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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화된 세포가 많아지면 이 싸움에서 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병력이 많으면 유리하고, 적어질수록 불리해지는’ 지극히 간단한 논리다. ‘퇴행성 질환’이라는 말에 사용된 ‘퇴행’이라는 현상의 본질이다.
뇌 기능의 퇴행은 신경세포 수가 줄어들고 연결이 약해지는 것이 원인이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세포 노화를 늦추기 위한 ‘균형’
세포 노화는 시간의 흐름을 따른다. 시간이 흐르는 것은 멈출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생체 시계가 돌아가는 속도를 늦추는 것은 가능하다. ‘건강한 생활습관’이라 불리는 것들이 그것이다. 각각의 습관들은 어떻게 세포 노화를 늦추는 데 기여할까?
한 가지 포인트는 ‘항산화 균형’이다. 인체의 대사 과정에서는 ‘활성산소(ROS)’라는 물질이 생겨난다. 보통 ‘활성산소 = 나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활성산소는 비유하자면 ‘무기’와 같다. 예를 들면 면역 세포들이 체내에 들어온 병원균을 파괴할 때 사용하는 것도 활성산소다.
즉, 활성산소 자체를 완전히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사용될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무기가 너무 많아져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면 사회에 혼란이 초래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것이 바로 ‘산화 스트레스’라 불리는 현상이며, 항산화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핵심이 된다.
항산화 물질은 보통 섭취가 부족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더 많이 섭취하라’고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답은 ‘균형’이다. 항산화 물질이 너무 많아버리면 면역 기능 유지 등 꼭 필요한 수준의 무기(활성산소)마저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중요한 또 한 가지가 바로 ‘운동’이다. ‘규칙적인 운동’을 강조하며, 보통 일주일 단위로 적정 운동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제시하곤 한다. 이는 ‘너무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세포 노화를 가속화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면 기본적으로 대사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그만큼 활성산소도 활발하게 만들어진다. 항산화 물질이 그에 맞춰 충분히 공급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몸 속에 ‘무기’가 잔뜩 돌아다니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스트레스 관리를 강조하는 이유와도 같은 맥락이다. 만성적 스트레스는 면역 활동을 억제해 지속적인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세포 노화가 한층 빠르게 진행된다. 스트레스 관리 기법으로 면역력을 원상복귀시키면 적어도 세포의 생체 시계가 더 빨라지는 일은 막을 수 있다.
신체의 시계가 더 빨라지는 것만 막을 수 있어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노화 속도를 극복하는 길
상식적으로 세포의 노화는 멈추거나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과학 및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의 상식도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와 세포 배양 기술, 유전자 편집 기술, 항노화 치료법 등 다양한 방면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일부 성과를 거두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멈출 수는 없고, 늦추는 것이 최선’이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뿌리째 뒤흔들 수 있는 근거로 쌓여가는 중이다. 과거로부터 기술의 발전 속도가 계속 가파르게 상승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정말 ‘세포 노화를 멈추거나 되돌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렇게 된다고 해도 각자의 노력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기술적인 혜택을 똑같이 누릴 수 있게 된다고 해도, 건강한 습관으로 세포 노화를 늦추려 노력한 사람들이 더 큰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을 테니 말이다.
언젠가는 불가항력의 영역도 정복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 이미지 출처 : Motion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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