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黎明)과 꼬랑물
~1968년 6월 여름, 베트남 북위-13도상방과. 경도-66.5도 동방에 위치한 「투이호아」市를
감싸고 있는 “찹차이산”에서 2박3일 매복 작전에 돌입하면서 내가 겪어든 식수에 대한 사연을 메모해 봅니다. 첫날은 3일치 전투식량을 지급받고, 클레모아, 실탄, 수류탄, 연막탄 등과 소총, 대검, 방독면, 정글도 등을 받고 군장을 꾸려 확인검사를 받고 건쉽(헬리콥터)에 승차하여 작전 산악지역으로 투하 되였다. 철저한 사주경계로 인접 지역을 접수하고 매복 작전의 군진을 펼친 후 PC선(전화선)과 빈캔(깡통) 등을 엮어 부비-추랩(지뢰)을 사이사이에 연결시킨 후 크레모아를 설치하였다. 물론 밝은 대낮에 매복지를 꾸밀 수 없어 야간에 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수통의 물은 거의 바닥 날 수밖에 없었다.
첫날밤, 온갖 날짐승들은 우리들의 식량을 훔춰 먹고자 기어 다니면서 우리 전우들 온몸을 들 쑤셔놓기 시작했다. 잠간 사이에 음식의 상당량이 부식되어 탈취당한 것 같았다.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식수가 바닥나 갈증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매복지 산 아래 계곡에서는 물이 졸졸 흐르는데 물을 길어올 수가 없었다, 물 길어오고자 계곡에 내려가서 수통에 물 담아 오기도 전에 VC들의 총알받이가 되어 버리니 갈증을 견딜 수밖에
대안이 없었다. 물을 먹지 못하니 음식이 있다한들 목구멍으로 넘길 수가 없었든 것이다.
우리 전우들은 최후의 방법을 택해 보았다, 소변을 받아 식수 대신 사용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 2박3일을 견디어 냈는지 그건 기적 같은
일이었다. 3일후 매복지인 숲속에서 개활지로 빠져 나오는 날 아침 4~5시경. 여명(黎明)이 밝아오자 동쪽 하늘에서 치솟아 오르는 이글거리는 햇살이 얼마나 휘황찬란하든지 내 일생일대에 그런 찬란한 여명의 눈동자는 70대 후반까지 살아 보고 있지만 그때 외에는 단 한 번도 그런 장광을 다시는 보지는 못했다. 雨中 외에는 날마다 뜨는 햇살이건만 그런 찬란한
여명이 온 세상과 우주에 있었는지는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런 다음, 산속 정글에서 개활지를 벗어나 논두렁에 가서 꼬랑물 한 모금을 마셔보았더니 혼탁한 꼬랑물이지만 목구멍을 통하여 폭포수 흐르듯 넘어가니 그때서야 내 온몸의 숨구멍에서 땀이 나오면서 소변이 나오기 시작했고, 식욕이 발동하기 시작했든 것이다. 열대야에서 장기간 갈증에 시달리면서 물을 마시지 못하면 절대 음식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당시 갈증을 해결했든 물은 성경 속의 이스라엘 사마리아 땅에서 예수님께서 마신 성수에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월남 중남부 “투이호아”전선에서 마셔본 혼탁한 물이었지만 평화시대에는 맛볼 수 없는 최고의 성수라고 생각하며, 대한민국 휴전선에서 한여름 삼복더위와 한겨울 혹한에 시달리면서 북한군에 대항하여 내 나라를 지켜내는 장병들 덕분에 풍요롭고, 평화로 살고 있는 후방 우리 국민들에게 물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 1968년도의 월남 투이호아 찹차이산에서 참전용사가 갈증에 시달려본 소중한 경험담.
백마 28연대 3대대 12중대 3소대 예비역 병장 김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