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한결 시인
난수표보다 어려운 글숫자
생존 경쟁 아웅다웅 얽혀있다
김씨는 몇 달 째 직장을 찾아
정보지를 옆구리에 끼고
빌딩을 오를 땐 내일
내려올 땐 어제다
아내에겐 오늘은 장기 내기 하러 가지 않겠다며
구직난 급여 만큼 웃어주곤
신들메를 고쳐맸다
뭉티기 고기집 숯불지기 비계 일용공
하방 잡부 이삿짐 센타 인부
어느 거 하나 녹녹치 않다
울산소식 벼룩시장 태화장터
똑똑 정보에 밑줄 쫙 그어봐도
무일푼 발걸음 아르바이트다
방정식보다 어려운 생의 미적분 풀며
장미빛으로 사는 이들 하루를
컨닝이라도 하고 싶다
누구 생을 갈음해서 살 수 없는
사람은 숫자 노예 같은지
가로등도 한숨이다
김씨 구인구직 숫자 싸움에서
끝내 정답을 찾지 못한 채
하루의 난제를 뒤로하고
어둠을 더듬는다
질 항아리/한결 시인
아무도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거친 호흡으로
물을 붓고 치댈 때
의미를 조금 알 수 있었다
고집을 꺾고 한 겹 한 겹 쌓아
그릇이 되었다
그늘에 놓여 서두르지 않음이
기다림인 걸 알았다
첫 시련 끝내고 바람과 맞섰고
누일 혼불에 맡겨져 들숨날숨 비움채움
온몸으로 익혔다
내가 흙이었다는 걸 까맣게 잊을 무렵
세상으로 문이 열리고
만들어진 게 아니라 견뎌 내야
채울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개나리/한결 시인
겨우내 건너왔다
가지 끝 움튼 귀
봄 먼저 와 속삭인다
나도 한때
젊음 탕진하며 소나기 천둥
온몸으로 맞았던 날 있었다
어머닌
내 움마다 촛불을 켜고
소지장 태우다 끝내
개나리밭으로 돌아가셨다
한 맺힌 소망 샛노랗게 터져
우리 담장에서 한꺼번에
함성 지른다
이젠 참나리 같은 결
노랑 노 랑 노오—랑
북정동 골목/한결 시인
외다리 밥상 다 떠나고 없는
마당 한 켠에서 계절을
차리고 있다
계단 계단 밀어 올린 책상
벽에 기댄 채 답안지와 씨름 중이다
접시꽃 궁금한 듯 몸을 밀어 올리고
개나린 낡은 골목 붙잡고 봄 홀리고
한 올 한 올 생 바느질하던 재봉틀
다 떠난 골목 바라보며 한숨만 시침질이다
붉은 스프레이 달리*를 그리고
깨진 화분 버려진 세상에서 봄을
피우고 있다
*추상화가
2026년 연간집 울산중구문학 14집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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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 외 3편/한결
나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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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7.3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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