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 땅의 기운이 쓸쓸해지고 / 蕭瑟三韓氣
오수의 별자리가 아득해지니 / 蒼茫五宿躔
예로부터 세상이 어지러울 땐 / 古來於缺界
하늘이 큰 인물을 돕지 않았네 / 天不佑高賢
초가을에 부고받고 의아했으니 / 赴紙新秋怪
지난달에 시를 내게 보내 주셨네 / 詩筒去月傳
들보가 꺾여 버려 큰 집이 비고 / 樑摧空巨室
미꾸라지 설쳐 대어 못이 휑하네 / 鰌橫廓深淵
말세에 큰 인재를 얻기 어렵고 / 季葉才難得
문단의 일마저도 망연해지니 / 詞林事惘然
병들어 영남 땅에 머무는 몸이 / 病留炎海外
장기(瘴氣)에 시달리며 눈물 뿌리네 / 淚灑瘴雲邊
나라에 어진 인재 급하던 때에 / 國以賢良急
공께서 온전하게 지우(知遇) 입으니 / 公曾際會專
총명은 세상에서 보기 어렵고 / 聰明世眞間
기개는 유례없이 뛰어났어라 / 超越氣無前
마음은 가을날의 물처럼 맑고 / 秋水開襟照
피부는 봄날에 핀 꽃과 같으며 / 春花暎肉姸
문장은 펼쳐 놓은 비단과 같고 / 文章腸錦掞
담설은 긴 강물이 흐르듯 했네 / 談說舌河懸
《주역》은 단호하게 음을 내치고 / 太易排陰果
유기의 활 버들잎을 깨부쉈어라 / 由基碎柳弦
하왕만큼 기상이 늠름했으니 / 何王凜將及
여지의 죽음 누가 불쌍해하랴 / 蜍志死誰憐
신속하게 예리한 판단 내리고 / 捷出精神銳
강단 있게 기세 몰아 행동 취하니 / 橫驅氣勢堅
세속적인 명리(名利)를 탈피했는데 / 自能伸汨沒
위기 극복 어려울 게 무에 있으랴 / 何有撥迍邅
천리마의 발에 붉은 전광 스치고 / 赤電捎騏足
송골매의 발톱 쇠로 다듬었어라 / 金精厲鶻拳
홍범이 숨어 버린 세상을 만나 / 世丁箕範隱
초인의 지껄임에 동요 않다가 / 身不楚咻牽
중년에 벼슬길에 들어섰는데 / 中歲收簪履
금상(今上)께서 인물됨을 인정하셨네 / 當朝別珷璇
썩은 뼈를 논한 상소 서릿발 같아 / 皁囊霜朽骨
연촉이 화전 위에 아롱댔으니 / 蓮燭纈花磚
시대를 근심하여 규간(規諫)하였고 / 剴切憂時語
연석에서 차분하게 도를 논했네 / 從容講道筵
난리의 큰 단서를 꺾어 버리니 / 籌摧亂階大
화란의 기미 먼저 환히 알았네 / 識炳禍機先
힘껏 도와 나라를 안정시킨 뒤 / 力贊金甌奠
철권에 이름 넣길 사양했으니 / 名辭鐵券鐫
봄날에 도성 안의 재앙 거두어 / 春收雙闕祲
만백성이 편히 살 수 있게 되었네 / 晝穩萬家煙
벼슬하며 올곧게 처신하므로 / 逸軌雲霄展
성상께서 발탁하여 은총 베푸니 / 珍芼雨露宣
성심이 항상 공을 사랑하시어 / 聖心常有眷
왕도가 치우침이 없게 되었네 / 王道佇無偏
광형과 급암처럼 종사를 위해 / 匡汲皆宗社
우리 임금 요순으로 만들려 하니 / 唐虞復廈氊
성상께서 발탁하는 교지를 내려 / 鳳綸惟簡在
시종신의 품계에 금세 올랐고 / 貂珥倏喬遷
사명을 받들고서 남쪽으로 가 / 使轄南星動
북두성과 닿은 대궐 그리워했네 / 仙樓北斗連
응대할 땐 언행이 온화했지만 / 言行藹酬酢
조정에선 못된 자들 용서 않았네 / 廷叱死蹻騫
군신 간의 의기투합 이러했지만 / 契合紛如此
물러나려는 뜻을 가지셨으니 / 遐情實有焉
허석했던 가의(賈誼)처럼 승진 빨라도 / 超同虛席賈
물러남은 급류 속의 전약수(錢若水)였네 / 退似急流錢
가을날 하의(荷衣) 입고 자유 누리고 / 蕭灑秋荷服
저물녘에 약초밭을 배회했으며 / 徘徊晩朮田
번화한 시장 옆에 살며 글 읽고 / 讀書金市側
약봉의 비탈에서 도를 닦으니 / 鍊魄藥峯巓
간간이 시기하여 헐뜯은 말들 / 間有猜讒發
대개가 왕의 총애 때문이었네 / 居多寵遇緣
한적한 섬돌에는 국화가 피고 / 砌閒黃菊護
열린 문엔 노송이 서려 있는데 / 門豁老松纏
부모님 봉양하며 잡념을 잊고 / 浮念刪晨省
비 오는 밤 형제가 한방에 잤네 / 餘歡囿雨眠
험난한 풍파 속의 지주이셨고 / 風波卽砥柱
티끌 같은 세상의 부처였으니 / 塵刹乃金仙
골목에는 참새 그물 펼칠 만해도 / 窮巷容羅雀
명리 좇는 자에게는 침을 뱉었네 / 名場唾慕羶
한 언덕에 서책이 넉넉하였고 / 一丘饒典籍
세 족당은 다투는 일 없었으니 / 三黨息戈鋋
성상께선 운하(運河)의 풀로 일컫고 / 睿賞官河草
상이 일찍이 “오모(吳某)는 지금 조정에서 부평초와 같은 인물이다.”라고 하였다.
백성들은 강 건너는 배로 여겼네 / 輿情野渡船
은거할 땐 부지런히 독서하였고 / 沈冥恒兀兀
저술 또한 심오한 경지였으니 / 著述又玄玄
붉은 정곡 꿰뚫는 걸 법으로 삼고 / 法在紅心破
푸른 꼬리 선명함을 중히 여겼네 / 珍看翠尾鮮
소리 내면 사경과 조화 이루고 / 發聲諧泗磬
뜻은 묵은 학설에서 탈피하였네 / 立意蛻陳編
명쾌함은 장탕(張湯)이 쓴 판결문 같고 / 張鼠單辭確
갖은 맛이 조화된 건 오후정(五侯鯖)인 듯 / 侯鯖衆膩全
재주는 비교할 데 없이 높았고 / 才高不細級
마음은 참된 도리 터득한지라 / 心得有眞詮
좌고우면하는 태도 보이지 않고 / 光景無中境
매사를 분명하게 재단하였네 / 裁成別著天
밝은 감식력으로 신괴를 보고 / 方諸神怪見
뗏목 타고 고금을 오르내렸네 / 橫筏古今沿
밀려드는 물은 섬돌 개의치 않고 / 湊處元嫌砌
큰 물결은 세류(細流)를 다 받아들이니 / 洪來不擇涓
집집마다 닭이 울고 개가 짖어도 / 千門幻鷄犬
한 이치가 연비어약(鳶飛魚躍) 비추었어라 / 一理照魚鳶
문장에도 온전한 소가 없으니 / 壇坫無全目
나란히 겨룰 만한 자가 누구랴 / 櫜鞬孰竝肩
누군가가 영향을 준 게 아니라 / 非人作外援
내 힘으로 도달한 경지였어라 / 自我擬中權
성상께서 권점 찍어 드러내시니 / 御點推揚幟
공의 문형(文衡) 권점(圈點)에 상이 일찍이 어점(御點)을 가하였다.
붕사가 채찍 든 걸 싫어하였네 / 朋私忌著鞭
깊은 학식 급총서를 달가워 않고 / 幽何屑汲塚
회수에서 나는 옥과 빛을 겨뤘네 / 光欲鬪淮玭
상자 속에 담겨 있는 고매한 글들 / 有篋緘三昧
나라 안 사람들이 앙모하였네 / 翹心罄八埏
선비를 사랑하여 집에 있을 땐 / 在家常愛士
맞아들여 학문을 토론했으니 / 深庭別開椽
업후(鄴侯)의 서가 가득 아첨 꽂히고 / 鄴架牙籤滿
용문에는 선비들이 들어찼었지 / 龍門組帶塡
초하루의 인물평은 엄정하였고 / 月評森不已
시를 짓는 규정은 치밀했는데 / 詩令密難蠲
강석에서 함장과 쟁론 벌일 때 / 間席爭函丈
질문하면 정확하게 응대하셨네 / 撞鍾輒應篿
진퇴에는 두 가지 걱정 따르고 / 二憂隨進退
은거할 땐 세 즐거움 누리셨으니 / 三樂稱盤旋
밝은 때에 물러나서 자유 누려도 / 漫跡明時倦
칠실에서 충성으로 가슴 태웠지 / 忠腸漆室煎
갑자기 폐합하는 사태를 만나 / 蒼黃逢閉閤
정성 다해 경현역철(更絃易轍) 청하였으니 / 悃款責更絃
어탑(御榻)은 철문처럼 닫혀 있는데 / 禁地扃如鐵
고관들은 간담이 연도(鉛刀) 같거늘 / 榮班膽似鉛
상소하여 세 가지 일 권면하였고 / 血封三事聳
국맥을 한마디의 말로 이었네 / 邦脉一言綿
유도처럼 몸은 비록 은거했지만 / 有道身雖隱
원안의 눈물 절로 흘리셨으며 / 袁安涕自漣
문정공의 붓으로 마음 바루고 / 格心文正筆
계손이 매를 쫓듯 악 미워했네 / 嫉惡季孫鸇
일 처리엔 경륜이 빈틈이 없고 / 事外經綸密
가슴속에 모든 것을 꿰고 있었지 / 胷中細大穿
미나리도 맛있는데 뭐가 문제랴 / 何傷芹亦美
약이 병을 고치는 걸 보려 하였네 / 要見藥能痊
우국애군(憂國愛君) 정성은 부족함 없고 / 憂愛存無過
왕의 허물 줄이고자 노력하였네 / 淵涓銳省愆
아첨하는 자의 얼굴 염지초(染指草) 같고 / 佞顔騂指草
악의 괴수 추련에 승복하였네 / 魔領服秋蓮
처음 먹은 마음이 돌처럼 굳어 / 介石初心固
좌천되어 지방으로 부임했는데 / 仙鳧左降翩
청헌의 학조차도 지니지 않고 / 不煩淸獻鶴
은지의 샘물 거듭 노래하였지 / 再詠隱之泉
상이 자리 비워 두고 기다리시니 / 側席勤虛佇
돌아와서 어찌 감히 편히 지내랴 / 還都敢靜便
내직으로 옮긴 것은 경천과 같고 / 內遷資景倩
중비로 내린 은총 연년 같았지 / 中批寵延年
공이 외직에 있다가 간의(諫議)로 부름을 받았고, 곧이어 어사대부(御史大夫)에 임명되었다.
구름문양 보자기에 싸 내린 표리(表裏) / 袞奬紅雲裹
맑은 강에 빤 것 같은 흰 명주였네 / 恩紬白漢湔
덕이 빛나 봉새가 내려앉았고 / 德輝忻鳳下
물속 괴물 서각(犀角)의 빛 두려워했지 / 水怪怯犀燃
은택이 멀리까지 미치게 된 건 / 欲識恩波遠
은거하던 때로부터 비롯됐으나 / 初從釣渚圓
문원에도 어려움 겪었거니와 / 文垣亦蹭蹬
낭묘 승진 억지로 지연시켰네 / 廊廟强遷延
친람(親覽) 거친 훈의를 감수하였고 / 訓義親經決
어제(御製) 정리 혼자서 주관하였네 / 宸章獨遣銓
어명 받고 개성(開城)의 유수(留守)가 되어 / 故都膺牘剡
풍속을 빠짐없이 두루 살피니 / 遺俗入帷褰
박연(朴淵)에는 무지개가 곧게 드리우고 / 淵瀑垂虹直
만월대(滿月臺)엔 사슴 풀이 무성하였네 / 臺芽覆鹿芊
촌락마다 따뜻한 정사 펼치고 / 陽春布井落
만일 위해 산천을 그렸지마는 / 陰雨繪山川
공이 개성 유수로 있을 때 화공(畵工)에게 명하여 관방(關防)의 요해(要害)를 그리게 하였는데, 장차 보고하려 하다가 실행하지 못했다.
단시간에 공의 풍도 그쳐 버리니 / 短局風期歇
우리 도가 나날이 전도되리라 / 斯文日觀顚
일찍부터 옥 같은 덕 흠모하다가 / 早欽如玉美
복규의 경계까지 듣게 됐는데 / 多忝復圭篇
도리로 온전하게 배양하시며 / 桃李培成植
부족해도 버리지 않으셨으니 / 柯桐蝕未捐
물속에 잠긴 검이 광채 발하며 / 沈鋩吐光怪
풀무질을 하여 힘껏 가르치셨네 / 開韛力陶甄
〈백설가〉를 영에서 읊조리시고 / 吟雪歌仍郢
황금 내건 연왕에게 보답하시니 / 懸金禮復燕
백토 깎는 재주를 감히 말하랴 / 敢言拚斲堊
통발 잊는 경지에 이르렀어라 / 別是到忘筌
진결이 기억에서 흩어져 가니 / 眞訣諳中散
공이 일찍이 양생(養生)의 비결을 배웠다.
영주를 악전에게 의지하였네 / 靈籌倚偓佺
여전히 영남에서 머무는 내게 / 客來猶嶺邑
편지와 함께 시를 보내셨는데 / 書到又詩箋
우리 도가 지금 어떤 지경이냐며 / 吾道今何似
더욱 힘써 나가자고 면려하였네 / 相期益勉旃
하늘은 왜 우리를 저버렸는지 / 天胡負家國
폭풍이 큰 나무를 쓰러뜨렸네 / 風忽倒楠楩
나라 안이 모두 놀라 방아 멈추고 / 輟杵驚朝野
널이 시전 지날 때는 통곡 소리뿐 / 過車哭市鄽
성상께서 지난날의 공훈 생각해 / 玉音提舊伐
높은 품계 공에게 추증하셨네 / 華贈送新阡
상이 연석(筵席)에서 공이 무신년(1728, 영조4)에 적도를 토벌한 공훈을 특별히 생각하시고 공에게 정경(正卿)을 추증할 것을 명하셨다.
애통함은 남들보다 백배나 큰데 / 痛惜身堪百
천 리나 되는 길이 가로놓였네 / 微茫路恰千
반열에서 정숭(鄭崇)의 신발 못 끌고 / 班心未鄭履
주나라 사냥 수레 수행 못 하니 / 車後失周畋
향화(香火) 속에 한 해는 저물어 가고 / 香瓣乾坤暮
갈대 재는 절서의 변화 알리네 / 灰葭節序嬗
혼탁한 구주의 연기 벗어나 / 九煙超穢濁
훨훨 날아 삼신산(三神山)에 들어가시니 / 三島入翩躚
새벽닭이 울기 전에 입궐 못 하고 / 未先晨鷄往
‘선(先)’ 자는 거성(去聲)이다.
끝내는 상여 타고 돌아가셨네 / 終成素馬還
산양에는 저물녘의 젓대 소리요 / 山陽來晩篴
강 위에는 외로이 배가 떠가네 / 江漢出孤舷
수레바퀴 자국은 강가에 남고 / 殘轂留鴻跡
찬 꽃은 말 언치를 비춰 주는데 / 寒花暎馬韉
추사에 제비들은 머뭇거리고 / 依遲秋社燕
석양 무렵 매미 소리 처량하여라 / 凄咽夕陽蟬
풀이 자라 집 앞길은 보이지 않고 / 草沒前蹊惑
빈 뜰에는 학 한 쌍이 나란히 섰네 / 庭空舊鶴聯
공연히 국사 위해 눈물 흘릴 때 / 空餘國士淚
들보 위에 달빛 환히 비치는구나 / 樑月照潺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