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씀)
크림빵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맛있다고 내 마음대로 평가한 W 제과점 앞을 지나다
맛있는 크림빵은 사 가야지만 후회하지 않을 거 같아 달큼한 버터 향이 배어있는 빵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중학교 시절 매점에서 사 먹던 삼립 크림빵은 한참 성장기에 내 키가 되고 살이 되었을 것이다
분식 장려로 집에서 빵을 만들어 와 점심을 대신했던 때였으니 밀가루가 좋은 줄 알고 국민학교에는 없었던 매점에서 크림빵 사 먹는 재미가 중학생으로써 자긍심마저 느끼게 했다
한 문제 틀리면 매 한 대 맞아야 했던 지옥 훈련으로 중학교 입시 치른 후여서 그랬는지 말라깽이였던 내가 살이 오르고 일 년에 십이 센티가 자랐던 시기가 그때였다
지난 시절로 나도 모르게 끌려가 W 제과점 크림빵의 향과 맛은 내 입맛을 더 자극하고 있었다
다양한 빵들이 진열해 있었지만 크림빵만을 골라 계산하려는데
카운터에 '단팥죽'이라는 메뉴 안내 문구가 반갑게 눈에 띄었다
여고 시절 학교가 파하면 빵집으로 직행 책가방에 교복 차림으로 친구들과 몰려가서 먹었던 빵집 단팥죽
달달함이 이유 없이 스산하고 민감하던 시기의 우리를 마냥 유쾌하게 풀어주었다
쉼 없이 웃고 떠들다 흥에 취해 책가방도 깜빡 잊고 나와 집이 가까워지자 그제야 앗! 책가방
혼비백산하며 다시 찾으러 갔던 풀 먹인 하얀 카라의 교복 갈래머리 여학생은 덜렁이였다
여고 시절 같이 단팥죽 먹던 친구 홍점순은 고등학교 선생님이 되어 빵집에 가방 놓고 나온 친구 에피소드를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들려준다고 한다
학생에게 책가방은 군인에게 총알 같은 것 군인이 총알을 빵집에다 두고 다니면 안된다는 말씀이었겠지
누구와 먹었는지는 잊었지만 종로 어느 제과점의 단아한 단팥죽 맛은 잊지 못하고 있다
집에서 한 냄비나 만들어 질리도록 먹기도 했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죽마고우 단팥죽을 그냥 보낼 수 없으니
크림빵 계산 마치고 천장이 높아 웅장한 W 제과점 거리 풍경이 쏟아져 들어오는 유리 창가에 자리 잡고 앉아 단팥죽을 주문했다
가져온 커피잔 만한 그릇에 적은 양의 단팥죽이 서운했다 많이 줘도 다 먹지도 못할 거면서 괜한 욕심을 내고 있었다
양보다 질이라고 W 제과 단팥죽 맛은 품격있는 진중한 맛이어서 그것으로 충분했다
크림빵과 단팥죽은 언제나 나의 중 고등학교 시절에 있다 나이도 먹지 않는 아련한 추억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