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61회
'서울 삼청공원 둘레길' 주말걷기 후기
1팀 : 장주익, 김동식, 권영춘, 이복주, 함수곤, 박현자, 고영수 2팀 : 박동진, 윤종영, 홍종남, 민한홍, 최경숙 3팀 : 김정희, 김영신, 김옥연 4팀 : 황금철, 박찬도, 신원영, 손귀연, 김재옥, 이명자, 박은령, 정정옥 5팀 : 김소영, 나병숙, 정전택, 진풍길, 소정자, 박해평 6 팀 : 윤삼가, 박화서, 정정균, 임금자
7 팀 : 박정임, 이달희, 이흥주, 김재광, 오준미 8 팀 : 김용만, 이규선
(40명 )

어젯밤 세차게 불던 바람을 만나자 걱정이 앞섰습니다.
내일 때문이었지요,
내일이 보통의 내일인가요 어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날인 것을요.
이럴줄 알았으면 높은 곳에 계신 분의 마음에 들도록 미리부터 공을 들였어야 했는데.....
오호 애재라...후회막급이로고. 가슴 졸이던 일은 어김없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그러잖아도 가믐 때문에 농삿일 하는 분들 걱정이 한아름인데 어차피 내릴 비라면 진작에 내렸어야 했을 것을 어젯밤 불던 바람은 굵직한 빗방울로 변해 있었으니까요. 어두컴컴. 시야가 희뿌옇습니다. 경복궁 6번 출구 옆 유리 막 전시관 안은. 그곳엔 이미 안내자 민한홍 님과 박화서 부회장님이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1시간 훨씬 전인데도.
의무감 투철한 분들이 틀림없습니다. 비 쏟아지는 날이면 이핑계저핑계 대며 결석한데도 그 누구도 뭐라 할 사람 없을 텐데 이렇게 모인 것을 보면.
‘대한민국 U자 걷기 3800리’ 완주가 그냥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걸 실증해주고 있습니다.
작은 일 하나에도 불평하지 않고,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않고, 작은 일에도 불평하지 않는다는 한사모의 불문율 때문 아닐는지요? 엘리엇이 예전에 그랬다잖아요?
“동물은 질문도 하지 않고 비판도 하지 않는다” 인원점검을 마치고 곧바로 5번 출구로 나갔습니다. 경복궁국립박물관으로 가기 위해서지요. 그런데 아뿔싸. 6번 출구로 오고 있는 지각생들과 소통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6번, 5번 출구에서 서로 보이지 않으니 그럴밖에요.
나중에 박물관 안에서 조우는 했지만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입장료 무료. 안내자 설명없이 전시품을 둘러봅니다. '일월오공도"며 '국새', 가채를 쓰고 있는 마네킹. 대한제국 순종황후 내외가 탔던 캐딜락 리무진 하며....

관심을 갖고 본 것은 국왕행차 모습을 담은 병풍. 그 중에 배다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 한강에 마련된 배다리를
직접 걸은 적이 있었거든요. 아쉬운 건 초등학교 1학년 필독서에도 있다는 '청동용'을 건성으로 보고 지나쳤다는 것과 브로셔에 있는 '물시계'를 본 기억이 없다는 것입니다. 자격루에서 나무기계가 움직이며 종치는 소리 내는 과정이 참 신기했는데... 하늘의 흙먼지, 미세먼지가 씻겨 내린 때문일까요? 청와대 뒷산이 손에 잡힐 듯 눈 앞이고
파릇파릇 색깔 짙어가는 나뭇잎이 선명합니다.
하늘의 빗방울을 우산으로 막으며 땅위에 고인 빗물 피하느라 걷는 걸음이 더딥니다. 황금철 님이 함수곤 대표님을 부축하며 걷는
‘빗속의 그림’이 참 잘 그린 동양화처럼 아름답습니다.
경복궁 경내를 빠져나와 그 옛날 박정희 대통령 시신이 잠시 묵어갔던 국군서울지구병원이 있던 곳을 눈짐작으로 찾았습니다만
그 흔적 간데없고 현대식 문화공간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외관은 달라졌어도 삼청동 수제비 집은 여전했으나 그 앞 주차장은 보이지 않고.... 삼청(三淸) 공원 입구로 들어섭니다. 물 맑고, 숲 맑고, 사람 또한 맑다는 곳. 날 저물녘이면 젊은 연인들이 모여드는 곳입니다. 밀어 나누는 선남선녀들의 예쁜 ‘사랑 놀음’에 귀소한 산새들도 잠투정한다는.
 뉴욕타임즈가 ‘사람 중심의 혁신’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며 극찬했다는 숲속도서관을 눈앞에 두고 4각 정자에 둘러 앉았습니다. ‘화서표 인절미’가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화기갈갈. 달콤한 사탕이 나돌고 음료수가 오갑니다. 먹는 즐거움, 마시는 쾌감을 실감하는 순간이지요. 왕벚나무, 산벚나무에서 뿜뿜 내뿝는 향기 맡으며 새소리 물소리 따라 유유자적 숲속 거닐면 좋으련만 아 아쉬운 지고, 무심한 하늘이여, 봄비여.
“더 이상 걷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이곳에서 자유시간 갖겠습니다.” 안내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함 대표님이 한 말씀 하십니다.
“민한홍 님 안내 참 잘합니다. 오늘의 가장 탁월한 선택입니다.”
그래서 한바탕 봄꽃처럼 활짝 웃었지요. 먹고 마시고 나면 생각나는 건 풍악이지요. 김정희 님의 하모니카 연주가 시작됩니다. ‘섬마을 처녀와 총각 선생님’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노래. 반주에 맞춰 듣는 소리가 마치 라이브 무대를 연상케 합니다. 가사의 섬마을을 두고 ‘안산 대부도’ 다, ‘신안 하태도’다며 다툼이 있기는 하지요만.

앵콜송으로 연주한 ‘찔레꽃’. 구슬픈 하모니카 소리가 마음의 철선을 울립니다. ‘남녘 고향 떠나올 때 눈물로 배웅하던 그 연인의 모습’.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지금 그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지... 하모니카 소리에 흠뻑 취한 박찬도 회장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폭탄선언을 하십니다. “오늘 부로 5월 19일을 김정희의 날로 정합니다.”

삼청공원과 인사동 길을 둘러본 외국의 도시계획 전문가가 했다는 뼈 아픈 말이 언듯 생각납니다. “가장 한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옛거리에 왜 서양식 건물이 들어서는지 이해가 안 된다.“
숲속길 걸으며 마음의 때 씻지 못한 아쉬움 남긴채 풍진세상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왠지 가볍지가 않습니다.




함수곤 대표님의 뒷모습이 어쩐지 애잔스럽습니다.

혹자는 함수곤 대표에 대한 회원들의 각별한 예우를 낯설어 하실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사모의 밭'에 십 수년 동안 씨 뿌리고 땀 흘려 가꾸느라 결국 건강까지 잃은 그분의 열정과 헌신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표시라는 걸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로마엔 로마의 법이 있고, 가정엔 가정만의 관습이 있듯 한사모엔 한사모만의 특별함이 있는 것을요.

코다리 찜이 먹음직해 보입니다.
흐르는 침 삼키며 건배사를 기다립니다. 안내자 민한홍 님이 술잔 높이 들고 큰 소리로 묻습니다. “건강을 챙겨주는 곳은?” - “한사모” “배움과 지혜를 주는 곳은?” - “한사모”
“사랑하고 배려해 주는 곳은?” - “한사모”



민한홍 님이 마련한 수건이 모두에게 돌아갑니다.
함수곤, 윤종영, 홍종남, 이흥주 4분에겐 특별상을 드립니다. 오늘 비오는 날 제일 먼저 오신 열정에 대한 보답이지요.
귀한 선물 마련해 주신 민한홍 님 고맙습니다. 여름엔 땀 닦고 겨울엔 보온용으로 요긴하게 쓰겠습니다.
하모니카 연주를 하고 초컬릿을 제공한 김정희 님 고맙습니다. 윤현희 사진위원님의 대타로 흔쾌히 자원해주신 장주익 사진위원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큰 복 받으시기 바랍니다.



다음주 제562회 주말 걷기는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6번 출구(장충파출소 앞 광장)에 모여 남산둘레길을 걷습니다.
식사 메뉴는 신선설농탕 본점에서 설렁탕과 김치전을 먹습니다. 귀가는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을 이용합니다.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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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박동진 팀장님 안녕하셨지요~~^^
뒤늦게 읽은 후기 잘읽었습니다.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덕담과 재담 참으로 범접 할 수 없는 아름다운 후기라 감히 생각해봅니다.
그런데 모임장소였든 출구 번호에 문제가 있었던것 같습니다. 안내 글 담당자인 제 잘못인것같네요.
늘 정확히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표 팀장님
늘 수고많으십니다.
고맙습니다.
과찬이십니다. 출구 문제는 현장에서 생긴 작은 헤프닝입니다. 앞으로 디테일에도 신경 써야 할 일이지요. 잠시 만날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좋은 나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