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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수업, 명철이의 덮개 있는 상자 만들기
마을 선생님과 함께하는 첫 수업 날입니다. 명철이가 이후의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어서 제일 먼저 명철이가 만들고 싶어 했던 덮개 있는 상자 만들기로 했습니다. 마을 선생님께서 커다란 검은 봉지 들고 오셨습니다. 톱, 드릴, 사포 등 미처 마련하지 못한 도구들을 준비해서 가져와주신 겁니다.
아이들이 직접 마을 인사 다니며 도구 마련하였으면 더 좋았겠으나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였고 이렇게 마을 선생님께서 아이들 사정 두루 살피어 당신의 것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시는 풍경도 정겨운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을 선생님 아침 마다 병원 가셔야 했습니다. 활동 시작 시간이 오전 10시여서 병원 부러 일찍 다녀오십니다. 아이들보다도 먼저 활동 장소로 와서 미리 준비하십니다. 세상에서 가장 근사하고 멋있는 선생님이십니다. 아이들이 선생님의 사정과 마음 알아 감사한 마음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활동 장소는 복지관 3층 도움터입니다. 김미경 선생님 도움으로 활동하는 내내 목공 팀만 사용할 수 있도록 예약해주셨습니다. 덕분에 편하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활동 장소 처음에 구상할 때에는 야외에서 지역 주민 분들이 오며 가며 보실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폭염 경보가 끊이질 않는 무더위가 찾아오고 부모님들의 걱정과 마을 선생님의 요청으로 에어컨 시원하게 틀 수 있는 장소로 결정되었습니다. 아쉽지만 상황과 환경 살펴가며 적절히 이루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습니다.
명철이, 준서, 성경이가 왔습니다. 동건이는 드론 수업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마을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전날에 사 온 재료들로 만들기 시작해 봅니다.
먼저 명철이가 그렸던 도안을 토대로 길이를 재어 목재에 표시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마을 선생님 손에 가시가 박혔습니다. 아주 작은 가시입니다. 뽑아내기가 어렵습니다. 준서와 성경이가 달려가 2층 사무실에서 핀셋 가져옵니다. 그 사이 명철이가 선생님 손 붙잡고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다행히 가시가 빠졌습니다. 같은 일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에 유의해야겠다 싶습니다.
도면을 목재에 다 그리고 나면 드디어 톱질을 시작합니다. 톱질하기 위해 바깥에 있던 책장 하나 끌어왔습니다. 명철, 준서, 성경이 힘을 합쳐 끌어옵니다.
쓱싹쓱싹. 나무 잘리는 소리가 도움터 안을 가득 채웁니다. 맨 처음부터 어긋나면 목재를 망칠지도 모르니 처음 시작은 마을 선생님께서 해주시고 그 다음부터 한 명씩 돌아가며 톱질 해봅니다. 생각보다 많은 힘과 똑바른 자세가 필요하다는 걸 배웁니다.
“톱을 높이 세우지 말고 낮게, 비스듬히 세워요. 얕게 톱질하지 말고 톱을 잡아당길 때 힘주어 당기세요.”
마을 선생님께서 톱질 잘 하는 노하우 가르쳐 주십니다. 알려주시는 대로 따라하니 좀 더 수월하게 잘려나갑니다. 아이들 하는 사이에 끼어 저도 한 번 해보았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상자의 옆면을 차지할 네 개의 판을 잘라내었습니다. 마을 선생님께서 검은 봉지 안에서 검은 플라스틱 가방을 꺼내셨습니다. 드릴이 들어있는 가방이었습니다. 일반 못 보다 안전하고 튼튼한 나사못을 사용하되 조금 힘을 덜 들이며 조립해나갈 수 있도록 홈을 파주시기 위해 가져와주신 겁니다. 고맙습니다.
드릴로 판자에 구멍을 뚫기 시작하니 그 소리가 어마어마합니다. 목공 팀 때문에 온 복지관이 요란하게 들썩입니다. 복도 지나가시던 선생님들, 복지관 방문하셨던 주민 분들, 아이들 데리고 회의하던 실습생 동료들이 궁금한지 지나가다 한 번씩 쳐다보고 갑니다.
드릴로 뚫은 자리에 나사못을 박았습니다. 우리가 사온 나사못은 크기가 너무 커서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마을 선생님께서 꾸준히 모아오신 나사못들 중에 고르고 골라 사용했습니다. 마을 선생님께서 힘주어 나사를 돌리셨습니다.
‘빠각.’
이상한 소리가 나 살펴보니 나뭇결 따라 합판이 갈라져버렸습니다. 원목이 아닌지라 갈라지기 쉬울 수 있다는 것 알았지만 이렇게 될 줄이야. 마을 선생님도 아이들도 당황했습니다. 그 부분은 내버려 두고 다른 곳부터 박아보았지만 그 곳도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며 갈라졌습니다.
상황 살피시던 마을 선생님께서 상자 안에 나무토막 하나씩 덧대어도 되는지 명철이에게 물어보셨습니다. 합판들끼리 박는 것이 아니라 안에 나무토막을 덧대어 그 곳에 나사못을 박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합판에도 부담가지 않고 상자가 더 튼튼해질 겁니다. 마을 선생님의 지혜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복지관 요원 분들께서 식물 팀 가림막 만들어 주시고 남은 긴 나무토막 가져다주셨습니다. 다만 활동 종료시간인 12시를 넘기게 되어 마을 선생님께서 돌아가셔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명철이 것은 나중에 마지막으로 완성하기로 약속합니다. 마을 선생님 돌아가실 때 악수로 예의바르게 인사드립니다.
뒷정리도 함께 합니다. 청소 도구함에서 빗자루와 쓰레받기 챙겨와 세 명이서 열심히 바닥 쓸어줍니다.
비록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아이들이 직접 참여함이 뜻깊습니다. 사소한 과정 하나라도 아이들에게 묻고 직접 해 볼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마을 선생님 고맙습니다.
집안일 팀 라면 파티
신경숙님이 마을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에게 라면 끓이는 법 가르쳐주시기로 한 날이기도 합니다. 목공 수업 끝나고 명철, 동건, 성경과 함께 라면 파티 열리고 있는 나눔터로 갔습니다. 집안일 팀 아이들은 물론 식물 팀도 섞여 맛있게 라면 먹고 있었습니다.
어서 오라며 반겨 주시고는 갓 끓인 라면 덜어주셨습니다. 목공 수업 끝나고 배고팠을 명철, 준서, 성경. 신경숙님 덕분에 든든하고 배부르게 라면 먹습니다.
선생님들 몫으로 파와 추가적인 재료 넣어 새롭게 끓여주십니다. 말로만 듣고 책으로만 보던 신경숙님 표 라면입니다. 직접 먹어보니 정말 꿀맛입니다. 아이들도 저도 두 그릇 이상씩 비워내었습니다. 우리가 날던 날을 넘어 일상생활기술학교에서 신경숙님 라면 먹으니 감회가 새롭고 즐겁습니다.
맛있게 먹고 다 함께 뒷정리 했습니다. 목공 팀 아이들 라면 맛있게 먹고 각자 먹은 그릇 정리해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지나가다 신경숙님 뵈며 라면 끓여주셨던 분이라며 인사 한 번씩 드릴 수도 있겠습니다. 일상생활기술학교의 세 팀이 모여 함께 하는 일이 늘어가니 각 팀의 아이들 둘레 관계도 넓어지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함께 할 수 있게 해준 집안일 팀과 성은 언니에게 고맙습니다.
이병률 회장님, 목공소 방문하시다
남은 시간 기록하던 중에 김미경 선생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마을 선생님이신 이병률 회장님과 목공소에 와 있으니 왔으면 좋겠다는 전화였습니다. 마을 선생님께서 목공소에? 무슨 일로 가셨는지 궁금해 서둘러 목공소로 가 보았습니다.
오늘 명철이 상자 만들 때 합판이 자꾸 깨져서 안에다 나무토막을 덧대보자고 하셨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나무토막 정확하게 네 등분 하는 것 부탁하시려고 오신 거였습니다. 그 김에 성경이 만들 핸드폰 보관함에서 뚜껑 부분에 파야할 홈도 부탁해 보십니다. 추가로 자투리 목재도 얻어왔습니다.
아이들 수업 진행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다만 상황과 여건이 마을 선생님 혼자서는 어려운 부분 있으니 먼저 찾아가 보신 모양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시는 마을 선생님. 참 멋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하여 마을 주민이기도 하신 이병률 회장님과 목공소 간의 관계가 트이기를 소망해봅니다. 먼저 나서주신 마을 선생님, 바쁘신 와중에도 흔쾌히 도와주신 목공소 분들 참 고맙습니다. 덕분에 목공 팀 활동이 풍성해져 갑니다.
강점 나눔, 동료들에게 얻는 힘
저녁으로 닭 강정 주셨습니다. 푸짐하게 챙겨주시니 고맙습니다. 상 차리는 동안에도 서로 서로 돕습니다. 오지 못한 사람 몫 미리 챙겨두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먹으니 참 맛있었습니다. 배불리 먹고 뒷정리도 함께 합니다. 그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지 않습니다. 서로 하지 못해 안달입니다.
저녁 식사 후 모두 별관 4층에 모였습니다. 의자와 책상 모두 치우고 테이블 하나에 주황빛 은은한 등불 놓습니다. 둥글게 둘러앉아 노래 부르며 시작합니다. 시작 공연으로 재성 오빠, 은혜 언니, 광재 오빠가 노래 불러줍니다. 참 잘 부릅니다. 웬만한 가수보다 나은 것 같습니다. 중간에 민정 언니도 노래 불러주었고, 손혜진 선생님께서도 불러주셨습니다. 가사 아름다운 것만 골라 불러주니 듣는 귀도 마음도 행복해집니다.
한 명씩 앞으로 나와 자신이 가진 강점을 나누어 줍니다. 나눔이 끝나면 동료들이 추가로 강점 더해줍니다. 어둑한 조명 속 잔잔한 배경 음악 까지. 한 두 사람 훌쩍이기도 하고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동료들이 나누어준 저의 강점입니다. 손혜진 선생님께서 정리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은 : 사랑스러워요. 격려 글 나눌 때 오빠에게 처음 받은 편지 읽었는데 정말 와 닿았어요. 덩달아 감동받고 힘 받았어요. 오빠가 사랑 주기보다 받을 시기라 했는데 내가 본 채령은 사랑을 잘 주는 사람이었어요. 아이들 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을 줄 줄 아는 사람이에요.
영경 : 채령은 저에게 등대에요. 낮에는 우뚝 서서 위치를 알려주는 등대고 밤에는 위험하지 않게 빛을 비춰주면서 항상 곁에 있다고 알려주는 등대에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곁에서 걸어가는 게 힘이 되었어요. 사랑을 충분히 주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았으면 좋겠어요.
광재 : 늦잠 잔다고 했는데 실습생 가운데 가장 빨리 와요. 첫날부터 지금까지 그 시간에 와요. 오자마자 노트북으로 과업하고 사무실에 인사드리러 갑니다. 성실한 사람이라 생각했고, 불성실한 사람이었어도 지금은 성실하게 하는 거잖아요.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합동연수에서 글 잘 쓴다고 칭찬 받았잖아요. 제 칭찬은 아니었지만 뿌듯했어요.
채령이 만나기 전 권대익 선생님 카톡으로 ‘채령이 웃는 모습이 예뻐요.’라는 글로 먼저 봤는데 실제로 봐도 예쁜 것 같아요. 제 사인 받았으니 잘 할 거예요.
민정 : 유유상종이란 말 있듯이 채령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곁에 좋은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당사자 면접 때 처음 봤는데 손을 떨고 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진짜 진솔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친구란 마음 들었어요. 과업하면서 힘든 부분 나누게 되고 제가 더 의지하게 돼요. 막내지만 언니 같다는 생각 들 때가 있어요. 고마워요.
민지 : 채령이는 8시 30분 요정이고, 성실하고 배울 점이라고 생각해요. 합동연수 때 포옹인사 하는데 꽉 안아주면서 다시 풀려고 하는데 다시 한 번 더 꽉 안아주고 수고했다고 말해주는데 그 때 채령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는데도 안아주면서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게 저에게 큰 울림이 있었어요. 채령이라는 친구는 내 상황을 다 알지 않아도 다 이해한다고 말해주는구나,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이해해주겠구나 생각 들었어요. 그래서 저를 내보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은혜 : 채령이가 표현을 잘 못하는 것 같은데, 제게 볼 때 해맑게 웃어주는 것 같고 사람에게 먼저 다가와 주려고 해요. 막내라 그런지 귀여워요. 앞으로 더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어요.
기웅 : 매일 성실한 모습 보여주는 게 강점이고, 긴 대화는 못하지만 짧은 대화에서 성숙한 모습 보고, 누나 같고요. 든든함을 느껴요. 철이 든 것 같은 거요.
단기 사회사업 하며 동료들의 힘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매일 경험하고 있는 듯합니다. 동료들이 발견해준 나의 강점들. 그 마음과 시선이 고맙고 부끄러워집니다. 내게 주어진 인복의 소중함을 다시금 실감합니다. 고맙습니다.
합숙하기
다음 날은 장봉도로 다 함께 여행을 떠나는 날입니다.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는지라 실습생 전체 복지관 합숙을 하기로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햇볕 교실에서 공간 이용 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셔서 여유롭게 잘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합동 연수 이후로 동료들과 함께 합숙하는 것은 두 번째 일입니다. 강점 나눔 하고 난 뒤여서 그런지 함께 하는 순간들이 더 소중하고 고맙습니다. 다음 날의 여행에서 또 다른 추억과 나눔이 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15일차 마무리
마을 선생님께서 부탁드리지도 않았는데 먼저 목공소 방문하여 묻고 부탁하시니 고맙습니다. 마을 안에서 둘레 관계가 넓어지는 것 같아 기쁜 마음이 듭니다.
실습하다 보니 지치고 힘들 때가 있습니다. 과업이든 당사자에게든 힘을 얻지 못해 좌절할 때가 있고 멈춰버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실습 과정일 뿐인 이 때에도 이러할진대 실제로 사회복지사가 되어 일하기 시작하면 얼마나 많은 일을 겪게 될까요.
그럴 때마다 곁에 있어주는 동료들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런 동료가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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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본격적으로 만드는 첫 시간이었죠.
톱과 드릴 등 챙겨와 주신 이병률 회장님 고마웠어요.
아쉽게 상자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회장님 미안한 마음에 목공소도 찾아가며 재료도 얻고 튼튼하게 덧대어
붙일 나무도 잘라 오셨죠. 이병률 회장님 미안해하는 모습에 아이들 괜찮다고 말씀드리니 훈훈했어요.
아이들 모두 뒷정리 함께 해주고 자기 일로 여기니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