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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17년째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석구가 대전소극장오페라축제위원회를 조직하고 올해 그 첫 번째 무대를 27~28일 이틀간 디캔센터에서 개최한다.
지난 11월 중순,
청년창업공간이었던 옛 대전 청년구단이
지역 예술인들의 거점 공간으로 탈바꿈했는데요,
대전문화예술네트워크(DCAN)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디캔센터입니다.
공공 차원에서 이뤄지다 실패로 끝난 청년창업과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이 민간 차원으로 이양된 셈인데요,
그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디캔센터가 명실상부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겠죠.
청년 예술가들의 거점이자 문화예술 기반이 취약한 대전 동구에 들어선 소극장 겸 스튜디오,
디캔센터를 주목한 사람이 있습니다.
오페라에 미쳐 연주자에서 지휘자로 변신했고,
디캔센터를 ‘소극장 오페라’의 메카로 만들려고 부산히 움직이고 있는 그는
대전소극장오페라축제위원회 김석구 위원장입니다.
오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연주하는 지휘자 김석구
먼저 본인 소개부터 해주세요.
“지난 10월 1일 발족한 대전소극장오페라축제위원회 위원장이고요, 오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17년째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푸스 심포니가 그렇게 오래됐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제가 보통 나무를 심었다고 표현하는데요, 2005년 4월 5일 창단했습니다. 15명이 의기투합해 시작했는데 지금은 단원 70명의 오케스트라가 됐습니다. 처음에는 오페라, 발레 같은 극음악 전문오케스트라로 시작했어요. 오페라단에서 불러주기만 기다렸는데, 잘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연락이 없더라고요. 그럴 바에는 직접 제작해야겠다 마음먹었죠. 그 후 <피가로의 결혼>, <라트라비아타>, <코지 판 투테>, <라보엠>, <돈파스콸레>는 물론 <마님이 된 하녀>, <아말과 밤의 방문객들> 같은 살롱 오페라도 자체 제작했습니다. 매년 정기연주회를 상·하반기 2회 개최하고 있고요, 기획연주, 오푸스 앙상블 페스티벌 등을 무대에 올리고 있죠. 해마다 오페라도 꾸준히 지휘하고 있고요.”
원래는 연주자셨죠?
“충남대 관현악과와 단국대 대학원에서 바순을 전공했어요. 졸업 후인 1999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 입단해 바순연주자로 활동했죠. 당시 지휘자가 금난새 선생이셨고요. 2005년에 오푸스 심포니를 창단하고 3년 정도 겸직하다가 사표를 내고 지휘자로 전향했습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바순 연주자였던 김석구가 2005년 4월 5일 15명으로 창단한 오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이제 단원 70명의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됐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고난의 길을 자처한 이유가 있었나요?
“오페라가 너무 좋았어요. 경기필하모닉에서 오페라, 발레 연주하면서 오페라에 푹 빠지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오페라 연출을 하고 싶었는데 갈 길이 너무 멀더라고요. 경기필하모닉, 코리안심포니, 군포프라임필하모닉 등의 오케스트라가 국내 대부분 오페라 무대의 연주를 맡았었는데요, 저도 자연스럽게 오페라를 접하면서 극음악 전문오케스트라를 만들면 잘 팔리겠다고 생각했던 거죠.”
지휘하고 싶다고 곧장 지휘자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시 공부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겠어요?
“이탈리아로 건너가 마리아노 코멘세 아카데미아와 로마 아이아르트(Roma A.I. ART) 아카데미아에서 지휘 과정을 졸업했습니다.”
지휘자로 활동하는 관현악단이 꽤 되던데요?
“청소년 오케스트라들을 몇몇 지휘하고 있는데요, 경주청소년오케스트라, 대전꿈의오케스트라, 대전예고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당진시민오케스트라도 지휘하고 있고요.”
오푸스 심포니 자랑 좀 해주세요. 오푸스만의 강점이 있다면요?
“여느 오케스트라와 다른 점이 팀워크가 좋고 유별나게 소통도 많이 합니다. 월급을 줄 수 있는 오케스트라가 아니어서 단원 채용할 때 사전에 서로 겪고 경험하는 인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데요, 서로 동의해야 정단원이 되는 시스템이죠. 17년째 꾸준히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다 보니 성악가들과 함께하는 오페라도 잘 이끌어갈 자신감도 있고요.
단원들의 연주 실력도 좋습니다. 현악, 금관, 목관 등 앙상블 팀들도 개별적으로 운영될 정도니까요. 팀별 연주도 자주 하니까 실력이 향상되고 그런 점에서 자부심이 큽니다. 오푸스 심포니에 대한 자부심을 단원들이 가지고 있듯 저도 단원들이 각자 앙상블 팀으로 활동하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주한우즈베키스탄 대사관 초청 연주회에서 지휘자 김석구가 이끄는 오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노주호가 협연하고 있다.
민간 오케스트라로서 국제교류 연주도 꽤 하시던데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국립음악원과 국제교류음악회를 열었고요,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의 초청으로 바리톤 박상돈, 소프라노 노주호와 우리 오케스트라가 협연했습니다. 2019년에는 밀라노 사크로 쿠오레 성당 건립기념음악회에서 이탈리아 오케스트라와 우리 단원들이 섞여서 합동 연주회를 하기도 했죠.”
디캔센터에서 열리는 소극장 오페라축제 이야기 좀 할까요? 어떤 축제인가요?
“오페라라고 하면 대개 1~4막 구성의 그랜드오페라를 떠올리실 텐데요, 대전 소극장 오페라축제는 첫째 창작 공연에 목적이 있고요, 둘째 잘 알려지지 않은 바로크부터 낭만, 현대에 이르기까지 단막 오페라들을 소개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근대 이전의 유럽에서는 귀족들을 위한 살롱 오페라가 거행되곤 했는데요, 그런 개념의 소극장 오페라를 전문으로 하는 축제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대전에 오페라앙상블 신생팀이 많이 생겼어요. 우리 위원회가 이들을 초청해 연주하는 형태로 진행될 겁니다.”
언제 열리죠?
“12월 27일(월)과 28일(화) 이틀간 디캔센터에서 열리는데요, 바로크 시대의 이탈리아 작곡가 페르골리지의 <마님이 된 하녀>와 창작 오페라 <클라라의 작은 피아노>를 무대에 올립니다”
김석구 지휘자가 2019년 이탈리아 밀라노 사크로 쿠오레 성당 건립기념연주회에서 오푸스 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현지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모아 합동 연주를 이끌고 있다.
<마님이 된 하녀>는 어떤 작품인가요?
“그랜드오페라의 막간극으로 만들어진 작품인데요, 이게 더 인기를 얻으면서 유명해졌죠. 이 작품을 계기로 막간극이 독립된 오페라가 되면서 오페라 부파(Buffa)란 장르가 탄생하게 된 겁니다. 부파의 효시이자 단막 오페라의 교과서라고 할만하죠. 안타깝게 이 작곡가가 20대 중반에 단명했거든요. 그렇지 않았다면 더 좋은 오페라가 나왔을 텐데요. 사실 이번 무대가 처음은 아니고요, 2018년 평송청소년센터 소극장에서 초연했던 작품이에요. 이후 대전에서 한 번도 연주되지 않다가 이번 축제를 진행하면서 재공연 작품으로 선택하게 됐죠.”
바리톤 박상돈을 캐스팅하셨어요. 팬텀싱어 이후 스타 반열에 오른 성악가인데요. 평소 친분이 있었나 봐요?
"박상돈과는 팬텀싱어 출연 전 자주 연주했고 친한 사이에요. 서울에서 뮤지컬 출연이니, 소속팀인 ‘인기현상’의 연주도 많은데 저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마임이 된 하녀>에서 우베르토 역을 맡아줬죠. 이 오페라는 출연 가수가 3명인데요, 박상돈을 비롯해 세르피나(하녀) 역에 소프라노 신서연(중앙대 4학년), 말을 하지 못하는 하인 베스포네 역에 베이스 손한결(목원대 4학년)이 출연합니다. 모두 지역 출신 청년 성악가들이죠."
청년예술인들과 함께하는 제1회 대전소극장오페라축제가 27~28일 이틀간 디캔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창작극 <클라라의 작은 피아노>에도 청년 성악가들이 출연하죠?
“메조소프라노 이다정이 클라라 역을 맡았고요, 바리톤 박천재가 슈만 역, 테너 김동우가 브람스 역, 클라라의 아버지이자 슈만의 스승인 비크 역에는 테너 전용현이 출연합니다. 슈만과 클라라의 러브스토리, 브람스의 클라라에 대한 연모, 슈만 사후 브람스의 의리 등을 그린 단막극이죠.”
국내에서 창작한 작품이죠?
“서울신학대 교회음악과 김종균 교수가 작곡하고 홍정민 작가가 대본을 썼어요. 김 교수는 제 친구이기도 한데요, 서울 연주회에서 이 작품을 본 적이 있던 터라 대전에서 올리고 싶다고 제안해서 이뤄진 겁니다. 원래는 해설이 있는 단막극 형식인데 제가 해설을 빼고 각색해서 이번 축제 무대에 올리게 됐습니다.”
출연진들은 디캔센터에 입주한 청년예술인단체와 연관이 있나요?
“아미치와 스텔라 오페라앙상블과 협업해서 이번 소극장 오페라축제를 추진했습니다. 두 앙상블과 협업을 통해 지역음악계를 선도해나가자고 의기투합한 거죠. <클라라의 작은 피아노>에서 클라라 역을 맡은 메조소프라노 이다정이 스텔라 앙상블의 단장이고요, 아미치는 바리톤 박상돈이 설립한 단체에요.”
연주는 오푸스 심포니 단원들이 맡겠죠?
“<마님이 된 하녀>는 오푸스 심포니의 현악 4중주 팀이, <클라라의 작은 피아노>는 클라리넷, 첼로, 피아노 3중주가 각각 연주할 겁니다.”
대전소극장오페라축제 장소로 디캔센터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소극장 오페라는 장르 특성상 작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잖아요? 디캔센터는 거기에 더해 영상촬영까지 가능한 최적의 공간입니다. 우리 지역사회에 청년 공간이란 인식도 있고요, 우리가 청년예술단체이기 때문에 가장 적합한 공간이라고 봤습니다. 시작은 미흡하지만 큰 비전을 갖고 끝까지 가볼 생각이에요. 제가 17년째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사진 왼쪽부터 위에서 아래쪽으로 1열 ‘클라라의 작은 피아노’ 출연 가수 메조소프라노 이다정, 바리톤 박천재, 테너 김동우, 테너 전용현. 2열 ‘마님이 된 하녀’ 출연 가수 바리톤 박상돈, 소프라노 신서연, 베이스 손한결. 3열 피아니스트 박승연, 임소정, 노민정, 4열 오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인 제1 바이올린 이현정, 제2 바이올린 김다빈, 비올라 정소진, 첼로 김민정·임효윤, 클라리넷 안유상.
디캔센터 활성화를 위해 조언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공연, 축제, 교육이 끊임없이 가동되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설을 잘 갖춘 스튜디오에서도 유튜브나 개인 방송이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고요. 실내악은 물론 국악, 무용, 댄스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대관도 활성화되면 좋겠습니다. 소극장 오페라축제, 무용축제, 연극축제 등 비대면 시대에 가장 적합한 공간이 아닌가 싶어요.”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정책적인 바람은 있으세요?
“이제 문화 분권 시대잖아요? 시립예술단들이 시민들을 위해 찾아가는 공연도 많이 하고 있는데요, 민간단체가 분담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뿌리부터 지역문화예술을 활성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작은 규모의 예술단체도 육성돼야 하고요. 자치구들 보면 대관도 잘 안되는 문화공간들이 있는데요, 마을 단위의 공간 활성화를 위해 상주단체를 지정해줘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치구별로 장르를 특성화하는 거죠. 도시재생과 문화예술을 접목하면 시너지가 크지 않겠어요?”
지휘자 김석구는 대전소극장오페라축제가 청년예술가들의 축제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포부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소박하게 우리 오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많아지기를 바랄 뿐이죠. 국제문화교류도 팬데믹으로 꽉 막힌 상태인데 재개됐으면 좋겠고요. 무엇보다 이제 실타래를 풀기 시작한 대전소극장오페라축제에 많은 청년예술단체를 초청해서 대전을 대표하는 음악축제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연출가 장수동 선생이 열기 시작한 서울소극장오페라축제가 20년이 됐는데요, 대전소극장오페라축제도 그렇게 만드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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