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월호·네팔 참사...중생의 눈물과 고통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공허한 언어들은 부유하는데 어쩌면 당연하게 터져 나와야 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침묵하는 분위기란 무엇인가. 심지어 실천적 자비로 널리 알려진 틱낫한과 달라이 라마를 언급하면서 고통 중생과 분리된 선(禪)이란 독선이라고까지 언급한 모 일간지 종교기자마저 침묵한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세계 불교계의 고승과 종교지도자들을 불러 이번 토요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여는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 이야기다. 이를 위해 세계 불교계의 고승도 대거 초청되어 국내외 400여명의 스님과 일반 대중 약 30만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종단은 “각국 고승들이 자기 나라의 봉축행사도 미루고 한국의 초청에 응했다. 무차대회와 기원대회를 통해 전 세계 불교인이 한마음 한뜻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기원대회에서는 세계 각국의 고승들과 함께 ‘10분간 선정’에 들어 세계 평화와 한반도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란다. 비록 행사를 위해 40억 원의 경비가 소요된다지만, 듣기만 해도 참으로 좋은 행사임에는 틀림없다.
며칠 전 강남 어느 사찰의 신도회장으로서 불심이 깊은 지인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탄식하듯 말했다. 작년 아닌 올해 4월에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다면 이번 행사를 진행했을까. 같이 있던 이들 모두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그는 불교국인 네팔에서 1만여명 가까이 사상자가 생기고 그 고통이 극심한데 세계 불교계 고승들을 불러 전 세계 불교인이 한마음 한뜻이 된다는 이번 행사의 의미가 무엇일까라고 말하면서 매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행사가 진행되는 광화문에는 아직 세월호 유가족이 있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사회에서 세월호 참사는 마무리된 것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지진 참사의 현장복구가 되기도 전에 또 다른 강진이 네팔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국내 불교계는 다양한 방식으로 네팔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국내 선승들과 세계불교 고승들이 모이는 이번 행사가 중생의 현장과는 동떨어진 불교계의 자화자찬 행사로 보인다. 이번 행사에 많은 참가 인원을 동원하기 위해 전국 사찰에 신도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어찌 보면 군사독재시절의 행사전시용 인력 동원과 다르지 않다. 내부적으로 일전에 있었던 가톨릭 교황의 광화문 행사에 기죽지 않아야 한다는, 초라한 자존심 때문에 애꿎은 신도들이 생고생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네팔의 비극과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언급이야 있겠지만, 거창한 선문답과 세계 평화등의 듣기 좋은 말잔치로 진행되는 행사에서의 세계 평화와 한반도 통일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더욱이 종단 스님들은 종단의 행사가 굳이 세월호 유가족이 있는 광화문 광장에서 선문답형태로 진행된다는 것이 전혀 낯설지 않은 것일까. 진정 세계 불교인이 한마음 한뜻이 되길 원한다면 네팔의 만여명의 사상자와 함께 신음하고 힘들어 하는 이들부터 배려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조계종 스님들에게는 중생의 고통과 눈물은 중생의 것이고, 선문답 속에 펼쳐지는 드높은 선지와 마음 수양을 통해 자타의 차별이 없어져 세상이 평등해지는 길을 걷는 것, 이것이야말로 스님들의 높은 경지의 수행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많은 깨어있는 신도들은 묻고 있다. 지금 부처님이 광화문 광장에 계시다면 선문답을 하면서 세계고승들과 이런 행사를 즐거이 하실 것인지를.
간화선 수행을 표방하는 종단이 이렇게 대외적으로 화려하지만 실제적으로는 부실한 내면을 지닌 집단임을 드러낸 상황은 어제 오늘만의 모습은 아니다.
최근 이번 무차선 대회의 근간인 간화선 수행의 대표적 국내사찰인 해인사에서 방장이 선거로 선출되었다. 해인총림 방장은 1967년 추대된 초대 방장 성철스님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선거를 치르지 않고 수행력 있는 분을 추대하는 전통을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서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진 치열한 선거싸움을 통해 방장스님이 선출되었다. 기억할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나 과거 해인사에서 동양최대 청동대불을 조성하겠다는 황당한 발상이 있었고, 이를 비판한 스님을 징계하기 위해서 안거 중의 해인사 스님들이 뛰쳐나와 실상사를 찾아가 기물을 파손한 일도 있었다.
이런 초라한 국내 수행 현실을 두고서 국민세금이 포함된 40여억 원의 비용으로 치루는 세계 무차선대회의 의미란 무엇일까 묻게 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세월호 참사, 그 유가족이 힘들게 싸우고 있는 광화문 광장에서 일반인들이 알 수 없는 선문답, 그리고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세계고승들과 함께 기원한다는 거창한 구호.
이런 과대 포장의 이면을 살펴보면 정작 세계 평화를 위해 일생을 노력해 그 공로가 인정되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달라이라마는 애초부터 초청 고려도 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 대회의 현주소를 분명히 보여준다.
삶의 현장과는 유리된 행사이기는 해도 어느 집단이건 완전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막대한 행사 비용을 들이는 종단의 이번 행사가 무사히 잘 치러지기를 바란다. 종단 행사가 늘 그래왔기에 이번 행사 자체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고 실망도 크지 않다.
하지만 나를 황당하게 하는 것은 이렇게 공허한 종단의 허장성세 행사에 대하여 그 누구도 문제점 지적이나 비판 혹은 대안 제시보다는 그저 깊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국내 불교계와 불교관련 지식인들이다.
이 큰 행사가 보다 의미 있고 중생에게 이익 되도록 진심으로 종단에 조언하고 비판하는 종단 스님들도 보이지 않았고, 불교계의 그 누구도 이번 종단 행사가 놓친 점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차라리 종단이 행사 비용 40억원을 전액 네팔 참사 치유 성금으로 보내고, 국내외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을 위로하면서 소박하게 행사를 진행했다면 진정성 있는 여법함에 많은 이들이 종단을 새롭게 보았을 것이다.
부유하는 수많은 아름다운 칭송, 고준한 선문답, 동원해서 채운 신도들로 만든 전시용 행사. 종단의 이런 행보에 침묵하는 방조자들로 이뤄진 현실을 보면서 새삼 종단은 과연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인지를 묻게 된다.
세계 불교계의 고승과 종교지도자들이 참석하는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가 이토록 공허하고 가슴 아프게 들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 우희종 서울대 교수.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 참여불교재가연대 공동대표 |