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과 마을이 더불어 살아가는 중랑을 꿈꾸며,
중랑구립 정보도서관 김수영 사서를 만나다.

중랑구 신내동에 위치한 중랑구립 정보도서관은 1999년도에 2층으로 시작해서 현재 4층이 되었다.
도서관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서 근처에 사는 어린이, 주부, 청소년 등 지역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또한 도서관 뒤에는 노인 종합 복지관이 있어서 어르신들도 쉽게 이용을 한다.
이 도서관에서 2015년부터 현재까지 3년 동안 근무를 했지만 여전히 막내인 김수영 사서를 만났다.
불어문학과 출신인 그는 1년간 프랑스에서 교환 학생 생활을 하면서 프랑스 도서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도움을 주는 사서를 보며 타인을 돕는 일이 가치 있다는 것이 느껴졌고 사서로 삶을 사는 것도 보람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사서 교육원 수업을 듣던 그는 지금 중랑 구립 정보 도서관에서 사서의 삶을 살고 있다. 사서의 삶은 어떨까? 김수영 사서의 도서관 이야기를 들어보자.
Q.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중랑구립 정보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하고 있는 김수영입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은 도서관의 문화 행사를 기획하는 일이에요.
저는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월별 강연이나 인문학 프로그램, 진로체험 프로그램, 북페티스티벌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서울시나 구에서 진행하는 책과 관련 된 여러 행사들도 진행하고 있구요.
평일 저녁에는 도서관에서 독서동아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문화 행사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현재 도서관에는 월별로 문화 행사 프로그램이 진행 되고 있습니다.
7, 8월에는 매주 토요일마다 청소년 진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구요.
그 외에는 매월 문화가 있는 날에 맞춰 행사가 진행됩니다.
4월은 도서관 주간, 5월은 가정의 날 행사 진행되었구요. 7월에는 성교육, 8월에는 씨네바캉스 라는 도서관에서 여름 영화를 보는 프로그램이 진행 될 예정입니다. 이후에는 독서의 달, 이중섭 그림 그리기 대회, 북페스티벌 등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연간 프로그램으로 올해 3월부터 시작된 인문학 프로그램 ‘중랑 이음’ 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공자, 맹자, 한국 근현대사, 서양 철학사, 서양미술사, 한국 미술사 등 매주 토요일마다 주제별로 이루어지는 강의구요. 7월에는 한국 근현대사를 강의가 진행 중 입니다.
Q. 청소년 진로 프로그램은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이번 달부터 시작되는 청소년 진로 프로그램은 중랑구에 거주하는 청년들과 중고등학생들이 진로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에요. 요즘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찾는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 프로그램을 기획하던 중에 중랑구의 여행서점 바람길에서 중랑에 사는 청년들을 인터뷰한 ‘너랑 나랑 중랑 청년’ 이라는 책을 보았어요.
중랑구에 거주하는 동네 청년들과 청소년들이 함께 만나 진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을센터에 근무하는 사쁘나의 도움으로 진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서로 진로 체험 강의를 할 때마다 청소년들이 연봉은 얼마인지, 직업은 안정적인지 물어보더라구요. 제가 중고등학교 학생일 때는 안정적인 것을 보고 직업을 꿈꾸진 않았었는데. 요즘은 초등학생 꿈이 건물 임대업, 공무원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이 먼저 인생을 살아본 동네 청년들과 그 인생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이 진솔하게 대화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단 한명이 오더라도 청소년들이 자신만의 꿈을 생각 하고 그려보았으면 좋겠어요.

<중랑 청소년 직업 탐구 생활 포스터>

<1강 : 음악가, 문화기획자 잠꾸리와 청소년들의 즐거운 한 컷>
Q. 인문학 프로그램은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인문학 프로그램 ‘이음’ 은 순우리말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연간 인문학 프로그램입니다.
참여하는 연령대는 30대부터 70대 80대 다양한 연령층들이 오시구요. 배움을 통해 질문을 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각자가 가진 의견들이 다르다는 것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음 활동을 하면서 인상 깊은 점이 있다면 어르신들이 강의를 들으면서 “젊은 사람들도 같이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라는 의견을 주시는 것이에요. 또 어르신들이 도서관에 배운 것들을 가족들에게 이야기 나누면서 인문학 강의를 통해 자녀분들과 대화의 소통이 된다는 이야기를 종종 해주시는데 그 때마다 프로그램이 잘 진행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랑 이음 인문학 아카데미 포스터>


<중랑 이음 인문학 아카데미 현장>
Q. 도서관에서 근무를 하면서 좋은점이 있다면?
2016년 9월부터 지금까지 약 1년 반 동안 문화행사 프로그램을 담당했어요.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신경림 작가나 지역의 유명 인사를 초대하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어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았습니다.
제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좋아해요.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항상 새로운 걸 추구하고 끊임없이 알아야하는데 덕분에 제 스스로를 발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여름은 그곳에 오래 나마’ 라는 일본 소설을 읽었는데요. 도서관 건축가에 대한 내용인데 책 안에서 “도서관에 사람들이 와서 책만 빌려가게 하는 것은 19세기적 사고고 20세기 도서관은 생활 제한을 해야한다” 는 문구를 보았어요. 상품을 진열하듯이 테마를 정해서 책을 전시해야해야 한다는 말인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도서관에는 20년 전에 짜놓은 선반에 책을 넣고 유리를 통해서만 책을 보게끔 전시를 하는데 그와 다르게 책을 전시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Q. 김수영 사서에게 도서관이란?
도서관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근무할 수 있는 행복한 공간입니다.
Q. 도서관을 이용하시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말이 있다면?
중랑구립 정보도서관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도서관 문화에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 도서관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 곳이죠. ‘책읽는 중랑’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구에서는 도서관에 대한 지원이 낮습니다. 도서관 발전을 위해 구청에 직접 말씀해주시는 주민 분들이 많길 바랍니다.
도서관 직원의 한마디보다 주민분들의 한마디가 도서관을 좋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혜택은 결국 주민들에게 다 돌아가니까요. 중랑 마을넷의 지역 주민들은 구청과 함께 소통을 일상적으로 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Q. 마을과 도서관, 어떤 연결고리를 가질 수 있을까요?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잖아요. 지역주민들이 지역의 현안을 가지고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고, 토론회를 열고, 사람들이 도서관에 모여들고, 지역의 커뮤니티의 장으로서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서 공부를 할 때도 지역 사회 속에서 도서관을 벗어나면 안된다라고 이야기 하는데 지금까지 도서관은 행정적인 것에 너무 치우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도서관 이용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인구 문제 때문에 도서관은 줄어 들 수 밖에 없겠죠.
저는 지역주민들이 도서관을 편안하게 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욕심은 중랑 마을넷과 중랑구립정보도서관이 MOU를 맺어서 도서관에서 중랑마을넷 정기회의도 진행하고 마을넷에서 하는 강연 프로그램도 도서관에서 진행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도서관에 빔프로젝트도 다 준비 되어 있으니까요.
저녁시간에는 문화교실이나 독서동아리실 등 도서관에 비어있는 공간이 많습니다.
저는 마을에 활동하시는 분들이나 지역주민들이 저녁시간에는 도서관에 와서 도서관에서 토론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원래 독서동아리가 2015년도에는 1개 밖에 없었는데 2017년에 동아리실이 생기면서 올해는 19개가 되었어요. 공간이 있으니까 사람이 모이게 되더라구요. 마을에서 책모임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도서관에서 간단하게 독서 동아리를 등록하시고 도서관의 독서 동아리 실을 많이 활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또 도서관에 뒤뜰이 있는데 그곳에서 신내 전래 놀이팀이 활동해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중랑마을넷과 마을 도서관이 서로 ‘WIN-WIN’ 할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Q. 김수영 사서에게 마을 혹은 마을공동체란?

<집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 '대들보'>
저에게 마을이란 ‘대들보’입니다. 대들보는 집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을 말하죠.
종종 ‘너는 우리집의 대들보야’ 라고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저는 작은 마을 공동체가 대들보처럼 버텨줘야 ‘구’나, ‘시’나, ‘나라’가 건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성미산 공동체를 보면서 지역주민들이 공동육아를 함께 하는 것, 지역 주민들이 서로서로 알고 지내는 것 자체가 대단하고 아직까지 세상은 살만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충남 아산에서 자랐는데 국민학교 1학년 친구가 학창시절 내내 같은 반 같은 친구가 되는 마을이었어요. 그래서 학교 운동회를 하면 학생들만의 운동회가 아니라 학교를 둘러싼 모든 마을의 행사였죠. 건넌 마을 누구 누구 하면 다 알고, 누구 아들 뭐했다더라 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그 때는 서로를 아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천안에 이사를 가면서 옆집이나 윗집 아랫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서로 왕래할 필요성도 못 느끼는 것이 충격이었어요.
저는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이 많은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중랑구립 정보 도서관은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답니다. 토론할 수 있는 공간도 많고, 와이파이도 무지 잘 되요. 주민들이 도서관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도 만들고 도서관이 하나의 아지트가 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김수영 사서와 도서관과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한시간 가량 나누며 중랑구립 정보도서관이 정적이고 조용한 곳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더불어 마을과 도서관이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것 또한.
중랑구립 정보도서관에서 주민들이 여름에는 시원한 에어콘 바람으로 더위를 날리고 겨울에는 따뜻한 난방으로 추위를 녹이며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서로 소통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
열람실에서는 조용히 책을 읽으며 사색에 잠기고 독서 동아리실에서는 책과 지역 현안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중랑구에 또 하나의 아지트를 만들어가길. 오늘도 김수영 사서는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