童 子 招 朋 月 下 遊 (동자초붕월하유) 아이가 벗들을 불러 달빛 아래 노는데
相 公 池 館 冷 如 秋 (상공지관냉여추) 재상 대감 연못 가는 가을같이 싸늘해
昇 平 事 業 知 何 事 (승평사업지하사) 태평 세상 사업은 무엇인가 아실텐데
但 問 蓮 花 不 問 牛 (단문연화불문후) 소에 대해 묻지 않고 연꽃만 물으시네
(감 상)
이 시를 지은 이는 鳳자 書자 (1596~1644) 할아버지로, 필자의 11대 조가 되시는 분이다.
공은 字를 경휘(景輝), 號를 낙주(洛洲), 시호는 경헌(景憲)이시다. 1596년에 태어 나셔서
1644년에 향년 49세로 별세하셨다. 공은 어려서 석주(石洲) 권필(權韠) 선생에게서 시를
배웠다고 한다.
1624년에 증광문과로 급제하여 홍문관 수찬(修撰), 사간원 정언(正言), 사헌부의 응교(應敎),
승정원의 여러 승지(承旨)의 직을 두루 역임하였다.
1636년 병조참의로 재임 중에 서천군수로 좌천되었다. 후에 나주목사를 거쳐, 전라감사와
경상감사를 역임하고, 조정으로 돌아와 호조참의와 비변사 제조(提調)를 겸하였다.
얼마 후에는 청나라와 외교문제가 발생해 평안감사를 맡아서 이 외교 현안을 잘 수습하였다.
1644년 1월 30일 평안감사로 재임 중에 감영에서 별세하셨다.
공은 강직한 성품에 재치가 많았고, 권력에 아부하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러 지방에 수령
방백(方伯)으로 나아가 선정(善政)을 베풀었고, 청나라와의 외교 마찰로 어려운 국가 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하여 인조 임금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위에 소개한 시는 공께서 8세에,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 선생 앞에서 지은 시라고 전해
온다. 어린 친구들과 함께, 이웃한 이항복 선생댁의 연못가에 들어가서 뛰어 놀던 중에 주인
어른이신 백사 선생께 불려 가 선생의 운자에 맞춰 즉석에서 이 시를 지으셨다고 알려져 있다.
(홍만중, 소화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