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그에게 다가가려거든 몸을 낮추라
○ 글_정태욱(시인.. 광교2성당 성가대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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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부활시기가 다가온다. 새해 초하루 "천주 성모 마리아 대축일"에 성가대와 함께 Arcadelt의 "Ave Maria"를 불렀는데, 그 잔향이 아직도 귓가에 머무는듯 하건만.
서두르는 것같지만 쏜살같은 것이 시간. 그래서 부활미사에서 듣는 이들을 감동시키자고 다음달부터 미리 연습하기 위한 몇 곡을 골라보았다.
> Anima Christi_ 그리스도의 영(Marco Frisina 曲).
푸리시나 사제는 현재 바티칸의 성음악 담당 최고위직에 있으며 가톨릭 종교음악 전반을 관리해나가는 한편 곡 창작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Anima Christi는 그의 최고 명작으로 듣는 이에게 종교적 신비마저 준다.
> Via Dolorosa_ 고난의 길(Niles Borop 曲).
이곡은 설명이 팔요없다. 너무나 유명한 곡이라 남녀 솔로나 다양한 합창곡 버젼이 넘친다. 나는 전주부분에서 반주자의 왼손이 계속하여 한마디 안에서 두박자씩 낮은 음을 쿵~ 쾅~ 누르는 버전을 좋아한다. 마치 십자가를 멘 고통으로 일그러진 발자국으로 우릴 이끄는 환상에 들게 한다.
> Crown of Rose_ 장미화관(Tchaikovsky 曲).
한곡 더 고른 이곡은 차이코프스키의 명곡이다. 동방교회음악의 한없는 깊이와 신비를 보여준다. 특히 러시아 베이스의 기량이 곡을 압도한다.
성주간에 맞는 위 음악들을 훓어 보는데, 역시 성목요일과 성금요일에 벌어지는, 즉 최후의 "만찬"과 십자가의 "죽음", 그리고 "부활"이 가장 극적인 사건이며, 음악 또한 절실하고 깊은 내용을 품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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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길"을 재생하며 들어본다. 전주부의 완손은 위에 표현한대로 마치 예수의 고통스런 발걸음처럼 쿵~쿵~ 계속 저음을 치고 있다. 곡이 담긴 CD 케이스의 표지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손바닥 크기의 "세족례" 그림을 가만히 응시하자니 그림 속 인물들이 스멀스멀 움직이고 커지는 상상이 든다. 주인공 둘이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가 들린다. 옷자락 스치는 소리, 대야에 물 따르는 소리도 들린다. 발을 씻어주는 뽀드득 소리들도 음악 속에서 같이 펼쳐졌다. 대야 그림 속에 담긴 그리스도 얼굴도 살아있는듯 느껴진다. 아 정말 생생하게 표현한 명화다. 그렇다.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찬, 죽음, 부활인 세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의, 서곡이랄 수 있는 만찬 직전 발을 씻어주는 정경이지.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어줌은 무얼 뜻할까. 대야에. 비춰지는 예수의 얼굴 속에 교차하는 저 표정은 무얼 웅변하는가.
발은 묵묵히 우리를 날라주는 낮은 곳에 있다. 먼지와 땀으로 얼룩지고 언제나 어둠 속에 있다.
발을 그래서 더럽고 못생긴 곳.
보이기 싫은 곳.
부끄러운 부위.
남의 발에 절어있는 먼지와 때를 씻어준다는 일은 그앞에 무릎을 꿇어야한다는 것. 무릎을 꿇고 등을 굽혀야 가능한 일.
발을 씻은 후에야 앉을 수 있다는 걸 암시하기 위해 식탁과 빵은 그 뒤로 그려져있다. 무릎 꿇은 이의 두 발은 겸손하게 발바닥이 보인다. 제자는 당황하고 어려워한다. 한 손은 그분을 말리고 있고 한 손은 그분 어깨에 올려 의지한다. 그 화가만이 표현할수 있는 경외와 순응의 구도다.
낮음과 겸손이 어떠해야 하는지, 다가올 비극의 긴장감까지도 어쩌면 저렇게 날카롭고 분명하게 표정들 속에 표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 그림의 화가가 "램브란트"던가? 화풍으로는 돌아온 탕아와 비슷했지만,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글 쓰지 옷하는 탓에 몹시 궁금해졌다. "램브란트" 목록에는 안보인다. "샤갈"에도 없다. 누구지? 쳇봇이 떠올랐다. 얼마 전에 용인문학 나경호 작가가 "선배님. 아직도 쳇봇을 안써요? 저는 아주 유용하게 쓰거든요. 한번 활용해보세요. 제가 폰에 깔아 드릴께요."라고 내 폰에 깔아준 이후로는 자주 이용하면서 AI의 똑똑함은 최근에 많이 경험했으니, 얘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작가를 찾아달라해보자.
역시 쳇봇에게 질문하니 인류가 만든 모든 지식을 뇌에 담은 지능답게 2초만에 답을 낸다. 독일 의 신부이며 화가인 "지거 쾨더"
어설픈 내 지식 위에 습득한 지식으로 수정해 해설 몇 줄을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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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거 쾨더_Sieger Köder"(1925~2015)는 독일의 가톨릭 사제이며 화가로, 종교적 주제를 다룬 작품이 유명다. 독일 남서부 "슈바벤"(작가 전혜린이 살았던 곳이다. 내 사춘기 시절에 그가 펴낸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라는 저서가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었다. 괜히 살아보고싶은 마을로 부상했던, 안개가 잘내려오는 도시라고 읽었었다) 지역에서 태어났으며, 초기에는 귀금속 공예와 미술을 공부한 후 교사로 활동했다. 이때부터 이미 역량이 돋보이는 화가였다.
40세가 되던 1965년 뜻한 바 있어 가톨릭 사제가 되려 튀빙겐(Tübingen)과 뮌헨(München) 대학에서 가톨릭 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드디어 1971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쾨더"는 사제이자 예술가였기에 성경의 이야기를 독특하고 강렬한 색채와 표현으로 그려낸 명작들이 독일의 여러 성당과 공공장소에 소장되었다. 그의 성화는 신앙의 깊은 통찰과 인간적인 감성을 담고 있으며, 종교적 메시지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한 명화들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음악이 끝나고 주인공들이 자켓 그림속으로 들어가 자리잡고 밖은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대로 어둑어둑한 분위기가 습기머금은 건너편 보이는 숲속으로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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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a Dolorosa_고난의 길.
Canticum Choir 연주로 들어보기
●https://youtube.com/watch?v=VaYSOlx0-gY&si=eIQE2CGLXRRqnRw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