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mister huskysun
요즘 방송에서는 메르스가 단연 화두다. 지상파 방송은 물론이고 종편에서도 톱뉴스로 공히 다루고 있는건 이해가 가지만 아무래도 종편은 도가 지나치다.
여컨대 메르스는 국민적인 관심사인 의료사고이기 때문에 의당 의학전문 기자(의과대학을 전공)의 리포트나 패널로 나온 전문의사가 다뤄져야 당연하다. 그런데 종편에서는 프로그램의 주제와 아무 관련도 없는 비전문가인 정치평론가나 변호사, 심지어 문화평론가, 가정문제상담원 등이 나와 이러쿵 저러쿵 얄팍한 자신의 소견을 피력하는 태도는 뭔가 잘못됐다고 하겠다.
이런 현상은 종편의 편성권자들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자세에서 기인한 것으로서 비단 메르스 사고보도에 국한된 게 아니라 종편에서에서는 늘쌍 봐 왔던 일이다. 이를테면 세월호 침몰사고에서도 그렇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다룰 때도 군사전문가가 언급을 해야 신뢰가 있고 권위가 생기는데 종편의 단골 정치평론가나 변호사로 방송을 진행하는건 한마디로 종편의 의미가 변질된, 사명을 망각한 보도로 간주된다. 물론 변호사는 객관적으로 검증된 엘리트 지식층인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분야를 다 해박한건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 변호사는 자신의 전문 분야가 있기 마련으로 의학전문 변호사라면 모를 일이다. 정치평론가도 마찬가지다. 평론가란 자신의 전문분야가 있기 마련으로 만능이 아닐진데 종편에서는 만능으로 통용되고 있다.
종편이란 종합편성을 줄인 말로 그동안 지상파방송 KBS, MBC, SBS에 국한했던 종합편성 즉 보도, 오락, 교양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편중되지 않게 편성한 것으로서 보수신문-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가 꾸준하게 추진해 왔던 것을 이명박정부에서 허가를 하기에 이르렀다.
2009년 방송법과 신문법, 인터넷미디어 방송사업법(IPTV) 등의 미디어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그동안 제약을 받아왔던 신문사와 대기업이 방송에 진출하게 되면서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등을 통한 방송으로 2010년 12월31일부로 뉴스, 교양, 드라마, 오락 등 모든 장르의 방송프로그램을 통한 종합편성한 방송이 출범하게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합편성사업자(PP)로 동아일보의 채널A, 중앙일보의 JTBC, 조선일보의 TV조선, 매일경제신문의 MBN을 선정했으며 보도전문방송채널로 YTN과 연합뉴스를 각각 선정했다.
드디어 2012년 12월31일 첫 전파를 발사한 종편은 모기업이 거대 신문사란 이점(?)으로 처음부터 뉴스와 보도에 비중을 크게 둔 편성으로 말이 종편이지 보도전문 채널로 안주하고 상태다. 그런 연유로 드라마, 쇼, 스포츠중계, 오락의 비중보다는 보도, 시사에 비중을 둬 보도 프로그램 비율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TV조선은 51,0%, 채널A는 44,2%, JTBC와 MBN도 40%를 육박하고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관되게 시사프로그램으로 똑같은 주제로 진행자만 바뀔뿐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여기에는 스튜디오에 진행자와 패널만 앉히면 되기 때문에 제작하기가 쉽고 제작비도 덜 든다.
그런가하면 재방비율도 만만찮다는 사실이다. 2014년 기준 JTBC 49,5%편성이 실제로는 57%, MBN 45,6%편성에 실제로는 59,9%, TV조선 44,2%편성이 실제로는 37,2%, 채널A 44% 편성에 실제로 41,4%로 데이타에서 보듯 울겨먹기가 많다. 이런 사례는 드라마, 쇼 등의 제작비가 많이 들고 반면 광고 등 수입구조가 열악하다는 증거다. 그런 탓에 방통위로부터 종편의 취지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성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지만 아직 시정이 안돼고 있다.
이런 여건하에서 종편의 의미가 퇴색해 보도전문채널과 구분이 모호하다는 소리를 듣는데 그럴려면 뭐하러 자본금을 많이 들이면서 까지 기를 쓰고 종편 허가를 득했는지 묻고 싶다.
개국 초에는 신문사가 모기업이라는 관계로 지상파와는 다른 편성을 하리라는 기대를 모았으나 기우가 되고 말았는데 우선 편성이 뒤죽박죽이다. 고무줄 편성에 시간 안지키기 등 임의로 편성변경으로 시청자와의 약속을 저버리기가 다반사다. 이를테면 지상파의 경우 춘계, 추계 등 계절이 바뀔 때 정기프로그램 편성을 단행하는데 종편은 기준이 없고 느닷없이 갑자기 바꾸는 예가 허다해 시청자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종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앵커들의 막말, 오보, 편파방송이다. TV조선은 심의조치건수가 2014년 97건으로 2013년 29건 대비 3배나 늘었으며 채널A는 2013년 20건에서 2014년 41건, JTBC는 2013년 7건에서 2014년 16건으로 늘어나는 등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를 잘 나타나고 있다.(위 도표참조)
방송에서 앵커(Anchor)기 처음 등장한 것은 1952년 원터 크롱카이트가 CBS방송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 TV에서 앵커가 등장하기는 1980년 이후로 저녁뉴스 시간에 등장했다. 그 시절 군사독재하에서 정권의 나팔수에 불과하다가 민주화 이후 언론의 자유화가 허용되면서 앵커의 목소리가 커져 지금에 이르는데 종편의 앵커는 아직 지상파 3사의 앵커보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그 가운데서 JTBC의 손석희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손석희가 인기가 높은건 자기중심의 표현을 쓰지않고 차분하고 공정한 진행을 매력으로 하는데 반해 종편의 일반적인 앵커는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친 방송과 막말이 판을 친다. 진행미숙으로 토크 프로그램에서 끼어들기와 말자르기가 예사이며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흥분된 진행이 다반사다. 또 출연패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 지상파의 경우 그 분야의 전문가를 기용하는 게 정석인데 종편은 변호사 일색으로 인지도를 높히기 위해 방송출연을 선택하는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변호사를 빼 놓면 종편이 제대로 될까싶다. 여기에 정치평론가 역시 살판났다. 과거에는 선거철에나 잠깐 볼 수 있던 그들은 종편 4곳을 나눠 회전문 출연,돌려막기 출연으로 같은 소재로 여기서 한 말을 저기서 또 하기 일쑤다.
차제에 앵커든 패널이든 방송아카데미라도 다시 다녀야 할 방송인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