燈花 등불꽃
왕질(王質, 769년 ~ 837년) 당나라 강주(絳州) 용문(龍門) 사람. 자: 화경(華卿), 시호: 정(定).
헌종(憲宗) 원화(元和) 연간에 진사갑과(進士甲科)에 급제했다. 호부낭중(戶部郎中)과 간의대부(諫議大夫)를 역임했다. 청렴하고 방정고아(方正高雅)했으며, 정치에서도 치적을 올려 이길보(李吉甫)와 이덕유(李德裕)로부터 깊은 신임을 받아 일을 결정할 때 반드시 자문을 구해 결정했다고 한다.
造化管不得 조화관부득
要開時便開 요개시편개
洗天風雨夜 세천풍우야
春色滿銀檯 춘색만은대
조화가 다스릴 수 없어
피고 싶을 때 피어나니
하늘을 씻는 듯한 비바람 밤에
은쟁반에 봄빛 가득하네
자연의 조화(섭리)가 간섭할 수 없다, 등불꽃이 피는 것은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에 의한 것이다. 등불꽃이 피고 싶을 때 언제든지 피어난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에도 아름다운 빛을 내는 등불빛을, 은쟁반에 봄빛이 가득하다고 표현한 것이다. 등불꽃이 자연의 섭리를 뛰어넘어 스스로 피어나는 모습을 통해 생명력과 자유로운 영혼을 표현하고 있으며, 신의 한계를 느낀 종교 철학자들이 궁여지책으로 끌어들인 인간의 ‘자유의지’와 상통하는 면이 있을 듯도 하다.
지동설이나 만류인력을 발견하기 훨씬 전의 그 시대에 이러한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할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