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2001-02
빈 의 자
박 병 민 목사(새터공동체)
서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을 쉬게 해드리리다. 두 사람이 와도 괜찮소. 세 사람이 와도 괜찮소. 외로움에 지친 사람들 무더기로 와도 괜찮소.
그 예전에 사람들 간에 불러졌던 장재남의 노래 “빈의자”의 앞에 부분일 것이다. 2월에 들어선다. 2월이 되면 학생들은 학업을 마치는 졸업들을 하는 때다. 졸업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다른 일의 시작이 된다라는 마지막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나서는, 이제는 커진 사람들. 야! 하고 쾌재를 부르기보다는, 다수의 사람들은 책가방을 내려놓는데도 그 모습들이 그렇게 가볍지가 않을 것이다. 딴 일의 시작이라는데, 일을 정하지 못하여 불안해하며, 한 곳에 서 있지 못하고 왔다갔다하는 서성댐이 다른 일의 시작이라던가? 또 다른 무거움이 그렇지 않아도 받들고 있는 무거운 머리 속을 채워가게 될 것이다. 갈 방향이 정해져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그저 앞길일 것이다. 눈앞을 벗어나는 먼 곳까지 이르려면 역시 또 찾고, 계속 닦아가야 할 것이다. 공자(孔子)는 논어(論語)에서 나이 서른쯤 되면 무엇이 조금씩 서 간다 하여 三十而立이라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자리 디딤을 한 것은, 나설 수 있는 곳에 서서 휴! 하고 내쉬는 한 곳에 이르렀다는 그저 안도(安堵)의 자위(自慰)에 불과한 숨소리일 것이다. 또 서있는 곳에서 그들은 먼 산 보기를 계속하며 그 곳을 찾아 올라야 할 것이다.
나는, 가다가 못다 가면 쉬었다 가자는 노래와 같이 앉았다 가기를 좋아한다. 오래 전에 내가 물었을 때, 친구는 “서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을 쉬게 해드리리다....”라는 유행가 노래가 장재남의 『빈의자』라는 노래라고 말해 주었다. 그런데 이 친구에게 며칠 전에 어처구니없는 일이 찾아들었다는 얘기를 전해 받았다. 직장에서 일하던 중 사고를 만나 다리를 절단하게 되었다는 아픈 얘기였다. 빈의자 이야기를 오래 전에 말하여주었던 그 친구가 어쩌면 의자를 의지하여 일상을 지내야 할지 모르다니? 나와 같은 형편이 되다니.... 참 아픈 노릇이다. 또한 나는 눈도 어두워서 안경 벗은 목욕탕 안에서 허둥대고, 다른 교회에 청함을 받아서 가게 될 때에, 막 들어서면서 앉을 자리가 적게 될 때면 요령 것 찾지를 못하고 서성대기 일쑤다. 세상에 여분(餘分)이 많았으면 좋겠다. 예수님은 사람들이 저마다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이야기하나를 들려주었다. 자리가 있거든 가서 앉지 마라 만약 자리에 가서 앉았을 경우 혹시 너보다 더 높은 사람이 왔을 경우 너는 그이에게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자리에서 일어서게 되는 무안함을 겪게된다. 너는 앉을 자리가 있어도 오히려 서있어라. 그러면 너를 부른 사람이 와서 여보게 이 자리로 와서 앉게 할 것이다(누가복음 14:7-11)
쉼터, 놀이터, 교회당 그리고 우리가 사는 새터 등에 빈의자 또는 빈자리가 많았으면 좋겠다.
공동체 이야기
잘 살 아 보 세
신평리(新坪里)에서 사는 나에게 대전(大田)에 계신 선배님은 마음을 써 주셨다. 말을 빌려 내 입을 열어 말을 꺼내자면 “골짜기마다 돋우어지며 산마다 작은 산마다 낮아지며 고르지 않은 곳이 평탄케 되며 험한 곳이 평지가 될 것이요”(이사야 40:4). 나는 산을 끼고 있는 움푹 파인 골을 돋아 올리고자 불어닥치는 바람을 막아주는 솟은 산들을 끼고 일을 하지만, 그 선배님은 높고 낮은 산들로 인해서 고르지 못한 곳을 평탄(平坦)하게 하는 평원(平原)을 만들어 가기 위하여 점층법(漸層法)처럼 파동(波動)을 그려가고 있다. 몇 일 전에 컴퓨터를 조작한 일이 있었다. 컴퓨터 자체의 원활(圓滑)한 움직임을 위해서 산산이 흩어져 있으면서 다른 것들의 걸림이 되는 것들을 가지런히 모으는 “조각모음”이라는 자체장치가 있는데, 그것을 구사해본 바가 있다. 나는 컴퓨터처럼 이것저것을 모으지를 못한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한 조각만을 열심히 구사(驅使)하는 사람이 되게 한 것 같다. 안경 낀 맹목적(盲目的)인 사람이라서 그런지 그전부터 아이들 보는 그림책의 뒤 부분쯤에 그려져 있는 큰 그림 속의 작은 숨은그림들을 제대로 찾아내지를 못하였다. 그리고 아이들 완구(玩具)놀이 중에 흩어섞어놓고 제자리를 찾아 맞추어 넣는 놀이에 서툴렀다. 그것이라도 볼 수 있으니 다행(多幸)스럽다. 아니 어느 때는 소견(所見)이 좁은 것을 족한 줄로 여기고 감사하기도 한다.
2월 7일의 일이다. 저녁 무렵에 처(妻)와 함께 병원에서 돌아오며 집에 막 들어서니, 여러 개의 짐을 꾸려서 둘이 나누어 들고 집을 막 나서려는 박 집사님과 조 어머니를 때 맞춰 대(對)하게 되었다. 전날인 6일 밤에 두분 이서 내 방문을 두드렸다. 조심스럽게 앉으면서 꺼내시는 말씀, “목사님께서, 허락만 하시면 우리 둘이서 같이 살면 어떨까요?” 오랜 세월 혼자들 지내서 외롭다는 말까지 덧붙여가며, 염치불구 하고 말들을 하였다. “어머니가 우리에게 오신 것이 세 달 밖에 아니 됩니다” 계속 말을 끌다가 “정 그렇다면, 어머니를 이 곳으로 모셔오신 남동생이 승낙을 하게되면, 두 분의 형제들, 친지들을 모신 자리에서 내가 어엿한 결혼식을 올려드리겠습니다” 두 사람은 어제그제 남동생이 왔을 때에 그 이야기를 꺼내어, 그로부터 반승낙을 받아냈다는 말까지 하며 자신 있는 안도의 표정들이었다. 다음날, 그러니까? 7일 아침 일찍 무슨 일로 박 집사님이 윗 층에 들어서는 사이에, 내가 그 어머니 동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누나에게서 이런 소리가 들리니, 어떻게된 영문이냐는 물음이었다. 전날 밤에 찾아와서 나에게 내어놓은 이야기를 하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대 섞인 일말의 마음으로 되풀이하다 시피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러나 아니 된다는 동생의 확답이었다. 전화를 끊고 문 곁에 와 있는 박 집사를 들이게 하여, 그 분의 말씀에 아니 된다고 이야기를 했노라고 전하였다. 허탈한 모습 그 자체였다. 우리 차분하게 두서너 해 기다리면서 승낙을 얻어봅시다. 힘들어하면서도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였다. 그런데 그 날 뒤늦게 그렇게 달아나다시피 그 둘은 우리 부부의 만류를 뿌리쳤다. 나는 뒤좇아 가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놓지를 않았다. 그리고 함께 있는 처에게 대구에 있는 어머니남동생에게 연락하여 신속하게 올라올 것과 내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우니 파출소에 연락을 취할 것을 말하였다. 한 참 동안 서로 잡아당기는 사이에 순경이 왔다. 나는 순경에게 대구에서 여자 분의 동생이 올라 와서 함께 시시비비를 이야기 할 때까지 파출소에서 이 상태로 있을 수 있도록 보호를 요청했다. 나와 그들은 순찰차에 올랐다. 두세 시간이 되어서야 남동생이 와서 그 어머니를 모셔갔다. 그 박집사는 제 갈 길로 나섰다. 나는 그 남동생에게 얘기를 했다. 어머니도 다른 곳에 모셔드렸으면 합니다. 정 다른 곳이 없다면 다시 이 곳을 함께 생각해 보기로 하고요..... 박집사는 지난 7월 말일에 동료의 인도로, 그리고 어머니는 지난 11월 초에 선배님의 주선으로 우리에게 각각 왔다. 이 둘이서 한 자리 한지는 불과 세 달여 밖에는 되지 않는다. 성급함이 서로를 깨뜨렸다. 나는 삼사년 이런 일들을 하면서 “안녕히 가세요. 다음에 오실 기회가 있으시면 들려주세요”라고 끝 인사를 하면서 보내드린 분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다시는 아니 볼 사람같이 불쾌하게 맺음을 하곤 한 것 같다. 선배님과 나눈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저 살기만 하는 것 같아요” “함께 사는 일도 어딘데” 잘살아보세. 잘살아보세 70년대의 지나친 노래가 갑자기 생각이 난다.
공 동 체 소 식
☻ 새터 공동체 가족
문창수
정무래
박종만
어귀녀
박병민.진선미.한솔.진솔
* 00년 7월 30일에 대전에서 오셔서 생활하시면서 많은 수고를 해주시던 박영훈 집사님께서 01년 2월 7일에 서울로, 00년 11월 6일에 대전에서 오셔서 함께 생활하시던 조점숙 어머니께서 01년 2월 7일에 대전의 전에 계셨던 집으로 각각 가셨습니다.
☻ 새터 공동체에서는 거처를 정하지 못하는 노인, 장애인 분들을 모시고자 합니다.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한삼천교회.김대학.통계청.박영훈.대전성남교회안수집사회.대한적십자사금산군추부지구.어득자.조길환.진수정.경당교회학생회(신동성).영운교회.예수마을왕지교회.김영진.대전서노회.박정도.판암제일교회.옥천동부교회(최영만).임찬양.대전대덕구정신보건센터(이혜경.안명숙).대덕교회.어귀녀.박종만.일양교회송인종.진유덕.한삼천교회.박종덕.전수현.한두용.옥천대천제일교회(이선구).금산군남이면기독교연합회(육현성).이원교회.이종국.유인숙.채윤기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