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지 않는 세상의 눈(5) … 수호신장이 말하는 지구의 위태로움
우리 셋은 다시 초도로모신을 지구의 특별한 공간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힘이 있고 키고 크며 천리안을 가진 수호신들이 살고 있는 큰 관청과 같은 집이었다. 그 관청은 으리으리한 궁궐처럼 지어져 있고 오색찬연한 구름이 신비로운 기운을 뿜어내면서 마당과 지붕과 주변을 뒤덮고 있는 집이었다.
그 궁궐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수호신들은 지구를 지키는 신명들이었다.
수호신 관청에 들어가니 문지기 수호신이 겸양의 덕을 갖춘 태도로 우리를 맞이했다.
"사람의 영들이 무슨 일로 수호천명궁을 찾았는가?"
수호천명궁이란 수호신들이 살고 있는 큰 집의 이름이었다.
"지구 수호신장을 뵈러 왔습니다."
쇼시우시가 예를 갖추며 대답했다.
"수호신장을 뵙고자 하는 그대 신분을 말하라."
"지구의 파수꾼들이 살고 있는 샤르별의 쇼시우시 선녀입니다."
"함께 온 남자의 영과 여자의 영은 누구인가?"
"남자의 영은 지구의 백마선이고 여자의 영은 샤르별의 샤르비네입니다. 두 영은 일심동체로서 장차 지구에서 천주의 거사를 도와 지구의 선화사업에 앞장 설 선남선녀(仙男仙女)입니다."
쇼시우시의 설명을 듣고 문지기 수호신이 다시 말했다.
"고운 영혼들이 수호천명궁을 찾아왔도다."
문지기 수호신은 여전히 겸양지덕을 잃지 않으며 우리 셋을 수호신장 앞으로 안내했다. 수호신장은 지구를 지키는 수호신들의 대장이었다.
"지구의 운명은 백척간두에 서 있는 위태로움과 다르지 않다. 지구는 이미 스스로 연명할 수 있는 자생력을 잃었고 수호신들이 붙들어 위기를 보전하는 중이다."
수호신장이 우리를 만나자마자 들려준 첫 마디였다.
수호신장의 말을 듣고 주변을 살펴보니 쉴 새 없이 천명궁을 들락거리며 바쁘게 움직이는 수호신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수호신들은 용을 타고 날아가기도 하고 구름을 타고 날아가기도 하고 학이나 봉황을 타고 어디론가 각각의 방향을 향해 흩어지며 날아갔다. 또 한편으로는 무언가의 임무를 마치고 급히 천명궁으로 돌아와서 보고하는 수호신들의 모습도 보였다.
바쁘게 움직이는 수호신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수호신장은 또 입을 열어 묻지도 않은 대답을 들려주었다.
"우리 수호신들은 천명을 받들어 잠시도 소홀함이 없이 불꽃같은 눈으로 지구를 지킨다."
수호신장의 말을 듣고 내가 질문했다.
"지구의 운명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수호신들이 급하고 숨가쁘게 움직이면서 지구를 수호해야 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수호신장은 내 말을 듣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지구의 수호신들이 물샐틈없는 경계로 지구를 지켜야 하는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해 주었다.
"지구도 사람의 몸처럼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체다. 사람의 몸도 골격과 근육이 온전해야 정상적인 체력을 유지하고 살아가듯, 지구도 사람의 몸과 생긴 형태만 다를 뿐 똑같은 생리구조로 움직인다. 만약에 사람의 몸에서 뼈의 골수가 다 빠져나가고 근육이 망가진 상태라면 그 생명은 머지않아 수명을 다할 것이다. 지구의 몸체는 지금 근육과 골격이 모두 망가져서 정상적인 수명을 누릴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해 있다. 집으로 말하자면 기둥이 다 부스러지고 벽이 무너진 꼴과 다르지 않다. 지구는 그야말로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고 바야흐로 스스로 힘으로 스스로의 생명력을 유지할만한 자생력을 잃고 말았다. 지구가 무너지면 지구 하나가 우주에서 사라지는 비운에 그치지 않고 지구를 집 삼아 살아가는 사람의 목숨과 짐승과 식물의 목숨들이 모두 똑같은 운명에 처해질 수밖에 없다. 하늘은 이러한 비극적 종말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하고 천명에 의해 수호신들을 보내서 지구를 보호하는 중이다. 그래서 지구를 집 삼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잘나서 세상을 사는 것 같아도 순간이라도 수호신들의 역할이 멈추면 순식간에 지구는 박살나고 사람들의 운명도 끝장이란 사실을 개달아야 할 것이다."
나도 수호신장의 지구 위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큰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다. 한숨 끝에 내가 수호신장을 향해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지구의 자생력 상실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들었지만 지구를 수호하는 수호신장님께 직접 들으니 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입니다. 지구 인류들은 스스로 잘나서 각자의 삶을 가꾸며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걸로 착각하지만 이렇게 보이지 않게 숨어서 지구의 위기를 지켜주고 있는 수호신들의 존재는 까마득히 모른 채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수호신들께서는 지구가 위기에 처한 줄도 모르고 자멸의 길을 걷고 있는 지구 인류들을 바라볼 때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수호신장은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를 했다.
"사나온 폭풍이 휘몰아치는 성난 파도의 바다에서 침몰 직전의 난파선을 타고 가면서도 서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화합하지 못하면서 이기적 욕망에 불타 있는 선원들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지구의 위기사항이 침몰직전의 난파선과 같다는 의미시군요?"
"지구의 운명은 침몰직전의 난파선이다. 지구 인류들은 그 난파선을 타고 가는 선원들이다. 선원들이 합심해서 똑바로 정신을 차리고 난파선을 운행해도 희망이 보일까말까 하는 위기상태에서 이기적 욕망은 자멸을 자초하는 어리석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구 인류들은 이제 모두 이기적인 욕망에서 벗어나 화합의 대단원을 마련해야 한다. 지구는 지구 인류들에게 있어서 우주에서 하나밖에 없는 생존의 보금자리다. 그 생존의 보금자리를 잃었을 때 지구 인류들이 우주에서 환영받을 또 다른 보금자리를 구하는 건 불가하다. 지구 인류들이 끝까지 이기심을 버리지 못하고 지구의 자생력을 위협할 때 지구를 지키는 수호신들은 지구의 자구력을 포기할 것이다. 수호신들이 지구의 자구력을 포기할 때 지구의 운명은 끝이 난다. 지구의 수호신들이 지구를 포기하고 천명궁에서 철수하면 그날이 바로 지구의 마지막 운명의 날이다. 다만 수호신들은 천명이 떨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수호신들이 하늘의 명으로 움직인다는 말씀이군요?"
"지구의 위기는 땅의 위기로 끝나지 않고 하늘의 위기와도 맞물려 있다. 지구는 하늘이 발을 딛고 서 있는 디딤돌과 다르지 않다. 지구의 디딤돌이 무너지면 하늘이 발 딛을 자리가 없어진다. 그래서 하늘은 끝까지 지구를 포기하지 못한다. 하늘은 지금 우주를 지키던 다른 수호신까지 지구로 불러들여 비상시국을 보전한다. 수호신들이 지구에 대한 사수는 천명(天命)이다. 우주의 아무리 큰 수호신이라도 천명을 거역하지는 못한다. 지구는 지금 바야흐로 천명의 시대를 맞이했다."
"수호신장님, 천명의 시대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 주십시오."
"지구의 운명은 지구 스스로의 자생력에 의존하지 않고 하늘의 명에 의존하여 그 운명을 보존한다는 의미다."
"자생력을 상실한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류들의 운명도 이제는 하늘의 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시군요?"
"천명의 시대에는 어떤 목숨이라도 하늘의 순리를 따르면 살고 하늘의 순리에 역행하면 죽는다. 이는 곧 천명시대 생존의 유일법칙이다."
"천명시대에 사람들이 실천할 으뜸 목표를 가르쳐 주십시오."
"소통이다. 곧 통해야 살 수 있다. 하늘과 땅이 소통하고 사람과 신명이 소통하고 인명과 인명들이 소통해야 천명시대에 살 수 있다. 하늘과 땅이 죽고 사람과 신명들이 죽는 이유가 불통에서 비롯된다. 인간들의 극에 달한 욕심으로 지구가 난도질되어 자생력을 상실한 이유도 불통에서 비롯되었다. 불통의 막힌 것이 뚫어지지 않으면 하늘도 땅도 신명도 사람도 살아남지 못한다. 이제 천명소통이 하늘과 땅을 살리는 유일한 수단이다."
"수호신장님, 천명소통은 지금까지 지구에서 사람의 입으로 전해진 역사가 없습니다. 그동안 하늘과 땅의 불통으로 하늘과 땅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바야흐로 지구의 천명시대를 맞이하여 그 천명소통의 주관자가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천명소통의 주관자는 지구의 미래에 나타날 큰 빛 천주이니, 곧 공중권세를 잡은 멸주에 대항하여 승전보를 준비하는 마지막 전쟁의 대장이다."
"하늘과 땅의 불통으로 하늘이 죽어가고 땅이 죽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장차 천주의 큰 빛이 나타나 불통을 소통시켜 천명소통을 이룬다니 듣기만 해도 답답한 가슴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입니다. 천명소통으로 하늘과 땅이 완전하게 소생하는 그날까지 지구를 지키는 수호신들의 역할이 막대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제가 지구 인류를 대신하여 수호신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수호신들은 백마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천명소통의 종결지가 해원이다. 원혼들의 해원이 아니면 하늘과 땅의 소통은 불가하다. 원혼들의 해원이 아니면 신명과 인명의 소통이 불가하고 인명과 인명의 소통이 불가하다. 원혼의 해악으로 인하여 우주와 세상이 모두 불통이다. 장차 백마선은 천명의 이름으로 해원 맞이 풍속도를 새로 그릴 것이다. 원혼들을 해원시켜 신선으로 봉안되면 비로소 불통의 악순환이 천지간에 사라지리라."
"원혼들의 원과 한이 구천에 쌓여 지구 인류들의 혼란한 삶이 지속되고 있다고 제가 믿고 있습니다."
"구천에 쌓인 원혼들의 원과 한이 다 풀리면 비로소 하늘과 땅의 불통이 뚫리고 불통이 뚫리면 풀리지 않던 일들이 모두 풀릴 것이다 지구의 불운도 풀리고 사람들의 재앙도 풀리고 천지간의 고단한 난제들이 다 풀릴 것이다."
이런 대화를 마치고 수호신장과 작별을 고한 후 우리 셋은 초도로머신을 타고 이동하며 지구의 곳곳에서 지구수호에 여념이 없는 땅 지킴이 수호신들을 만나보았다.
산마다 물마다 그리고 지구의 중요한 장소마다 수호신들이 지키면서 지구의 허약한 생명력을 붙들고 있는 모습들이 처연하게 느껴졌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지구의 4방위에서 흔들리는 땅 자락을 붙들고 서 있는 수호신들의 애쓰는 모습이었다. 땅을 지키는 수호신들 중에서 가장 큰 사명을 맡고 있는 신은 대수호신(大守護神)이었다.
대수호신은 지구의 서쪽, 동쪽 , 남쪽, 북쪽을 각각 지키고 있었고, 그 중에서 서쪽 땅을 지키는 대수호신의 역할이 가장 컸다. 다음이 동쪽 땅을 지키는 대수호신, 남쪽 땅을 지키는 대수호신, 북쪽 땅을 지키는 대수호신의 순서로 역할이 컸다.
서쪽 땅을 지키는 대수호신을 찾아가니 수호신들이 분주하게 떠들고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수호신 밑에는 많은 숫자의 소수호신들이 딸려 있었다. 서쪽 땅의 산마다 물마다 도시마다 큰 건물마다 소수호신들이 지키고 있었고, 소수호신들은 모두 대수호신의 지시를 받으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잠시도 소홀함이 없이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땅이 무너진다! 산이 무너진다! 도시가 내려앉는다! 정신들 바짝 차려라."
대수호신은 소수호신들을 향해 쉬지 않고 이렇게 외치며 독려했다. 땅이 이쪽으로 기울면 수호신들이 이쪽으로 움직이며 붙들고 땅이 저쪽으로 기울면 수호신들이 저쪽으로 움직이며 붙들었다. 땅이 움직일 때 수호신들이 조금만 소홀히 해도 땅이 출렁거렸다.
"수호신들이 조금만 방심해도 땅이 출렁거리고, 땅이 조금만 출렁거려도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하거나 해일이 생긴다. 수호신들의 역할이 아니라면 땅이 종이조각처럼 갈라지고 쪼개져서 도시도 내려앉고 산도 주저앉을 것이다."
수호신들이 무너지는 땅을 붙들고 지키느라 여념이 없는 분주한 모습을 바라보며 쇼시우시가 설명해 준 말이었다.
쇼시우시의 설명을 듣고 내가 물었다.
"지구는 생각보다 중증의 노환에 시달리고 있군요?"쇼시우시는 애련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지구는 샤르별보다 젊은 별이다. 그런데 벌써 늙고 병들어 마지막 운명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으니 바라보는 마음이 애처롭구나."
"지구가 앓고 있는 중증의 노환은 생각보다 심한가 보군요?"
"골격도 망가지고 근육도 모두 찢겨나간 지구의 처지로 말하자면 늙고 병든 중환자의 신세와 다르지 않단다. 사람의 몸이 기생충에 감염되면 건강을 잃고 중병에 걸리듯 지구도 악질 기생충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건강을 잃어가고 있단다. 지구에서 기생하고 있는 악질 기생충이 다름 아닌 사람이란 이름의 기생충들이란다."
쇼시우시의 설명을 들어보니 사람 기생충들의 욕심으로 찢기고 망가져 간 지구의 가련한 모습이 그려지는 듯 했다.
쇼시우시의 설명을 들으면서 초도로 영상으로 지구의 실체를 살펴보았다. 초도로 영상장치는 보이지 않는 현상을 바라볼 수 있는 천리안이었다. 초도로 천리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현실의 눈으로 바라볼 수 없는 현상들이 눈에 띄고, 이차원의 파장으로 형성된 보이지 않는 세상을 살펴볼 수 있었다.
초도로 천리안으로 지구에 펼쳐진 세상을 바라보니 중증 노환에 시달리는 지구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사람의 몸으로 따지면 지구는 지금 심각한 골다공증에 걸려 있고 자율신경 실조증에 걸려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구는 많이 쇠약해지고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의 땅 속은 많이 비어 있고 지구의 땅거죽은 사방으로 거북이 등처럼 균열이 생겨 있었다. 비어 있고 균열 생긴 땅거죽 위에는 큰 도시가 얹혀 있고 하늘을 찌르는 빌딩들이 세워져 있었다.
위태롭게 느껴지는 서쪽 땅의 모습이었다.
땅 속이 빈 이유는 땅 속에 저장되어 있는 기름과 지하수와 지하자원들을 사람들이 고갈시킨 결과였다. 초도로 천리안으로 지구 땅 속을 들여다보니 텅텅 빈 동공현상들이 수 없이 발견되고, 동공 위에 덮여 있는 땅거죽은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균열이 발생하고 있었다.
지구의 땅거죽은 마치 뜨거운 용암이 출렁거리는 마그마의 바다 위에 더 있는 섬과 같았고, 마그마가 출렁거릴 때마다 마그마 위에 떠 있는 암반이 출렁거리고 그 출렁거리는 암반의 충격을 완충 시켜주는 기능을 땅속에 고여 있는 유전이나 지하수가 해내고 있었다. 마그마의 작용으로 출렁거리는 지표암반의 충격에 의해서 땅이 흔들리고 해일이 일어나며 그러한 현상을 사람들은 지진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이 땅 속의 유전이나 지하수를 고갈 시킨 바람에 땅속의 큰 동공들이 발생하고, 땅 흔들림의 완충작용이 사라져 자칫 큰 지진이나 땅 꺼짐의 재난이 일어날 지구의 재앙이 예고되고 있었다.
서쪽 큰 도시의 땅 속에서 크고 작은 동공들이 초도로 천리안의 눈에 목격되었다. 그러한 지하동공 현상들을 초도로 천리안으로 관찰하며 쇼시우시가 말했다.
"사람들은 멋도 모르고 땅 속이 빈 지상에다 큰 건물들을 세우고 많은 집들을 짓는다. 큰 건물이 세워진 땅 속은 비어 있고 주변의 땅거죽은 균열이 발생하고 있으며 언제 갈라진 땅 속으로 큰 건물이 묻힐지 모른다."
또 의미 있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도시의 지반은 모두 단단한 콘크리트 돌로 덮이고 콘크리트 돌로 덮인 땅속으로는 더 이상 빗물이 스며들지 못해서 부족한 지하수가 채워지지 않는다. 도시 사람들은 땅 속의 지하수를 모두 뽑아서 고갈시키고 지하수가 고갈되어 생긴 동공 위에 얹힌 지반들이 균열되면서 붕괴의 조짐들이 쉬지 않고 발생한다. 그래서 도시는 항상 붕괴될 위기를 맞고 있다. 만약에 땅을 지키는 수호신들의 노력이 아니라면 도시와 집들은 이미 갈라지고 붕괴된 지하 땅 속에 묻혀 유령의 신세를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쇼시우시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무너지는 지구를 붙들기 위해 사방에서 지구수호의 대활약을 멈추지 않고 있는 수호신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수호신들은 지하로 무너지려는 지반을 붙들고 있고 어떤 수호신들은 위태로운 건물을 붙들고 있으며 어떤 수호신들은 균열이 생긴 지반을 수리하느라 분주하기도 했다.
수호신들이 집중적으로 지키는 땅이 있었고 소홀히 하는 땅도 있었다. 소홀히 하는 땅에서는 크고 작은 재난들이 일어나고, 집중적으로 지키는 땅에서는 세상이 난리법석을 떨 만큼 큰 재앙이 다가와도 꿈쩍하지 않았다. 꼭 지켜내야 할 땅은 수호신들이 모든 노력을 다 해서 붙들고 있었다.
<수호신들이 대활약이 아니라면 지구의 위기는 불을 보듯 빤하구나!>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내가 대수호신을 찾아가 노고를 위로 했다.
"지구의 위기를 지키느라 여념이 없는 수호신들의 활약을 지켜보며 감개무량한 심정을 감출 수 없습니다. 수호신들이 천명을 받들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하지만, 종잇장처럼 갈라지고 찢겨진 땅거죽을 수호신들이 붙들고 꿰매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풍전등화 같은 지구의 위기를 누가 막아주겠습니까! 잠시도 소홀함이 없이 지구를 붙들고 지켜주는 수호신들께 삼가 무한 감사를 올리는 바입니다."
서쪽 땅 대수호신은 내 말을 듣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대 이름은 누구라 하는가?"
"저는 백마선이라 합니다."
"백마선의 이름을 우리 수호신들이 알고 있다."
"제 이름을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차 지구에서 천주의 활약이 시작되고 천명소통이 시대가 열리면 백마선의 역할이 크리라."
"제 역할이 아무리 크다 해도 수호신들의 활약보다 크다 하겠습니까?"
"어차피 우리 수호신들의 활약이란 천명의 지시에 따를 뿐이다. 우주에서 부르면 우주를 찾아가고, 별에서 부르면 별을 찾아가고, 산천대천 어떤 세상에서라도 위기가 닥치면 찾아가 수호신의 활약을 펼치는 일이 우리들의 사명이다."
"지구를 지키는 수호신들은 이미 다른 우주에서도 그러한 활약을 펼친 경험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천상계와 우주를 지키던 수호신들이 지금은 모두 지구를 찾아와 천명의 지시대로 움직인다."
"초도로 천리안으로 지구를 바라보니 종잇장처럼 구겨지고 찢겨진 상처가 온천지에 난무하고 있었습니다. 지구의 상처는 다른 누구의 공격이 아닌 지구의 피와 살을 먹고 살아가는 사람 기생충들의 욕심 때문에 벌어진 재난들이라고 생각할 때 더욱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입니다."
"백마선의 말이 옳다. 지구는 다른 누구의 공격을 받아 지구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서 있지 않고 사람 기생충들의 공격으로 큰 상처를 입고 노화의 중증에 시달린다. 우주에서 아무리 무서운 기생충이 있어도 사람의 기생충보다 무서운 적은 없을 것이다."
"사람을 칭하기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데, 어째서 그런 만물의 영장이 지구를 살리는 일에 앞장서지 않고 지구를 죽이는 기생충으로 변질되어 있을까요?"
"끝없는 욕심 때문이지. 욕심 때문에 아름다운 영혼들이 변질되고 사람의 거룩한 모습을 변장하여 짐승의 거죽을 쓰고 사는 것이 지구에서 살고 있는 사람 기생충들의 모습이지."
"다른 우주의 별에서도 지구처럼 욕심꾸러기 사람 기생충들이 서식하는 세상이 존재합니까?"
"물론 존재하고 말고.... 우주에 떠 있는 별들 중에는 사람의 욕심으로 무너지고 망해서 지금은 유령의 별로 변한 세상도 얼마든지 존재하고 있단다."
"저도 사실은 우주를 여행하면서 과거에 존재했던 생명이 모두 사라진 비운의 세상을 방문한 경험이 있어요."
"그만큼 사람 기생충의 힘은 아무리 아름다운 지상낙원이라도 사망의 그림자가 우글거리는 절망의 땅으로 초토화 시키는 일이 가능하단다. 그건 마치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는 뽕밭의 현상과 다르지 않단다. 누에 입에 갉아 먹히는 뽕잎의 양은 작게 느껴지지만 많은 누에들이 한꺼번에 뽕잎을 먹기 시작하면 금세 넓은 뽕밭이라도 푸른 잎이 다 사라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게 되는 이치란다. 누에는 뽕잎을 먹고 비단실이라도 남겨 두지만 사람의 기생충들은 지구를 갉아먹고 절망만 남겨 두고 떠난단다."
"사람 기생충들의 욕심이 지구의 운명을 거들 낼 것이란 말씀이군요?"
"그렇다. 지구는 우주의 다른 적군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망하지 않고, 사람 기생충들의 무자비한 욕심 때문에 난도질되어 끝내 공중분해의 위기를 자초할 것이다."
"초도로 천리안으로 땅 속을 들여다보니 여기저기 사방 곳곳에 기름과 지하수를 빼 낸 동공들이 뻥뻥 뚫려 있고, 그 위에서 사람들이 집을 짓고 도시를 만들어 살고 있는 장면들도 수없이 목격되었어요. 도시로 덮여 있는 지구의 땅거죽은 사방으로 균열이 지어 있고, 언제 허약해진 지반이 무너져 도시와 집들이 땅 속에 묻혀 버릴지 걱정이 큽니다. 다행히도 천명을 받은 수호신들의 활약으로 무너져야 할 지구의 허술한 지반들이 아직은 큰 재난을 겪고 있지는 않지만 언제 천명이 거두어져 수호신들의 활약이 멈추게 될지 염려스럽기만 합니다."
"지구에서 하늘의 뜻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지구를 지키는 천명은 거두어지지 않을 것이다. 천명이 거두어지지 않는 한 수호신들의 땅 지킴이 활약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백마선은 다른 염려 말고 앞으로 지구에서 펼쳐질 천명소통의 시대를 잘 준비하여라."
"수호신들이 큰 활약으로 지구를 지키고 있지만 지구의 여기저기서 간헐적으로 지진이 생기기도 하고 해일이 일어나 큰 재난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알려주십시오."
"천명을 받은 수호신들의 활약이 아무리 크더라도 지구의 온천지를 다 붙들고 지켜내지는 못한다. 수호신들이 돌아보지 못한 자리에는 어쩔 수 없이 지진도 생기고 해일도 일어난다. 그러므로 수호신이 지켜주는 땅이 안전하고 축복되다. 장차 처처에서 땅이 흔들리고 화산이 터지며 지진이 나서 땅이 무너지더라도 수호신이 머물고 지켜주는 자리는 안전할 것이다."
"수호신들이 땅을 지키는 자리는 천명에 의해서 정해져 있다는 말씀이군요?"
"천명에 의해서 수호신들이 지켜야 할 땅이 있고 물이 있고 산이 있으며 사람이 있다. 수호신이 지켜주면 어떤 재앙으로도 털끝 하나 상하지 않게 보호를 받는다."
"사람들도 사람마다 지켜주는 수호신이 정해져 있다는 말씀이군요?"
" 아무 사람이나 수호신이 지키지 않으며 천명으로 정해져 있는 사람을 수호신이 지킨다. 그래서 수호신이 떠난 사람은 언제 불상사를 만나 위기에 처할지 장담하지 못한다."
"수호신의 지킴을 받은 사람들은 그 대상이 누구인가요?"
"장차 쓰임 받을 재목들이 수호신의 지킴을 받는다. 특히 천명소통 시대에 쓰임 받을 인명들은 더욱 큰 수호신을 붙여 지킴을 받을 것이다."
"천명소통시대의 주인을 대수호신께서 알고 계시나요?"
"천명소통시대의 주인은 큰 빛으로 출현하는 천주가 아니겠느냐?"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천명소통의 시대를 우리 수호신들도 손꼽아 기다린다."
"천명소통의 시대에 수호신들의 활약은 어찌 됩니까?"
"천명소통의 날에는 온 세상 사람들이 신선놀음을 즐기며 수호신들은 사람들과 더불어 신인조화를 이루고 신선놀음 잔치를 함께 즐길 것이다. 신선놀음을 즐기는 천명소통의 날에는 만신창이 상처를 입고 있는 지구도 점점 회복되고 무거운 몸이 가벼워져 기사회생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지구가 기사회생하고 모든 상처가 아물어져 위기가 사라지면 수호신들의 역할은 다른 역할로 바뀔 것이다."
서쪽 땅 대수호신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한 사자가 급하게 달려와서 보고했다.
"대수호신님, 균열지징입니다!"
균열지징이란 땅이 내려앉으며 갈라지는 징후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대수호신은 사자가 가리키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수호신이 머물고 있는 장소는 서쪽 땅의 모든 방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장소였다. 대수호신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과연 땅이 가라앉는 파열 징후들이 나타나고 여기저기서 '쩍! 쩍!'하는 파동이 감지되어 왔다.
군열지징이 나타나고 있는 장소의 지하를 초도로 천리안으로 바라보니 커다란 유전이 고여 있던 장소로 지금은 거대한 동공이 형성되어 있는 지반이었다.
대수호신은 급하게 힘이 센 장수 수호신들을 호출하고 균열지징의 장소로 급파했다. 장수 수호신들이 거대한 몸집을 비호처럼 움직이며 달려가더니 균열지징의 땅 자락을 단단히 붙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금세 균열지징이 멈추고 '쩍! 쩍!' 거리던 파열음의 파동도 들리지 않았다.
군열지징이 멈추자 대수호신은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호신들의 활약이 얼마나 중요하고 크다는 사실을 직시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한숨을 돌리고 겨우 평정심을 되찾은 대수호신을 향해 내가 질문했다.
"조금 전 균열지징을 멈추지 못했다면 어떤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까?"
"균열지징이란 지진재앙의 징후이다. 곧 지하에서 끓고 있는 마그마 위에서 출렁거리는 암반의 충동이 지반에 전해져서 나타나는 징후로써, 그러한 징후를 멈추지 않으면 대지진의 재앙이 발생하여 도시와 가옥들이 내려앉고 산이 무너지며 땅이 갈라진다. 균열지징은 빈번하게 발생하며 그때마다 장수 수호신들을 급파하여 지진의 재앙을 차단한다."
"수호신들의 활약이 멈추지 않고 있지만 지구상에서는 여전히 크고 작은 지진과 해일은 발생하고 화산은 터지며 때때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이유가 뭘까요?"
"지구의 자연적인 현상은 모두 수호신들이 관여하지는 않는다. 지진이나 해일이나 화산폭발은 지구의 자연적인 현상이다. 다만 천명으로 자연의 재앙을 막아내야 할 장소는 정해져 있다. 천명으로 수호신들이 지켜야 할 땅은 지키고 멸주의 영역까지 천명이 미치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지구에는 지진과 해일과 화산폭발을 비롯해서 천재지변의 재앙은 끝없이 밀려오게 될까요?"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넘치며 도시와 가옥들이 땅 속에 묻히거나 부서지는 재앙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때 천명으로 수호신의 지킴을 받은 땅은 안전하고 천명이 미치지 못하는 땅은 재앙을 피할 방법이 없으리라."
"천명으로 보호를 받는 땅의 이름을 알려주십시오."
"천명소통의 날을 대비하여 의로운 싹을 보호한다. 의로운 싹이 자라는 단 한 명의 고운 영혼이 사는 땅이라도 천명의 눈길은 방심하지 않는다. 고운 영혼이 머무는 땅에는 항상 수호신이 활약하며 감시의 눈길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수호신의 활약이 멈추었다면 지구에서 안전한 땅은 없으리라. 이미 초토화되어 목숨을 부지할 고운 영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으리라."
"의로운 싹인 고운 영혼들을 지키기 위해 수호신들이 천명을 받들어 파죽지열의 지구를 보호하고 균열지징의 땅들을 안전하게 지킨다는 말씀이군요?"
"의로운 싹이 소멸되면 지구의 희망은 사라진다. 장차 천주의 큰 빛이 세상에 임할 명분도 사라진다. 큰 빛 천주가 세상에 출현하는 목적은 지구에서 의의나라 지상낙원을 건설하기 위함이며, 그때 의로운 싹들이 빛 담금질을 받아서 지상낙원의 기둥으로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지상낙원이 세워지는 그날까지 수호신들의 활약은 멈추지 않고 천재지변과 자연의 대재앙을 온 몸으로 막아낼 것이다. 지구수호는 천명이다. 장차 천명지인(天明之印)의 낙인(烙印)을 받은 자가 천재지변의 날에 보호를 받으리라."
"특히 서쪽 땅은 일찍부터 문물이 발달해 온 덕택으로 물자의 소비가 창궐하여 사람들의 욕심은 목구멍에 찰 정도에 이르렀다. 그래서 땅 속의 유전과 지하수가 바닥나고 지하자원이 고갈된 상태로 땅 속은 텅텅 빈 동공으로 변해가며 그 위에 거대한 도시와 집들이 뒤덮고 있다. 서쪽 땅은 지구에서 가장 빈약한 공간이며 수호신들의 활약이 멈추면 균열지징의 재앙으로 땅도 내려앉고 도시도 내려앉으며 문물이 소실된다. 서쪽이 무너지면 지구의 동쪽도 남쪽도 모두 무너진다. 서쪽이 망하면 동쪽이 망하고 지구가 망한다. 지구의 지상낙원은 장차 동쪽에서 이뤄지지만 서쪽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서쪽 땅에서 수호신들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진다. 이는 지구수호의 천명이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서쪽을 지켜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서쪽을 지켜서 동쪽을 보호한다. 장차 천명소통의 대역사는 동쪽에서 이뤄진다. 서쪽이 무너지면 동쪽의 천명소통은 빛을 보지 못한다. 이러한 이치가 곧 서이동립(西印立)의 천명비결이다."
"서쪽의 힘으로 동쪽을 세움이 천명의 마지막 비결이란 말씀이군요?"
"장차 지구에서 천주의 큰 빛이 출현하는 땅은 동쪽입니까? 서쪽입니까?"
"동쪽에서 출현하여 서쪽으로 퍼지리라. 해가 동쪽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기울듯, 천주의 큰 빛도 동쪽에서 출현하여 서쪽으로 퍼지며 끝내 천명소통의 거사를 천지에 세우리라."
서쪽 땅의 수호신과 이런 대화를 마치고 우리 셋은 다시 동쪽 땅으로 이동해서 수호신들의 활약을 지켜보았다.
|
첫댓글 천명소통의 거사를 상도도장에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곳의 주인도 천주이니 이 일에 백마선과 함께 엄청난 정성으로 하고 있는 줄 압니다..
모두 천명소통의 일에 힘을 보태어 이 일이 무사히 잘 이루어져 하루속히 백만인의 인패가 나오기를 고대합니다.
연원께서 천주의 이름을 얻으실 그날이 속히 오기를 ...
이번 신선봉안식은 1월 31일에 뱃머리 마을의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두시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소문 많이 내시어 많은 사람들이 참여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물론 주인공들은 신선으로 봉안될 원혼들이랍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윗글의 내용 중에 있답니다
서양은 이미 자원의 고갈과 과학의 발달로 동양보다 더 많이 고갈된 자원으로 인해 무너지기 직전의 상태인데 서쪽이 무너지면 곧 그 여파가 동쪽으로 밀려와 지구 전체가 흔들리게 되니 그런 일이 있기 전에 동쪽을 위해 가장 망가진 서쪽을 먼저 지킨다는 뜻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