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다’ 리우올림픽에서 박상영 선수가 한 말이다. 상대 선수에게 여러 번 공격을 당한 뒤, 그는 이 말을 복기했다. 그리고 역전승을 해냈다. 박상영 선수는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의 열정을 끌어올려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런 ‘극한의 열정’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하철을 밀어 선로에 낀 사람을 구해낸 시민들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그들 역시도 ‘할 수 있다’는 열정 하에 기적을 이뤄냈다. 최근 나는 뜻밖의 상황에서 극한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아리셀 참사를 추모하는 행진에서다.
‘쾅’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배터리가 폭발해 2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그들 대부분은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고, 비상구의 카드키도 없어 탈출이 불가능했다. 결국 밀실이 된 공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는 있지만 책임지려는 사람은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유가족은 열렬한 애도 방식을 선택했다. 바로 거리로 뛰쳐나오는 것이다. 그들은 ‘아리셀 책임져라’, ‘이주노동자도 사람이다’라고 외쳤다. 목이 쉬도록 구호를 외치는 열정적인 모습은 큰 변화를 이끌었다. 약 2500여 명의 승객이 추모제에 동참했고, 잠적 중이던 회사 사장은 구속되었다. 극한상황을 해결하는데 베테랑이라는 이유로 사측이 고용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도 막지 못할 정도로 강한 열정이었다.
“안전법을 만드는 것은 유가족이다”라는 말이 있다.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와 같은 사회적 재난은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이들의 슬픔과 후유증을 불러일으킨다. 사회적 재난의 주범인 대기업과 정부가 우리 사회의 갑이기에 쉽게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언제나 유가족들의 열정이 변화를 가져왔다. 2006년에 발생해 현재까지도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도 그랬고, 세월호 사건에서도 그랬다. 열정이 귀결되어 만들어진 것이 ‘특별법’이다. 세월호 특별법,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등은 집요함의 결정체다. 기존에 선(先) 사례가 없어 규정하기 모호했던 것들을 유가족은 자체적인 조사와 진실규명, 연대 시위를 통해 새롭게 규정했고 특별법 제정에 힘썼다.
사회적 재난의 현장에 가보면 언제나 리본이 걸려있다. 세월호 참사에서는 ‘노란 리본’이었고 이번의 아리셀 참사에서는 ‘푸른 리본’이었다. 리본의 매듭은 참사를 끝까지 알리고 진실을 밝혀내서 모든 피해자의 아픔을 위로하겠다는 결심을 담고 있다. 유가족들이 리본을 통해 알리고 싶은 것은 열정이 한데 모이기 위한 ‘연대’다. 일반 시민들도 리본을 걸면서 사회적 재난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해결에 힘을 보태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전남 장성군의 한 중학교에서 에어컨을 설치하던 청년 하청 노동자가 숨졌다. 이제 유가족들은 기후 재난에서 하청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들의 열정이 리본을 매듭짓고 또 하나의 기적을 일으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