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의 과거사(過去事)
“......권빈재에 가니까......신을 모두 벗어라고 했습니다......허리띠를 빼라고 했습니다.......그 때서야 나는 이제 죽는구나 생각했습니다.........허리띠를 뺀 다음 앞 사람을 뒷 사람이 묶으라고 했습니다.........00면에 살던 이윤종이를 내가 묶고, 나를 이윤종이의 형 이덕종이가 묶었습니다....‘딱 붙여! 좁혀!’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때 고개를 숙이고 흘끔 보니까 경찰이 있었습니다. 전투모를 쓰고 흰 띠를 두르고 있었습니다. 그 경찰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총소리가 막 났습니다......사람들 사이에 있던 내가 쓰러졌는데 내 몸 위로 덕종이하고 윤종이가 쓰러졌습니다....피가 흘려내려.....그 사람들 피를 내가 먹었습니다......나는 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습니다......조금 있다가 살아 움직이는 사람을 향해 또 총을 쏘았습니다. 꼼짝하지 않고 있다가 모두 다 간 후에 일어났습니다......”
1950년 7월 27일 합천군 봉산면 권빈재 학살 현장에서 살아남은 분의 증언 중 일부분이다.
1950년 6월 25일 인민군이 남침을 했다. 국군을 계속 밀려서 낙동강까지 내려왔다. 밀리는 과정에서 각 지역의 국민보도연맹원등 많은 민간인들을 학살했다. 인민군들에게 동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보도연맹은 이승만 정권이 좌익세력을 색출하기 위해 만든 단체이다. ‘개선의 여지가 있는 좌익세력에게 전향의 기회를 주고 보호하여 지도한다’는 명목이었다. 그러나 실제는 이승만 정권을 비판하거나 지역 공무원들과 경찰에게 밉보이면 본인도 모르게 가입시켰다.
거창지역의 민간인 학살은 50년 7월 21일 합천군 묘산면 마령재 학살 사건과 50년 7월 27일 합천군 봉산면 권빈재 학살 사건이 있는데 이 두 사건은 보도연맹 관련 사건이다. 그리고 잘 알려진 ‘신원민간인 학살 사건(거창사건)’과 ‘춘전리 학살 사건’, ‘거창 5·8사건’이 있다. 더 여러 사건이 있을지도 모른다. 춘전리 학살 사건은 49년 8월 1일부터 약 20일 간 남상면 춘전리에서 있었다. 청년 24명이 안의지서 경찰들에게 학살당했다. ‘거창 5·8사건’은 48년 5월 8일 빨치산들이 위천,북상지서를 습격해 불을 질렀다. 지서를 버려두고 피했다는 이유로 위천면장을 경찰이 학살했다.
이에 거창보도연맹사건 관련 희생자 유족들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과거 위)에 진실 규명을 신청했다. 2009년 11월 10일 과거위는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마령재와 권빈재의 학살주체는 거창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며 불법사살이라고 판단했다. 그 책임은 경찰을 관리 감독해야 할 국가에 귀속된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사항을 권고 했다. 국가의 사과, 위령사업 지원, 평화 인권 교육 강화 등이다. 진상규명은 되었지만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는 뜻도 되겠다. ‘거창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족회(회장 엄창주, 신원면 과정리)의 땀과 눈물을 우리는 짐작도 못한다. ‘춘전리 사건’과 ‘5·8사건’은 진실 규명조차 되지 않았지만.
희생자들이 겪은 지난 60년은 말로 표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위의 유족회 총무 일을 보고 있는 주상면의 백원두씨는 당시 6살이었다. 남편을 떠나 보내고 60년을 혼자 살던 어머니께서 작년 봄에 돌아가셨단다. 몇 달 후에 있을 ‘진실 규명’을 못 보고 결국 돌아가셨단다.
과거 일을 들추어서 처벌을 하고 미워하자는 뜻은 아니란다. 최소한의 사실관계라도 알아보자는 뜻이란다. 그리고 화해하자고 한다. 과거위의 결정서에는 가해자 쪽인 당시 경찰서 직원들의 진술도 있었다. 감동스러웠다. 거창 경우회(퇴직 경찰관들의 모임)와 거창유족회의 만남은 힘드는 일일란가?
(참고 자료-거창·산청·함양 국민보도연맹 사건 질실규명결정서(2009년, 과거사위), 한국전쟁 전후 거창군 관내 민간인 희생자 진상조사 보고서(2003년, 거창군의회), 한국전쟁전후의 거창민간인학살 조사보고서( 평화인권예술제 집행위원장 한대수, 거창문학), 80에 낸 속죄의 글(전 대성고등학교 교장 김한영, 육일문학사)
첫댓글 두번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할 아픈 일인것 같습니다. 가해자 쪽인 사람들은 두려워 말고 진실을 밝혀 참회하여 속죄하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