지 사람에게 보이는 조화는 자연이 일기를 예보하는 암시로 보인다. 그래서 난 아침이면 한라산을 바라보며 오늘의 날씨를 짐작하고 할 일도 계획한다. 마침 전화벨이 울린다. 수화기에서 “좋은 아침! 잠은 잘 자고? 별 일 없는 거지?” 맑은 목소리로 전해오는 안부의 말에 나는 “예….”하고 대답하는데…. 따스한 온정이 가슴으로 전해온다. 유치원 할머니 선생님이셨다. “궂은날엔 밖에 나가지 말고, 식사는 잘 챙겨 먹어야 해….” 지난날 수없이 들었던 어머니의 다정하신 목소리가 메아리 되어 들린다. 매주 마다 정성스럽게 자료를 준비해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한자공부와 동화 들려주시기를 7∼8년 하고 계신다. 70대중반에 이런 열정을 가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게다. 한자, 서예, 동화 수화 등 가지고 계신 재능을 익히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살아가는 힘이라고 한다. 또 전화가 울렸다. 수화기를 들었더니 이번에는 선배 목소리다. “내일 스케줄은?” 점심때 찰밥을 할 테니 집으로 꼭 오라는 것이다. 올 때는 기타를 가지고 와야 한다고 다짐을 한다. 가보면 음식이 진수성찬이다. 냉장고에 남아 있는 것들로 만들었다지만 한두 가지는 거금을 투자한 것 같다. 할머니 선생님도 과일을 사들고 오셨다. 우리는 한 상에 둘러앉아 맛있게 먹고서 선배와 나는 기타를 치고 할머니 선생님은 노래를 부른다. 선배는 악보대로 치자하고, 나는 코드만 제대로 잡고 스트로크는 손가는 데로 치면 어떠냐고 반문을 한다. 열이면 셋 정도 아는 실력인데, 그래도 좋다고 들어 주고, 서로 잘한다고 칭찬하고, 위로하고 격려해주니 고맙고 재미있다. 베푸는 즐거움, 생각을 나누고 함께 하는 시간들이 그리 많지 않다 할지라도 우리는 작은 음악회를 만들어 가는 약속을 했다. 선배들과 나는 가끔 전화를 하면 길어진다.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다. 좋은 일만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슬프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우리 나이엔 노여워해서는 안 된다. 깊은 인내심을 가지고 감싸 안아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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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 년에 한두 번 오빠네 집에 가는데 거기서 사람 사는 모습들을 보며 잔잔한 감동을 받는다. 오빠는 외과의사이지만 대체의학, 예방의학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번엔 색체(カラ)치료에 대한 연수를 받고 오셨다. 색체치료 창시자는 加島 春來(カシマ ハルキ)인데 지금 나이가 80세이다. 그의 著書중에 이것이 21세기의 의료다!! 『驚異의 カラ―治療』, 색체 치료는 색체진단 도구인 탐색봉(探索捧)을 가지고 파워 테스트로 병을 알아내고 치료하는 방법이다. 탐색봉 종류도 수천, 색체종류도 수만 인데 그 속에서 서로 맞는 것을 찾아내는 끈기와 인내가 없으면 불가능한 작업이란다. 색체치료는 근본적인 치료는 물론 암도 치료하고 있다고 한다. 수술이나 주사,약 처방은 없다. 가지고 있는 병의 주파수와 치료의 색체 주파수를 알아내어 그에 해당하는 곳에 맞는 색체를 찾아 붙이는 것으로 끝난다. 환자의 고통도 전혀 없다. 나도 오른팔과 오른쪽 무릎이 아파서 치료를 받았는데 신통하게도 금방 효과를 알 수 있었다. 오빠는 서양의학 외의 치료는 무료, 봉사차원에서 환자들을 보고 있다. 병원에 오는 70대 전신 류머티스환자 이야기인데 올 때는 못 견디게 아파서 오고, 갈 때는 웃으면서 돌아간다. 일주일에 한번 내원 할 적마다 식빵과 손수 만든 반찬을 종이가방에 넣어 가지고 오신다. 젊은 시절엔 제빵기술자였다고는 하지만 계속 가져오다 보니까 종이가방이 없다고 담아왔던 종이가방을 다시 달라고 해서 가져간다. 1년도 아니고 2∼3년을 계속 한다는 것은 대단한 성의로 보였다. 옆에서 보는 내가 고마워 립스틱을 선물 했다. 메마른 현실 속에 훈훈한 정이 오고 가는 모습과 작은 것에 감사하며 기쁨, 보람, 행복감을 얻는 것이다.
요즘 일본에서 99세 할머니(シバタ トヨ)가 白壽의 處女詩集을 펴내어 특종기사로 TV에 방영된 일이 있다. 그 반응 또한 대단하여 일본 열도를 달구고 있다. 제목이 보여주는『꺽이지 마라』(くじけないで)는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가지고 노력하자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저기 불행하다고/ 한숨을 쉬지 마라//
햇살과 산들바람은/차별을 하지 않는다//
꿈은/평등하게 꿀 수 있는 것//
나 괴로운 일이/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다/당신도 꺽이지 마라//
90세를 지나서 詩를 쓰게 되었고 할머니는 지금 대중들의 사랑에 기쁨의 눈물을 쏟고 있다. ‘비밀’ 이란 詩에서는 98세라도 하반 절에 연애를 한단 말이야/ 꿈도 꾸어 보고/ 구름도 타고 싶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 마음으로 돌아가는지도 모른다. 독자들에게 共感을 주는 싱싱한 感性을 가지고 있다는 평이다.
대체 나이는 무엇으로 알 수 있는 걸까요. 나이가 많아도 하는 일이 있고 꿈이 있다면 몸은 쇠약할지라도 마음은 늙지 않는 것 같다.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있기에 감사하다. 서로 소중하게 여기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되기를 소망한다.
첫댓글 작년 늦가을에 썼던 글입니다. 시바다 도요 할머니처럼 용기,꿈 잃지말기를 바라며 부족하지만...
하이네님 오랜만에 글을 올렸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자주 올려 주세요.
잘 읽었습니다. 저절로 마음이 잔잔해 지네요. 맑은 물가에 서 있은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랜만이구나 궁금했었는데 ...... ) 적지도 않은 나이다. 여성대전에 작품 출품 해보라고 하시기에 을 20호에 하루에 5시간 이상을 투자하며 열심히 그렸지.
좋은 글 잘 보았다.
"해방둥이"
많지도(
나는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괴변을 떨어 본다.
컴 공부 8년을 배우다가 남는 것이 없다 싶어
우연히 은평 문화예술원에 놀러 갔다가 서양화 그리는 곳이 있어
당장 등록하고 다니기 7개월이 되었다.
지도 교수님이 7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사양하다 작심하고
몇년전에 고향갈 때 한라산에서 찍은 고목나무를
5월,6월 두
1차 심사에 입선이 되었고 7월에 마지막 심사가 있다.
도전하는 것이다.
배우면서 도전해 보는것 좋아, 대단한 일이지,,, 힘찬 박수를 보낸다. 나도 기본부터 배우다 (사과정도 그리다) 그만 뒀지만...20호에 그리다니 그 실력 알만하다. 7월 대한민국 여성대전에서 좋은 결과 있기를 기대한다.
채오기 동창!, 바쁘다 바쁘다 하여 일 내는 줄은 알았지만,,,정말 장합니다, 측하드리고,,좋은 결과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