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얽매여있지 말라, 삶의 깨달음을 얻었다는 현인들이 입에 닳도록 설파하는 메시지이다. 사람들이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유가 뭘까. 어리고 겁 없던 시절이 좋은 기억이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어리고 경험이 없었기에 그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상처로 남는지 미처 알지 못하니 앞뒤 안 가리고 부딪히는 게 가능했다. 얼마나 그 뒤가 무서운지 예상하지 못하고 갈림길에서 신중하지 못한 판단을 했거나 겪게 될 후환을 과소평가한 결과를 맞는 것 또한 본인이 감당해야 할 바다.
급한 판단이 무조건 안 좋은 결과만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었다. 온갖 경우의 수를 다 따지고 사전조사에 열을 올려 심도싶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들 파랑새만이 기다리고 있지도 않았다. 충동에 이기지 못한 판단을 내리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실행에 옮기든 그 이후의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내가 그 길을 향해 오랜 기간 동안 고심하고 준비해 온 것에 이견이 없다면 결과가 어떻든 미련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어른들 말로는 책임을 진다고 표현들 한다)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던 유일 최선의 선택지였을 것이기에.
젊은 날은 뭘 히더라도 그 감상이 크게 다가온다. 나이가 먹으나 젊으나 인생의 어느 시기든 처음 해보는 경험은 언제나 의미 있게 기억된다. 숱한 생채기로부터 온전하던 때 묻지 않았던 시절의 경험은 몇십 년이 지나도 온전히 머릿속에, 손끝에 생생히 남는다. 걸어보지 않은 풀숲과 가시밭길을 발끝으로 느낄 때의 감각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만큼 생경하다. 과거에 겪었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게 있는 판에 처음 겪으니 오죽할까. 발걸음을 옮기는 것도 나지만, 마음과 신체가 부서지는 과정을 겪는 것은 고통스럽다. 그 경험이 가져다준 감정과 배움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과는 별개다. 필요하지 않은 순간과 경험은 없다고 믿는 사람이지만, 이 믿음을 뛰어넘는 고통을 겪는 순간에는 어쩌면 세상에는 겪지 않아도 됐던 경험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힌다.
반면 세상을 살다 보면 너무나 눈부시게 소중해서 다시는 잃지 않고 평생 안아 들고 싶은 존재가 생긴다. 처음 좋아하게 된 사람이나 둘도 없게 마음이 잘 맞는 죽마고우같은 존재가 그렇다. 물론 영원한 게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회자정리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듯 그렇게나 좋아해 마지않던 그것들을 필히 놓아주어야만 하는 때도 있다. 그것을 이미 잃어본 적이 있기에 어떻게 해야 그것을 앞으로 놓치지 않을지도, 잡고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연장할 수 있을 지도 알게 되었다지만 왜 그때 그날이었어야만 했나 하는 후회는 좀처럼 떨치기 힘들다.
사람들이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을 넘어서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는 기계에 몸을 싣는 애달픈 상상까지 하는 것은 그렇게 해서라도 돌아가서 잡고 싶은 존재와 순간이 있어서다. 하지만 대부분의 순간들은 필히 그렇게 진행이 되었어야만 하는 것이었거나 갖은 노력이 수반되었음에도 그렇게 풀릴 수밖에 없었던 일이었던 것이 많다. 나나 상대 중 그 누구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그저 시간이 흘렀기에 그것과 나 사이에 달라진 물결이 넘나들고 자리하게 된 것뿐이다. 나의 인내나 혹은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원인인 적도 있지만 인력으로 호전시킬 수 없는 상황의 급변이 원인이었던 것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나의 경험과 성숙이 무르익지 않음이 원인이었다며 쉽게 자책한다.
왜 그렇게 내가 미성숙했던 때에 그런 기회가 또는 그 순간이 찾아왔을까 하는 생각들. 다음에 비슷한 일이 찾아온다면 시정하는 방법을 오늘날에야 알게 된 것은 의미가 없다. 내가 원하는 건 그 때 내게 찾아왔던 그 존재이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때 내가 조금 더 준비가 되어있었더라면 놓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후회는 그 강도가 사무칠수록 현재를 사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후회하지 말라는 가치만큼 중요한 것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나아가는 것임을 기억하며.
첫댓글 장단점이 명확한 글입니다. 장점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소재라는 겁니다.
에세이 형식으로 글을 쓰셔서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며, '시절인연, 회자정리'라는 말도 공감이 갑니다.
그렇지만, 글이 두루뭉술합니다. 제가 항상 키워드를 잘 잡으라고 피드백 드렸던 것처럼 글이 두서없이 보이는 경향도 있습니다. 가령, 3문단에서 '고통을 겪는 순간에는 겪지 않아도 될 경험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마무리 지었으나, 4문단에서는 갑자기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등장해서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또, 글 전체적으로 과거에 미련을 두지 말라는 말을 하는데 1문단 마지막에서 '과거의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등장해서 글의 통일성을 해칩니다.
최근 '과거, 현재'를 비교하는 형태의 글을 많이 쓰셨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되면 나중에는 글에 한계가 생기게 됩니다. 좀 더 다양한 주제를 시도해야 글이 늡니다. 당연히 지금껏 생각해보지 못한 주제로 글을 쓰려면 힘들겠지만, 생각을 전환하는 게 나중에 더 좋은 글을 쓰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