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우리 할머니가 가장 신나는 것은
돈 아끼는 거 !
"승희야 낼 너희집 간다~!
지하철 공짜라 좋아 홍홍홍~"
만약 지하철에서 할머니께
요금내세요 하면
오신다는 것 취소할지도 모른다
어쩐지 지하철 공짜로 타는 재미에
여기저기 가시는 것 같아 보인다
어쩔 수 없어 불가피하게 택시를 탔을 때도
"아이고메~! 할머니는 저 메타기
철컥철컥 올라가는 소리 때문에
가슴이 철컥철컥 내려 앉는다"
할머니는 돈 셀때
누가 볼까봐 코흘리개 우리에게도
꼭 등 돌리고 돌아 앉아 센다
할머니 돈은 보면 안되나 보다
우리는 힘이 없어 돈 봐도 안뺏어가는데
할머니집이나 우리집이나
등만 켜면 불안 초조한 할머니
늘 불 끄라 하시며 손수 끄고 다니신다
라디오 음악소리도
전기요금 걱정이 앞서
좋은 줄 모르시는 것 같다
저것 좀 꺼라~!! 이거 꺼라~!
티브이도 안보면 꺼라~~!! 시끄럽다"
"꺼라~!" 가 물끄고 불끄기 담당
우리 할머니가 제일 많이 사용하는 단어다
달랑 옷 한벌 사면서 큰 시장에 가셔야 한다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으로
먹는 것은 경동시장이나 농산물 도매시장으로
싸게 산다는 생각에 힘든 줄 모르고
소매면서 도매시장에 가신다
할머니 다니는 노인대학을
하늘이 두쪽 나도 결석 안하는 이유가
개근상으로 시계나 브라우스를 타야 해서다
노인들에게 장삿꾼들이
바가지 씌워 물건 팔려고
미끼용으로 드리는
휴지 식용유 설탕 양말 등이
할머니집 창고에 가득하다
할머니 평생 쓰시고도 남을 만큼 있으니
우리가 가면 창고에서 한참을 꺼내 주신다
언젠가는 건빵도 한자루 주시고
사탕도 한자루 주셨다
공짜로 받았으니 아까울 거 없다고 생각하셨나
퍼 주시는 건 할머니답지 않은데
그럼 그렇지 결국 그들에게 넘어가서
기백만원짜리 안마기계를 사셨다
성실하게 매일 홍보관에 운동삼아 다니셔서
할머니 면회하기 어려웠는데
건강을 위한 거라 아깝지 않네요
무료라고 평촌에서 강남까지 오가며
컴퓨터 배우셨는데
메일 보내고 확인하는 것을
컴퓨터 안사고 공공기관에 가셔서 하신다니
거기 컴퓨터가 모두 할머니 것 같네요
절약 아이디어가 기발하지 않나요?
"할머니 너무 그렇게 아끼지만 말고 쓰세요"
그렇게 말씀 드리면
"너희들은 전쟁도 안겪고 어렵게 안살아봐서 그래... 할머니는 얼마나 무서운 세상을
살았는지 아끼는게 몸에 베었나보다"
만석군 막내딸이라 부유하게 자라셨다는데
절약이 살아가는데 최우선 목표같다
그렇게 아껴서 자손들에게
손 벌리는 일 없는
도리어 어려운 자손에게
구세주처럼 목돈도 내어 주셨다
왕소금에다 저축왕 우리 할머니
건강하시기만 하세요
제가 은행이자 많이 주는데 알아 봐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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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실 때 잘하라는 진리가 내내 어른거리다
카페 게시글
2006년
할머니의 경제학 (2006년)
산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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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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