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조기회 꼴 불견" 이란 글이 현실성도 있고 재미나서 올립니다.
발표할 TP를 새벽까지 작성하다가 졸려서 아침에 봤던 조기 축구회 생각이 나서 잠깐 상념을 써본다. 수정 없이 그냥 머리에서 흘러 나오는 대로 한 번 써봐야겠다.
일요일 댓 새벽부터 축구를 하러 갔다. 연구실 후배 중 아는 이들이 축구를 한다고 해서 그냥 껴서 뛰어보았다. 학부생들이 축구하는 데 한 번 껴 봤다. 요즘 통 뛸 일이 없어서.. 그리고 사실 잔디 구장에서 축구 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으니까.. 비록 인조 잔디 구장이지만.. 한 게임하고 나니, 조기 축구회가 축구하는 걸 잠깐 보게 됐다.
조기 축구를 보면 항상 공통적인 전술적인 꼴불견들이 있다. 사실 볼 콘트롤은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공은 항상 만져대니 볼 콘트롤은 좋다. 하지만 축구라는 운동 자체를 이해하질 못 한 채 축구를 한다. 그냥 단순히 뻥 질러대는 거나, 어떻게든 재끼는 데만 치중한다. 즉, 축구가 골을 향해서 전체 시스템이 같이 이동해가는 운동이라는 걸 전혀 이해 못한다. 공만 보내면 된다고 생각하나.. 그래서 공이 탁구 경기 보는 것 같이 이리 뻥, 저리 뻥이다.
어쨌든 그런 걸 보면 공통적인 꼴불견들이 있다. 주로 공격 라인에서 나타나는 꼴불견이다.
가장 꼴불견은 공은 무조건 양쪽의 터치 라인 쪽으로만 간다. 절대 가운데로 패스가 투입되지 않는다. 뭐 사실 사람들이 가운데에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것처럼 보이니 절대 가운데로 패스 투입되지 않고 양쪽 터치라인으로만 치고 들어가려고 한다. 그 쪽 공간이 일견 많아 보이니까.. 근데 거기는 혼자 덫 속으로 들어가는 거다. 사이드 라인 따라서 볼 투입해서 그 담에는 어떻게 할 건가? 엔드 라인까지 치고 들어가서 머 할건가? 센터링? 아마 축구에서 센터링 올려서 따먹을 수 있으면 그건 아마 수준이 아니다. 그리고 센스 있는 한 두 사람이 수비하면 그런 어리버리 센터링 정도는 가볍게 차단해준다. 대충 그 정도 수준의 팀은 센터링도 아리랑 크로스 아니면 땅볼 크로스다. 그런 거야 들어오는 선수만 밖으로 밀어내주면 아주 간단하다.
사이드 쪽으로 볼을 투입하는 것은 수비 라인 뒤 쪽에 공간이 있고 그 공간을 엄청난 속도로 침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후 중앙 쪽으로 침투할 수 있는 능력 또는 칼 같은 센터링+포스트 플레이 가능한 CF가 있어야 가능한 전술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냥 시간 죽이는 거다.
이런 플레이 성향에 수반되는 특성이 또 하나 있다. 수비는 중앙에 많지만 공격은 중앙에 없다. 사이드 라인쪽으로 열심히 파고 들어가는 플레이어는 있다. 하지만 페널티 에이리어 중앙 쯤 오면 PA 한 중간에서 버텨주는 플레이어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중앙에 최소한 2명 정도는 버텨 줘야 따먹을 텐데, 그런 선수는 절대 없다. 그냥 다들 PA 밖에서 기다린다. 거기서 머 하려는 걸까? 사이드 라인 쪽으로 파고든 선수가 다시 골 쪽으로 볼을 투입하는 게 아니라 PA 밖으로 볼을 투입한다. 그리고 공 돌리기.. ㅎㅎ..
두 번째, 패스 게임이란 없다. 일단 공 잡으면 짧은 패스로 가는 게 아니라, 뻥 차고 본다. 나도 롱패스를 즐겨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럴 때는 공간이 있거나 우리 편에 포스트 플레이가 가능한 플레이엉가 있다는 전제하에서다. 그런 경우 우리 편이 공잡을 확률이 3분의 2가 훨씬 넘는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공은 공 가지고 있는 사람만 주시하고 있다. 나머지는 전부 공 안 쳐다본다. -.- 그냥 공 가진 사람이 자기가 가진 의도대로 공을 줘야 하는 가 보다. 서로 아이 콘택을 하면서 의도를 파악하고 콜을 하면서 공 가진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고 공을 받아 줘야 하는데.. 그래야 공격이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이렇게 공을 안 쳐다보니 패스 플레이가 안 된다. 그냥 뻥 하고 찰 뿐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공을 쳐다보는 다른 플레이어도 공을 쳐다 볼 뿐 그 볼을 받으려는 움직임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니 공 가진 플레이어가 패스를 하고 싶어도 경로가 없다. 공 가진 플레이어 주위의 플레이어들은 기본적으로 공 - 수비수 의 일직선 상에서 2-30도 정도 비껴 서 주어야 한다. 그래야 항상 패스 경로가 생긴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을 하질 않는다. 그냥 서 있다. 그러다 패스가 오면 그 때 움직인다. 그러면 이미 늦는다.
세 번째, 백패스란 없다. 공 잡으면 무조건 전진뿐이다. 뭐,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결국에는 골을 넣자는 거니까. 상대편 골대 근처로 가는 건 맞다. 근데 문제는 한쪽 라인으로만 계속 치고 들어가는 상황에서는 상대방 수비 거기 다 있다. 그렇다면 거기서 공을 앞으로 가지고 가는 건 힘들다. 이 때는 백패스를 통해서 일대일 패스를 받거나, 아니면 사이드 스위치를 해줘야 한다. 근데 그렇게 하지 않고 계속 멍청하게 거기 머리 들이미는 건, 벽에다 헤딩하는 거랑 똑같은 거다.
네 번째, 미친 듯이 드리블만 하는 넘들 이다. 뭐 수비하는 입장에서 보면 제일 막기 쉬운 애들이다. 보기엔 잘 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젤 실속 없는 애들이다. 물론 한 번 놓치면 골치 아프긴 하다. 그러나 의외로 정말 막기 쉽다. 그냥 골 근처로 접근 못하게 하면서 사이드나 엔드라인 쪽으로 밀어내주면 그 담에 아무 것도 못한다. 얘들의 특징은 미친 듯이 드리블을 하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없다. 그냥 드리블이다. 그리고 드리블이 막히면 그 때서야 패스할 데를 찾아본다. 그 때 패스할 곳이 있을 리가 있나? 절대 없다.
드리블은 앞으로 가기 위한 방편이다. 사실 드리블 자체는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가는 것보다 아주 비효율적인 공 이동 방법이다.
어쨌든, 이렇게 축구 하는 애들이 우리 팀이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그래서 축구를 하게 되면 항상 이런 것들을 일단 고친다.
보통 아마 축구를 시키면 투 톱을 서게 한다. CF중 한 명은 무조건 PA 중앙에 선다. PA 안 쪽의 골리 보호 구역 표시 마크 양끝에서 못 벗어나게 한다. 벗어나면 뒤에서 무지 갈굼 당한다. 이렇게 되면 일단 양쪽 사이드 플레이가 원활해지고 또 하나는 주워먹기에 아주 좋다. 아마 축구는 주워먹기 골이 좀 많다. 그리고 또 한 명의 CF 역시 사이드 쪽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단지 PA 라인까지 범위가 넓게 설 뿐이다. 중요한 건 두 명이 항상 스위치가 되야 한다.
미드 필더는 항상 공을 쳐다보게 하고 무조건 공 주위로 모이게 한다. 수비 뒤 쪽에 서서 항상 수비와 비껴서면서 패스 경로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하면서 숏패스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DMF나 반대쪽 사이드 플레이어는 모인 공 뒤의 공간을 항상 커버하게 한다. 그러면 상대편이 공 잡았을 때의 패스를 커트하게 되면서 숏패스의 위험성을 커버 가능하게 한다.
백패스를 자주 요구한다. 믿을만한 3선 플레이어가 있다면 백패스는 아주 유효한 공격 전개 수단이다. 아마 축구에서는 공 주위로 수비가 몰려드는데 사이드 스위치를 급작스럽게 해버리면 플레이어 체력을 소진시킨다. 그러면서 우리 공격이 아주 유효하고 손쉽게 해준다.
드리블은 경합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는 두 사람 이상, 그리고 20m 이상은 금지다. 그 이상 가봐야 특출한 체력 없으면 바로 뺏긴다.
이렇게 하면 일단 미드 필더가 강해진다. 그러면서 가장 큰 효과는 상대편 수비 라인과 공격 라인 사이에 상당한 틈이 벌어진다. 우리 팀 CF가 중앙에 몰려 있으면서, 그리고 사이드 스위치가 많이 일어나면서 상대편 수비 라인은 대체로 뒤로 물러난다. 그리고 압박 수비를 해주면서 패스를 해주게 되면 보통의 팀들의 미드 필더들은 다들 공격 라인 쪽으로 치우쳐 버린다. 맘이 급해져 버린 결과라고나 할 까.
이 후 상황은 미드 필더 공방전이 좀 벌어지면서 가끔 어이 없게 우리 팀이 골 넣는 경우가 많아진다. 즉, 1-2-3선 사이의 간격이 비정상적이 되면서 쓰루 패스나 롱 패스에 아주 약해진다. 그리고 주워먹기 골이 좀 많다.
4-2-3-1, 4-3-3 같은 포메이션이나 그런 건 아마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건 누구 말대로 숫자에 불과하다. 그냥 개인 전술을 일단 갈고 닦는게 중요한 거다. 아주 기본적인 개인 전술..
뭐, 그래서 니가 축구 하는 팀들의 결과는 어떠냐 구? 최소한 쉽게 지진 않는다. 내가 추구하는 축구는 쉽게 지지 않는 축구다. 쉽게 이기는 축구는 번뜩이는 선수들이 있지 않은 이상 힘든 거다. 쉽게 이기는 건 골을 만드는 건데, 골이란 건 정말 넣을 줄 아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건 훈련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같다.
쉽게 지지 않는 건 노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지만, 쉽게 이기는 건 그 이상의 뭔가가 있어야 한다. 번뜩이는 영감이라고 해야 하나.. 센스라고 해야 하나.. 그건 나한테는 없는 거니까..
첫댓글 우리회사 축구회이야길 하는것 같네요.. 정말 횡패스없죠.. ㅎㅎ
완전 공감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