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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8일(수)~(14일째... Boadilla del Camino~ Carrion de los Condes: 26.1km)
순례자숙소: Ref Parois. Sta Maria 공용 알베르게, 5유로)
아침에 눈을뜨니 후두둑 빗소리가 들린다.
어젯밤도 벌써 두번째 만나는 할아버지 코고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
드르렁 코고는 시늉을 했더니 겸연쩍이 웃으며 미안해한다^^
주위에 있는 친구들도 덩달아 웃으며 불면의 밤을 지새운 불편함을 받아넘긴다.
알베르게와 바(Bar)를 동시에 운영하는 두 모자의 찰떡 궁합이 가히 독보적이다.
온화한 미소로 카미노들을 대하는 모친과 그곳 지배인인 아들의 능청스러운 장난기와 제스처가
모두를 웃음바다로 만든다.
지친 나그네의 하룻밤 휴식의 쉼터였음을...(비록 마굿간을 개조한 곳이라 할지라도...)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할 시간, 그저 스쳐지나는 순간의 미련일지언정 그 소박한 정경이 오래 남을 듯 하다.
'프로미스타' 마을 가는 길가옆 우측으로 '까스티야' 운하(수로)가 쉼없이 흐른다.
그 길이만도 207km가 된다고 하는데...
운하의 문이 닫혔다 열렸다를 조절하며 그 넓은 평원의 대지를 적시여 나가니
어디 그 풍성한 곡식과 과일이 주렁주렁 매달리지 않겠는가.
앞서가는 카미노들의 발걸음이 조금은 힘들어 보인다.
촉촉히 내리는 빗길따라 하염없이 걷는 어느 길손들의 모습이랄까...
난들 그 무엇이 다르랴만은...
노란 은행잎 물들은 가로수 옆 들녁 저멀리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가 피여 올랐다.
오늘은 어떤 기쁜일이 일어날까.
좋은 알베르게와 맛나는 빵과 따끈한 밀크한잔이 기다리는 멋진 바(Bar)를
그리고 많은 카미노 친구들의 행복한 웃음을 만났으면 좋겠다.
이 길에서 바라고 소원하는 최고의 바램일진대...
한시간 반여를 걸어(6.2km) 도착한 '프로미스타' 마을 어귀에 있는 작은 돌다리에서 고즈넉한 마을풍경을 담아본다.
혹시 디카의 손잡이가 물에 풍덩 빠질랴 여간 주의를 기울여 가며...
마을 끝자락 작은다리 난간에 '산티아고' 카미노의 길라잡이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그길의 소망과 무탈을 비는 표시인 듯 하여 고마운 마음이 느껴진다.
모든이에게 '부엔 커마노!'...
간선도로 옆 작은 카미노(센다)가 끝없이 이어진다.
이제 비가 개이고 햇살이 비친다.
이곳 날씨는 참 신기하기도 하다.
아침에 비가 내렸다가도 두어시간을 걸으면 어느새인가 햇살가득 온길에 흩뿌려져 있다.
길이 멀기도 하지만 따스한 온기가 온몸으로 느껴지니 참으로 좋다.
'프로미스타'에서 두시간 반여를 걸어(9.7km) 도착한 'Villarmentero de Campos' 마을 길가에 흩틀어진
빗물에 젖은 낙엽이 정겨웁다.
우리네 인생삶도 조금은 더분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분의 여유로움은 정서적 감흥을 가져다 주는 휴식의 쉼터일 것 같기도 하다.
그 마을 어느 바(Bar)에 들러 빵과 따끈한 밀크한잔을 주문했다.
그때 예쁘고 웃음기 많은 한국인 아가씨가 인사를 하며 들어온다.
점심을 먹었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무전 여행중이라 쉽게 무엇이든 마음대로
사먹을 수 가 없단다.
측은하기도 하여 우유한잔과 빵을 시켜줬더니 지금은 모대학에 재학중이며
제2외국어로 스페인 언어를 선택하여 열심히 공부중이란다.
그래서인가... 주인장과 나누는 능숙한 스페인 언어가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
이마을 저마을을 다니며 스페인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익힌다음 내년 1월쯤 귀국 예정이란다.
부디 바라는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중에 시킨 우유값은 주인장이 안받았는데 그 아가씨가 왜냐고 물었더니
'왈'... 아가씨가 불쌍해 보인단다.
세사람이 한바탕 크게 웃어넘겼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한시간여를 걸어오니(4.1km) 지척인 듯 'Villacazar de sirga" 마을풍경이 평온하게
다가온다.
빨강 파랑 우의를 쓴 카미노들이 걸어가고 있다.
어떤 마음들일까!...
오늘은 아스팔트옆 흙길로 가는길이 꽤 멀다.
다시 한시간여를 걸어갔을까...
지나가는 차가 내 옆 가까이 세우더니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넨다.
처음엔 한국사람이려니 했는데 어제 묵었던 그 알베르게 장나꾸러기 지배인이 아닌가.
나이는 삼십대 중반쯤...(아침에 통 성명을 했는데 이름은 기억이 나지않는다.)
무슨일인가 하여 그쪽으로 쳐다봤더니 어제밤 널어놨던 겨울 샤쓰를 흔들어 보이며 웃는다.
'앗뿔싸'... 어제 저녁 손빨래를 마치고 그 샤쓰를 따로 벽난로 옆 위자에 걸어 두었는데
그냥 놔두고 깜빡하였는데 차를타고 일부러 건네주려 온 것이다.
두어번 더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니 '부엔카미노' 하며 빙그레 By-By 손을 흔든다.
카마노 손님에 대한 모습이 이러하니 어찌 이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제 저녁은 이랬다.
여러번 만났는 프랑스 청년 대 여섯명과 아가씨 두명은 언제나 자유분방하다.
근데 대형 벽난로를 독차지하더니 몇시간째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느라 좀체 일어설줄을 모른다.
할 수없이 샤쓰를 난로 옆가에 널어두고 두어시간쯤 후에 가보니 그 청년들이 자리를 뜨면서
의자를 벽난로 앞에 세운다음 내 옷을 그위에 걸어놓아 있었다.
그 모습에 절로 미소가 떠올려진다.
때론 지나친 분방스럼이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남을 배려하는...
순간 마음의 온기가 따스하다.
가을꽃 '금잔화' 한송이... 내 디카속 정원 한켠에 곱게 심어두었다.
어느날엔가 진한 그리움으로 다가올 내 '산티아고' 카미노의 책갈피속 추억들의 문양들을
이 길섶가에 한올한올 예쁘게 수 놓아가고 싶다.
그 길이 그리 아득히 먼들 어떠하랴... 때론 힘들고 지치고 그러면 또한 어떠하랴...
내가 동경하는 로망의 꿈이 바로 이길 인것을!
어느새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미답의 길이 왠지모를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듯 하다.
'비얄까사르 데 비가(Villacazar de sirga)' 마을 외곽을 빠져나오다 만난 '산티아고' 419km 이정표!...
이제 카미노 걸음의 반을 더 넘겼네요.
햇살이 자취를 감추더니 이젠 바람이 제법 차다.
이곳 날씨는 하루에도 여러번 이랬다 저랬다 변화를 부리는 꼭 뺑덕어미의 고얀 심술보 터진 모양을 닮은 듯 하다^^
옷깃을 여미여 걸음을 재촉하다.
넓으른 들녁 이곳 저곳에 초록 새싹이 새록새록 솟아나고 있다.
이제 겨울날의 폭풍한설을 견뎌내고 봄의 푸르름으로 가득할 대지의 향연...
해가 차츰 서쪽으로 기울어간다.
여섯시간 반을 걸어 'Carrion de los Condes' 마을 초입에 들어선다.
이곳 알베르게는 성당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저녁 시간즈음 침낭속에 잠시 누워 있었는데 1층 작은 로비에서 들려오는 기타소리가 감미롭다.
한국에서 온 청년과 아가씨들의 합창으로 부르는 '아리랑' 곡조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놓는다.
가사의 뜻은 몰라도 각국의 선남선녀가 만들어내는 하모니의 앙상블이 멋스럽다.
한시간쯤 흘러 작은 음악회가 끝나고...
배가 출출하여 동네 바(Bar)에 들렀더니 텅텅 비여있어 할 수 없이 생맥주 한잔에 작은 빵 하나로
저녁을 때웠다.
누가 큰 봉지에 빠게트랑 과일을 잔뜩 사 들고 알베르게로 들어온다.
수퍼마켓이 어디냐고 위치를 물은다음 사이사이 골목길을 휘돌아 서니 작은 상점이 보인다.
토마토 7개 사과 1개 네모난 빵 1개를 샀다.
내일 아침과 점심대용이다.
작은 가방이 가득차다.
아마도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부자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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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인간은 걸을 수 있는 만큼만 존재한다. ( 장 폴 사르트르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