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얼굴만 한 큰 꽃송이 덕에 한 번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화려한 꽃, 수국. 물을 좋아하는 습성에 시원한 꽃색까지 여름꽃의 대표답다. 꽃구경을 봄에만 하란 법은 없다. 수국 찾아 여름철 꽃나들이에 나서보자. 음지에서 잘 자라므로 수국이 멋지게 피는 곳은 땡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도 있다.
토양따라 변하는 꽃색, 여름내 감상
작은 나비가 한꺼번에 모여 앉은 듯한 수국. 흔히 볼 수 있는 공 모양의 수국을 비롯해, 별처럼 생긴 자잘한 꽃들이 둥둥 떠 있는 듯한 산수국, 팔손이처럼 커다란 잎과 함께 꽃타래를 늘어뜨리고 피는 떡갈잎수국 등 그 종류만도 수십 종에 이른다.
수국은 처음에 필 때 푸르스름한 흰색이었다가 시원한 청색, 붉은기 도는 자색으로 꽃색을 바꾸는 능력이 있다. 또 토질에 따라 꽃색이 바뀌기도 한다. 산성토에서는 푸르스름하고 알칼리성이면 불그레한 꽃을 피운다. 하지만 모든 수국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산수국, 아나벨수국처럼 토양에도 꽃색이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6월부터 8월까지 한여름 내내 꽃을 볼 수 있어 여름을 대표하는 꽃임에는 틀림없다. 도내 수국여행지 3곳을 소개한다.
수국사랑에 빠진 해안마을 거제 저구항
거제도 남부면 저구항. 매물도행 여객선 선착장이 있는 곳이다. 승선객이 드나드는 시간 외에는 조용하기 그지없는 바닷가 마을이다. 이곳이 6월 말부터 8월 초순까지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저구 수국동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제1회 저구항 수국축제를 통해 입소문이 났다. 올해는 개화가 일러 지난달 29일 축제가 개최됐다.
수국동산은 저구항과 명사해수욕장을 잇는 저구해안길을 따라 350m가량 이어진다. 섬 가운데부터 해안가로 경사져 내려오는 지형을 살려 최고높이 8m에 이르는 수국벽을 조성해 놓았다. 바다를 따라 달리며 도로변 수국에 마음을 뺏기던 여행객들은 거대한 수국벽화 앞에서 넋을 잃는다. 개화가 절정을 이루는 7월에는 수국동산에서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소문난 포토존에서 인생샷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여행객들의 줄. 화려한 수국의 아름다움에 그런 수고마저도 설레는 즐거움으로 남는다.
수국동산을 만끽하며 걷는 저구해안길이 짧아 아쉽다면, 명사마을과 만나는 수국동산 끝 지점을 반환점 삼아 명사해수욕장길을 걸으면 된다. 명사해수욕장길은 여객선터미널로 다시 돌아오는 250m의 수국동산 윗길이다. 해송 사이로 보이는 저구 앞바다와 소나무 그림자에 서늘해진 수국동산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웰빙산책로’라고 이름 붙은 지압로에서는 맨발 걷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섬으로 떠나는 통영 연화도 수국여행
통영 연화도는 사람 키 만한 높이의 수국길로 수국여행의 정점을 찍는 곳이다. 통영여객터미널에서 배로 1시간 거리인 연화도는 지난해 우도까지 이어지는 보도교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연화도는 절집과 어우러지는 수국길로 더 알아주는 곳이다. 연화사에서 섬 남단의 보덕암까지 1km의 수국길이 펼쳐진다.
마을과 연화사에서 심어 가꾸는 연화도 수국은 6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한다. 키가 2m가 넘어 여행객들을 푸근하게 감싸는 맛이 있다. 보덕암에서는 연화도의 비경, 용머리해안을 수국과 함께 카메라에 담을 수도 있다.
‘우리동네 꽃동네’ 김해 수안 수국정원
마을 전체가 수국으로 치장한 곳도 있다. 김해 대동면 수안마을. 지난해 제1회 수국정원축제를 개최해 사흘의 축제기간에 5000여 명의 관광객을 동원한 마을이다. 올해도 지난달 28~30일 제2회 축제를 열어 김해시민뿐만 아니라 인근 창원, 부산 등지 관광객을 불러 모았다.
마을 내 수국은 모두 4000여 그루. 산수국, 목수국, 떡갈잎수국, 별수국, 아나벨 등 40여 종의 수국이 만발해 있어 마치 수국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돗대산과 서낙동강을 배산임수 삼은 수안마을에는 마을을 관통하는 수안천이 흐른다. 그 속에 수국마을의 진수인 ‘소등껄 수국정원’이 있다. 수안천의 굽은 물길 속에 자리 잡은 ‘소등껄’은 ‘소의 등’처럼 생겼다고 마을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다. 한 발도 내디딜 수 없을 정도로 대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져 있던 소등껄을 정리해 나선형으로 오르내리는 약 4500㎡의 정원을 만들었다. 하천변 수국밭과 나선형 탐방로가 어우러져 어디랄 것 없이 예쁜 포토존이 된다.
소등껄 수국정원~수안천~보현사 수국여행
탐방로는 위쪽으로는 마을 안길과 연결되고, 아래쪽으로는 수안천으로 연결된다. 아래로 내려가 수안천 냇가에 이르는 길은 시원한 대숲길. 대숲 끝에 널찍하게 펼쳐지는 수안천 물가는 발 담그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130여㎡의 물놀이장으로 꾸며져 있다.
마을 안길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은 야외공연장 겸 쉼터인 ‘야학정’을 거쳐 옛 정취 물씬 나는 돌담길과 과수밭, 마을 아래로 펼쳐지는 시원한 조망으로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길 끝에는 불교 조계종 사찰 보현사가 있다. 절집에서도 꽃동네 수안마을의 수국사랑을 볼 수 있다. 절 마당 약사여래불 아래는 하얀 수국과 청보라 산수국이 꽃밭을 이루고 있다. 보현사는 마을초입 마을기업인 카페 ‘수안에서’의 주차장부터 1시간여 걸리는 수안마을 수국여행을 마무리하는 곳이기도 하다.
수안마을은 귀촌한 최병식(61) 이장의 아이디어로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 ‘창조적마을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수국마을로 변신을 시작했다.
“마을 곳곳이 쓰레기였다. 사실 그걸 처리하자고 마음먹고 벌인 사업인데, 결과적으로 꽃동네가 됐다. 덕분에 75가구 148명의 주민이 활기를 찾았다. 일부러 찾아와 주는 분들이 있어서 보람 있다”는 최 이장은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와서 수국정원을 감상하며 여름 한나절 쉬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