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시선집
정호승 저 | 비채 | 2015년 0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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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례 -
시인의 말
제1부
반달 15
첫키스에 대하여 17
기차 18
수표교 19
눈부처 21
모두 드리리 23
강물을 따라가며 울다 25
풍경 달다 27
꽃 지는 저녁 29
너에게 30
내 마음속의 마음이 33
끝끝내 34
나그네새 37
인수봉 38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39
비 오는 사람 41
봄눈 43
별똥별 45
사랑 47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49
미안하다 51
제2부
사랑 55
어떤 사랑 56
설해목 57
키스에 대한 책임 59
꽃 61
무릎 62
강물 63
물 위를 걸으며 65
나는 물고기에게 말한다 66
증명사진 67
사막여우 68
까닭 71
나의 길 73
친구에게 75
징검다리 77
새벽에 아가에게 78
선암사 낙엽들은 해우소로 간다 81
모닥불을 밟으며 83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84
내가 사랑하는 사람 85
수선화에게 87
제3부
내 가슴에 91
봄눈이 오는 날 편지를 부친다 93
무인등대 94
갈대 95
어린 낙타 97
푸른 애인 99
어느 벽보판 앞에서 101
사랑에게 102
그네 104
창문 106
늪 109
별 110
비닐우산 111
또 기다리는 편지 114
바람의 묵비 115
겨울밤 117
운주사에서 119
사랑노래 121
가난한 사람에게 123
제4부
꽃을 보려면 127
연꽃 구경 128
부러짐에 대하여 130
가시 131
상처 132
고래를 위하여 134
참회 135
스테인드글라스 137
마음에 집이 없으면 138
막다른 골목 141
꽃과 돈 142
리기다소나무 145
돌멩이 146
벽돌 147
바닷가에 대하여 149
손에 대한 묵상 150
철길에 앉아 153
쓸쓸한 편지 155
별의 길 156
낙화 159
별들은 울지 않는다 161
제5부
꽃향기 165
나무에 쓴 시 167
나무에 대하여 169
용서의 의자 170
감자를 씻으며 171
여행 172
왼쪽에 대한 편견 173
개에게 인생을 이야기하다 174
허물 177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179
아버지의 나이 180
초상화로 내걸린 법정스님 181
지하철을 탄 비구니 182
귀뚜라미에게 받은 짧은 편지 185
후회 187
첫눈 오는 날 만나자 188
그리운 부석사 191
새벽기도 193
당신에게 195
해설_부드러운 영혼과 사랑의 자세 · 문태준 197
친구에게 75
젖은 우산을 접듯
그렇게 나를 접지 말아줘
비 오는 날
밤늦게 집으로 돌아와
뚝뚝 물방울이 떨어지는 우산을 그대로 접으면
젖은 우산이 밤새워 불을 지피느라
그 얼마나 춥고 외롭겠니
젖은 우산을 활짝 펴
마당 한가운데 펼쳐놓듯
친구여
나를 활짝 펴
그대 안에 갖다놓아 줘
풀 향기를 맡으며
햇살에 온몸을 말릴 때까지
그대 안에 그렇게
"정호승 시인은 시의 제목을 왜 '수선화에게'라고 지었을까요? "
저자는 이같이 묻고 그 어떤 철학자보다 뛰어난 외로움에 대한 시인의 해석을 읽어낸다.
수선화가 상징하는 '나르시시즘'과 관련한 신화적인 의미가 아니라
외로워서 너무 외로워서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이라도 보고 싶어
물가를 떠나지 못하는 수선화를 표현했다는 것.
그는 "이보다 더 슬프고 아름다운 해석을 알지 못한다"며
"시인이 읊은 외로움은 오직 이 세상에 혼자 내던져졌다는
'실존론적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출처 :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11111744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