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라는 개발명으로 현대가 뒷바퀴굴림 스포츠카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과 위장막을 씌운 테스트카 사진이 떠돌기 시작할 무렵부터 기자도 BK를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 중 하나다. 지난 10월 초 제네시스 쿠페 출시에 맞추어 제주도에서 1박 2일로 미디어 행사를 연다는 초대장이 <카비전>에 날아왔다. 제네시스 쿠페를 빨리 타보고 싶은 욕심에 편집장에게 온갖 아부(?)를 떨어 제주도 시승 티켓을 얻어냈고, 그 내용은 <카비전> 2008년 11월호에 실렸다.
미디어 행사에서 제네시스 쿠페를 타고 제주도의 쭉 뻗은 해안도로와 구불거리는 산간 와인딩 도로를 달리며 “현대도 많이 발전했는데, 이 정도면 충분해!” 하며 시승과는 별개로 제네시스 쿠페를 구입하기로 결심했다. 이 차에 마음이 끌린 첫 번째 요인은 뒷바퀴굴림 구동방식이다. 앞바퀴굴림을 사용한 이전 현대 쿠페들과 달리 뒷바퀴굴림 제네시스 쿠페는 더 나은 핸들링과 코너링 성능을 바탕으로 소화할 수 있는 출력범위가 예전보다 훨씬 높았다.
미디어 행사 때 주로 타본 모델은 V6 3.8ℓ 303마력의 380GT였지만 구입은 이전부터 생각한, 200 TURBO를 택했다. 고배기량에서 나오는 여유 있는 파워도 좋지만 4기통 2.0ℓ 210마력 쎄타 엔진을 쥐어짜며 달리는 운전재미도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터보 모델은 과급장치 튜닝을 통해 쉽게 출력을 올릴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니고 있다.
제네시스 쿠페는 또한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다루며 즉각적인 반응을 통해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시키는 6단 수동 트랜스미션을 택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차를 구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기자가 원하는 조건을 두루 만족시키면서 값도 2천만 원대로 예산을 초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네시스 쿠페는 현대자동차의 AS센터를 통해 전국 어디에서나 고칠 수 있고, 수입차에 비해 부품과 튜닝 용품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출시 직후에 사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6개월에서 1년을 기다렸다가 품질이 안정되면 그때 구입하라는 말을 해댔다. 하지만 이미 제네시스 쿠페에 꽂혀버려 출시 첫날 현대자동차 영업소에 가서 바로 계약을 했다. 원래 계획은 맨 아랫급인 제네시스 쿠페 200 터보를 구입해 입맛에 맞게 꾸미는 것이었다.
“현대가 야심차게 선택한 이태리 브렘보 브레이크를 경험해 보셔야지요, 선루프가 없으면 나중에 중고로 팔 때 힘듭니다.”
영업사원의 그럴 듯한 권유와 현대자동차 가격표 옵션 정책에 휘말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눈은 한없이 높아지고 있었다. 그레이드를 올리며 장비를 마구 집어넣고 보니 윗급 380GT와 값차이가 얼마 안난다. “그냥 300마력이 넘는 380GT를 선택할까?” 하다가 순간적으로 정신이 퍼뜩 들었다. 결국 제논 헤드라이트(HID)와 19인치 휠 타이어가 기본으로 들어가는 200 터보의 중간 모델 P그레이드(2천641만 원)에 브렘보 브레이크(170만 원)와 선루프(47만 원)만 옵션으로 넣고 계약했다. 값은 총 2천858만 원.
색상은 흰색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제주도 시승회에서 블루다이아몬드(하늘색) 제네시스 쿠페를 보고 반해 마음을 바꾸었다. 블루다이아몬드를 선택하면 출고가 한 달 정도 미뤄지지만 흰색은 1∼2주만에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잠깐 갈등했으나 ‘이왕 새차를 구입하는 거 더 기다려 마음에 드는 색으로 타자! ’고 하늘색으로 밀고 나갔다
구매 계약 후 한 달 하고도 5일을 더 기다려 11월 18일 경기도 수원 현대자동차 출고장에서 직접 차를 받았다. 수백 대의 차가 도열해 있는 출고장 가운데서 반짝이던 하늘색 제네시스 쿠페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출고절차를 마친 후 시동을 걸고 확인한 적산거리계는 10km, 이제껏 타본 많은 차 중에서 주행거리가 가장 짧다. 기름은 1/5 정도 있었다. 구석구석 사진을 찍으며 페인트 상태, 섀시 연결부위, 패널 단차 등을 살핀 다음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출고장을 빠져나왔다.
그날 저녁, 새차 자랑도 하고 길들이기도 할 겸 서울 남산에서 친구를 만났다. “처음 동승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 하며 남산순환도로에서 3천rpm을 넘기지 않고 조심스럽게 주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스피드 범프나 조금 굴곡진 도로 위를 지날 때마다 “덜그럭, 찌그덕” 앞유리 밑에서 잡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시보드 수납함에 있는 CD 케이스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소리인 줄 알았다. 그러나 수납함에는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비닐도 떼지 않은 임시번호판 새차가 왜 이렇게 잡소리가 심해?” 하며 친구는 측은한 눈빛으로 대시보드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불량차를 받은 건가?’, ‘진상을 부려야 차를 교환해 준다던데, 또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하나?’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날 밤, 여러 제네시스 쿠페 동호회에 가입해 글을 읽어보니 한 달여 일찍 받은 오너들의 차에서도 앞유리 잡소리가 발생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올려져 있었다. 앞유리를 밖에서 누르고 있는 고무 몰딩이 약해 간섭이 생기며 나는 소리라고 했다. 그리고 발 빠른 ‘베타테스터’ 오너 덕분에 현대 서비스센터에서 개선된 몰딩이 이미 나왔으니 교체하라는 친절한 안내까지 해놓았다.
이틀 후 임시번호판을 단 채 서울 마포구 원효로 현대 직영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가자마자 같은 작업을 여러 번 했다며 익숙하게 앞유리부터 지붕까지 이어진 고무 몰딩을 떼고 다른 것으로 교체해주었다. 이날 원효로 서비스센터에서 같은 증상으로 몰딩을 갈고 있는 제네시스 쿠페가 2대 더 있었다.
제네시스 쿠페 동호회의 글을 검색해보니 절반 이상의 오너가 앞유리 몰딩 잡소리 현상에 불만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거의 리콜 수준이다. 2009년 3월에 미국 판매 예정인 제네시스 쿠페는 이런 문제를 보완해서 출시할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일찍 구입한 국내 소비자들은 비싼 돈 내고 베타테스터가 된 셈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개선품 몰딩으로 교환을 했으나 10∼20%의 잡소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 비만 오면 노인들 관절 쑤시듯 추운 날에는 어김없이 운전석 A필러쪽에서 잡소리가 들린다. 차를 구입한 영업사원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는 내년 1월쯤 확실한 개선품이 나온다고 하나 몰딩 안쪽에 양면테이프를 붙여 작업하면 잡소리가 싹 사라진다는 동호회의 해결책을 조만간 해볼 작정이다.
신년호 제네시스 쿠페 첫 롱텀 기사에서 잡소리와 서비스센터 이야기로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좋은 점도 제법 많다. 먼저 현대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블루다이아몬드라는 하늘색은 제네시스 쿠페와 잘 어울린다. 시원하고 예쁘며 은근히 화려하고 눈에 띈다. 주변 사람들에게 하늘색을 구입했다고 하면 의아해하다가 실제로 보면 대체로 좋은 반응을 보인다. 히죽 웃는 듯한 앞모습은 아직 적응이 안되지만 3차원적으로 굴곡진 역동적인 옆모습과 심플하고 빵빵한 뒷모습도 볼수록 기분 좋다.
제네시스 쿠페는 기본형부터 블루투스 핸즈프리, USB, 아이팟(iPod) 연결 단자, 스마트키―버튼시동 등 알찬 편의장비가 갖춰져 있다. 기자는 수동 기어를 선택해 운전 중 핸드폰 통화가 어려운데, 블루투스로 핸즈프리 기능은 이때 상당히 실용적이다. 한 번 연결해 놓으면 다음부터 차에 탈 때마다 자동으로 연결되고 센터페시아 정보창을 통해 전화정보가 뜨고 스티어링 버튼과 천장 마이크로 통화가 가능하다. 창문만 닫으면 고속으로 달리면서 통화해도 문제 없을 정도로 음질도 좋은 편이다.
MP3 파일이 담긴 USB나 iPod(아이팟)을 연결해 노래를 들으면 가수와 제목 등의 정보가 한글로 표시되고 스티어링 휠 버튼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그리고 요즘 신차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스마트키는 운전자가 주머니나 가방에 키를 넣고 있으면 손잡이 버튼만 살짝 눌러 열고 잠그며 시동까지 걸 수 있어 무척 편리하다.
기자는 틀에 박힌 길들이기 방법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터보 엔진인 만큼 예열과 후열을 해주고 주행거리 1천km까지 3천rpm 이하로 부드럽게 운전하기로 했다. 튜닝을 하지 않는 한 엔진오일도 순정으로 유지하고 오일 상태를 봐가며 5천km 주기로 교환하기로 했다. 제네시스와 마찬가지로 제네시스 쿠페에도 5회의 엔진오일, 오일필터, 에어클리너 필터 무상 교환권이 제공된다.
주행거리 1천km를 넘기고 서서히 rpm을 올리며 밟기 시작했다. 3천rpm 봉인을 풀자 가속력이 느껴졌다. 3천prm을 넘어 가속할 때 쉬익거리는 터빈 소리와 함께 뒤를 쭉 미는 토크감이 제법이다. 380GT가 액셀에 발을 올려놓자마자 대배기량의 토크로 치고 나가는 느낌이라면 200 터보는 초반에는 힘이 없지만 3천rpm을 넘어가면서 가파르게 최대토크가 터지며 가속되는 스타일이다.
길들이를 끝낸 지 얼마 안되어 경기도 화성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에서 열린 제네시스 쿠페 오너 드라이빙 스쿨에 참가해 고rpm 주행, 휠스핀, 시속 200km가 넘는 고속주행을 하면서 원없이 밟아주었다. 지금은 미끄러운 겨울철이라 조심스럽게 주행하고 날씨가 풀리면 본격적인 주행과 함께 서킷과 와인딩까지 제대로 달려볼 계획이다.
스톤칩을 막자!
얼굴에 PPF 필름을 입히다
앞에서 적었듯이 기자는 날씨가 풀리면 본격적으로 서킷과 고속, 와인딩 주행을 할 계획이다. 이에 대비해 앞범퍼와 안개등, 헤드라이트에 루마 PPF 필름을 입혔다. PPF 필름이란 자동차 페인트를 보호하기 위해 우레탄 재질의 탄력 있는 투명필름을 씌우는 것으로, 앞차에서 돌이 튀어 페인트나 헤드라이트에 흡집이 나는 것을 방지하고 나아가 접촉사고시 간단한 상처까지 커버할 수 있다.
이전에 타던 차가 서킷이나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앞범퍼에 돌을 맞아 곰보가 된 아픈 기억이 있었기에 새차를 구입하면 꼭 보호필름을 입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동안 일부 고가 수입차들이 했지만 요즘은 찾는 사람이 늘고 시공업체도 많아져 값이 많이 내려갔다. 40만 원 정도 하지만 동호회의 공동구매를 통해 35만 원선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2009.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