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노협 최원영 위원장, 이재용 회장 자택 앞 무기한 천막농성
서울 상경집회 후 천막농성 돌입…“조선 호황 성과, 노동자와 나눠야”
“영업이익 10% 성과급·59세 임금피크제 개선·기본급·일시금 인상해야”
추석 전 가시적 협상안 촉구…“거제 현장에서는 부위원장이 교섭”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최원영 위원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천막을 설치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삼성중 노협 제공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2026년 임금협상을 둘러싼 갈등의 무대를 거제에서 서울로 옮겼다.
10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상경집회를 연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집회를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으로 이동해 천막을 설치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최원영 위원장은 다른 노동자협의회 관계자 1명과 함께 천막을 지키며 삼성그룹 차원의 결단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노동자협의회가 이날 서울 집회에서 밝힌 계획은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아 그룹 차원의 협상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집회 이후 투쟁 수위가 한 단계 높아졌다.
임금협상이 100여 일 동안 이어졌지만 16차례 교섭 과정에서 회사 측의 구체적인 제시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더 이상 거제에서만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자협의회는 지난 6월께 임금 요구안을 회사에 전달한 뒤 교섭을 이어왔지만 회사가 경영환경 등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고 주장한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상경집회를 하고 있다. @삼성중 노협 제공
최 위원장은 이날 상경 집회에서 삼성중공업 경영진이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면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삼성그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번 교섭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구 가운데 하나는 성과급 제도 개편이다. 노동자협의회는 현재 삼성중공업이 운영하고 있는 경제적부가가치(EVA) 방식의 성과급 산정 구조가 노동자 입장에서 계산 근거와 지급 규모를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일부 계열사에서 운영되는 성과보상 사례를 근거로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삼성중공업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협의회는 성과급을 둘러싼 제도 개선 논의가 지난해부터 이어졌지만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며 회사가 보다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선업의 업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도 노동자협의회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장기간 불황에 시달렸던 국내 조선업이 최근 수주 확대와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호황 국면에 들어선 만큼 과거와 같은 임금·보상 수준으로는 노동자들의 기여에 걸맞은 대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상경집회를 하고 있다. @삼성중 노협 제공
노동자협의회는 성과급 제도 개선과 함께 기본급 인상과 일시금 지급도 요구하고 있다. 59세 임금피크제 역시 손질이 필요한 제도로 꼽고 있다. 노동자협의회는 현재의 임금피크제 적용 방식이 노동자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라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협의회가 강조하는 것은 회사의 성과를 노동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결국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의 소득이 늘어나면 거제지역에서의 소비가 확대되고, 조선업 호황이 기업 실적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 상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는 회사가 호황기에 맞는 보상안을 제시하고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천막농성과 거제 교섭을 병행하는 것도 이번 투쟁의 특징이다. 최 위원장은 서울에 남아 그룹 차원의 결단을 촉구하고 거제 현장에서는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회사와 협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최 위원장이 천막농성에 들어가면서 사측에서도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자협의회는 대화의 문은 열어놓되, 이제는 회사가 구체적인 협상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상경집회를 하고 있다. @삼성중 노협 제공
1차 목표는 추석 전 가시적인 진전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추석 전 회사 측에서 노동자들이 납득할 만한 제안이 나온다면 천막농성을 정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농성을 언제 끝낼지는 정하지 않았다는 게 노동자협의회의 설명이다.
노동자협의회는 이미 쟁의행위 찬반 절차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여서 교섭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단체행동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회사 측은 현재 노사 간 임금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교섭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경영실적과 경영여건, 대내외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임 있는 자세로 성실하게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은 이제 단순히 기본급 인상 폭을 정하는 문제를 넘어섰다. 조선업 호황의 성과를 노동자와 어떻게 나눌 것인지, 성과급 산정 방식을 얼마나 투명하게 바꿀 것인지, 임금피크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가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라왔다.
무엇보다 최 위원장이 서울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가면서 협상의 공이 삼성중공업 경영진을 넘어 그룹 차원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거제에서는 부위원장이 교섭을 이어가고 서울에서는 최 위원장이 천막을 지키는 ‘투트랙’ 대응이 시작된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추석 전 어떤 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