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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산, 청대산
청대산(靑垈山)은 해발 230m로, 주변에 푸른 소나무가 무성하여 청대(靑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정상에 오르면 속초 시가지와 청초호·영랑호·동해바다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고, 울산바위·달마봉과 함께 설악산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천연 전망대다. 속초 시민들의 공모에 의해 선정된 ‘속초 8경’ 중 제1경에 속하며 병풍을 펼쳐 놓은 것 같다 하여 청대화병(靑垈畵屛)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청대산에는 사계절 속초 시민이 즐겨 찾는 왕복 한 시간 정도의 가벼운 등산로가 능선을 따라 여러 갈래로 조성되어 있고, 휴식을 위해 만들어 놓은 편의 시설로는 팔각2층전망대·전망대·산림욕대·데크로드·목교 등이 있으며, 윗몸일으키기·온몸펴기· 무릎펴기 등 체력단련 시설도 설치되어 있다.
설악산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산이라면 청대산은 속초 시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나지막한 산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쉽게 오를 수 있다. 정상을 지나 반대편 ‘싸리재’ 쪽으로 내려가면 1년 365일 맑은 샘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신라샘’이 있어서 속초 시민뿐만 아니라 오가는 사람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준다.
봄바람이 솔솔 불면 청대산 여기저기서 봄꽃들이 얼굴을 살포시 내민다. 노란색의 생강나무로 알려져 있는 ‘산동백’은 가끔은 춘설(春雪)과 함께 꽃샘추위를 견디는 기특한 모습으로 가장 먼저 봄 소식을 전해 준다. 등산로를 따라 만개한 진달래꽃이 등산객들의 울긋불긋한 옷차림과 함께 천상의 화원을 만들어 주며, 진달래꽃이 지는가 싶으면 붉은색, 분홍색, 흰색 철쭉이 그 자리를 대신하여 녹음이 본격적으로 짙어지기 전 스산한 산하를 꽃단장해 준다.
청대산에는 여러 종류의 야생화가 곳곳에서 피어난다. 노랑제비꽃이 파릇파릇 돋는 새싹들 사이로 그 특유의 노란색으로 눈길을 사로잡고, 5월이 오면 순백의 은방울꽃이 연초록잎 속에 부끄러운 듯 숨어, 잎을 살짝 들고 보면 긴 꽃대에 조롱조롱 매달려서, 흔들면 금방이라도 댕그르르 소리가 날 듯하다. 은방울꽃에 이어 둥굴레차로 많이 알려져 있는 둥굴레꽃이 병아리 소풍 가듯 나란히 줄기에 매달려 피기 시작한다.
여기저기서 제법 봄이 무르익음을 알리고, 코끝을 간질이는 아카시아꽃 향기가 산하를 진동하면 꿀벌들의 봄나들이가 시작된다. 각시붓꽃·병꽃나무·제비꽃·꿀풀·할미꽃·양지꽃 외에도 수많은 야생화가 청대산 등산로 주변에는 물론이고, 숲으로 조금만 들어가 몸을 낮추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제법 더운 바람이 옷차림을 가볍게 하는 6월이 오면 ‘고개 숙인 산하의 여인’이라고 어느 시인이 표현한 ‘산나리꽃’이 아침 햇살을 받아 신비로운 색감으로 산책에 나선 길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사진을 좋아하는 나는 등산도 하면서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녹음이 짙어지는 여름에는 울창한 숲과 온갖 식물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로 인해 몸 안의 찌꺼기와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며, 가족·연인·친구와 함께 산책하는 기분으로 올라 속초시내와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는 것도 피서의 한 방법이리라. 속초시에서는 청대산을 사랑받는 산림욕장으로 만들기 위해 해마다 많은 예산을 들여 단풍나무를 비롯하여 꽃나무·경제목 등을 심고, 편의시설·체육시설 등을 설치·보완하고 있다.
가끔은 지나가는 소나기를 피해 정상에 있는 팔각정에서 속초 시내를 내려다보노라면 자욱한 안개 속에 올망졸망 아옹다옹하고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 한낱 부질없음을 느끼게도 한다. 해가 울산바위를 지나 공룡능선을 넘어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면 하나 둘 켜지는 가로등, 아파트 불빛, 오고 가는 차량들의 불빛, 설악대교에 설치된 조명 불빛이 청초호에 비치는 반영과 함께 속초 시내 야경은 또 얼마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지 모른다.
어느덧 짙푸른 녹음이 색동저고리로 갈아입는 가을이다. 청대산은 소나무, 단풍나무, 자작나무, 벚꽃나무, 참나무, 싸리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고루고루 자라다 보니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풍성한 가을을 느끼게 한다. 빛을 받아 신비로운 색깔을 보여 주는 단풍잎에 앉은 잠자리, 소슬바람에 흔들리는 억새풀과 함께 가을에 피는 금마타리, 쑥부쟁이 같은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청대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황금 들판이 도심과 어울려, 농촌과 도시라는 공존하기 쉽지 않은 귀한 풍광을 보여 주기도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이, 중턱에 있는 목재로 만든 전망대에서 속초 시내를 내려다보며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장난치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잔잔한 평화를 느끼게도 한다. 그런 모습이 너무도 좋아 보여 양해를 구하고 카메라에 담아 이메일로 보내주는 선심도 쓴다.
가끔은 온몸이 야윈, 보기에 안쓰러운 사람들도 보이는데, 중한 질병으로 자연이 주는 치유를 위해 산행을 하는 듯싶다. 실제로 피톤치드를 내뿜는 산림을 찾아 매일같이 산림욕을 하는 사람 중에는 기적같이 불치병을 고친 사람들이 주변에 많은 것을 보면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놀라운 것이며, 자연을 보살피고 가꿔야 할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마지막 남은 잎새가 스산한 바람에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산행하는 사람들의 두꺼운 옷차림과 눌러쓴 모자는 겨울이 오고 있음을 알려 준다. 계절 따라 갈아입었던 옷을 미련 없이 벗어 버린 앙상한 가지와 맨살을 보이는 황톳길 등산로에 하얀 눈이 온 산을 덮을 때에도 등산객들의 산행은 멈출 줄 모른다.
사진을 좋아하는 나는 청대산을 하루에 세 번도 오른 적이 있다. 태풍이 지나간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가는 뭉게구름을 잡기 위해, 구름 사이로 강렬한 빛내림을 담기 위해, 잠시 소나기 지나간 자리에 오색찬란한 무지개 잡으러 한걸음에 달려가곤 한다. 청대산은 속초에 터를 잡고 사는 우리들이 언제든 생각날 때면 쉽게 올라 마음껏 호흡하며, 막힌 가슴속 시원하게 털어버릴 수 있는 어머니 품속과 같은 넉넉함이 있는 아름다운 산 중의 산이다.
1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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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연히 펼쳐집니다.
향기 그윽하고
'아름다운 산, 청대산 '
청대산에 소리 없이 올랐습니다.
발길 가는대로
청대산 숲길에서 피톤치드를 마시며
휘파람이 절로 나네요
수필가님의 수필세계가
아카시아
야생화 물결치는 청대산
수필을 통하여 정상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