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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지맥 5구간
2012.02.26 (일)
산길 : 귀성삼거리~서망
거리 : 12.5km
구간거리
귀성삼거리~3.3~연대산~2.2~월출산~0.7~희여산~3.5~한복산~2.8~서망항 / 12.5km
Cartographic Length 14.1km Total Time: 06:34
진도 끝마을. 서망항
진도지맥을 다섯번으로 마무리 했다. GPS에 찍힌 거리가 57.3km 나왔으니 평소 같으면 세 번이면 될 일이나 부산에서 당일로 뛰니 한 번에 12, 3km가 기껏이다. 그렇다고 혼자서 뛰려니 찻길만 300km다.
늘 그런 생각이지만 혼자는 혼자대로, 여럿은 또 여럿대로 느끼는 재미는 다른 법이라. 세상사 모든게 받아 들이기 나름이다. 혼자 하든 여럿이 하든 어느 한쪽에 익숙해 지면 그게 최선인줄로 아는게 일반적이고 나 역시 그러했지만, 스스로 고정관념에 얽매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아무 일도 아닌것을.
6년여 앉아 일하던 자리가 바뀐다. 한 자리에서 이렇게 길게 앉았던 적도 없었다.
문제는 근무형태가 바뀌는 일이라. 주말이 따로 없이 3일 주기로 돌아간다. 이틀 일하고 하루 쉬고... 즉, 토, 일요일이 따로 없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다른사람들과 함께하는 주말산행이 불가하게 되었다.
영월지맥부터 였나. 3년 여 매 2,4주 함께 했던 명승산악회 지맥팀과 이별을 고하려니 아쉬움이 적지않다. 폭설을 피해 겨울동안 진도 산행을 했고 이제 날이 풀리면 다시 강원도로 올라 갈 예정이었는데, 진도 종료에 맞춰 이별이라니 일부러 맞춘듯 하다.
어쨌든 이제 다시 예전의 홀로 모드로 돌아가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짧으면 1년, 길게는 2년이 될까. 평일날 혼자서 이리저리 댕길 생각을 하니 갑갑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설레기도 한다. 많이 하던 수법(!)이라 그리 낯설지는 않다만...
10:45 귀성삼거리
11:46 ×181
12:37 연대산
13:00 신동삼거리
13:43 월출산
14:15 희여산
14:53 백동삼거리
15:47 앞산
16:03 한복산
16:50 ×130m
17:20 서망마을
귀성삼거리
귀성삼거리 (73m)
진도군 임회면 상만리. 국립남도국악원이 있고 귀성마을 입구라 귀성삼거리다. 삼한사온 영향인지 한며칠 따스하더만 오늘은 아주 쌀쌀맞다. 자켓에 모자까지 뒤집어쓰고 우측(서) 비탈 수렛길로 올라가면 밭을 지나 산길로 들어간다.
여귀산
잡목과의 전쟁
위풍당당한 여귀산을 돌아보며 희미한 토끼길 따라 올라가면 초장부터 잡목과 가시덤불의 저항이 더세다.
×156봉에 올라서니 [진도지맥 160m] 팻말이 걸려있다. 벌목 잔해를 이리저리 타넘으며 내렸다가 ×132봉에 오르면서 왼쪽 아래 귀성마을과 황금기미 포구를 내려다본다.
새로 조성중이라는 아리랑마을에 장구 같이 보이기도 하고, 바람개비 같기도 한 둥근 아리랑 문양이 그려진 원형 구조물이 보인다.
귀성마을, 오봉산
×156
여귀산, 귀성마을 (아리랑마을의 원형 구조물)
×149봉
벌목잔해는 여전히 걸리적거리고 왼쪽 아래로 바다가 가깝다.
×132봉에서 우측으로 꺾어 내려가면 묘터가 나오고 오래된 비석은 '통정대부 남평문공'이시다.
×149봉을 내려가면 앞에 ×181봉이 더 높이 솟아있다. 굴포리로 오목하게 들어간 만(灣)이 강처럼 보이기도 한다.
×181봉
오른쪽 정금제로 내려가는 시멘트 길 안부를 지나 배추밭 갓길을 따라 올라가니 [수간주사] 팻말이 걸려있다.
여기까지 제선충이 왔나보다. ×181봉에 오르면 굴포마을로 깊숙이 들어간 바다가 보인다.
18번 국도
×181봉을 내려서면 굴포리에서 넘어오는 18번 국도를 건넌다.
완만하게 올라선 ×62봉 일대에는 높은 철조망 울타리가 쳐져있다. 조금 나아 보이는 우측 수렛길을 따라가다가 밭을 건너가니 넓은 묘터에 모두들 쉬고 있다. 배낭 내린김에 점심 먹고 가자며 자리를 편다.
×62봉
점심판
연대산 (148.8m △조도415)
봉수를 뜻하는 煙坮가 아니라 지도에는 뜻도 모를 蓮大山으로 표기되어 있다. 봉수대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고, 바짝 마른 억새와 넝쿨이 엉켜있는 정상부 한가운데 삼각점이 있고 준희님 팻말에는 150.9m라 적혀있다.
굴포마을 깊숙히 들어온 바다
연대산을 내려오면서 자꾸 왼쪽으로 쏠리는 기분이 들어 우측으로 덤불을 뚫고 들어갔다. 한차례 뚫고 나가니 묘가 나오고 묫길따라 내려가면 마루금에서 왼쪽으로 조금 벌어진다만 도리없는 일이다. GPS가 가리키는 길은 잡목이 너무 빽빽해 들이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신동제. 마루금은 우측 능선이다.
숲에서 빠져나오니 신동제가 10방향에 보이고 마루금은 우측 저만치 보인다. 마루금에서 왼쪽으로 살짝 벗어난 지점이다. 밭을 가로질러 마루금에 붙으니 시멘트길 안부이고, 앞봉 왼쪽으로 난 길따라 돌아 나가니 넓은 대파밭이다. 우측 마루금을 눈으로 짚으면서 밭 갓길을 따라 간다.
넓은 대파밭에는 "진도 대파는 겨울에도 잘 자랍니다" 간판이 있다.
희여산으로,
신동삼거리
신동삼거리(20m)
팽목에서 진도읍으로 나가는 18번국도 삼거리. 남쪽으로는 [배중손장군사당] 가는 길이고 서쪽은 팽목 방향이다.
신동삼거리 도로를 건너 건너편 비탈을 기어 오르면 밭이고 깨끗하게 다듬어진 김해김공 묘터에서 배낭 내리고 후미를 기다린다.
소나무를 칭칭 감고 있는 칡넝쿨을 전지가위로 잘라주다가, 이것 또한 자연의 한 법칙이라 생각하니 쓸데없는 짓이라 여겨진다.
약 70봉에서 정면을 뚫지 못하고 우측으로 비켜 내려갔다.
진도 대파
진도의 겨울은 오히려 봄스럽다. 곳곳이 대파밭이고 배추밭이라 누런 겨울색보다는 푸른색이 더 많다. ‘봄동’이라하는 겨울배추는 지금부터 출하가 시작되는데 진도봄동은 유명하다. 또 누구는 진도대파를 볏짚에 구워 먹는것도 별미라는데 파를 구워 먹는다는 소리는 처음이다.
봄동, 봄똥
봄동이라는 말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땅바닥에 바짝 붙어 자라 일부 지방에서는 납작배추, 납딱배추, 딱갈배추, 떡배추 등으로도 불린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봄동으로 등재되어 있다. 이 사전에 봄동은 [봄-동]이 아니라 [봄-똥]이라 발음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봄동이라는 단어의 유래가 발음으로 남아 있는 [똥]에 있지 않나 추측해볼 수 있는데, 땅에 납작 붙어 있는 모양이 소똥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봄의 들녘에 소똥처럼 자라는 푸성귀이니 사람들이 '봄똥'이라 불렀을 것이고, 그래도 사람이 먹는 것인데 '똥'이라 표기하기는 좋아 보이지 않으니 봄동으로 쓰는 버릇이 생겨 굳어졌을 것이다.
봄동은 겉잎이 속잎을 싸지 않는다. 이렇게 잎이 퍼진 상태에서 자란다. 이런 배추를 불결구배추라 한다.
밭을 가로질러 건너면 마루금은 시멘트 길이고 앞봉을 넘어 가니 고갯길을 새로 뚫는지 포크레인이 길을 내고 있다.
석교초등용등분교로 넘어가는 길이 되겠는데 바닥이 전부 돌밭이라 공사가 순조롭지 못하다. 파 뒤집어진 돌을 밟고 넘는다.
고갯길을 만든다
월출산 (月出山 ×110m)
영암에 있는 월출산이 진도에 지점을 냈나. 그렇더라도 이 봉우리는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잡풀더미에 파묻혀 엉덩이 하나 내릴 공간도 없이 지저분하기만 한게 月出은 고사하고 멧돼지나 튀어 나올만한 (豚出) 봉우리다. 이어지는 지맥능선에 멋진 암봉이 여럿 있더만 국토지리원에서 표기를 잘 못한게 아닌가 싶다.
희여산 암봉
바위손(부처손)...몸에 조은거란다
잡목을 헤치는 사이사이로 쳐다보이는 희여산 암봉이 멋드러진다. 이름있는 산이나 등산로는 거의 보이지 않고 암벽에 막히면 옆으로 돌기도 하고 간 큰 사람들은 직등하기도 한다. 부처손이 더덕더덕 붙은 암벽을 기어올라 바위에 서면 여귀산부터 연대봉을 거쳐 이어온 산줄기가 훤히 드러난다.
여귀산에서 이어 온 마루금
희여산(269m)
암봉이라 조망은 사방 거침 없이 활짝 열린다. 동석산, 석적막산 능선, 북쪽으로 지력산에 더 멀리 첨찰산도 아스라이 윤곽이 잡힌다. 희여산이 무슨 말인가 싶어 진도지명 유래를 찾아 봤더니,
“봉상리 앞산은 희여산[白也山][270m]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희여산을 작은 봉화산이라 한다. 오늘날 이곳에는 봉화 흔적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봉화가 있어야 할 위치이고 ....”
‘희여산’이 먼저인지 ‘백야산’이 먼저인지 모르겠으나 희다는 뜻은 같다. 암봉이 햇빛을 받아 희게 빛난다고 희여산이 되었을거란 추측은 어렵지 않다.
희여산에서 북으로 가는 산줄기
여기서 북으로 갈라지는 산줄기는 지력산(328.1m)으로 이어진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간간이 보이던 리본들 -안성촌놈, 신공식님-은 지력산쪽으로 올라가신 모양이나 우리 부산 촌놈들은 남쪽으로 내려간다. 조금이라도 더 길게 이으려는 산줄기파와 박성태님의 신산경표파라 할까. 각자 취향대로 가는 것이다.
지력산 역시 희여산과 같이 대동여지도에 표기된 이름이긴 하나 개별 산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어가는 산줄기로써의 매력은 거의 없어 보인다. 희여산쯤 되는 암봉에서의 조망은 빼어나지만 해발 100m 안팎의 낮은 능선에는 길이나 제대로 있겠나. 생각만 해도 엉성시럽다.
동석산 - 석적막산
진행도-1 (귀성삼거리~희여산)
희여산에서 돌아 내려오면서 보이는 산줄기는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다. 해떨어지기 전에 갈 수 있을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암봉을 더듬더듬 내려서고 앞봉에서 우측으로 휘어져 내려가면 우측 뒤 연동제에서 넘어 온 임도에 떨어진다.
남은 산줄기. 우측 맨 끝까지 간다
임도는 왼쪽 18번국도로 바로 내려가나 백동저수지쪽으로 마루금에서 벗어 나는거 같아 마루금을 찾아 앞 봉우리 하나 더 오르고 왼쪽으로 꺾어 내려갔다. 길이 있을리 없다. 이리저리 헤집으며 우측으로 빠져나오니 수렛길이 나오고 내려가니 18번 국도다.
백동삼거리
백동삼거리 (45m)
[백동무궁화동산] 입간판이 있는 18번국도 삼거리. 서쪽은 팽목이고 남쪽은 남도석성으로 간다. 버스와 회장님이 기다리고 계신다마는 '아직은 때가 아니니 기다려 달라'는 수밖에 없다.
공원을 조성하는지 정자와 연못이 있고 비탈에는 벚나무와 무궁화 등을 식재해 놓았다.
그 뒷봉(139봉)을 넘어야 하는데, 지도를 보니 도로를 따라가도 될만하다. [남도석성] 새겨진 바위 옆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가면서 가쁜하게 ×139봉은 생략이다.
남도석성 (南桃石城)
용장산성과 함께 삼별초의 대몽항쟁의 근거지였다. 삼별초가 제주도로 퇴각하기 전 마지막까지 항전을 벌였던 곳으로 배중손 장군이 전사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도로를 따라 10분을 가니 ×139봉에서 내려온 마루금 안부다. [국립공원] 간판이 있고 차가 한 대 주차되어 있어 혹시나 산불감시인가 싶었다만 아무도 없다. 파릇파릇한 초지를 가로질러 산으로 올라간다.
한려해상국립공원 간판
국립공원 간판의 조도면
희여산에서 내려온 길 (우측 봉우리 빼묵고 도로따라 왔다)
174.5m(△조도306)
억새 무성한 한 가운데 삼각점이 있고 [진도지맥 176.3m]준희님 팻말이 걸려있다.
희여산에서 남쪽으로 발길을 돌린 사람은 준희님과 맨발님, 삼돌이... 그리고보니 부산사람 밖에 없는 모양이다.
174.5m
이어지는 능선길은 삐쭉삐쭉한 암릉이라 조망이 좋다.
둥근 원형의 저수지 내연제 뒤로 동석산이 한층 선명하게 보이고 내연제 옆의 봉긋한 찐빵 같은 동산은 지도에 ‘羅州島 ×52’라 표기되어 있다. ×52봉은 예전에 섬이었고 내연제 일대는 매립지인 모양이라...
섬 같은 봉우리. 예전에는 진짜 섬이었던 모양이다. (羅州島 ×52)
앞산을 향해 내려가다가 우측 바위지대로 비켜 안부에 떨어졌는데 암반위로 물이 작은 고랑을 이루며 흘러내린다.
깊은 산중에 잘 다듬어진 묘가 있고 비석은 학생인데 석화가 피어 글씨판독이 안된다. 꽤 오래묵은 비석이다.
올라서면 계속해 암릉으로 이어진다.
동석산-석적막산
앞산 ×237m
암봉인데 바위를 뚫고 자리를 잡은 나무가 여러 그루 있다. 돌 몇 개 포개놓고 [앞산] 팻말이 걸려있다.
가선대부 묘터
내려가면 발아래가 절벽이고 암반위에 선돌이 하나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람형상이다. 오래된 비석을 희중아우가 한참을 들여다 보더니 어렵게 해독을 해냈다. 가선대부란다. 정면 가운데 비석을 세우고 좌우로 문인석까지 갖춘 묘터인데 봉분은 형체가 분명치 않다.
가선대부는 종2품 벼슬로 요즘으로 치면 장차관급이고, 종2품 이상이 되어야 비로소 '대감' 소리 들었단다.
진도 끝바다를 내려다보는 참으로 멋진 자리에 묘터를 잡은 대감마님이시라.
가선대부 묘터
남은 산줄기. 우측이 서망항
한복산 (漢福山 ×232m)
앞산 봉우리와 비슷한 정상부. 지형도상 진도의 남서쪽 마지막 지명인 한복산이다. 서쪽으로 잠깐 넘어 갔다가 남쪽으로 떨어지는데 급비탈이라 내려가기가 아주 까다롭다. 어디로도 길은 보이지 않지만 서쪽으로 직진해 내려가면 팽목항에 떨어지겠다.
가까스로 절벽비탈을 다 내려서면 잡목 숲이고 마구잡이 뚫고 내려가니 제법 반반한 수렛길이 나온다만 옆으로 가로질러 가는 길이라 우리와는 해당사항이 없다.
한판 더 일전을 치러야 겠다. 숲으로 들어가니 난데없는 돌담이 나온다. 묘터였던 모양이나 숲이 점령한지 오래다.
×130봉에 올라서면 역시 암봉으로 남쪽 바다 조망이 시원하다. 오메가 형태의 오목한 포구가 한 앵글에 다 못넣겠다. 바깥쪽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은 조도면의 섬들이다
광곽렌즈가 필요하다.
서망항
×130m
마지막 남은 ×179봉과 우측으로 방파제로 입구를 막은 서망항이 내려다보인다.
내려서는 길 역시 암벽인데, 줄사철나무가 넓게 퍼진채 바위를 덮고 있어 발디딤이 쉽지않다. 네발로 더듬거리며 내려가고, 18번 국도 앞 마지막 봉 안부에서는 덤불을 피해 왼쪽 밭으로 내려서 도로를 따라 올라갔다.
마지막 남은 ×179봉
18번국도 서망 안부
18번국도
우측 지척에 서망항이 있고 정면 ×179봉 왼쪽으로 들어가는 임도는 [진도미르길 제6코스]다.
요즘 유행하는 올레, 둘레가 진도에서는 미르길이 되었구나. 미르는 용(龍)을 뜻하는 우리 옛말이다.
지맥 마루금은 ×179봉, ×96봉을 거쳐 백미도를 마주보는 끝단까지 가야겠지만 시간이 모자란다. 도로를 따라 서망항으로 간다
진도 미르길
진행도-2 (희여산~서망)
경로당에 갈 군번은 아닌디...
서망항
서망마을 (서망항)
섬의 끝단에 있는 마을 치고는 제법 큰 마을이다. 포구에 정박중인 배도 많다. 건너편에 둥근 탑형태의 전망대도 보이나 귀갓길이 급하다. 단체사진 한 장찍고 진도읍으로 이동한다. 두어번 갔던 목욕탕을 거쳐 누구의 추천인지 몰라도 한식부페로 마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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