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에는 함께 해요
목요일은 잔치가 2개 있는 날입니다.
미리 세워둔 계획대로 저는 2동을, 이윤주 실습생은 3동을 거들기로 했습니다.
오후에 장 보는 일정이 있어서 잔치가 동시에 시작됩니다.
약 두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것뿐인데 벌써 보고 싶습니다.
역할을 나누어 움직이던 것도 혼자 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각자 가져갈 짐들을 미리 나눠서 정리하고, 함께 할 일들을 미리 끝내두었습니다.
3동 통장님께서 잔치 음식을 준비할 재료를 구매하셨는데, 집까지 옮기는 걸 부탁하셔서 이윤주 실습생과 함께 이동했습니다. 통장님께서 준비 중인 음식과 물품 목록을 들으면서 짐을 옮겼습니다.
수차례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준비성과 세심함이 돋보였습니다.
날씨가 더운 점을 고려하여 얼음물을 마련해 두었고, 음료수를 원하는 사람은 요구르트와 탄산음료 중 고를 수 있게 모두 준비해 두었다고 하셨습니다.
부침개는 현장에서 직접 구울 예정이고 인절미까지 맞춰 놓으셨다고 합니다.
"와아, 통장님. 전 오늘 2동 담당이지만 3동에 놀러 가고 싶어 졌어요. 엄청 풍성한 잔치가 되겠네요!"
통장님께서 제 말을 듣고 웃으시더니 2동 잔치도 힘내라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짐을 옮기고 나오는데 쉼터에 3동 동대표님이 계셨습니다. 처음 뵈었는데도 잠깐의 대화에서 유쾌한 분이라는 게 잘 느껴졌습니다. 인절미를 맞추는 데 같이 보태셨다고 하셨습니다.
3동은 잔치가 풍성한 만큼 많은 사람들의 나눔과 참여가 모여서 포근한 느낌이 듭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이윤주 실습생은 3동 재료 준비로 먼저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침에 담가 놓은 식혜가 잘 녹고 있는지 확인한 뒤 천천히 짐을 챙겨 나섰습니다.
때 마침 정가든에 채송화님이 계셔서 13시 30분에 쉼터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나왔습니다.
# 2동 잔치
방소희 선생님께서 짐 옮기는 것을 도와주셨습니다.
2동에 도착한 뒤 돗자리를 깔고 종이 그릇과 젓가락 등의 짐을 의자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짐 옮기는 카트가 하나밖에 없어서 수박과 식혜를 마저 가지고 와야 했는데, 제가 쉼터에서 세팅을 하는 동안 방소희 선생님께서 복지관을 오가며 옮겨주셨습니다.
별님께 잔치 준비하러 왔다는 걸 알리면서 도마와 칼을 빌리기 위해 댁에 찾아갔습니다.
전화 연락이 없길래 준비를 언제 하는지 궁금했다며 잘 찾아왔다고 하셨습니다.
별님 댁에 놔둔 바나나를 챙기고 도마와 칼, 일회용 그릇들을 챙겼습니다.
정가든에서 2동 잔치를 위해 일회용 그릇을 넉넉하게 챙겨두셨다고 합니다.
이웃과 나누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것을 공유하는 마음이 귀합니다.
종이봉투 가득 담겨있는 물건들도 함께 가지고 내려갔습니다.
마지막으로 릴선을 연결해야 했는데, 2동은 1층에 아는 주민분이 없는 데다가 오뚝이님과 채송화님이 아시는 분은 댁에 안 계시는 듯했습니다. 난감한 상황에서 머리를 굴리던 중 오뚝이님이 경비실에 부탁해 보자고 직접 나서주셨습니다.
오뚝이님은 경비실 직원분들과 능숙하게 대화를 마치고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도움 받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실습생의 처지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주민의 힘으로 해결되었습니다.
오래 알고 지낸 협력 관계는 단기간에 이룰 수 없습니다. 이런 점들이 주민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2동에서도 릴선을 연결하여 선풍기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오뚝이님과 채송화님이 맞추신 떡도 도착하고 14시가 가까워지자 별님과 난꽃님, 다른 주민분들도 쉼터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2동에서는 바람떡 반말과 수박, 바나나, 식혜가 준비되었습니다.
한 주민분께서 바나나를 보시더니 부족하지 않냐며 잠시 자리를 비우시다가 바나나 한 송이를 더 사 오셨습니다. 당시에는 성함을 여쭤보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오뚝이님과 안면이 있는 듯하니 나중에 어떤 분인지 알아봐야겠습니다.
수박을 잘라야 하는데 먼저 나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제가 잘라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찰나, 채송화님께서 이◯주 님께 수박을 잘라줄 수 있는지 물어보셨습니다. 이◯주 님은 5동 주민이지만 정가든 회원분들이 초대해서 해바라기님과 함께 놀러 오셨다고 합니다. 이◯주 님은 망설이는 것 없이 알겠다고 하시면서 수박을 잘라주셨습니다. 본인의 일로 정해진 건 아니었지만, 이웃의 부탁에는 늘 긍정으로 다가가는 분입니다.
난꽃님은 저랑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시고는 바로 앉아서 음식을 소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난꽃님께 편하게 다른 주민분들과 대화를 나누셔도 괜찮다고 했는데 난꽃님께서는 잔치 시작부터 끝까지 나누는 일과 정리를 거들어주셨습니다. 부탁하지 않아도 먼저 솔선수범하는 멋진 이웃이었습니다.
나눔 주민분들이 아는 분들을 모두 초대하셨는지 쉼터가 금방 꽉 찼습니다.
바람떡의 인기도 대단했습니다. 떡이 쫄깃하고 맛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떡과 수박이 금방 바닥났고 바나나와 식혜도 머지않아 다 떨어졌습니다.
정신없이 음식을 나르고 주민분들을 맞이하다 보니 준비한 음식이 금방 끝났습니다. 주민분들도 서서히 떠났고 끝나는 분위기가 되자 오뚝이님, 채송화님, 난꽃님께서 역할이라도 나눈 듯 자연스럽게 자리가 정리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끝난 잔치에 이◯주 님이 걱정되었습니다. 수박을 열심히 썬 것에 비해 잔치를 오래 즐기지 못하신 것 같아서 이◯주 님의 활약을 더욱 세워 드렸습니다.
"이◯주 님 아니었으면 저희 수박 못 먹었을 거예요! 제가 썰었으면 엉망진창으로 으스러졌을걸요?
이◯주 님이 계셔서 2동 잔치에 수박을 나눠먹을 수 있었어요. 고맙습니다."
잔치는 마무리가 되었지만 별님께서 노래를 한 곡 불러주셨습니다.
흥겨운 노래가 끝나니 잔치가 비로소 끝난 기분이 들었습니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노래는 이웃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신나기에 좋은 구실입니다. 잔치에는 노래를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2동의 짐을 복지관에 옮긴 뒤 3동의 잔치를 거들기 위해 바쁘게 달려갔습니다.
사람이 많았는지 돗자리가 계단 아래 바닥에도 깔려있었습니다.
이윤주 실습생을 오랜만에 보니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통장님과 주민분들은 뜨거운 열기에도 커다란 대야에 담긴 반죽을 계속 구우셨습니다.
제가 반갑게 통장님을 부르며 쉼터에 가니 씩 웃으면서 음식을 건네주셨습니다.
잔치가 거의 끝나가던 상황이어서 정리를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통장님께서 정리를 마친 뒤 집에서 티 타임을 가지자고 제안해 주셨으나 이후 장보기 일정으로 인해 정중히 사양하고 짐을 복지관으로 옮겼습니다.
# 5동 잔치 준비하기
내일의 잔치를 위해 수박과 식혜를 구매하러 방신시장에 갔습니다.
이◯주 님과 함께 가기로 했는데 어쩌다 보니 5동 주민이신 꽃순이님도 함께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꽃순이님도 가는 건 두 분 사이에서도 결정된 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차에 타기 전 이◯주 님이 자신은 수박을 잘 고르지 못하니 꽃순이님께 같이 가자고 설득하셨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귀엽고 보기 좋았습니다.
꽃순이님과 이◯주 님 모두 2동 잔치에 놀러 오셨는데, 막상 음식이 없어서 잘 드시지는 못했습니다. 이 점이 마음에 계속 걸렸는데 잔치 이야기를 하다가 2동 이야기와 함께 이◯주 님께서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심장이 내려앉았겠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주 님이 아까 잔치를 마음껏 즐기지 못하신 것 같아서 저도 아쉬워요. 내일은 5동 잔치니까 준비한 사람들도 음식 넉넉하게 먹으면서 재밌는 시간 보내면 좋겠어요~!"
"그래! 내일은 우리도 재밌게 보내자고."
이◯주 님은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칩니다. 첫 만남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점점 귀여운 매력이 드러나는 분입니다.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먼저 나오는 분이기도 합니다. 해바라기님께서 가장 마음이 가고 편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신 이유가 납득이 됩니다.
꽃순이님이 수박 고르는 방법을 알려주셨고, 예정에 없던 방울토마토가 추가되었습니다.
감자도 원래 정한 양보다 훨씬 더 많이 찔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모든 동의 잔치를 준비하면서 항상 계획한 양보다 종류나 단위가 늘어나는 현상이 비슷해서 신기하고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그만큼 주민들이 이웃과 나누는 자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를 원하고, 이런 자리를 기대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첫댓글 오늘은 동시에 2개의 잔치가 열렸습니다.
함께 과업을 이루는 윤주 학생과 협력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각자 맡은 역할을 혼자서도 주민분들과 함께 잘 해냈습니다.
2동에 사는 분들, 동네를 오가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잔치에 놀러 오셨습니다.
함께 준비한 음식을 나누면서 정겨운 대화가 오갔고, 별님의 흥겨운 노래까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잔치였습니다.
내일을 끝으로 1동부터 5동까지의 잔치가 마무리됩니다.
끝까지 힘내서 잔치 잘 마무리하고, 이후에 감사인사도 어떻게 해보면 좋을지 잘 궁리해보길 바랍니다.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